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마왕의 강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단절된 차원을 억지로 붕괴시켜 통로를 연 후, 판데모니엄의 지배자가 강제로 이쪽 세계로 넘어올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신화를 넘어 초월에 달하는 마법이 사용되는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당연히 온갖 이상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때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더욱 강력해진다.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존재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진정한 마왕이 ‘강림’했다면, 그걸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지.’
왜 진즉에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
다른 사람들이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 게 마왕이 강림했다는 증거라기에 그저 그러려니 한 게 실수였다.
‘정작 중요한 다른 징조들은 없었음에도.’
서우진은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디아로크는 물론이고, 아샨타는 자괴감에 빠져들 정도였다.
정보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그들의 심정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니까 너나 레이나가 살아서 돌아온 건, 백시우가 마왕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거로군.”
루운발리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거짓된 왕이다.”
“짭이든, 찐이든.”
어쨌든 간에 백시우가 마왕이 된 건 사실이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나만 강림해도 버거운 마왕이 더 늘어버렸다.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이니, 그 힘도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 것이다.
‘역시 예전에 죽였어야 했어.’
지금까지 녀석을 죽일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굳이 살려줄 생각을 한 건 아니었지만, 상황이 맞질 않아 결국은 죽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백시우를 죽이는 것에 더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제 와 지난 일을 후회해 봐야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지금이라도 백시우가 마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게 맞다.
‘물론 그전에…….’
눈앞의 일부터 처리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루운발리를 쳐다봤다.
놈은 서우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시우의 피를 마시게 해준다면,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넘기겠다고 했었나?
생각을 끝낸 서우진이 놈을 향해 입을 열었다.
“헛소리하지 마, 인마.”
정보?
죽었다가 얼마 전에 깨어난 놈이 알면 뭘 얼마나 알까?
놈이 죽고 난 뒤, 정말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루운발리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으니까.
놈이 알고 있던 세계는 변했고, 어느 면에서는 서우진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정보 같은 소리 하네. 그건 네가 없어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어.”
서우진이 흘깃 아샨타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보 길드.
요한이 일궈낸 그 조직이라면, 굳이 루운발리와 협력하지 않아도 서우진이 바라는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넌 그냥 다시 죽어라.”
놈의 기괴한 얼굴이 굳어진다.
자신의 제안을 거부할 것이라 예상치 못한 표정이었다.
“어이가 없네. 대체 뭘 보고 내가 네 말을 들을 거라 생각한 거지?”
적의 적은 아군이라 하기엔, 루운발리는 선을 심하게 넘었다.
평범한 이들을 수도 없이 학살한 놈이었으니까.
‘그리고 협력 관계에 있는 사도는 한 명이면 충분해.’
베노인.
도움을 받는다면 그놈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직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뒤통수를 맞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딱히 큰 죄를 짓지도 않은 듯하니까.’
그랬다면 베노인의 이름 앞에는 수많은 악명이 붙어 있었겠지만, 놈은 유명하지도 않다.
물론 숨어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베노인 역시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망설이지 않고 처단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런가?”
루운발리가 음울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의 싸움은 루운발리가 우세했다.
서우진이 ‘혼돈 세계’까지 사용했음에도, 놈에게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으니까.
죽기 전보다 더 강해진 놈은 지금의 서우진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강력했다.
하지만 루운발리는 절대 자만하지 않았다.
서우진의 실력이 저게 끝이 아니라는 건,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만약 ‘마왕화’를 한다면, 루운발리는 단 한 순간도 감당할 수 없었다.
“‘혼돈의 왕’이여.”
서우진을 부른다.
더는 싸울 생각 따위는 없다는 듯, 두 팔을 양옆으로 크게 벌린 채였다.
“지금 내가 대적해야 할 것은 네가 아닌, 거짓된 왕이다. 감히 왕좌를 탐하고, 판데모니엄의 뜻을 기만한 버러지. 나는 그놈을 죽여야만 한다. 하니…….”
루운발리는 간절한 기색으로 말했다.
“나를 놓아다오. 그리하면 분명 네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백시우와 루운발리가 싸운다.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죽어야 끝이 나는 싸움.
서우진에게 나쁜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쨌든 적들 중 하나가 줄어든단 뜻이었으니까.
굳이 힘들여 싸우지 않아도 적의 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말하지. 넌 오늘 죽어.”
루운발리를 놓아준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되살아나자마자 마을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는 뭐? 놓아달라고?”
헛웃음이 나온다.
“개소리하지 마라, 이 미친 광대 새끼야.”
혼돈기와 함께 살기를 끌어올렸다.
놈을 놓아줬다간, 또다시 애꿎은 희생자들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서우진은 그런 꼴을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막대한 경험치를 어찌 놓아준단 말인가?
“루덴 가르도.”
손등에 새겨진 문신에서 검은색의 저주받은 갑주가 튀어나오며 서우진을 휘감았다.
“셀레스티얼 윙.”
회색의 빛나는 날개가 돋아났다.
그와 동시에 힘이 샘솟기 시작했다.
“휘라테온.”
바람의 신수가 소환되며 서우진을 가호했다.
‘카 라니엘’, ‘루덴 가르도’, ‘휘라테온’.
그것만으로도 서우진은 본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함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혼돈 세계’, ‘신속’, ‘광폭’, ‘염라’, ‘지고화’…….”
사용 가능한 모든 스킬을 발동시켰다.
마치 불타오르는 화신체(火神體)의 모습으로 변한 서우진의 입이 열렸다
“죽어.”
죽음의 선고가 떨어졌다.
* * *
“흐음?”
백시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곁에서 그를 보좌하던 사도, 바론이 물었다.
“되살아난 사도 하나가 또 죽었군.”
“…또 말입니까?”
레이나에 이어 두 번째다.
죽음에서 되살아난 사도의 수는 총 넷이었다.
게랄드, 레이나, 루운발리, 마르데타인.
그런데, 그중 벌써 둘이 다시 죽었다니?
“루운발리라고 했던가? 그 광대가 죽었다.”
“으음.”
바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루운발리는 결코 약한 사도가 아니었다.
정신 상태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놈은 정말로 강했으니까.
바론조차도 루운발리를 상대하려면 꽤나 힘에 부칠 정도였다.
게다가 백시우가 새로운 마왕의 자리에 앉으며, 사도들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실력자는 몇 되지 않습니다.”
바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겠지.”
백시우는 사도들에 대한 모든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만큼 강한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그러니 루운발리의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도 충분히 인지했다.
“제국의 수호자들 가운데도 루운발리를 상대로 확실히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오직 마공뿐입니다.”
그 외에는 결코 승리한다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루운발리는 강했다.
그런데 죽었다.
“수호자들은 제국에 박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니…….”
“남은 건 하나밖에 없다.”
서우진.
그 빌어먹을 놈이 분명했다.
바론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 표정을 굳혔다.
“놈을 막아야만 합니다.”
서우진은 위험하다.
자신조차 정말로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강해진 지금 다시 싸운다면 그때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자신이 있긴 했지만…….
“레벨이 올랐겠군.”
서우진 역시 레이나와 루운발리를 죽이며, 레벨 업을 했을 것이다.
“더 강해지기 전에 그 목을 꺾어야겠다.”
백시우가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주변 공간이 마치 아지랑이 일 듯이 일그러진다.
그의 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왜곡이 벌어진 것이다.
“바론.”
“하명하십시오.”
마기를 지닌 이라면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음성에 바론이 무릎을 꿇었다.
“사도들을 모두 모아라.”
“…하오나 왕이시여, 사도들은 현재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숙원은 이 세계의 완전한 지배다.
그것을 위해 지금도 쉼 없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중이었다.
고작 서우진을 죽이는 건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왕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서우진을 처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백시우의 눈동자에 광기 어린 살기가 서렸다.
“놈을 죽이지 않으면, 너희가 원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서우진이 막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
‘지금의 나라면 이길 수 있어.’
왕의 격을 얻고, 새로운 마왕의 위(位)에 앉은 지금이라면.
그리고 초극의 경지에 이른 사도들이 옆에서 받쳐 준다면.
그 서우진조차도 압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마왕이 된 것이니까.’
열등감, 좌절감, 분노, 경멸, 광기.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백시우의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그럴수록 마기는 짙어졌고, 마왕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백시우는 저열한 질투심을 굳이 떨쳐 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불태우며, 서우진을 향한 살기를 키워 나갔다.
‘더 늦기 전에…….’
놈을 죽여야만 했다.
“사도를 모으고, 서우진의 움직임을 파악해라. 적당한 때, 적당한 장소에서 놈을 죽여야겠다.”
크게는 마왕의 목적을 위해, 그리고 작게는 자신의 더러운 욕망을 위해.
백시우는 서우진의 죽음을 바랐다.
마왕의 명령에 바론이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는 새로운 왕의 명령에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그저 따를 뿐.
“…명을 받드옵니다.”
대륙의 가장 은밀한 심처에서 마기를 품은 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이동했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
사도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들이 모인다면, 단순히 인사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대륙 전역에 흩어져 있던 사도들이 마왕의 부름에 응답했다.
사도와 그들이 이끄는 추종자들이 한 곳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백시우는 그들의 움직임을 느끼곤 미소를 지었다.
절대적인 전력.
이 정도면 제국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서우진 1인 정도는 문젯거리도 아니었다.
“어디 한번 이번에도 살아남아 봐라, 서우진.”
절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