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마왕이 강림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기에, 백성들이 혼란에 빠질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다 마왕이 이미 강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때문에 당분간은 세상에 공표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각국의 수뇌부들은 모두 알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물자를 모으고, 병력을 소집하는 등의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일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지만, 긴박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까진 막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요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물자 이동이 심상찮은데?”
“뭐가 말입니까?”
“철과 식량의 물량이 부족해.”
“얼마 전에 일어났던 전쟁 때문 아닙니까? 그때 전쟁 물자들이 아주 씨가 말랐었는데, 그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건 아닌지…….”
“흐음, 아니야. 그걸로는 설명이 안 돼.”
상인은 턱에 난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정도로 부족하다는 건, 누군가 끌어모으고 있다는 뜻이야. 장부를 가져와 봐.”
상인의 말에 누군가 급히 달려가 두꺼운 책자를 가져왔다.
“…이거 정말 심상찮은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장부를 통해 물자들의 현 상황을 파악한 상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거 왕국 한두 곳의 일이 아닌 것 같다. 간부회의 소집해. 긴급한 일이니, 곧장 모이라고 전해!”
상인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흡사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것도 작은 국지전 정도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마치 전 세계가 전쟁에 휘말릴 것 같은 분위기구만.’
상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전 대륙에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상인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었다.
* * *
“분위기가 어수선하네요.”
“그럴 수밖에요. 아무래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서우진의 말에 아샨타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죽은 자들의 부활.
그것 하나로도 대륙이 발칵 뒤집어질 일인데, 이상한 사건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늘 아침 길드에서 전해온 정보예요.”
아샨타가 품에서 종이뭉치를 꺼내들었다.
“길드장이 서우진 님께 전해달라 하셨어요.”
“…이걸요?”
상당한 두께의 종이뭉치였다.
그 위에는 깨알 같은 글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어, 다 읽어보려면 오늘 하루는 꼬박 걸릴 듯했다.
눈을 끔뻑거리며 묻는 서우진을 보곤 아샨타가 웃었다.
“그래서 제가 요약을 좀 해왔어요.”
그녀는 서우진에게 상당히 친절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지금은 공손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그 이유는 하나.
서우진이 루운발리의 목을 자르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압도적인 강함.
서우진은 문자 그대로 그 미친 광대 놈을 찢어발겼다.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비명만 지르며 목숨을 잃은 루운발리의 모습은, 실로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샨타는 두려움보단,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느꼈다.
학살당한 이들의 한을 풀어준 것이었으니까.
물론 그것만으로 그들의 넋을 모두 달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복수는 해주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해서 서우진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조를 해주는 중이었다.
“대륙 서부에 있는 길드 지부 중 일부가 소식이 끊겼어요.”
“…그래요?”
서우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부의 소식이 끊어졌다면 꽤 문제가 심각한 일이었다.
특히나 정보를 다루는 조직이라면 더 큰일이었고.
하지만 그게 서우진에게 꼭 전해야 할 일이라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의아해하고 있는데, 아샨타가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전해온 정보가 조금 심상찮아요.”
“무슨 정보입니까?”
여전히 의문에 찬 표정으로 묻자, 아샨타가 얼굴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정체불명의 무리가 출몰했다는 정보였어요. 그리고 그쪽 지부장이 판단하기론…….”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함부로 내뱉기 쉽지 않은 듯, 한참이나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대답했다.
“마왕과 사도들일 확률이 높다고 해요.”
서우진과 디아로크의 표정도 아샨타와 비슷하게 변했다.
딱딱하게 굳어졌다는 뜻이다.
“거기가 어딥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지금 그는 아이에르로 향하는 중이었다.
프레이야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며 불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마왕, 백시우가 출몰했다면 그곳으로 먼저 가는 게 옳다.
프레이야에게는 미안하지만, 눈앞에 닥친 위험보단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편이 그녀에게도 나을 터.
서우진은 지금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기색으로 아샨타의 대답을 기다렸다.
“갈레아 왕국이라는 곳이에요. 제국의 서쪽에 있는 작은 왕국이죠.”
‘제국의 서쪽이라면…….’
머릿속으로 대륙전도를 떠올려 보았다.
그러곤 말했다.
“아무래도 직접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백시우라면?
모습을 드러낸 지금, 어떻게 해서든지 처리를 해야만 했다.
그래야 훗날 있을 진짜 마왕의 강림 때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아샨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를 전해준 요한 역시 서우진이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정체불명의 무리가 움직일 예상경로도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
“그럼 무로스 왕국 쪽으로 이동하면 될 거예요.”
놈들의 이동경로와 일행의 속도를 고려한 결과였다.
게다가 무로스 왕국에는 아직 길드의 지부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으니,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지금 바로 출발하죠.”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아, 잠시만요. 아직 전해 드릴 정보가 남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서우진을 아샨타가 붙잡았다.
“가면서 들으면 안 됩니까?”
마음이 조급해진 서우진이 말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주 중요한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성녀’가 살아났어요.”
“…예?”
순간적으로 아샨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누가 살아났다고?’
죽은 자들이 계속해서 살아나는 중이었다.
사도들까지 부활하는 마당에 이제와 누가 더 살아난다고 해서 놀랄 이유가 없…….
“‘성녀’ 성유라. 서우진 님의 손에 목숨을 잃은 용사. 제국에서 그녀의 모습이 목격되었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서우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 *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제국의 수도는 밤에도 여전히 화려한 불빛이 비추고 있었지만, 그것이 21세기의 지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직 이 세계의 기술력은 작은 골목 하나하나까지 모두 밝힐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으니까.
“흐흥-”
성유라는 콧노래를 부르며, 그 어둡고 더러운 골목길을 걸어갔다.
“휘유, 이게 누구야? 웬 귀족 아가씨가 이런 곳까지 발걸음을 하셨지?”
낄낄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이 근방을 주름잡고 있는 양아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술과 마약에 찌들어 있는 쓰레기들.
놈들은 이 더러운 골목길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행색으로 성유라의 주위를 둘러쌌다.
“길을 잃었나? 우리가 찾아줄까?”
“그 대신 우릴 위해서 뭘 좀 해주면 좋겠는데. 그럼 엄마 아빠를 찾아주지.”
음란한 표정으로 희롱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경비병들도 발걸음을 하지 않는 외진 곳이다.
하류층 중에서도 구제할 길이 없는 인간쓰레기들이 흘러들어 오는 슬럼가.
그런 곳에 예쁘장한 어린 여자가 주제도 모르고 기어들어 왔으니, 무슨 짓을 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어때? 우리랑 같이 가자. 그럼 기분 좋게 해줄…….”
“이젠 별 개X 같은 놈들까지 들러붙네. 뒤질려고.”
“…어?”
양아치들이 눈을 끔뻑거린다.
한없이 귀하게 자라온 듯한 외모와는 달리 말이 너무 걸지 않은가.
“대체 왜 이딴 냄새나는 놈들이 가득한 곳으로 부른 거죠?”
성유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쪽을 쳐다봤다.
“어쩔 수 없다. 제국의 수도는 나로써도 경계를 피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누군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흐응, 당신도 내가 죽어 나자빠져 있는 사이에 꽤나 큰일을 당한 모양이네요.”
“…쓸데없는 소리다.”
성유라의 빈정거림에 남자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어쨌든. 오랜만이네요, 성왕 전하?”
성왕 마르데타인.
죽음에서 돌아온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우진의 압도적인 강함 앞에 반항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죽어버린 그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성녀’. 아니, 아니지. 이젠 그 이름으로 부를 수 없겠군.”
마르데타인이 성유라를 보며 히죽 웃었다.
“오히려 ‘마녀’가 더 어울리지 않나?”
지독한 조롱.
성유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지경이 됐는데…….”
그녀를 죽인 것은 서우진이었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건 바로 눈앞의 마르데타인이었다.
그녀에게 심었던 마기의 씨앗을 터트리고, 정신을 조작해 미쳐 날뛰도록 만들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잘못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의 감춰진 성정이 악하지 않았더라면, 마르데타인의 세뇌가 통할 리도 없었다.
그러니 결국 누구의 탓을 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성유라는 마르데타인을 비난했다.
그래야 자신의 죽음이 조금이라도 정당화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물론 마르데타인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그보다 새로이 탄생한 왕께서 너를 찾으신다.”
“…마왕이?”
성유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다시 살아난 이유가 마왕 덕분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관계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보단 어떻게 해야 친구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 세계에서 홀로 덜렁- 떨어져 있는 것보단, 친구들과 함께하는 편이 훨씬 안전했으니까.
그 빌어먹을 서우진에게서 말이다.
그래서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왕이 자신을 찾는단 소리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너를 찾는 즉시 데리고 오라는 명이 떨어졌다. 해서 내가 온 것이지.”
마르데타인이 서늘한 눈빛으로 성유라를 쳐다봤다.
“왜죠? 내가 이젠 용사 짓은 못한다고 해서 그쪽 편에 붙을 생각은 없는데.”
그럴 이유도,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이유라…….”
마르데타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입을 열었다.
“백시우.”
예상치 못한 이름에 성유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분이 새로운 왕이시다.”
“뭐, 뭐라고?”
백시우가 마왕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하물며 그 사실이 저 망할 마르데타인의 입에서 나왔으니, 더욱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우릴 앞에 두고 지들끼리 잡담을 하네.”
“벌써 약 좀 한 거 아니야? 야, 좋은 거 있으면 같이하자.”
갑작스러운 상황에 멀뚱히 대화를 듣고 있던 양아치들이 화를 내며 끼어들었다.
하지만…….
“시끄러워.”
퍼억- 퍽-!
성유라가 손을 휘두르자, 놈들의 머리가 모두 터져 나갔다.
붉은 피가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며 그녀의 몸을 적셨다.
“그 말, 사실이겠죠?”
“물론이다.”
붉게 물든 성유라가 물었고, 마르데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께서 너를 찾으시니, 함께 가자꾸나.”
‘마왕’의 친우인 ‘마녀’.
그보다 더 어울리는 조합이 또 있을까?
성유라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