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2)
322화.
하늘탑의 지하 13층.
오직 어둠만이 존재하는 암흑 감옥이다.
그곳에 갇혀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 제노니아뿐이었다.
저벅- 저벅-
마르테스는 오랜만에 그녀를 보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어둠으로 가득찬 공간에 마르테스의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르테스는 황금색의 거대한 철문 앞에 도착한 뒤에야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몸보다도 거대한 쇠사슬로 봉인이 되어 있는 철문.
“해제.”
마르테스의 짧은 음성과 함께 수백가닥의 쇠사슬이 촤라라락- 하는 소리를 내며 물러났다.
그그그그긍-
동시에 거대한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이 넓어질 때마다 귀를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쿠웅-!
마침내 문이 활짝 열리자, 거슬리던 비명소리도 잦아졌다.
저벅-
열린 문 안을 향해 마르테스가 걸음을 옮겼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다란 세 개의 창이 눈에 들어온다.
‘미테아의 신창’.
찔린 이의 모든 능력을 봉하는 하늘탑 최고의 억제기였다.
‘미테아의 신창’은 여전히 제노니아의 육체에 꽂힌 채, 그녀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다.
“왕의 대적자인가?”
제노니아가 고개를 들어 마르테스를 쳐다보았다.
“오랜만이야.”
씨익-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존재라고는 믿기지 않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제노니아.”
마르테스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이름을 불렀다.
“이번엔 무슨 일이지? 나에게 알아낼 수 있는 건 다 알아내지 않았어?”
밖에서 일어난 일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일까?
제노니아는 정말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거짓된 표정은 집어치우거라.”
하지만 마르테스는 속지 않았다.
“네 몸 속에 요동치는 마기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
그녀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미테아의 신창’에 찔려 쥐죽은 듯 잠자코 있어야 할 마기가,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말이다.
“…그래? 역시 네 눈은 못 속이겠네.”
제노니아의 미소가 짙어졌다.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분이 강림하셨어. 너도 느끼고 있지?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걸 테고 말이야.”
그녀는 점차 강력해지는 자신의 마기를 통해 마왕이 세상에 강림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웃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이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네가 이곳에서 살아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랑데르의 마녀여.”
제노니아가 한쪽 입꼬리를 내렸다.
“내가 그 별명 안 좋아한다고 했을 텐데.”
“그렇다 하여 네가 저지른 악행이 사라지지는 않느니라.”
무려 450만 명을 학살하며 왕국을 몰락시킨 괴물.
마르테스는 그녀를 결코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마왕이 강림했다 하여도 말이다.
“네 힘이 아무리 강해진다 하여도, ‘미테아의 신창’을 벗어날 순 없다. 하여 헛된 희망을 갖지 말라 전해주기 위해 왔느니라.”
“흥!”
마르테스의 말에 제노니아가 코웃음을 쳤다.
“이깟 빌어먹을 창 따위. 그분의 힘 앞에선 갈대만도 못하거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왕의 힘이라면 아무리 ‘미테아의 신창’이라 할지라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제노니아가 모르는 것이 있다.
“지금의 마왕은 진정한 왕이 아니니라.”
“…그게 무슨 헛소리일까?”
역시 그녀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마기가 들끓는 것만으로 마왕이 강림했다 판단한 것일 뿐.
마르테스는 싸늘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를 따라하는 거짓된 왕. 억지로 격을 끌어올리고, 허술한 보좌에 앉아 흉내만 낼 뿐인 어리숙한 광대. 그것이 네가 믿고 있는 왕이니라.”
마르테스는 급작스럽게 나타난 마왕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개소리!”
당연히 제노니아는 반발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거짓이 진실로 변할 순 없는 법이었다.
“좌절하고, 또 좌절하라. 그리하여 네가 저지른 악행을 후회하거라, 그랑데르의 마녀여.”
450만 명의 목숨 빚.
그것은 이 암흑 감옥에 영원히 갇히는 것으로 속죄해야 할 정도의 대죄였다.
까드드드득-!
제노니아가 ‘미테아의 신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마기가 강력해졌다 해도 상관없었다.
마땅한 격에 오른 자가 아니라면, 결코 파훼할 수 없는 ‘권능’이 새겨져 있는 창이었으니까.
마르테스는 그런 제노니아를 가만히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아아아악! 돌아와! 이걸 풀어! 이 미친년아, 풀라고! 아아아아아악!”
뒤에서 발악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하지만 마르테스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밖을 향해 걸어나갈 뿐.
촤르르르르륵-!
철문이 닫히고, 쇠사슬이 다시 봉인하기 시작했다.
“흐음…….”
어두운 복도로 나온 마르테스가 눈을 감았다.
‘역시 진정한 마왕은 아니로구나.’
사실 그녀가 제노니아의 상태를 보러온 이유는 새로이 태어난 마왕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정말로 판데모니엄의 지배자가 강림했다면, 제노니아가 저렇게 순순히 봉인되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힘만으로 ‘미테아의 신창’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을 테니까.
하지만 제노니아는 풀려나지 못했다.
비록 마기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지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상대하기 어려운 적은 아니로구나.’
백시우.
대체 무슨 방법을 써서 마왕의 위(位)에 앉은 건지는 마르테스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제노니아를 보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아이라면…….’
마르테스는 서우진을 떠올렸다.
용사로써의 그는 불가능하겠지만, ‘혼돈의 왕’으로써의 서우진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허나 서둘러야 하느니.”
백시우 역시 용사의 힘을 지닌 존재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강해지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
마왕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 속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를 게 분명했다.
‘너무 늦기 전에 막아야 한다.’
마르테스가 어둠으로 가득한 복도 사이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원이 필요하겠구나.”
속전속결.
그것을 위해서라면, 서우진에게 그 어떤 것이라도 지원을 해주어야만 했다.
“하늘탑을 개방해야 하는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명분은 충분하지.”
마왕이 강림했다.
비록 진정한 마왕은 아니나, 그렇다 해도 하늘탑의 힘을 세상에 풀어놓기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거의 80년 만인가?”
하늘탑이 문을 걸어잠그고 힘을 비축하기 시작한 지 78년.
마르테스는 다시 문을 열기로 결심했다.
* * *
“조금 더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속도면 충분하니까.”
서우진의 걱정에 아샨타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딱 이 정도가 좋아요. 그래야 무로스 왕국에서 조우할 수 있어요.”
“꼭 거기서 마주쳐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더 빨리 가서, 더 빨리 막는 게 좋지 않을까?
“도시 한복판에서 전투를 벌이고 싶으시면 그러시던가요.”
그 말에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도시에서 백시우와 전투를 벌인다?
그것에 휘말리면 한두 명이 죽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못해도 수천, 수만이 죽겠지.’
아무런 죄도 없는 이들이 자신 때문에 죽는 것은 서우진도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야 루운발리와 다를 바 없으니까.
“예정대로 되면 무로스 왕국에 있는 타란 산맥 쪽에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어마어마하게 넓은 산맥이죠.”
그리고 사람도 없다.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가만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샨타의 말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었으니까.
아무리 마음이 급하다고 한들, 서둘러서야 애꿎은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럼 그 타란 산맥이라는 곳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그래도 마음이 급한 건 어쩔 수 없는지,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
“음… 사흘이요. 그 정도면 미리 가서 준비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사흘이라.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에겐 조금 길게 느껴지는 답답한 시간이기도 했다.
‘어서 빨리 백시우를 죽이고, 그 녀석도 처리해야 할 텐데.’
서우진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은 백시우만이 아니었다.
바로 성유라.
자신의 검에 목숨을 잃었던 미쳐 버린 ‘성녀’가 되살아났으니까.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 미친년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랐으니까.
‘하아- 다른 생각을 좀 해야겠군.’
계속해서 그놈들 생각만 하다간 자신도 모르게 헛짓거리를 할 것만 같았다.
“혹시 매시브 가디언에서 온 소식은 없습니까?”
관심을 돌리기 위해 동료들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아,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기대를 하고 물은 건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정말 소식이 와 있었다.
“딱히 큰일은 아니고…….”
품에서 종이를 꺼내 들었다.
‘대체 저 많은 것이 어디에 들어 있는 걸까?’
전에는 커다란 책자 같은 것도 튀어나오더니, 무슨 도X에X 4차원 주머니 같은 거라도 있는 걸까?
서우진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종이를 받아 들고는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샨타의 말대로 별다른 소식은 아니었다.
그저 동료들이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정도.
그런데 마지막쯤에 서우진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다.
“…푸른 방패 기사단이 떠났다고?”
고개가 절로 갸웃해진다.
푸른 방패 기사단은 매시브 가디언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정예 기사들이다.
그들이 자리를 비울 때는 오직 하나, 토벌을 진행할 때뿐이었다.
그런데 한두 명도 아니고 전원이 움직였다니?
서우진이 아샨타를 쳐다봤다.
혹시 더 알고 있는 것이 있느냐는 눈빛이었다.
“제국에서 지원을 요청했어요.”
“…제국이 말입니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국은 이 세계의 최강국이다.
푸른 방패 기사단이 정예 중 정예이긴 했다.
하지만 제국의 기사들 중엔 그만한 이들이 널리고 널렸다.
심지어 백은기사단은 푸른 방패 기사단 전원이 달려들어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전력이었다.
그런데 지원요청이라니?
“현재 제국은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이어지는 아샨타의 말은 서우진과 디아로크의 표정을 굳히기엔 충분했다.
“되살아난 존재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무슨 뜻입니까?”
“다른 종족들도 부활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그중엔 다크 엘프들도 있죠.”
마기를 받아들이고 영락해 버린 종족.
서우진과 브리아니의 손에 꽤나 많은 수가 줄어들어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놈들이 다시 등장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힘을 지닌 채.
“놈들이 계속 제국의 국경을 건드리는 중이에요.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은데다, 지닌바 힘도 심상찮아 제국에서도 주변국에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죠.”
상황은 대충 알겠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만으로 제국이 도움을 필요로 한단 말인가?
“게랄드, 그 괴물 같은 놈도 살아났거든요.”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X발. 죄다 살아나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