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다크 프로스트.”
쩌저저저적-!
새하얀 서리가 퍼져 나가며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내 다리!”
“젠장! 피해!”
서리에 휘말린 병사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쩡-!
병사 한 명이 뒤늦게 도망을 치려다 얼어붙은 다리가 깨져 나갔다.
“끄아아아아악!”
끔찍한 통증에 비명을 터트렸다.
하지만 출혈은 없었다.
다리의 피 역시 모두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부상자들을 옮겨라! 이런, X발! 불이라도 피워!”
고참병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혼란에 빠져, 그 명령을 듣는 이는 별로 없었다.
“몰려옵니다!”
누군가의 외침.
적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 수는 고작해야 수백 정도에 불과했다.
국경수호대의 병력이 2천 5백 명에 달했으니, 수적으로는 이쪽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적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바로 다크 엘프.
한 명, 한 명이 중급 기사 이상의 힘이 있는 마왕의 추종자들이다.
이 정도의 병력 차이는 놈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될 수가 없었다.
“방진을 갖춰! 막아! 기어서라도 대열을 만들라고, 이 새끼들아!”
제대로 된 대비를 한 상태로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적들이다.
그런 놈들을 이런 혼란스러운 진영으로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참병들은 목이 찢어져라 외쳐 댔지만, 안타깝게도 다크 엘프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서거걱- 서걱-!
양손에 든 단검이 공간을 가르자, 병사들의 팔다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아아아악!”
“내 파아아알!”
순식간에 무너졌다.
따뜻한 피가 흘러내리며 서리로 가득했던 땅을 녹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대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대로 기울어 되돌리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제국의 국경수호대는 속수무책으로 다크 엘프들에게 밀렸다.
그야말로 학살이나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안 되겠군.”
뒤에서 지휘하던 기사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준비가 덜 되긴 했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조금 엉성하더라도, 당장 기사단의 돌격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래야 병사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터.
“돌격 준비.”
기사단장이 명령하자, 말에 올라탄 기사들이 전의를 끌어올렸다.
그 수는 겨우 오십.
수백에 달하는 다크 엘프들을 막기엔 너무도 적은 수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제국의 기사였으니까.
강력한 적을 상대한다고 해서 공포에 떨 만큼 나약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자.”
기사단장의 나지막한 음성과 함께 기사들이 박차를 가했다.
두두두두두두두-!
50기의 기사가 돌격을 시작했다.
“길을 열어!”
“기사님들이 출격했다! 휘말려 죽고 싶지 않으면 피해!”
고참병들의 다급한 재촉 덕분일까?
다행히 다크 엘프로 향하는 길이 일직선으로 뚫렸다.
“거창!”
기사들이 안장에 고정되어 있던 랜스를 꺼내 들어 단단히 붙들었다.
“돌이이이입!”
콰과과과과과과광-!
50기의 기사단이 순식간에 다크 엘프들과 충돌했다.
깨져 버린 창이 비산하고, 박살난 다크 엘프의 시체가 말발굽에 짓밟혔다.
누가 봐도 기사들의 압도적인 힘이 적들을 분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인탱글.”
땅을 뚫고 식물의 뿌리가 치솟아 올라 말의 다리를 붙잡기 시작했다.
히히히히힝-!
콰득-!
선두에 선 기사단장의 전마가 고꾸라지고, 그 뒤를 이어 다른 기사들의 말들 역시 뿌리에 다리가 엮이며 모두 쓰러졌다.
“타핫-!”
기사단장은 말의 등을 박차고 날아올라 땅에 처박히는 것을 피했다.
상급에 달하는 기사였기에 그리 어려운 움직임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은 아니다.
후방의 몇몇은 참사를 피했지만, 제때 반응하지 못한 기사들은 그대로 자신의 전마와 함께 땅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운이 나쁜 이들은 목이 꺾였다.
“전열을 다듬어라!”
부하들의 죽음이 느껴진다.
그 수는 무려 21명.
고작 한 번의 돌입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절반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애도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전열이 무너진 기사들을 노리고 다크 엘프들이 달려들기 시작했으니까.
기사들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놈들과 충돌해야만 했다.
서걱-!
“적을 섬멸하라!”
기사단장의 검에서 타오르는 듯한 오러가 발현됐다.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파괴적인 기운 앞에, 다크 엘프 셋이 양단된 채 피를 뿌렸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기사가 놈들의 단검에 꿰뚫리고 말았다.
“크윽!”
“이 개X끼들이……!”
다행히 갑주 덕에 치명상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수가 너무 많다!’
뒤쪽에서 병사들이 돕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들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피해만 더 커질 가능성이 컸다.
기사단장은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며 고민했다.
‘퇴각을 해야…….’
이대로라면 전멸이다.
아니, 이미 전멸이라 판단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병력이 전투 역량을 상실한 상태였으니까.
아군의 수가 얼마나 많든, 싸울 수 없는 이들을 전력이라 할 수 없었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 당장 퇴각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들이 물러선다면, 그 이후에 벌어질 참상이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제국의 백성들이 당한다.’
그것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가 없었기에 퇴각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흐음, 상급 기사인가?”
그때, 누군가의 음성이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무슨!”
깜짝 놀란 단장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음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의 눈동자를 가득 채운 것은 바로 거대한 도끼날이었기 때문이다.
퍼석-!
머리가 박살난 기사단장의 육체가 그대로 허물어졌다.
“단장님!”
깜짝 놀란 기사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죽어버린 그들의 단장 대신, 음성의 주인을 확인했다.
거대한 전투 도끼를 든 다크 엘프.
상급 기사를 일격에 죽일 수 있는 강력한 힘.
그런 존재는 그들이 알기론 하나밖에 없었다.
“…게랄드?”
13사도 중 가장 유명한 존재.
바로 게랄드였다.
“딱히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군. 모두 쓸어버려라.”
그의 명령에 다크 엘프들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수백에 불과한 검은 사신들이 기사를 비롯한 수천 명의 병사를 모조리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군.”
차갑게 식어버린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게랄드가 몸을 돌렸다.
‘내게 내려진 명령은 수행했다.’
다른 사도들에게 떨어진 소환 명령 대신, 게랄드에게는 제국의 국경을 유린하라는 명이 전달되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왕의 명령이니 자신은 그저 따르면 족했으니까.
게랄드는 무너지는 제국의 국경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 * *
“벌써 네 곳이 무너졌사옵니다.”
로나인이 침통한 표정으로 황제를 향해 보고했다.
“허어-”
다크 엘프들이 준동했다는 보고를 들은 것이 바로 이틀 전이었다.
그런데 그사이, 놈들에게 네 군데나 되는 국경이 뚫려버린 것이다.
“피해는 얼마나 되느냐?”
“…기사 380명, 병사 2천 6백 명이 전사하였고, 그 수배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하였나이다.”
엄청난 피해다.
제국의 입장에선 근 50년 이내로 가장 큰 손실이었다.
게다가 더 심각한 건, 그것이 토벌로 인한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제국의 영토가 공격을 받았느니라.”
“죽여주시옵소서.”
로나인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일어나거라, 너의 잘못이 아니니.”
황제는 비통함을 참으며 로나인을 일으켜 세웠다.
이번 사태는 그 누구도 예상을 하지 못한 일이었다.
크루시엘조차 짐작도 하지 못한 사태를, 로나인이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설마 죽었던 놈들이 되살아나 제국을 침공할 줄이야.”
마왕의 강림조차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런 일이 발생할 걸 그 누가 알았을까?
황제는 로나인을 용서했다.
“대응은 어찌하고 있느냐?”
“열다섯 개의 기사단과 병력 5만을 출정시킬 예정이옵니다.”
그 정도라면 웬만한 왕국은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적은 인간이 아니다.
“그 정도로 되겠느냐?”
황제는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
“부활한 게랄드를 목격했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느니라.”
저 정도 전력이라면 다크 엘프의 공격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게랄드는 불가능하다.
평범한 인간이 수만 명이 모인다 한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검공이 곧장 합류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왔나이다.”
“…다리엘이라…….”
그는 이미 한번 게랄드의 목을 베어낸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쳐 버린 놈을 상대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크루시엘이 미리 함정을 파놓고 합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마왕의 강림으로 더욱 강해졌을 테지.’
그런 놈을 다리엘 혼자 상대할 수 있을까?
황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툭- 툭-
옥좌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던 황제가 이내 입을 열었다.
“권공을 함께 보내지.”
“폐하! 권공은…….”
깜짝 놀란 로나인이 반대했다.
권공 베르강은 신궁의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자.
그가 움직이면 황제의 안위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이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반대할 수밖에.
하지만 황제는 단호했다.
“나의 안위보다 백성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더욱 중하니라. 하니 더 이상의 반대는 허하지 않겠노라.”
잔뜩 굳어진 황제의 표정을 본 로나인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명을 받드옵니다. 하오나 폐하의 곁을 지킬 이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치 않사옵니다.”
황제가 위험은 곧 제국의 위험이다.
극히 적은 가능성이라 하나, 그것마저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암공과 대공을 부르소서.”
“그 둘은 따로 해야 하고 있는 일이 있어 불가하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권공이 아닌 둘을 국경으로 보냈겠지.
“하오면…….”
“마르테스에게 부탁을 해보겠느니라.”
마공 마르테스.
그녀라면 권공의 빈자리를 가득 메우고도 남았다.
하지만 마공이 황제의 부탁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였다.
하늘탑에 제국의 권위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약 마공이 거절한다면, 황제로선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도 황제는 걱정하지 않았다.
“너의 염려는 알고 있으나, 마공은 나의 청을 거절치 못할 것이다.”
황제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마공 마르테스가 하늘탑을 떠나 신궁에 머물 수 있게 할 방법이 말이다.
“그렇사옵니까?”
로나인은 그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감히 묻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조아리고 공손히 대답할 뿐.
“이제 그만 출정 준비를 시작하라.”
“지금 바로 준비하겠나이다.”
황제의 말에 로나인은 예를 갖추며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생각대로 돼야 할 터인데…….’
혼자 남은 황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로나인 앞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자신감이 부족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아그나를 불러오라.”
지금은 정면으로 부딪쳐 봐야 할 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