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제국이 다크 엘프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점.
서우진은 디아로크, 아샨타와 함께 타란 산맥에 들어서고 있었다.
“크네요.”
빈말이 아니었다.
타란 산맥은 정말로 거대하다 못해 웅장할 정도였다.
‘태백산맥은 명함도 못 내밀겠네.’
일단 높이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가장 낮은 봉우리조차도 그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히말라야 산맥보다 클까?’
모르겠다.
서우진은 실제로 히말라야 산맥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보다 작을 것 같지는 않았다.
“대륙의 척추라 불리는 곳이에요. 작을 리가 없죠.”
거대한 산맥에는 모두 척추라는 이름이 붙는 것 같았다.
지구에서도 웬만한 크기의 산맥에는 모두 그런 별명이 붙어 있었으니까.
“확실히 이곳이라면, 전투가 벌어져도 피해가 번지지는 않겠네요.”
사람이 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물론 전투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되고 야생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 편이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서우진은 약간의 죄책감을 속으로 감추며 주변을 둘러봤다.
“놈들이 이쪽으로 온다는 얘기죠?”
“확실해요. 마지막 이동경로까지 확인한 결과, 정확히 저 산으로 향하고 있어요.”
아샨타가 손을 들어 봉우리 중 하나를 가리켰다.
“…높군요.”
서우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가까이 갈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의 높이였다.
“저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마주칠 확률이 90%가 넘어요. 그 정도 가능성이면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죠.”
맞는 말이었다.
“그럼 이동할까요?”
아샨타가 먼저 앞장서며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하지만 서우진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는 바람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도움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제부턴 저 혼자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아샨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정확히 예측하려면 제가 필요할 텐데요?”
저 산의 크기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저런 곳에서 정확히 놈들을 마주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서우진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놈들이 이 산맥 안쪽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제 기감으로 충분히 감지할 수 있어요.”
‘신룡안’의 영역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커버하고도 남았다.
백시우가 이곳으로 향하는 게 확실하다면, 더 이상 아샨타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서우진의 ‘신룡안’이 훨씬 더 정확하게 놈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싸움은 저 혼자서도 충분하니까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혼자가 더 편하다.
“그럴 수 없어요. 저는 요한에게 당신을 잘 보좌하라는 명령을…….”
“적의 힘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서우진이 아샨타의 말을 끊고 물었다.
“만약 정말 그들의 정체가 마왕과 사도라면?”
길드가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놈들의 수는 적어도 30명에 가까웠다.
그중 5명만 초극의 경지에 이른 사도라면, 서우진은 그녀를 보호해 줄 수 없었다.
거기에 백시우까지 있지 않은가?
아샨타는 서우진의 말뜻을 이해했다.
꾸욱-
입술을 짓씹었다.
분하긴 하지만, 자신은 짐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처음부터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따라가고 싶어 조금 억지를 부려보았다.
정보를 다루는 자로써, 그런 싸움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서우진이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패배한다면?
“…알았어요. 저는 그럼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샨타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간 도움을 줘서 고마웠습니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아샨타와 정보 길드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그러니 그의 인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꼭 이기세요.”
“물론입니다.”
서우진은 결코 질 생각이 없었다.
백시우가 얼마나 강해졌든, 옆에 사도가 몇 명이 있든.
오늘 이곳에서 살아 내려오는 건 오직 한 명.
자신뿐일 것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기다려라.”
그때 이번엔 디아로크가 서우진을 붙잡았다.
“왜?”
아샨타를 대할 때와는 달리, 이번엔 얼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나도 같이 가지.”
“거절한다.”
“…뭐?”
설마 거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디아로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말대로 적의 힘은 강력하다. 그러니 내가 힘을 보태면…….”
“방해만 돼.”
디아로크의 입이 쩍- 하고 벌어진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를 방해물 취급하다니?
“그, 그게 무슨…….”
“네가 도와주는 것보다, 나 혼자 싸우는 게 더 강해. 그냥 그렇게만 알아둬.”
디아로크가 함께하면 ‘마왕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서우진은 자신이 가진 힘의 절반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아샨타 씨나 잘 지키고 있어. 혹시 모를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떼어놓으려고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아샨타가 걱정되었기 때문에 한 부탁이었다.
‘내가 그 새끼와 제대로 붙으면 산 한두 개가 붕괴되는 걸로는 안 끝날 테니.’
‘마왕화’를 한 서우진과 ‘마왕’ 백시우.
둘의 싸움이 조금 투닥거리고 끝날 리가 없었다.
로스트 밸 리가 마왕과 용사의 전투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 했던가?
서우진은 이 싸움의 여파가 고작 그딴 골자기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따라오면 절대 가만히 안 둘 거다. 이건 진심이니까, 괜히 시험해 볼 생각도 하지 마.”
드드드드드드-
대기가 진동했다.
서우진이 혼돈기까지 끌어올리며 경고했기 때문이었다.
“으음.”
그 힘의 크기에 놀란 디아로크가 새하얗게 질린 채 뒷걸음질 쳤다.
살기까지 담긴 탓에,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좋아.”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쯤 얘기했으면 알아들었겠지.’
마른침을 삼키며 굳어버린 디아로크를 한번 노려본 뒤,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럼 간다. 진짜 따라오지 마라.”
다시 한번 경고한 서우진이 땅을 박찼다.
쿠웅-!
땅이 깊게 패며, 서우진의 신형이 솟구쳐 올랐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빠르게 멀어졌다.
‘정상에 올라가 있을까?’
구름에 가려 어느 정도의 높이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꼭대기.
그곳에 올라가 ‘신룡안’을 펼치고 앉아 있으면, 백시우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서우진은 순식간에 산기슭을 지나쳐 정상을 향해 질주했다.
콰과과과과과과-!
앞을 가로막는 것은 굳이 피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달렸다.
나무와 바위가 모조리 박살나며 허공에 비산했다.
“벌써 만년설인가?”
그렇게 달리다 보니, 서서히 쌓인 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우진에게는 반가운 광경이었다.
북방에서 질리도록 본 것들이었으니까.
서우진은 멈추지 않고 속도를 더했다.
풍압을 견뎌내지 못한 눈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며 거대한 눈보라를 만들어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구름을 뚫었다.
이동을 시작한 지 고작 십여 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하-’
웃음이 났다.
평범한 인간이 이 정도 높이를 오르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에베레스트 등반은 이동에만 4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것도 충분한 훈련이 된 전문가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시간과 적응 훈련을 위한 시간까지 합치면, 최소한 사흘 이상이 걸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10분 만에 거의 에베레스트의 높이에 달하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전력을 다한 속도가 아니었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
서우진은 자신이 새삼스레 엄청난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닫고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구름을 뚫고 지나가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높이는 최소한 5킬로미터 이상은 되는 듯했다.
사람이 걸어서 오르기 불가능해 보이는 곳이었지만,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절벽을 내달렸다.
흡사 평지를 달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아주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타악-
서우진이 정상에 다다랐다.
“…높네.”
실로 어마어마한 높이였다.
기온은 영하 50도 이하는 될 것 같았고, 산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장소.
하지만 서우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정상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제일 높은 산이었구나.”
그 말은 곧, 서우진이 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있다는 뜻과 마찬가지였다.
“별 감흥은 없네.”
장관이긴 했다.
아래로 넓게 퍼진 운해(雲海)나, 검처럼 솟은 수많은 산봉우리.
지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광경이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쉽게 올라서일까?
서우진은 아무런 놀라움도 느끼지 못했다.
‘차라리 북방에서 올랐던 그 작은 언덕이 더 대단했던 것 같은데.’
반 슬레인과 함께 단둘이 올랐던 언덕이 떠올랐다.
여기에 비하자면 티도 안 날 정도로 낮은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본 토벌대의 숙영지는 꽤나 인상이 깊었다.
뭐, 거기서도 아무런 호연지기가 느껴지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신룡안.”
주변의 구경을 대충 끝낸 서우진이 스킬을 발동시켰다.
순식간에 혼돈기가 퍼져 나가며, 모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역시 근처에 동물은 한 마리도 없네.’
생명체가 살아남기엔 너무도 가혹한 환경이었다.
‘신룡안’의 영역을 더 넓혀봤다.
그러자 점차 생명의 기운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정보량이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그 모든 정보를 대충 흘려 넘겼다.
서우진이 찾고 있는 것은 명확했으니까.
‘어디 있냐?’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이 산 하나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산맥 전체에 ‘신룡안’의 영역을 넓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깨에 얼음이 쌓이기 시작할 때 즈음.
번쩍-!
서우진이 눈을 떴다.
“찾았다.”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간다.
동쪽이었다.
거리는 30킬로미터 정도.
이제 타란 산맥의 초입에 들어선 듯했다.
‘숫자는…….’
정확히 37명이었다.
아샨타에게 들었던 것보다 조금 더 많았다.
그사이에 몇 명이 더 합류한 것 같았다.
하지만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건 그들의 경지.
‘초극의 경지에 이른 놈이 여섯 명이군.’
다시 죽여 버린 레이나와 루운발리, 그리고 하늘탑에 갇혀 있을 제노니아를 빼고 13사도들 중 대부분이 저곳에 있었다.
그리고 한 명.
서우진조차 짐작할 수 없는 미증유의 마기가 느껴졌다.
“…거기냐?”
‘마왕’ 백시우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놈 역시 서우진의 존재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끔찍하리만치 지독한 살기가 쏟아져 왔다.
씨익-
살이 떨리는 공포감이 몰려왔지만, 서우진은 웃었다.
“덤벼라, 이 열등감에 찌든 병신 같은 새끼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