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6)
326화.
초고온의 열기가 주변의 모든 것들을 태우고, 녹이고, 증발시켰다.
하지만 사도들은 그것을 견뎌내고 있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마기를 총동원해 주변과 육체 사이의 공간을 단절시킨 덕분이었다.
물론 완벽히 막아낼 순 없었다.
그러기엔 서우진의 ‘지고화’의 위력이 지나치게 강력했으니까.
‘끄으으으으으-!’
신음이 절로 흘러 나왔다.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손짓.
서우진의 그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에 사도들은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사도 카르카마는 지금 이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누구던가?
마왕의 강림을 기다리며 마기를 갈고닦아, 초극의 경지에 오른 초월적 존재 아닌가?
시간만 주어진다면 약소 왕국 하나쯤은 홀로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런 이가 무려 여섯.
아니, 다섯이다.
오르카가 허무하게 죽어버렸으니까.
그런데 저 괴물 같은 놈의 손짓에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버, 버티는 것도 버겁다!’
이 망할 화염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 어떤 불길이 공간마저 불태우며 위협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마법이 있다는 이야기는 2백 년을 살아온 카르카마도 들어보지 못했다.
‘레닌스탕의 불에 미친 마법사 놈도 이 정도는 아닐 터인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끄그그그극!”
“커흐윽!”
힘겨운 것은 카르카마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누하르도와 베노인 역시 고통에 찬 신음을 터트렸으니까.
‘이대로 가다간 모두 당한다!’
그나마 지금까지 저항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아르데토스와 바론 덕분이었다.
그 상식을 초월하는 놈들의 힘이 없었다면, 최초의 충돌에 증발해 버렸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한계인 듯싶었다.
아르데토스와 바론 역시 점차 힘이 부치는지, 막아내지 못한 화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초고열에 땀이 주르륵 흐르다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아, 안……!’
카르카마의 눈에 절망이 깃들 때였다.
화아아아아아아악-!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듯하던 잿빛의 화우가 한순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허어어억!”
폐에 갇혀 있던 공기가 터져 나왔다.
당장에라도 쓰러져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랬다간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게 분명했으니까.
카르카마는 떨려오는 육체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고개를 들었다.
서우진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인간 같지 않은 외형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서우진을 정말 인간으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은 그딴 겉모습 따위가 아니었다.
오만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주위로, 자신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막대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왕…….”
카르카마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흠칫-!
그것을 들은 사도들이 몸을 떠는 것이 느껴졌다.
“헛소리하지 마라, 카르카마.”
바론이 경고했다.
“왕은 그분뿐이다.”
백시우.
갑자기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난 새로운 왕.
평소였다면 의심하고 저항부터 했겠지만, 왕의 옆에는 크라토스가 있었다.
여섯 번째 마왕의 권속이자 지상최강의 마수라 불리는 드래곤.
그런 존재가 새로운 왕이라 인정을 했으니, 사도들로써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왜 저놈에게서 왕의 격이 느껴진단 말인가?’
오히려 새로운 왕보다도 더 높은 격이 느껴질 정도였다.
“네가 ‘혼돈의 왕’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 바론이 서우진에게 말했다.
그것을 들은 몇몇 사도의 눈이 커졌다.
그중에는 카르카마도 있었다.
“호, 혼돈?”
사도들 중 ‘혼돈의 왕’에 대한 걸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예언에 나오는 종말의 존재이며, 판데모니엄과도 대적하는 자였으니까.
“이전에 사자에게 들은 적이 있었지. 그때는 믿지 못했지만……. 이젠 믿지 않을 도리가 없군.”
바론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바론? ‘혼돈의 왕’이라니?”
카르카마가 다급히 물었다.
“우리의 적이라는 소리다. 저놈은 우리가 섬겨야 할 왕이 아니…….”
“여유가 넘치는군.”
쿠구궁-!
서우진의 음성이 바론의 말을 끊었다.
고작 한마디를 내뱉은 것에 불과했음에도, 그 안에 담겨 있는 기운이 주변의 모든 것을 내리눌렀다.
‘으음!’
카르카마는 속으로 침음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저건 못 당한다.’
‘혼돈의 왕’이라는 예언 속 존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서우진이 정말로 ‘혼돈의 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저 괴물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신들을 짓눌러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존재라는 게 중요했다.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겠군.’
카르카마는 자신의 죽음을 짐작했다.
“고작 ‘지고화’ 한 번을 막아냈다고 자만하는 건가?”
서우진의 입술이 비틀리는 게 보였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자신을 비롯한 사도들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는 표정이 가슴을 찔렀다.
자만할 리가 있나?
지금도 두려움에 전신이 떨려오는데.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하나, 우리 다섯을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론은 광기가 서린 눈동자로 서우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치 정말로 승리할 자신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즉살폭!”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갑작스러운 외침과 함께 서우진의 머리 쪽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카르카마의 시선이 황급히 옆으로 돌아갔다.
‘아르데토스!’
방금 저 폭발은 그의 공격 때문인 게 확실했다.
“대화는 여기까지. 시간이 없다.”
아르데토스는 그렇게 말하곤 땅을 박차 날아올랐다.
“흥!”
그와 동시에 바론 역시 서우진을 향해 짓쳐들었다.
‘나도 움직여야…….’
카르카마는 굳어진 육체에 강제로 마기를 순환시키며 둘의 뒤를 따랐다.
다른 사도들 역시 마찬가지.
자신들의 힘만으론 서우진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쯤은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도주할 순 없었다.
그들의 왕이 명령을 했으므로.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서우진의 팔과 다리를 잘라 왕의 앞에 던져 놓아야만 했다.
쇄도하는 카르카마의 눈에 바론과 같은 광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흐음.”
서우진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사도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느리군.’
‘마왕화’를 하기 전이었다면 감히 방심할 마음 따윈 들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우진의 눈에는 저들의 움직임이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게 보였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움직이는 것까지 모두 인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생각도 없었다.
그들이 내뿜는 마기는 결코 얕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 슬레인도 못 막을 위력이로군.’
사도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다시 깨달았다.
저 정도면 광오(狂傲)할 만했다.
‘물론 그것이 내가 막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만.’
서우진이 손을 들었다.
굳이 ‘카 라니엘’을 뽑을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저 손을 통해 발현한 혼돈기 정도면 충분할 터.
우우우우우우우웅-!
막대한 양의 혼돈기가 손바닥 앞에 모이며 응축되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터져 나갈 것 같은 혼돈기를 강제로 붙잡아두던 서우진이 힘을 풀었다.
꾸아아아아앙-!
전면이 휩쓸린다.
거대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혼돈기의 파도가 눈앞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수호폭!”
아르데토스의 주위로 폭발이 일어났다.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크허어어어억!”
‘카 라니엘’의 예리한 검격도 막아냈던 폭발이, 태양빛을 만난 안개처럼 스러졌다.
아르데토스가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그것은 다른 사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름대로의 방어 기술을 펼쳤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서우진은 마치 발사된 포탄처럼 뒤로 튕겨져 날아가는 다섯 사도를 쳐다보다,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스윽-
너무도 자연스럽게 공간이 접히며, 바론의 눈앞에 나타났다.
“크으윽! 네놈!”
서우진을 발견한 바론이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러곤 마치 짐승처럼 몸을 뒤집어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방금 전 당한 공격 때문일까?
바론의 행동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불사(不死)였던가?”
서우진은 발버둥치는 바론의 움직임을 쉽게 피해내며, 손으로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우드드득-!
어마어마한 압력에 두개골이 깨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 으으으아아아아아악!”
손에 힘을 주자, 몰려오는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 바론이 비명을 질렀다.
주먹을 쥐고 서우진의 가슴을 향해 미친 듯이 뻗었다.
콰과과과과과곽-!
어떻게 해서든지 이 망할 놈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몸부림.
그러나 검은색 외피로 둘러싸인 육체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듯했다.
그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로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는 바론을 쳐다볼 뿐.
그러다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한번 살아나 봐.”
퍼석-!
마치 유압 프레스에 끼인 토마토처럼 바론의 머리가 박살났다.
파르르르르르-
머리를 잃은 바론의 육체가 떨려왔다.
“죽어라!”
과연 이번에도 살아날 수 있을지 흥미로운 눈으로 관찰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살기 어린 음성이 들려왔다.
“쯧.”
혀를 찬 서우진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피잇-!
예리한 바늘과 같은 마기가 뺨을 스쳐 지나갔다.
“너는 처음 보는 놈이군.”
뒤를 돌아보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명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누하르도! 조심해라!”
“누하르도?”
얼굴만 낯선 게 아니라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
“잔챙이인가 보군.”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누하르도의 얼굴이 붉어진다.
“감히…….”
“감히?”
서우진이 분노를 터트리려는 그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은 보통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말 아닌가? 너 같은 벌레가 아니라.”
벌레.
서우진의 눈에 비친 사도들은 그 정도였다.
언제든 발로 밟아 터트려 죽일 수 있는 그런 벌레.
“나를 상대하고 싶으면 최소한 150레벨은 찍고 왔어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뒷말은 내뱉지 못했다.
“끄륵?”
대체 언제 뽑은 것일까?
서우진이 손에 들고 있던 ‘카 라니엘’을 허공에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그와 동시에 불신으로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던 누하르도의 머리가 떨어져 내렸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서우진은 피하지 않고 그것을 온몸으로 맞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은 사도는 고작 셋.
아르데토스, 베노인, 그리고 카르카마.
서우진이 그들 셋을 향해 말했다.
“다음은 누구 차례지?”
마치 죽음을 내리는 사신과도 같은 음성에, 셋의 얼굴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어차피 불가능할 테니까.”
서우진이 그들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