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대체 무슨 생각이냐, 베노인.”
카르카마가 시커멓게 죽은 얼굴로 물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뿐이다.”
“최선의 선택? 그게 무슨 말이냐!”
카르카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지만, 베노인은 코웃음을 쳤다.
“말하지 않았나? 백시우는 진정한 왕이 아니다. 그리고 난 그런 광대를 따를 생각이 없고.”
베노인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나의 왕은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뿐이다. 내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분도, 내가 목숨을 바쳐야 할 분도. 오직 그분밖에 없어.”
“이, 이……!”
카르카마가 분노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을 터트리진 못했다.
그 역시 베노인의 말을 일부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크라토스에 의해 만들어진 왕이란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나서지 말고 지켜만 봐라, 카르카마. 서우진, 저 ‘검은 존재’는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이가 아니다. 살아서 진정한 왕을 배알하고 싶다면, 지금은 고개를 숙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베노인은 진심으로 충고했다.
벌써 몇 명의 사도가 죽었던가?
이제 남아 있는 이들이라고 해봐야 고작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마저도 되살아난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숫자였다.
만약 부활하지 못했다면 자신과 카르카마, 아르데토스, 그리고 소환에 응하지 않은 유다인이 전부였을 터.
베노인이 슬쩍 옆을 돌아봤다.
그곳엔 바론이 거의 회복을 끝내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 봐야 다섯이지.’
아직 제노니아가 살아 있긴 했지만, 베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왕은 왕이다, 베노인. 크라토스가 공인했고, 왕의 격을 갖췄으며, 그만한 힘도 있지. 만들어졌다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왕은, 세상을 마기로 물들일 능력이 있는 존재다.”
카르카마는 백시우를 보고 확신했다.
과정이야 어떠하든, 새로운 왕이 결국엔 자신들이 꿈꿔왔던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
그만큼 백시우의 힘은 강력했다.
“그가 서우진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하지만 베노인의 생각은 좀 다른 듯했다.
“백시우는 강하다. 왕의 격을 얻은 자니 강할 수밖에! 하지만 서우진은 차원이 다른 존재다. 만들어진 왕 따위로는 감히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헛소리! 고작 용사 따위가 이상한 힘을 사용한다 하여 왕을 뛰어넘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베노인의 외침에 카르카마가 부정했다.
마왕은 그들의 신앙이다.
결코 패배할 수도, 패배해서도 안 되는 존재란 뜻이었다.
“어리석은 놈.”
베노인은 그런 카르카마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지켜보면 알 것이다, 카르카마. 네가 그토록 믿고 있는 광대가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그리고 그 후에 네게 어떤 일이 닥쳐올지.”
차가운 표정으로 변한 베노인이 카르카마에게서 관심을 끊으며 말했다.
더 말을 섞어봐야 입만 아플 뿐이다.
결국은 카르카마도 직접 봐야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인지 말이다.
물론 그 대가로 처참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 * *
서우진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르데토스의 가슴을 지그시 밟았다.
우드드득-!
갈비뼈가 부러지며 섬뜩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네, 네놈…….”
아르데토스는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박감은 결코 그의 힘으로 이겨낼 수가 없었다.
“예폭(銳爆)!”
콰아아아아아앙-!
서우진의 얼굴 앞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예리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강철 정도는 종이쪼가리처럼 찢어발길 수 있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카가가가가각-!
서우진의 육체를 뒤덮고 있는 외피는 그딴 강철과 비교도 될 수 없는 강도를 지니고 있었다.
“괜히 힘 빼지 마라. 너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으니.”
서우진의 외피는 아무런 흠집도 나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외피의 방어력은 무려 ‘루덴 가르도’와 동급이었으니까.
아르데토스의 공격이 아무리 위협적이라 해도, 마왕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마신의 갑주인 ‘루덴 가르도’를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크윽!”
회심의 일격이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자, 아르데토스가 이를 갈았다.
“말했지? 넌 오늘 죽는다고.”
발이 조금 더 깊숙하게 박힌다.
“쿨럭-!”
부러진 갈비뼈가 폐와 내장을 건드린 것일까?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그런 식으로 죽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아르데토스는 강력한 힘을 지닌 사도들 중 하나다.
당연히 서우진의 압도적인 힘을 막기 위해 처절한 저항을 하다 장렬히 전사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비굴하고 굴욕적인 모습이 아니라.
“뭐, 상관없겠지.”
기분이 좀 더럽긴 했지만, 어차피 아르데토스가 죽는 것은 처음부터 결정된 일이었다.
‘카 라니엘’에 베여 죽든, 스킬에 맞아 죽든, 지금처럼 밟혀 죽든.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
그저 조금 더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간다는 것만이 달라졌다.
“자, 잠깐! 궁금한 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겠다!”
죽음 앞에서 겁을 먹은 것일까?
아르데토스가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알아야 할 건 이미 다 들었으니 필요 없다. 내가 지금 듣고 싶은 건 그딴 게 아니라, 네 비명소리야.”
서우진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음성으로 속삭이곤 그대로 발에 힘을 줬다.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져 나갔다.
아르데토스의 비명소리가 산을 울렸다.
하지만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지닌 육체는, 상식을 넘어서는 내구력을 지니고 있었다.
평범한 이라면 수백 번을 죽었을 상태였음에도, 아르데토스는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하나 남은 팔로 서우진의 다리를 붙잡았다.
어떻게든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마기를 끌어올려 다리를 밀어냈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를 짓누르고 있는 서우진의 다리는 마치 땅에 깊숙한 뿌리를 내린 거목처럼, 한 치의 움직임도 없었다.
아르데토스의 눈동자에 절망이 서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우득- 우드득-!
아르데토스의 비명과 함께 뼈가 조각나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쯤 정신이 나가 버린 아르데토스의 모습에, 더 이상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 이제 죽어라.”
서우진은 몸을 파들파들 떨고 있는 아르데토스의 머리를 밟았다.
퍼석-!
너무도 쉽게 터져 나갔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이자, 수십 년간 공포의 존재로 불려온 사도.
그런 이의 최후치고는 너무도 허무한 모습이었다.
서우진은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의 글자들을 무시하곤, 죽어버린 아르데토스를 내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황제가 이놈을 죽여달라고 부탁을 했었지?”
황제의 아들을 죽인 원수라 했었던가?
막대한 보상을 약속한 의뢰이기도 했다.
‘지금 와서야 큰 도움이 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챙길 건 챙기는 게 좋겠지.’
다른 동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서우진은 발을 눈에 비벼 피를 닦아내고는 고개를 돌렸다.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놈들이 보였다.
너무도 미약해 직접 손을 쓰는 것도 귀찮을 정도의 벌레들.
심지어는 저항할 의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둘까?’
무기를 뽑아 들고 덤벼든다면 모를까, 굳이 저런 것들에게까지 손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어차피 적이 될 것들이니 지금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살려둬야 온갖 해악만 끼칠 놈들이다.
마왕의 추종자란 그런 놈들이니까.
“물러나라!”
서우진이 자신들의 생사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일까?
추종자들 중 한 명이 주위에 소리쳤다.
“흐음?”
최상급 기사 쯤 되는 경지로 보이는 놈이었다.
살아 있는 열 명 중에선 가장 강한 힘이 있는 걸 보니, 가장 높은 직위인 것 같았다.
추종자들이 그 명령에 따라 뒤로 물러섰다.
“대열을 갖춰!”
그러곤 그의 곁으로 모여들며, 서우진을 향해 무기를 겨누기 시작했다.
픽-!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놈들에게서 아무런 전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싸우려 한다기보단, 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죽이자.’
그렇다 해도 자신을 향해 무기를 겨눈 것은 사실.
차라리 저렇게 나오니 손을 쓰는 것에 고민이 사라졌다.
딱히 놈들을 향해 말을 하진 않았다.
그럴 가치도 없는 존재들이었으니까.
그저 손에 깃든 혼돈기를 뿌리기만 하면 모두 죽…….
“응?”
서우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이 향한 곳은 산 아래쪽.
거대한 마기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을 느낀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오는군.”
이제 저런 조무래기들에게 줄 관심은 없었다.
SSS급 ‘검신’, 영락한 용사, 그리고 마왕.
그 모든 수식어를 지닌 존재, 백시우가 오고 있었으니까.
서우진은 손을 거두며 팔짱을 꼈다.
‘강하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도들은 물론이고, 그 마공조차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 마왕이라 이거지?”
서우진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한번 보자, 이 새끼야.”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서우진의 정면에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깨져 나간 돌조각과 얼음이 짓쳐들었지만, 서우진은 굳이 피하지 않고 맨몸으로 그것들을 받아냈다.
허공으로 떠오른 눈발이 주변을 감쌌지만, 서우진의 시야를 방해하진 못했다.
기다란 흰색 머리카락이 어깨를 뒤덮고, 그와 상반되는 흑색의 마기가 주위에 넘실거린다.
“백시우.”
서우진이 이름을 부르자, 놈의 입꼬리가 양옆으로 길게 올라갔다.
“서우진.”
이전의 헌앙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것은 기괴하고, 잔혹하며, 광기와 살기로 뒤범벅되어 있는 존재였다.
“반갑군.”
백시우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듯, 태연하게 말했다.
“반갑다?”
서우진이 웃었다.
“그래, 오랜만이네.”
열등감에 찌들어 있던 병신이 저토록 자신만만해 하는 모습이 너무도 우스웠다.
“그동안 꽤 고생을 좀 했나 봐? 머리가 새하얗게 센 걸 보니.”
“고생이라…….”
서우진의 말에 백시우가 선선히 인정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 네놈을 따라잡기 위해. 아니, 넘어서기 위해 한 짓을 생각해 보면.”
결코 순탄한 여정은 아니었다.
“그렇군.”
서우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카 라니엘’을 뽑았다.
스르릉-
“수고했다. 그럼 이제 죽어.”
타란 산맥 전체를 뒤덮는 막대한 살기가 백시우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