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0)
330화.
“대체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아샨타가 불안한 눈빛으로 디아로크를 향해 물었다.
갑자기 산이 무너져 내리고, 상상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힘이 충돌이 느껴졌다.
어찌나 강렬한지,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그녀조차도 충격을 받고 내부가 진탕될 정도였다.
“전투가 벌어졌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디아로크가 대답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건 마치 전설에나 나오는 신들의 전쟁 같잖아요.”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끼리의 싸움이라 한들, 저게 말이 되나?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갈라진다는 전투 묘사는 그저 옛 이야기에서나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무너지잖아?’
타란 산맥이 붕괴하고 있었다.
수천 년, 혹은 수만 년을 견뎌왔을 장엄한 자연이, 고작 싸움 한 번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으음.”
디아로크는 이번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역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이 강한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도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그들의 싸움이 이러한 광경을 연출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디아로크는 절대 불가능하다 확신할 수 있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의 전투가 다 저렇다면, 대륙은 이미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럼 대체 저건 뭐지?’
디아로크의 상식마저도 초월하는 힘.
그러한 힘을 낼 수 있는 존재는 아마…….
‘역시 마왕인가?’
애초에 이곳으로 향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강림한 마왕을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디아로크는 서우진의 힘이라면 마왕과 직접 전투를 벌이더라도 어느 정도 버틸 순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힘의 크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듯했다.
‘저게 정말 마왕의 힘이라면, 서우진이라도 못 버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디아로크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올라가 봐야 할 것 같다.”
“네? 갑자기요?”
뜬금없는 말에 아샨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분위기가 심상찮으니, 직접 가서 확인해 볼 생각이다. 만약 서우진이 밀리고 있다면, 누군가는 가서 구해와야 하지 않겠나?”
아샨타나 그녀의 부하들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힘으로는 산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하고, 전신이 짜부라져 죽고 말 것이다.
‘그러니 내가 가야 돼.’
솔직히 그도 자신은 없었다.
저 경이로운 수준의 힘을 견뎌낼 수 있을지.
하지만 가야 한다.
‘그놈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를 단 한 명만 꼽으라면, 서우진 외엔 생각도 나지 않았으니까.
훗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해내야만 했다.
“같이…….”
“불가하다.”
아샨타가 슬쩍 말을 꺼내봤지만, 디아로크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아, 알았어요.”
그녀도 진심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었는지, 쉽게 물러섰다.
“다녀오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무슨 일이 벌어져, 서우진이 정말로 죽기 전에 도착해야만 했다.
디아로크는 아샨타의 배웅을 받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후우우우웅-
발 아래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그의 몸을 띄웠다.
“어? 다른 마법도 쓸 줄 아시네요?”
밑에서 아샨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디아로크가 얼굴을 찌푸렸다.
“당연한 것 아닌가?”
디아로크의 별명이 불에 미친 마법사인 것은 성격 탓이었다.
불꽃의 빛깔을 좋아하는 변태적인 취향 덕분에 화염 마법이 특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속성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인 만큼, 웬만한 마도사 급 마법사들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이 있었다.
“그럼 간다.”
디아로크는 아샨타를 한번 노려보고는 그대로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아악-!
엄청난 속도 탓에 귓가로 파공음이 들려왔다.
평범한 사람들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할 정도로 빨랐지만, 이 산은 높아도 너무 높았다.
‘젠장.’
디아로크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서우진은 순식간에 구름을 뚫고 정상에 올랐다.
그에 비하면 자신의 속도는 굼벵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격차가 느껴졌기에, 짜증이 났다.
‘굳이 구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여기서 죽게 두는 게 정신건강에 더 이로운 것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둘 순 없었다.
“망할 놈.”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지며, 이제는 정말로 빛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까마득하던 구름지대를 단숨에 돌파한 디아로크는 그대로 산의 정상을 향해 날아…….
“어?”
눈이 커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봤을 때나 지어질 법한 표정이었다.
“…정상이 없어?”
산이 무너져 내린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거대한 충돌과 함께 엄청난 잔해들이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봤으니까.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무너지긴 무너졌는데, 마치 검으로 베어낸 것처럼 반듯했다.
“마, 말도 안 된다.”
산을 검으로 잘라 평평하게 만든다니?
그런 건 이야기 속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다.
지금 그의 눈으로 직접 보고 있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크윽!”
어찌나 큰 폭발인지, 공중에 떠 있던 디아로크가 수십 미터나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저건?”
폭발의 진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린 디아로크가 경악했다.
“검은 존재!”
말로만 들었던 ‘검은 존재’가 누군가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 * *
검이 날아들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카 라니엘’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보검인 건 확실해 보였다.
서우진은 고개를 숙이며 검의 궤적에서 벗어났다.
스악-!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머리카락 일부가 잘려 나가며 하늘하늘 떨어져 내렸다.
“흡!”
땅을 박차고 숙인 자세 그대로, ‘카 라니엘’을 횡으로 베었다.
목표는 백시우의 무릎.
전광석화와도 같은 검격이었다.
하지만…….
쩌엉-!
백시우는 어느새 회수한 검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빠르군.’
힘만 센 애송이가 아니었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이 헛소리는 아니었는지, 꽤나 자연스러운 대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내 상대는 아니야.’
‘카 라니엘’이 마치 뱀처럼 백시우의 검을 타고 위로 솟구쳤다.
카가가가각-!
검과 검이 마찰하며 소름 끼치는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 라니엘’은 그대로 백시우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핏-!
‘얕다.’
아쉽게도 베인 것은 고작 피부뿐이었다.
그마저도 상처가 얕아 순식간에 회복되고 말았다.
“너는…….”
백시우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하다.”
피륙에 불과할지라도, 자신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것일까?
살기가 들끓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적어도 너보단 강할 걸? 지금까지 계속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서우진이 백시우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제는 다르다.”
씹어 먹듯 말을 내뱉었다.
“조금 강해지긴 한 것 같은데, 지금까진 별로 차이를 못 느끼겠거든?”
거짓말이다.
백시우의 검은 날카로웠고, 실제로 서우진 역시 몇 번이나 간담이 서늘한 경험을 했다.
만약 조금만 움직임이 느렸다면, 분명 몇 번이고 베였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백시우를 조롱했다.
놈이 동요하면 동요할수록, 전투가 쉽게 풀린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우진의 생각은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마기가 흘러나오며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분노한 백시우는 오히려 감정을 지우며, 시리도록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 안 좋은데.’
서우진은 빠르게 냉정함을 되찾는 백시우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차라리 조금 전이 더 상대하기 쉬울 것 같았다.
“언제까지 네가 내 앞에 서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서늘한 음성이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실력을 보…….”
“구룡천뢰.”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아홉 줄기의 벼락이 용으로 화하며 서우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문자 그대로 빛과 동일한 속도.
서우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뇌전은 순식간에 서우진을 비롯한 주변을 모조리 파괴하기 시작했다.
‘크으윽!’
서우진이 이를 악다물었다.
‘마왕화’를 한 이후, 처음으로 겪어보는 고통이었다.
그 어떤 사도도 서우진에게 고통을 안겨주지 못했다.
바늘에 찔린 수준의 통증도 말이다.
그런데 백시우의 스킬, ‘구룡천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날개의 피막이 불타오르고, 외피가 깨져 나갔다.
그야말로 신의 일격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닐 정도의 힘이었다.
서우진은 당장에라도 놓아버릴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마라천공.”
새로운 스킬이 발동되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마라천공’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혼돈 세계’와 비슷했다.
하지만 둘은 분명 다른 성격의 스킬이었다.
‘마라천공’은 육욕천의 지배자가 지닌 힘을 빌려 쓰는 일종의 소환술이었기 때문이다.
효과는 단 하나, 차원단절이었다.
“크으으으윽!”
‘마라천공’이 발동되자, 백시우의 ‘구룡천뢰’가 더는 서우진에게 닿지 못했다.
덕분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상태를 점검할 틈이 생겼다.
‘엉망이군.’
그 잠깐 사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날개는 제 형상을 잃었고, 외피의 70% 이상이 타들어가 소실되었다.
심지어 두 개의 뿔 중 하나가 완전히 타서 재가 될 정도.
게다가 ‘마왕’의 육체였음에도, 쉽게 회복이 되고 있질 않았다.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입은 피해치곤, 지나칠 정도로 심각했다.
“하하-”
자신의 꼴을 본 서우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방심한 건 아닌데.”
백시우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놈을 무시하긴 했나 보네.”
만약 같잖은 도발 따위는 집어치우고, 순수하게 전력으로 부딪혔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싸움을 조금 쉽게 풀어보겠답시고 헛짓했다가, 괜히 더 어려워지기만 했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됐다.’
놈이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 직접 몸으로 경험했으니, 다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해제.”
‘마라천공’을 해제했다.
동시에 아직 효력이 남아 있던 뇌룡이 다시 짓쳐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서우진의 입이 열리는 게 더 빨랐다.
“묵시록의 짐승.”
어둠이 드리웠다.
멸망의 끝에서 태어난 짐승 한 마리가 서우진의 명령에 따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경외하라.]존귀한 찬양.
‘묵시록의 짐승’ 베르쉬트가 세상에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드리웠다.
‘구룡천뢰’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거체 앞에서 힘없이 스러졌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라. 멸세(滅世)의 왕께서 현현하였으니, 마땅히 경배함이 옳으니라.]베르쉬트의 음성이 서우진을 내리 눌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