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백시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저건?”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짐승이다.
자신의 ‘구천섬뢰’ 스킬을 아주 간단히 파괴하고, 심각한 내상을 입혔던 괴물.
그때의 일이 환상은 아니었다는 듯, 거대한 마기가 그의 전신을 압박했다.
사실 베르쉬트의 거대한 크기만 봐도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가 하늘을 모조리 뒤덮을 정도였으니, 동요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그것은 백시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베르쉬트가 마왕의 강림을 알리는 ‘묵시록의 짐승’이라 하지만, 그는 진정한 마왕이 아니었으니까.
당연히 상상을 초월하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도…….”
백시우의 일그러진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견딜 만해.”
이전과는 다르다.
존재감에 짓눌려 피를 토하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때와는.
지금도 무지막지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괜찮았다.
피를 토하지도, 내부가 진탕되지도, 두려움에 빠지지도 않았으니까.
“후우-”
백시우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굳어졌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히죽-
기괴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번엔 통하지 않았구나.”
그러곤 선언하듯 말했다.
“나는 너를 극복했다, 서우진.”
“…뭐래, 병신이.”
백시우의 말을 들은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혹시 ‘묵시록의 짐승’이 내뿜은 기운을 견뎌냈다고 저렇게 기고만장해진 건가?
“어이가 없네.”
베르쉬트는 고작 하늘을 뒤덮고 기운만 뿌려대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
그 정도 효과만 있었다면, 굳이 이런 상황에 ‘묵시록의 짐승’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백시우의 ‘구룡천뢰’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그래, 지금 실컷 웃어둬라.”
서우진은 백시우를 향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죽여.”
‘마왕’의 명령.
그것을 들은 베르쉬트가 산처럼 거대한 머리를 내려 백시우를 쳐다봤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벌어진 짐승의 입 안으로 천지간의 모든 기운이 집약되기 시작했다.
너무도 막대한 양에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다 못해 균열이 생길 정도였다.
그제야 눈치를 챈 것일까?
오만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비웃던 백시우가 고개를 들었다.
“음?”
놈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감히 짐승 따위가!”
심상찮은 힘을 느낀 것인지, 백시우가 검을 들어 베르쉬트를 겨누었다.
하지만 무슨 행동을 하기엔, 좀 늦고 말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빛으로 화한 거대한 광자(光子)가 마치 레이저처럼 아래로 내리꽂혔다.
“크윽!”
백시우가 베르쉬트를 공격하기 위해 들었던 검을 돌려 전면을 가로막았다.
“수호검!”
스킬을 사용하자, 놈의 검이 수천, 수만 개로 갈라지며 커다란 막을 형성했다.
그것만으론 불안했을까?
백시우는 곧바로 다음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다.
“뇌령!”
파지지지지직-!
백시우의 육체가 뇌전, 그 자체로 화했다.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주변으로 뻗어 나오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베르쉬트의 숨결을 막아섰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추종자들이 후폭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날아갔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뇌신(雷神) 같네.’
서우진은 백시우가 ‘검신’이 아니라 뇌신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신이 번개맨처럼 변해 번쩍거리고 있었으니 오히려 그쪽이 더 잘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하긴, ‘검신’이나 뇌신이나 병신이나. 다 같은 신이긴 하지.”
뇌전으로 화한 백시우는 베르쉬트의 공격을 훌륭히 막아내고 있었다.
웬만한 산 하나쯤은 흔적도 없이 지워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건만, 놈의 방어는 단단했다.
조금 힘겨워 보이기는 해도, 그 어떤 타격도 입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그런 백시우를 향해 조롱 섞인 표정을 지었다.
“멍청한 놈.”
베르쉬트의 공격을 아무리 잘 막으면 뭐하나?
“그사이에 나는 구경만 하고 있겠냐?”
서우진의 말을 들은 것일까?
백시우가 이쪽을 쳐다봤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지.”
레벨보단 실전 경험.
반 슬레인을 비롯한 시온의 훈련 방법은 옳았다.
만약 백시우가 조금이라도 실전 경험이 풍부했더라면, 저토록 얼빠진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우진은 ‘신속’을 사용하며 놈을 향해 쇄도했다.
후와아아아아아아악-!
부상이 심하긴 했지만, 멀뚱히 서 있는 놈에게 접근하는 것이 어려울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백시우의 앞에 도착한 서우진은, 놀라 눈을 부릅뜬 놈을 향해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회색 오러가 불타오르며 놈의 목을 노렸다.
‘신속’의 속도가 붙은 마왕을 참한 검이다.
백시우가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저런 무방비 상태로 온전히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윽!”
백시우의 눈동자에 갈등이 깃들었다.
베르쉬트의 공격을 막아야 할지, 아니면 서우진의 ‘카 라니엘’을 막아야 할지.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코 성하진 못할 게 분명했다.
“젠자앙!”
결국 놈은 ‘수호검’ 스킬을 돌려 서우진을 향했다.
베르쉬트의 공격이 아무리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서우진에 비할 바는 못 되었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카 라니엘’과 백시우의 검이 충돌했다.
쩌정-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셀 수도 없는 검격이 교차했다.
‘역시 강하군.’
서우진은 백시우의 검을 뚫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SS급의 ‘검신’인만큼, 검을 다루는 실력은 자신을 확실히 능가했다.
하지만 그뿐.
완전히 비어버린 정수리 쪽을 향해 베르쉬트가 내뿜은 광자 기둥이 내리꽂혔다.
번쩌어억-!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의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물론 기능을 잃은 것은 시야뿐, 청력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크아아아아악!”
백시우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으니까.
참으려고 애를 쓰는 듯했지만, 그런 의지를 넘어설 정도의 통증이 몰려올 것이다.
“차라리 피했어야지.”
둘 중 하나를 막는다는 멍청한 선택을 하느니, 자리를 피했어야만 했다.
그랬다면 조금의 타격은 받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경험이란 게 그래서 중요해.”
중요한 순간에 눈앞의 일을 막아내느라 급급해 생각의 폭이 좁아졌다.
만약 백시우가 실전 경험이 많았더라면 이렇게 조급해할 게 아니라,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고민했을 텐데.
‘나한텐 잘된 거지.’
이런 놈이 적이라서.
서우진은 눈을 감은 채 ‘신룡안’을 이용하여 백시우의 상태를 파악했다.
놈은 서우진 이상의 부상을 입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껏 입은 상처 중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다.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일 터.
서우진은 그 빈틈을 노리지 않았다.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음성과 함께 ‘카 라니엘’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서걱-!
백시우의 팔이 날아올랐다.
잘린 단면에서 검은색의 끈적끈적한 피가 비산하며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쯧.”
서우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었음에도, 그리 만족한 기색이 아니었다.
‘머리를 노렸는데.’
팔을 자를 생각은 아니었다.
그럴 힘이면 머리를 쪼개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었으니까.
서우진 역시 백시우의 정수리를 베어버릴 요량으로 공격을 했다.
그런데 백시우는 저 와중에도 몸을 비틀었다.
‘괜히 마왕이 되었다고 자만한 게 아니었군.’
백시우는 강하다.
용사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베르쉬트의 공격을 견디고, 서우진의 검을 피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전에 나에게 이런 부상을 입힌 것도 그렇고…….’
백시우의 팔을 날려 버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방심하지 않았다.
놈에게 당하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하니까.
“서우지이이이이이이인!”
뒤로 훌쩍 몸을 날리자, 그제야 백시우에게서 비명과도 같은 분노가 터져 나왔다.
“죽여 버리겠다, 죽여 버리겠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지독한 살기가 마기와 뒤섞여 주변을 휩쓸었다.
‘미쳤구만.’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기에 조금은 정신을 차린 줄 알았다.
마기에 완전히 잠식되어 마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100레벨이 넘으며 이성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언뜻언뜻 느껴지는 광기는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짙어졌다.
이쯤 되면 광인(狂人)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했다.
“네놈……!”
빛이 사라지자, 백시우의 모습이 드러났다.
엉망이었다.
오히려 ‘카 라니엘’에 의해 잘린 팔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새하얗던 머리카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피부는 불에 타 모조리 벗겨져 있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 역시 숨결의 열기를 견뎌내지 못했는지, 빛을 잃은 상태.
저 상태면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대단하군. 확실히 육체는 마왕이라고 해도 될 수준이야.”
서우진은 그런 백시우를 보며 말했다.
비웃는 건 아니었다.
그저 저런 상태에서도 멀쩡히 서 있다는 것에 살짝 놀랐을 뿐이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이라 해도, 저리 두 발로 서 있을 수 없을 부상이었으니까.
그것만 봐도 백시우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백시우의 귀에는 그것이 조롱으로 들린 듯했다.
“가죽을 벗겨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씹어 삼켜주마.”
수습하지 못한 마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프스스스스-!
검은색의 마기에 닿은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암석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정도.
그것을 본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조심해야겠군.’
상처 입은 맹수가 가장 위험한 법이다.
지금까지의 백시우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지만, 지금부턴 정말로 얕봐선 안 된다.
서우진은 경계심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백시우의 검이 움직였다.
“천뢰신검.”
쿠르르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녀석의 검이 뇌전으로 화해 천공을 꿰뚫었다.
—!!
별다른 소리는 없었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절대 들리지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소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이 초래한 결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오오오오오오오오!]베르쉬트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화려하지도, 시끄럽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스킬이 베르쉬트의 머리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린 것이다.
[감히이이이!]분노한 베르쉬트가 몸부림을 쳤다.
하늘이 무너지고 대기가 쓸려 나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베르쉬트는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묵시록의 짐승’이라 한들, 마왕의 검에 머리가 뚫리고도 살아 있을 순 없었으니까.
백시우를 향해 무언가를 하려던 베르쉬트는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역소환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네 차례다, 서우진.”
백시우의 살기가 밀려들어 왔다.
“…한번 해보던가.”
‘카 라니엘’을 들어올린 서우진이 말하자, 놈이 짓쳐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마왕’과 마왕이 격돌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