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백시우의 검이 미간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가공할 속도.
하지만 이미 그것을 예상하고 있던 서우진이 고개를 비틀었다.
핏-!
뺨을 스쳐 지나가며 붉은 핏방울이 튀었다.
‘무릎!’
동시에 빈틈이 보였다.
‘카 라니엘’을 들어 시선을 빼앗은 후 발로 놈의 무릎을 찍어 찼다.
콰드득-!
“끄윽!”
백시우의 다리가 뒤틀렸다.
워낙 강인한 육체였기에 아쉽게도 뼈가 부러지진 않았다.
그래도 상당한 통증은 느꼈을 터.
서우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미끼로 사용했던 ‘카 라니엘’을 내리그었다.
쩌엉-!
‘…젠장.’
설마하니 막힐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백시우가 보여주었던 멍청한 행동을 생각하면, 다리의 통증 덕분에 위쪽은 신경도 쓰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한번 당하고 나니까 정신을 좀 차린 모양이야.”
놈은 얼굴을 찌푸린 와중에도 검을 들어 정확히 ‘카 라니엘’을 막아냈다.
“닥쳐라.”
파지지지직-!
그사이에 스킬을 사용한 것인지 검에서 뇌전이 번뜩인다.
“지고화.”
그에 대항해 서우진은 ‘카 라니엘’의 검날을 초고열의 불꽃으로 뒤덮었다.
뇌전과 화염의 싸움이 시작됐다.
천지간 가장 강한 두 가지의 기운이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요동을 쳤다.
‘크윽!’
엄청난 반발력이 느껴졌다.
‘마왕화’를 한 서우진조차도 이를 악다물고 버텨야할 정도였다.
파지지지지지직-!
화르르르르르륵-!
놀랍게도 뇌전과 화염은 한 치의 움직임도 없었다.
완벽한 동등.
백시우의 힘이 서우진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100레벨도 되지 않았던 놈이, 이 짧은 시간 안에 ‘마왕화’를 한 자신을 따라잡았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이대론 안 된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언젠간 ‘지고화’가 놈의 뇌전을 집어삼킬 것이다.
백시우가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 서우진에겐 혼돈기가 있었으니까.
마기와 마력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혼돈기는 극강의 효율을 보여준다.
같은 양이라 하더라도 위력이 다르다.
그러니 결국은 서우진이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 대치를 이어갈 수도 없는 일.
서우진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확실하게 승기를 가져오기로 했다.
‘십이염라’.
‘염라’와 ‘십이천검’의 특징을 섞은 새로운 스킬.
고오오오오오오오-
허공에 균열이 생기며 점차 그 크기를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눈치챈 백시우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그러곤 눈살을 찌푸리며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승천뢰.”
번쩌억-!
놈의 손에서 발현된 뇌전이 이름처럼 ‘십이염라’를 향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늦었어.’
뇌전은 빨랐다.
하지만 서우진의 스킬이 완성되는 쪽이 조금 더 빨랐다.
그어어어어어-!
균열은 어느새 커다란 구멍이 되었고, 그 안에서 열두 마리의 사신(死神)이 몸을 비집고 빠져나왔다.
붉은 피부에 사나운 이빨이 기다랗게 자라난 거대한 존재.
놈들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5미터에 달하는 길이의 칼을 그대로 ‘승천뢰’를 향해 휘둘렀다.
파지지지지지직-!
뇌전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마치 그물처럼 사신들을 휘감기 시작했다.
창졸지간에 사용한 스킬이긴 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웬만한 초극의 강자들조차 쉽게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스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신은 ‘승천뢰’를 버텨냈다.
아니, 버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거대한 칼을 미친 듯이 휘두르며, 뇌전의 그물을 찢어발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열두 마리에 달하던 사신들 중 절반 이상이 뇌전을 견디지 못하고 재가 되어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소멸하는 사이, 사신들은 결국 구멍을 뚫어냈다.
캬아아아아아-!
이빨을 드러내며 포악한 흉성을 터트린 여섯 마리의 사신이 구멍을 통해 빠져나와 백시우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 할 거냐?’
서우진이 눈을 빛냈다.
막든, 피하든 상관없다.
반드시 틈은 생길 것이고, 자신은 그것을 결코 놓칠 생각이 없었다.
백시우의 눈동자에 갈등이 깃들었다.
조금 전 서우진에게 팔이 잘려 나갔던 상황과 비슷했으니까.
그때의 기억이 오버랩되며, 자칫 잘못하다간 똑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사신의 칼이 지척에 다다랐으니까.
백시우는 이를 악물며 마기를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서우진이 충격을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해 뒷걸음질 칠 정도의 위력이었다.
“크윽!”
신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래도 서우진은 백시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하며, ‘카 라니엘’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여섯 마리 중 남아 있는 사신은 고작 하나밖에 없었다.
마기의 폭발에 휩쓸려 소멸하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신은 그 거대한 칼을 백시우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여기까진 서우진의 예상 범위였다.
그런데…….
“미친놈.”
백시우가 달려든다.
배에는 커다란 칼을 박아 넣은 채 살기와 함께 검은 피를 뿌려대면서 말이다.
그 광기 어린 모습에 서우진조차 기가 질릴 정도였다.
“죽어라!”
뇌전을 머금은 검이 심장을 노리고 쇄도했다.
‘…이건 생각 못했는데 말이지.’
서우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이다.
설마하니 동귀어진에 가까운 수를 쓸 줄이야.
허를 찔린 백시우의 결정에, 서우진이 황급히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쩌어어엉-!
충격파가 몸속을 뒤흔들었다.
제대로 된 힘을 싣지 못한 탓에 마력회로가 뒤틀리고, 혼돈기가 들끓어 올랐다.
울컥-
목구멍을 통해 터져 나오는 피를 참지 못하고 결국 토해냈다.
‘장기가 상한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토혈을 할 리가 없었다.
‘젠장, 너무 쉽게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백시우는 뛰어난 인재였다.
실전 경험이 적다고는 하지만, 근간이 되는 재능 자체는 서우진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머리도 똑똑하고, 운동 신경도 뛰어나고, 얼굴도 잘생기고.
‘개X끼.’
서우진은 속으로 백시우에게 욕을 퍼붓곤 뒤로 물러섰다.
당장은 놈의 힘을 정면에서 받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서우진의 내부가 너무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백시우는 처음으로 잡은 승기를 그대로 놓치고 싶은 생각이 없는 듯했다.
사신의 칼로 인해 허리가 거의 반쯤 잘려 나간 상태에서도 달려들고 있었다.
‘하아-’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한숨을 내뱉었다.
이쯤 되면 정말로 같이 죽자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그렇게 해서라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너에게 잘못했냐?”
아니다.
서우진은 그저 열심히 수련하고, 레벨을 올리며 강해진 것밖에 없었다.
잘못은 웃기지도 않은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영락시킨 백시우에게 있었다.
“병신새끼.”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저 열등감에 찌든 백시우의 처절한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진짜 마왕의 강림에 대비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 저딴 병신과 다투고 있다는 사실조차 짜증이 났다.
심지어 그 병신에게 심각한 부상까지 입었으니,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백시우에게 이를 갈며 말했다.
“그래, 새끼야. 어디 한번 해보자, 누가 뒤지는지.”
뒷걸음질 치던 발을 멈춰 세웠다.
그러곤 방향을 바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디아로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왕이라 생각되는 허연 놈과 ‘검은 존재’의 전투는 그가 상관하기엔 너무도 격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검이 한 번 움직이면 산이 잘려 나가고, 스킬 한 번에 산맥의 지형이 변하고 있었다.
나름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디아로크였지만, 저런 전투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광경이었다.
“…서우진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넋을 잃고 전투를 지켜보던 디아로크가 문득 서우진을 찾았다.
마력을 퍼트려 주변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서우진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죽은 걸까?
“그놈이 그리 죽을 놈이 아닌…….”
쿠오오오오오오오-!
말하던 디아로크가 입을 다물었다.
만약 저 싸움에 휘말렸다면, 제아무리 서우진이라 해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저 괴물들의 힘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마치 신들의 전쟁이라 해도 믿길 만큼.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디아로크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허연 놈이 마왕인 건 확실하다.
그리고 ‘검은 존재’는 아직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가 해온 행동들을 보면, 적어도 마왕의 적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사도들을 몇 명이나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으니까.
물론 그 사실만으로 같은 편이라 확신할 순 없었다.
그래도 잠시 손을 잡을 순 있을 터.
“일단은 마왕부터 막아내야 한다.”
확실한 적.
마왕은 지금 이 자리에서 반드시 처리를 해야만 했다.
‘실력은 백중세. 아니, ‘검은 존재’가 조금 유리한가?’
두 존재의 전투는 그야말로 처절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한 공격들을 퍼부었다.
덕분에 성한 곳이라곤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수백 번은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처들이 가득했다.
‘지금이라면…….’
아주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검은 존재’는 확실하게 마왕의 목을 베어낼 수 있다.
디아로크는 자신의 한계까지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법사가 된 이후, 이 정도의 힘을 한 번에 사용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
초극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가 작정하고 마력을 응집시키자, 주변의 대기가 비명을 질러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웬만한 도시 한두 개쯤은 간단히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저들의 전투에 영향을 주려면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디아로크는 육체가 버텨낼 수 없을 정도까지 마력을 모았다.
‘돼, 됐다!’
더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랬다간 마력회로든 육체든, 모조리 붕괴되고 말 것이다.
디아로크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판단하곤, 심호흡을 했다.
“후우우-”
숨결에 담긴 마력조차도 가공할 힘을 품었다.
‘침착하게, 서두르지 말고…….’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더욱 차갑게.
냉철한 이성은 마법사의 덕목이다.
흥분, 긴장, 불안, 두려움.
그 모든 감정을 심연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고, 오직 차가운 이성만을 남겼다.
그리고 디아로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아침에 일어나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듯.
더없이 평범하고 여상한 모습으로.
“크림슨 폴.”
거대한 마력이 움직이며, 마법이 발현된다.
디아로크조차도 생애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것이었다.
대소멸 마법, 크림슨 폴.
진홍빛 재앙이 신화적 존재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