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뭐지?’
1초에도 수백 번씩 날아오는 백시우의 참격을 막아내던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느껴진 것이다.
‘디아로크인가?’
녀석이 근처에 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모르기엔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의 힘이 너무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신경쓸 틈이 없었다.
백시우와의 격전에 쏟을 집중력도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디아로크의 존재를 느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그냥 두고 보기만 했다.
그런데 이런 마력이라니?
‘대체 뭘 하려는 거냐.’
서우진조차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서우진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하늘이 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만한 현상을 만들어낼 정도의 마법이라면 그 위력이 약할 리가 없었다.
‘젠장.’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전신에 무시할 수 없는 부상을 입은 데다, 같이 죽자는 식으로 덤벼대는 백시우까지 상대하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 디아로크의 마법까지 막아낼 여력은 없었다.
“초조한가 보군.”
백시우가 말했다.
당연하게도 놈 역시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눈치챘다.
하지만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차피 어떻게 해서든 서우진을 죽일 생각이었으니, 오히려 잘됐다는 표정이었다.
“저게 우리를 향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조롱이 가득한 백시우의 목소리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엔 네가 당할 차례다.”
백시우가 당했던 상황을 이번엔 서우진이 감당해야 했다.
마법을 막거나, 백시우를 막거나, 아니면 모두 회피하거나.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보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백시우는 서우진이 어떤 선택을 할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이를 드러냈다.
“하…….”
쩌엉-!
한숨을 내쉰 서우진이 ‘카 라니엘’로 놈의 검을 튕겨내곤 입을 열었다.
“내가 너랑 같겠냐?”
쌓아온 경험의 차원이 다르다.
진퇴양난?
지금 상황은 서우진에게 곤란함을 줄 순 있어도, 위기를 느끼게 하진 못했다.
“뭐?”
백시우가 얼굴을 굳히며 묻자,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병신.”
‘혼돈 세계’.
스킬이 발동했다.
주변 수 킬로미터가 혼돈에 휩싸이며, 서우진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흥, 고작 이딴 걸 믿은 건가?”
‘혼돈 세계’에 들어선 백시우가 비웃음을 지었다.
모든 개념이 뒤틀려 버린 혼돈, 그 자체로 화한 공간이었음에도, 백시우에겐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했다.
놈은 ‘혼돈 세계’의 영향력을 가볍게 뛰어넘는 격을 지닌 존재였으니까.
“이런 걸로는 나의 검을 막을 수 없…….”
“시끄러워.”
서우진이 백시우의 말을 끊었다.
‘혼돈 세계’가 놈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리란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심지어 디아로크의 마법조차도 완벽하게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도 사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넌 알아보겠지?’
디아로크는 서우진의 ‘혼돈 세계’를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상식을 벗어난 거대한 스킬 앞에, 녀석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그런 경험이 있으니, ‘검은 존재’가 서우진이라는 사실쯤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터.
서우진은 디아로크가 그것을 눈치채고,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에 ‘혼돈 세계’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디아로크는 그 뜻을 알아차린 듯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진홍빛으로 화한 하늘이 문자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쨍- 하며 깨진 유리처럼.
완전히 산산이 조각난 하늘이 조각조각 나뉘어져 비가 내리듯 쏟아져 내렸다.
대기를 찢고, 공간을 가르며, 진홍빛 재앙이 하강했다.
‘엄청나군.’
그것을 본 서우진이 감탄했다.
사실 디아로크를 조금 얕보고 있었다.
그의 마법이 강력하긴 했지만,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 정도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겪어온 걸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진홍빛 재앙은 서우진이 만들어낸 ‘혼돈 세계’를 힘으로 찢어발기며 진입했다.
“견딜 수 있겠냐?”
서우진이 물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대답하던 백시우가 입을 다물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초조해해야 할 서우진의 표정이 너무도 태연했다.
백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그러곤 이를 악다물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향해야 할 마법이, 오직 백시우에게만 쏟아져 내리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왜?”
진홍빛 재앙이 대체 왜 자신만을 노리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서우진이 ‘검은 존재’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당연히 저 마법사 역시 눈앞의 존재가 서우진이라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 확신했다.
실제로 처음 마법이 발동되었을 시점엔, 서우진 역시 공격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목표가 바뀌었다.
‘혼돈 세계’와 디아로크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백시우로선 당연한 의문이었다.
서우진은 혼란스러워하는 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끝이다, 이 병신아.”
“이 개X끼가아아!”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크림슨 폴이 파괴를 시작했다.
* * *
“허억- 헉-!”
디아로크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끌어모은 탓에 컨트롤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왕과 ‘검은 존재’ 모두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섬세한 통제를 하려다가 기껏 사용한 대소멸마법이 해제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마왕보단 ‘검은 존재’가 조금 더 아군에 가깝긴 했지만, 어쨌든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건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이 기회에 변수를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법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디아로크는 ‘검은 존재’가 펼친 하나의 세계를 보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서우진이 사용했던 기술이었으니까.
서우진과 ‘검은 존재’.
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둘은 같은 존재다.
그게 디아로크가 도출해 낸 합리적인 결과였다.
그래서 억지로 마법의 방향을 틀었다.
이미 발동한 마법의 목표를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크림슨 폴은 숨을 쉬듯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하급도 아니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월급 마법이다.
당연히 마력 회로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쿨럭!”
피가 역류했다.
전신이 터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정신을 차리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도 디아로크는 웃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마법이 정확히 마왕을 향해 떨어진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만족하냐?”
엄청난 파괴의 여파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서우진을 향해 물었다.
당연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디아로크는 마치 들었다는 듯,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X발, 더럽게 아프네.”
추락한다.
마력이 완전히 동나, 더는 레비테이션 마법을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프겠네.’
엄청난 높이까지 날아오른 상태였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땅에 떨어져 내리면,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오른 육체라 할지라도 절대 무사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디아로크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힘이 없었다.
그저 엄청난 탈력감을 느끼며 하염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릴 뿐.
그때였다.
덜컥- 하는 저항감과 함께, 추락하던 육체가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디아로크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러자 낯선 얼굴이 보인다.
한쪽이 잘려 나간 뿔.
검은 외피가 뒤덮고 있는 육체.
골격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날개.
그리고 징그러울 정도로 손상된 피부까지.
처음 보는 존재였지만, 디아로크는 이제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서우진.”
그 목소리를 들은 ‘검은 존재’, 서우진이 피식- 웃는 게 들렸다.
“잘도 알아차렸군.”
퉁명한 음성이었지만, 디아로크는 그 안에 담긴 안도감을 느꼈다.
“모르는 게 이상하지.”
웃으며 말하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마법사라면 그 정도의 통찰력은 있어야지. 진리를 탐구하는 존재들이라며?”
“그래, 맞다. 진리를 탐구하는 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특이한 변태 소리를 듣긴 했지만, 자신 역시 마법사였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만 묻자.”
“뭐든지.”
“네놈 정체가 뭐냐?”
수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이었다.
서우진과 ‘검은 존재’의 관계를 의심하는 이가 어디 한둘이던가?
특히나 크루시엘의 국장 아그나는 천금을 줘서라도 듣고 싶은 대답일 것이다.
“별거 아니야. 그냥 내 스킬 중에 이런 변신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뿐.”
“…그뿐이냐?”
석연치 않은 대답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듣고 싶은 내용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 정도만 알아둬라. 나중에 다 설명해 줄 테니까.”
서우진이 시선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그래.”
굳이 캐묻진 않았다.
서우진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언젠간 모두 설명해 줄 것이다.
대놓고 거절하면 하지, 적어도 거짓말을 하는 놈은 아니었으니까.
터억-
잠시 대화를 하는 사이, 바닥에 도착한 듯했다.
서우진이 디아로크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주변은 엉망진창이었다.
드높은 위용을 뽐냈던 타란 산맥의 본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깎이고, 무너지고, 잘려 나갔다.
산이라기보단 아수라장에 가까워 보일 지경이었다.
그것을 본 디아로크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대륙의 척추라 불리는 산맥이 이 지경이 되다니.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결코 믿지 못했을 장면이었다.
잠시 입을 다물고 황폐화 된 타란 산맥을 둘러보던 디아로크가 문득 입을 열었다.
“마왕은 어떻게 됐지?”
서우진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싸움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짐작하지 못하겠다.
물론 서우진이 패한 건 아니겠지만…….
“아쉽게 놓쳤다.”
서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놓쳤다고?”
한계를 뛰어넘는 마법까지 사용해 가며 지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놓치다니!
다른 놈들도 아니고, 마왕을 눈앞에서 놓쳤다는 말에 디아로크가 눈을 부릅떴다.
“어쩔 수가 없었다. 놈이 생각보다 훨씬 강해서 말이지.”
서우진이 미안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모습에 디아로크는 속이 뒤집히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해 버럭- 소리를 지르려는데, 서우진이 한 발 빨랐다.
“그래도 아예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고.”
“뭐?”
디아로크가 반문하자, 서우진이 한쪽을 가리켰다.
“…팔?”
잘린 팔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중 하나에는 마검으로 보이는 검을 아직 쥐고 있는 상태였다.
“100레벨이 넘어 레벨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 회복하는데 꽤 고생할걸?”
“그 말은 결국 회복한단 뜻이군.”
“걱정하지 마. 그전에 찾아서 죽이면 되니까.”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말하던 디아로크는 서우진의 뒤쪽을 확인하곤 입을 다물었다.
그곳엔 살아남은 마왕의 추종자 한 명이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저놈에게 물어보려고.”
서우진의 살기 어린 말에 마왕의 추종자, 이그란은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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