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아샨타의 지부가 있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서우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디아로크를 편히 눕히고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거 안 좋은데…….’
디아로크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제대로 관조하자 생각보다 더 엉망이었다.
‘이쯤 되면 죽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야.’
거대한 강처럼 고고히 마력이 흐르던 마력 회로가 뒤틀리고 꺾여 메말랐다.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이들은 전신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다.
게다가 디아로크에겐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마력이 샌다.’
육체란 마력을 담는 그릇이다.
그런데 그릇의 균형이 깨지며, 균열이 생겼다.
그 사이로 디아로크의 마력이 줄줄 새고 있었다.
아직까진 큰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살아나도 폐인이 되겠지.’
초극의 경지는커녕, 웬만한 상급 기사보다도 못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어떤가요?”
뒤에 서 있던 아샨타가 초조한 음성으로 물었다.
디아로크를 바라보는 서우진의 표정이 심상찮다는 걸 본 모양이었다.
“일단 사제나 의사를 좀 불러주세요. 가장 실력이 좋은 이로.”
“아이에르의 사제들은 없어요. 전쟁 때문에 다들 귀국했거든요. 하지만 괜찮은 의사는 한 명 알고 있죠.”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부하들에게 이미 모셔오라고 시켰어요.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
똑똑똑-
아샨타의 말을 끊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왔나 보네요.”
괜히 멋쩍은 표정을 지은 그녀가 문을 열었다.
“모셔왔습니다.”
문밖에 있던 부하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뒤를 가리켰다.
“수고했어요.”
아샨타는 빠르게 명령을 수행한 부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주고는 그의 뒤에 서 있던 의사를 방안으로 들였다.
야윈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전체적으로 신경질적으로 보였지만,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걱정과 다급함이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사를 맞이했다.
“환자는 이쪽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군.”
누워 있는 사람은 디아로크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의사는 말을 툭- 내뱉고는 인사도 없이 곧장 침대로 향했다.
그러곤 서우진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기한 도구들을 사용해 디아로크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신기하네.’
청진기처럼 생긴 것을 제외하면, 모두 처음 보는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더없이 진지한 기색으로 신중하게 디아로크를 진료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의사가 확인을 끝내곤 몸을 일으켰다.
긴장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아샨타가 후다닥- 다가가 물었다.
“어, 어떤가요?”
“흐음.”
의사는 잠시 턱을 쓰다듬다 이내 입을 열었다.
“차라도 내오거라. 급히 왔더니 목이 좀 마르구나.”
“네? 아니, 잠깐. 얘기부터…….”
“어서 가져와.”
본래부터 친분이 있던 것일까?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 거리낌이 없었다.
의사는 계속해서 마실 차를 가져오라며 재촉했고, 결국 아샨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철딱서니 없는 것.”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차던 의사가 고개를 돌렸다.
“자드라고 하네.”
“아, 서우진입니다.”
“그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네. 너무 무리를 한 탓에 이렇게 됐다고?”
“…그렇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걸 보니 성격이 좀 급한 모양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의사는 디아로크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못 고치네.”
‘쯧.’
서우진이 속으로 혀를 찼다.
사실 예상한 일이기는 했다.
이만한 상태를 고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이에르에서도 주교 쯤 되는 이가 직접 치료에 나서야 가능성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에르에서 나서줄 리가 없지.’
레닌스탕과 아이에르는 바로 얼마 전까지 전쟁을 벌인 사이였다.
그리고 디아로크는 수많은 병사를 자신의 불로 지져 버렸고.
비록 처음 잘못은 아이에르가 저지른 것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교 쯤 되는 이가 순순히 치료해 주겠다고 나설 것 같진 않았다.
‘직접 부탁을 해야 하나?’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성왕의 자리에 오른 오이언이나 프레이야에게 서우진이 직접 부탁하면 되니까.
아무리 감정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기껏해야 10일도 채 버티지 못할 걸세.”
“그 정도입니까?”
서우진의 눈에 불신이 서렸다.
디아로크의 몸이 엉망진창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10일도 못 가 죽을 정도라 여기지는 않았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봐야 마력을 잃고 폐인이 되는 수준이었지.
하지만 자드는 디아로크가 죽을 것이라 단언했다.
‘사기인가?’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의심이었다.
돈이나 다른 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른 의사를 소개시켜 주지.”
서우진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자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만.”
괜히 뜨끔한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마력 회로가 꼬이고 마력이 새어나가는 정도가 아니네. 지금이야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육체, 그 자체가 붕괴할 걸세.”
자드는 자신의 진단에 확신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했다시피, 나는 못 고치네.”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디아로크는 정말 빌어먹게도 귀찮은 녀석이었지만,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은인이기도 했다.
그런 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아이에르를 다녀와야 할까?’
10일.
그 정도면 ‘마왕화’를 하고 ‘신속’을 사용하면 가능할 듯도 했다.
주교 급 사제를 데리고 오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그건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었다.
‘좋아.’
조금 골치 아픈 일이 생기기야 하겠지만, 디아로크를 죽게 두는 것보단 낫다.
서우진은 아이에르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이어진 자드의 말이 없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고칠 수 있는 물건을 하나 알고 있지.”
멈칫-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봤다.
“혹시 ‘마테아의 광명’이라는 걸 들어본 적 있나?”
모른다.
“‘아리엘리아의 은총’은 알고 있습니다만…….”
서우진이 아이에르의 비고에서 챙겨, 요한에게 건네준 물건이었다.
모든 병마를 막고, 무병장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템.
‘마테아의 광명’과 ‘아리엘리아의 은총’은 이름부터 조금 비슷했다.
“근본적으론 비슷하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테아의 광명’이 더 상위의 격을 지닌 물건이지.”
그 말에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아리엘리아의 은총’도 뛰어난 성능을 지닌 아이템이었다.
비록 자신이나 동료들에겐 큰 쓸모가 없어 요한에게 넘기긴 했지만, 아이에르에서도 보물로 취급할 정도로 뛰어난 효능을 자랑했다.
그런데 그보다 높은 격을 지닌 물건이라니?
“‘마테아의 광명’이라면 이 환자의 모든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네.”
“확실합니까?”
그저 가능성에 기대기엔, 사안이 너무 중했다.
디아로크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었으니까.
간신히 구해왔더니 ‘아, 이거 안 되네’ 따위의 말은 통하지 않는다.
“확실하네.”
자드는 확신에 가득찬 표정으로 말했다.
“자드 아저씨의 말이라면 저도 보증할 수 있어요.”
그때, 차를 타온 아샨타가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흐음.”
자드 한 명만의 말이었다면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샨타까지 그의 말을 보증했다.
“자드 아저씨가 평소에는 꼬장꼬장해도, 환자를 앞에 두고 거짓말을 할 위인은 아니거든요.”
“쓸데없는 소리. 차나 내놔라.”
자드는 아샨타를 구박하고는 차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어떻게 하겠나? 시간이 없으니 어서 결정해야 할 걸세.”
맞는 말이었다.
디아로크에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으니,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만 했다.
“물건은 어디 있습니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서우진이 물었다.
자드의 말을 믿어보겠다는 뜻이었다.
순식간에 차를 모두 털어 넣은 자드가 입을 열었다.
“로스트 밸리. 그곳에 있다네.”
익숙한 지명이었다.
* * *
“사안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더 지체되었다간, 돌이킬 수 없을 듯하니…….”
오이언은 잠시 심호흡하곤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프레이야 경이 직접 찾아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만.”
서우진을 부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정보 길드를 통해 출발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아이에르로 오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중간에 일이 생겨 그렇다는 소식을 전해왔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이에르에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더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서우진이 필요했다.
“성왕 전하의 명을 따르겠네.”
프레이야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십대의 젊음을 되찾은 그녀는, 이전과는 달리 생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표정은 오이언과 마찬가지로 그리 좋지 못했다.
그 넘치는 활력으로도, 밀려드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힘에 부쳤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빨리 데려와야 할 겁니다.”
아이에르의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빠르게 수습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혼란 그 자체였다.
아이에르의 힘만으론 사태를 해결하기가 힘들었다.
서우진.
그가 필요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이 좋겠구려.”
프레이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왕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지체하지 않고 움직여야만 했다.
“정보 길드에서 전해온 바에 의하면, 그는 현재 로스트 밸리라는 곳으로 향했다 하오.”
“로스트 밸리?”
프레이야가 미간을 찌푸렸다.
“꽤 거리가 있는 곳이로군.”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일주일 이상은 걸릴 거리다.
무리한다면 시간을 좀 더 줄일 순 있겠지만…….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네.”
왕복 2주의 여정.
프레이야마저 없는 아이에르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차라리 다른 이를 보내는 것이 어떻겠소? 이 늙은이마저 빠진다면 총교단은…….”
“방법이 있습니다.”
오이언이 걱정하는 프레이야의 말을 끊었다.
“방법?”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오이언이 뒤를 향해 손짓했다.
기사 한 명이 품에 무언가를 들고 다가왔다.
“그건……?”
프레이야의 눈이 커졌다.
기사가 들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리엘리아의 날개’입니다. 이것이라면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겁니다.”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착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을 시켜주는 아이에르의 보물.
서우진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오이언의 말대로 저 날개를 착용하면, 로스트 밸리까지 1초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사용 횟수가 남아 있는 게요?”
총 100번.
‘아리엘리아의 날개’는 단 100번밖에 사용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사용했었다.
그런 만큼 이제 남아 있는 사용 횟수는…….
“한 번.”
오이언이 말했다.
“한 번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