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로스트 밸리는 얼마 전에 왔을 때완 꽤나 많이 변한 상태였다.
루운발리와 전투를 치르며 온갖 폭발과 충격이 휩쓸었으니 당연했다.
“이젠 골짜기라고 부르기도 뭐하네요.”
아샨타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수백, 수천 년간 모습을 유지했던 로스트 밸리가 이젠 폐허나 다름없었다.
“뭐, 그래도 타란 산맥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양반이죠.”
그쪽은 아예 붕괴되었으니까.
“그런데 여기에 ‘마테아의 광명’ 같은 게 있을 줄은 몰랐어요.”
보물이라 부르는 것도 실례일 정도의 아이템이다.
한 국가의 국보로 지정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가치를 지닌 물건.
그런 게 이런 곳에 숨겨져 있을 줄이야.
“…망가지진 않았겠죠?”
아샨타가 자드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자네, 대체 여기서 뭘 한 건가?”
무너져 내린 로스트 밸리를 본 자드가 신음했다.
아샨트의 말대로 이젠 골짜기라 부르는 것도 민망할 정도로 박살이 났으니, 그가 황당해할 만도 했다.
“되살아난 사도 한 명의 목을 베었습니다.”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차라리 다른 곳에서 싸웠을 텐데…….”
서우진과 루운발리의 전투는 협곡이 무너져 내릴 만큼 격렬했다.
만약 ‘마테아의 광명’이 그 여파에 휘말리기라도 했다면?
“괜찮을 걸세.”
자드가 말했다.
“그만한 물건은 쉽게 파괴되지 않으니까. 특히 ‘마테아의 광명’은 웬만해선 결코 부서지지 않을 걸세.”
이게 웬만하단 말로 표현이 될까 싶었지만, 서우진은 자드의 말을 믿기로 했다.
사실 믿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아이에르 행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떻게든 온전한 상태로 찾아내야만 했다.
“정확한 위치는 알고 계십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로스트 밸리의 넓이는 어마어마했다.
이곳을 일일이 뒤지고 다녀서는 답이 없었다.
‘신룡안’까지 사용했음에도, 전혀 감지가 되지 않았으니…….
“골짜기의 가장 깊은 곳.”
자드는 마치 옛이야기를 하듯 말을 꺼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가장 깊은 곳. 완벽한 어둠에 잠식된 곳에, 오직 여신의 광명만이 세상을 밝게 비추리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샨타가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마테아의 광명’이 감춰진 장소에 대한 전승이다.”
“처음 들어보는데?”
정보를 다루는 직업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웬만한 전설, 전승, 신화들은 모두 꿰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다. 나도 가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자드의 말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전설이란 말입니까?”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순히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만 듣고 그렇게 확신을 했단 말인가?
“물론 아니네. 우리 가문은 무려 3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테아의 광명’을 찾아내기 위해 힘써왔지.”
말하는 자드의 표정은 꽤나 지쳐 보였다.
“그러다 로스트 밸리에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 30년 전이고.”
“정말이에요?”
아샨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확실하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 저곳에 ‘마테아의 광명’이 있다.”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온 일이다.
오류와 실수란 존재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럼 이 근처에서 머무시는 이유가?”
“맞다. ‘마테아의 광명’ 때문이지.”
“그런데 왜 아직도 발견하지 못하셨어요? 30년 전에 찾으셨다면서.”
서우진 역시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물건이 있다는 게 확실하다면 왜 아직까지 찾지 못했단 말인가?
자드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내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언뜻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무슨 능력이요?”
자드는 재산이 많다.
실력 하나는 확실한 의사였으니, 돈이 없을 수가 없었다.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다면 사람을 써서라도 찾아내면 될 일 아닌가?
“봉인.”
자드의 눈이 번뜩인다.
“‘마테아의 광명’은 봉인이 되어 있는 상태다. 위치까지는 특정했지만, 도저히 나의 능력으로는 그 봉인을 해제할 수가 없었지.”
단순한 봉인이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해제할 수 있었겠지만…….
“그 어떤 방법을 써도 물건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봉인해제를 위한 아이템을 사용하고, 마법사를 고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봉인은 결코 해제가 되지 않았다.
결국 자드는 근방에 자리를 잡곤,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네가 나타났지.”
용사 서우진.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
다른 사람은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라도, 서우진이라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봉인이라…….”
일단 아이템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럼 됐다.
봉인이야 어떻게 해서든지 해제를 하면 되니까.
“먼저 그 봉인이라는 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을 테니까.
“그게…….”
자드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본래라면 길을 뚫어놓아 쉽게 갈 수 있었네만, 지금은 좀.”
무너진 로스트 밸리의 모습이 보인다.
“대략적인 위치는 가르쳐 줄 테니, 땅을 좀 파주게.”
“…얼마나 파야 합니까?”
“120미터쯤 된다네.”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조금 깊으니, 서둘러야 할 걸세.”
자드의 재촉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본 아샨타가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
“타란 산맥도 무너뜨린 양반이 엄살은. 어서 파요. 디아로크 씨를 구해야죠.”
“120미터라니.”
깊긴 깊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팔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어딜 파면 됩니까?”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뽑아 들며 물었다.
* * *
화아아아아아아악-!
성스러운 빛이 사방을 밝게 물들이다, 이내 서서히 사라졌다.
“으음.”
프레이야가 감았던 눈을 떴다.
파스스-
그와 동시에 순백의 아름다웠던 날개가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아…….”
‘아리엘리아의 날개’가 스러져 간다.
프레이야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만 봤다.
수백 년간 아이에르의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게 만들어준 보물이 형체를 잃었다.
아쉽지 않은 게 이상했다.
그저 형태만이라도 남겨놓고 싶었건만…….
하지만 쓰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아리엘리아의 날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성국에 드리워진 암운을 걷어낼 수 없었을 테니까.
프레이야는 빛으로 화해 점점이 사라지는 날개를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고귀한 보물까지 소실해 가며 움직였으니, 서둘러야만 했다.
“이쪽인가?”
로스트 밸리와는 조금 떨어진 장소였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그녀의 속도라면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맞군.”
가까운 곳에서 막대한 양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력도 아니고, 마기도 아닌, 전혀 새로운 기운.
서우진만의 특유한 기운이었다.
다행히 서우진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프레이야가 걸음을 내디뎠다.
쿠아아앙-!
땅이 터져 나가며 그녀의 신형이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날아갔다.
그렇게 질주를 시작한 지 5분쯤 지나자, 멀리서 로스트 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 기억과는 조금 다르군.’
예전에 그녀는 이 근방을 한번 지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골짜기라니, 호기심이 동해 들렀던 것이다.
당시 프레이야는 웅장한 골짜기의 모습에 감탄했었다.
용사와 마왕이 격돌한 흔적이라는 전설이 믿길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조금 달랐다.
“저건 골짜기가 아닌데?”
골짜기라기보단, 무슨…….
“돌무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깎아지르던 절벽이 모두 무너져 거대한 돌산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놀라기는 아직 일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돌무덤이 폭발하며 커다란 돌덩이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음?”
마치 화산이 분화하는 것 같은 모습에 프레이야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진 듯했다.
갑자기 터져 나온 서우진의 기운과 폭발한 골짜기.
심상치가 않았다.
프레이야는 마력을 더욱 끌어올리며 속도를 높였다.
만약 전투가 벌어진 것이라면, 어서 가서 도움을 줘야만 했다.
콰과과과과광-!
그 잠깐 사이에도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났다.
프레이야는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돌덩이들을 피해내며 로스트 밸리로 향했다.
‘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게냐.’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서우진과 미약한 마력 두 개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저만한 일이 벌어지려면 적어도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와 싸우고 있는…….
“어?”
마침내 골짜기에 들어선 프레이야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폭발의 중심지.
그곳엔 서우진, 한 명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지금 손에 든 ‘카 라니엘’을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었다.
적이 아닌, 땅을 향해서.
콰과과과과광-!
땅이 파이고, 그 여파로 주변에 쌓여 있던 돌무더기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프레이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우진의 곁에 내려섰다.
쿠웅-!
어찌나 다급하게 움직였는지, 충격을 흡수할 생각도 하지 않아 땅이 깊숙이 팼다.
“음?”
서우진이 그제야 이쪽을 돌아봤다.
그러곤 눈이 커졌다.
“프레이야님?”
방금 전까지는 눈치도 채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게냐?”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물음이었다.
“아, 그게 말이죠.”
서우진이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땅을 좀 파고 있습니다.”
그건 굳이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안다.
그녀에게도 눈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묻는 거다.”
그토록 급한 일이라 전갈을 보냈음에도, 일이 생겼다며 아이에르에 찾아오지 않았다.
서우진이 하는 일이었으니, 분명 중요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땅을 파고 있다고?
“뭐 좀 찾으려고요.”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프레이야의 눈이 작아졌다.
화가 났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녀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서우진은 자신과 아이에르에게 너무도 크나큰 은혜를 베푼 이였으니까.
애초에 다짜고짜 부탁한 건 자신들 아닌가?
그녀에겐 서우진에게 화를 낼 자격이 없었다.
물론 조금 짜증나는 건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디아로크가 많이 다쳤어요.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구해주려고 땅을 좀 파고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생략이 된 설명이었다.
“그 미친놈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냐? 이곳에서 찾는다는 건 뭐고?”
추가적인 내용이 필요했다.
“마왕이요. 정확히는 마왕이 된 백시우라는 용사였죠. 아무튼 그놈하고 싸우는데, 저를 구하려다 심각한 부상을 입…….”
“방금 뭐라고 했느냐?”
프레이야가 서우진의 말을 끊었다.
너무도 다급한 태도였다.
“누구랑 싸웠다고?”
자신이 잘못 들었길 바랐다.
‘마수라고 말한 것을 내가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겠지.’
프레이야는 그렇게 생각했고, 서우진이 다시 한번 또박또박 대답을 해주었다.
“이번에 새로운 마왕이 된 백시우요. 타란 산맥에서 한번 붙었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