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7)
337화.
마왕?
마왕이라고?
‘정말로 마왕이 강림했단 말인가?’
프레이야의 표정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럼 타란 산맥이 붕괴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에요. 전투가 조금 격했거든요.”
그 거대한 산맥이 개박살 났는데, 고작 그런 말로 표현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서우진의 몰골이 엉망이었으니까.
전신에 상처가 가득하고, 화상까지 입어 징그러울 지경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왕과 싸웠다는 말에 더 신뢰가 갔다.
서우진을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라면, 마왕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왕과 싸운 서우진이 살아 있다.
그 말은 패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프레이야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죽였느냐?”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따지자면 이기긴 한 것 같은데, 죽이지는 못했어요. 도망을 쳤거든요.”
프레이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죽이지는 못했어도, 이겼다.
그 마왕을 상대로 말이다.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대륙은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될 것이다.
마왕을 막아낼 수 있다는 확고한 희망이 비춘 것이니까.
“어쨌든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고, 일단은 뭐 좀 찾아야 하거든요. 디아로크를 살리려면 꼭 필요한 물건이에요.”
서우진이 다시 ‘카 라니엘’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녀석이 당한 건 꼴좋다만, 지금은 한 명의 손이라도 아쉬운 판이니 도와주마. 무얼 찾는 게냐?”
“‘마테아의 광명’이라는 건데, 들어보셨어요?”
서우진의 물음에 프레이야의 눈이 다시 한번 커졌다.
“그, 그것이 이런 곳에 묻혀 있단 말이냐?”
“아시나 보네요.”
긴 시간을 아이에르의 신성기사로 살아왔기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숨만 붙어 있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살릴 수 있다는 성물이다. 사지가 끊어지고, 심장이 깨져도 모두 회복시킬 수 있지.”
프레이야의 말에 서우진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용사들이 레벨 업 할 때와 비슷하네요.”
“그럴 게다. 실제로 옛 기록에는 너희가 레벨 업을 할 때 발하는 빛을 ‘마테아의 광명’이라고 불렀다고 적혀 있기도 하니.”
“그래요?”
호기심이 더욱 짙어졌다.
그만한 보물이라면,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디아로크를 살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혼자서 하려니 조금 시간이 걸려서.”
서우진의 말에 프레이야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성물을 발굴하는데 도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 허나, 이 늙은이도 부탁 하나만 하마.”
“볼일이 끝나면 같이 아이에르로 가자는 말씀이시죠?”
“그걸 잘 아는 놈이…….”
프레이야가 노려보자, 서우진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디아로크를 치료한 후에 볼일이 하나 더 남아 있어요.”
“아이에르의 상황이 급박하다. 이쪽의 일부터 먼저 처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자신이 ‘아리엘리아의 날개’까지 소모해가며 직접 올 정도로 심각했다.
웬만하면 서우진을 끌고 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그녀도 마음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도망친 마왕이 어디에 있는지 알거든요. 놈이 몸을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 잡아 죽여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이다.
애초에 아이에르가 암운에 드리운 것도 마왕 때문에 벌어진 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제일이었다.
“마왕이 어디에 있느냐?”
프레이야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 * *
쿠우웅-!
‘카 라니엘’이 더는 전진하지 못하고 가로막혔다.
결코 작지 않은 반발력에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도달한 모양이네요.”
“물러서 보거라.”
프레이야가 서우진을 뒤로 물리고는 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광-!
쌓여 있던 흙더미가 모조리 날아가더니, 안에 파묻혀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고?”
지상에서 무려 120미터나 파 내려와서 찾은 것은 금고와 비슷한 형태의 철 상자였다.
크기가 꽤나 커서, 잘하면 크라토스도 가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게 그 봉인인가?”
프레이야가 철 상자에 손을 가져다 댔다.
“확실히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구나.”
그 말을 들은 서우진이 ‘신룡안’을 발동했다.
그리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장난 아니네요.”
단순히 깃들어 있는 마력의 양이 많다, 적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차원의 마법이 부여되어 있었다.
서우진이 파악한 마법의 효과는 단 하나.
“좌표 고정.”
막대한 마력과 마법으로 절대 움직이지 않는 봉인을 해두었다.
당연히 힘을 써서 철 상자를 여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실패를 하지.’
자드가 그간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봉인을 깨트리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파괴하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하구나.”
철 상자를 부순다 한들 좌표가 고정되어 위치가 변하지 않으니,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해제하려면 마공 급의 되는 마법사가 나서야 가능하겠군.”
난감했다.
서우진은 물론이고 프레이야 역시 마법에 대한 소양이 전혀 없었으니까.
“지금 그분을 모셔오는 것도 불가능한데…….”
제국과는 거리가 상당했다.
서우진이 ‘마왕화’를 해서 다녀온다고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그때까지 디아로크가 살아 있을 것이라 보장할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대체 누가 만든 걸까요?”
자드의 말에 의하면 ‘마테아의 광명’은 수백 년 동안 이곳에 묻혀 있었다.
그 말은 이 봉인 역시 그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는 뜻이다.
이러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라면, 분명 역사에 남아 있을 터.
“당장 떠오르는 사람이 몇 명 있긴 하다.”
프레이야가 잠시 기억을 더듬다 말했다.
“가장 먼저 마공 마르테스.”
그녀라면 이만한 봉인을 만드는 게 가능했다.
심지어 언제부터인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왔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다음으론 5차 강림 전쟁에서 용사와 함께 싸웠던 대현자가 있지.”
이름이 남지 않은 대마도사.
하지만 업적만큼은 확실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다.
초월급 마법 다섯 개를 동시에 사용하고, 심지어는 스스로 새로운 마법을 창조했다고 했다.
그 실력이 사실이라면, 이런 봉인 정도는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터였다.
“그 외에는 4차 강림 전쟁에서 활약했다는 참살의 마녀도 있고, 세계의 문명을 몇 단계나 끌어올렸다는 마도학자도 있다.”
마법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천재들도 많이 탄생했다.
그중에는 이 봉인과 같은 수준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제 와 정체를 짐작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느냐? 중요한 건 어찌 해제하냐는 것이지.”
“그렇긴 하죠.”
프레이야의 말에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은 자드 씨와 아샨타를 좀 데려올게요.”
둘이 고민하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이가 있는 게 나을 터였다.
쿠웅-!
서우진이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지상으로 향했다.
까마득한 구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서우진의 모습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찾았어요.”
열 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만에 밖으로 나온 서우진이 자드를 향해 말했다.
“…그런가?”
그는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가문의 숙원이 오늘 풀릴 수도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같이 내려가죠. 한 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마음이 급한 자드는 서우진의 말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
“꽉 잡으세요, 아샨타 씨도.”
두 사람의 힘으론 저 아래에 무사히 도달할 수가 없었기에, 서우진은 둘을 붙잡고 구멍으로 뛰어내렸다.
긴장과 두려움 때문일까?
두 사람의 몸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긴장 푸세요. 여기보다 몇 배나 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테니까.”
서우진은 빠르게 하강하며 둘을 안심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번에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비명을 안 지르는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아샨타도 상급 기사에 준하는 실력이 있는 이였다.
두려울지언정,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서우진은 내심 감탄하며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다 내려왔네요.”
쿵-!
흙먼지가 풀썩였다.
어느새 그 깊은 바닥에 도착한 것이다.
“아, 잠시만요.”
너무 깊게 내려온 탓에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과 프레이야에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 둘은 아니었다.
지금쯤 깜깜한 암흑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고화.”
서우진은 일단 횃불 대용으로 ‘지고화’를 발동했다.
화륵-!
최소한의 혼돈기만을 사용했기에, 주변을 밝힐 정도의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으음.”
시야가 확보되자, 가장 먼저 자드가 신음성을 내뱉었다.
“…문인 줄 알았는데, 이리 생긴 것이었군.”
그는 철 상자의 한쪽 면만을 본 모양이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단단한 봉인이 걸려 있더군요. 아쉽게도 저와 프레이야님은 마법에 대한 소양이 거의 없어,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서우진의 말에 자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30년 동안 그가 봉인을 해제하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지금껏 내가 알아낸 방법은 세 가지네.”
그 말에 서우진과 프레이야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나 많은가?”
“아마 더 있을 겁니다. 제가 찾지 못했을 뿐이지요.”
프레이야가 묻자, 자드가 공손히 대답했다.
꼬장꼬장한 성격이었지만, 전대의 신성기사 단장에게도 함부로 대할 만큼의 담력은 없었던 것이다.
“그 방법들이 뭡니까?”
이번엔 서우진이 물었다.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은, 해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겠지.”
봉인할 수 있다면, 해제할 수도 있다.
절대 해제할 수 없는 마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러한 마법은 마공에게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중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건 패스해야겠군요.”
서우진이 예상했다는 듯 곧장 다음 방법을 물었다.
“봉인이 버텨낼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사용해, 강제로 깨트리는 것일세.”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건 좀 가능성이 있겠네요.”
프레이야와 서우진이 정 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이 녀석아, 이 봉인에 얼마나 많은 양의 마력이 담겨 있는 줄 아느냐?”
프레이야조차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양이다.
강제로 깨트리려면 그것의 몇 배나 되는 힘이 필요하니, 불가능하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흠, 그런가요?”
하지만 계산해 본 서우진은 충분하다 결론지었다.
물론 ‘마왕화’를 하고 ‘셀레스티얼 윙’까지 사용한 뒤에서나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건 최후의 방법으로 미뤄두자.’
아직까진 함부로 내비칠 힘이 아니었으니까.
“마지막 방법은 뭡니까? 보통 이럴 땐, 마지막에 말해주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던데.”
서우진이 너스레를 떨며 묻자, 자드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봉인의 시험을 통과하는 걸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