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봉인의 시험?”
서우진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봤다.
프레이야나 아샨타 역시 처음 들어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봉인이란 대상을 가둬두거나, 함부로 가져갈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의 일종이다.
물론 눈앞의 봉인이 평범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차원적인 마법이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았다.
그저 수단이나 도구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데 자드는 마치 봉인이 생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봉인들은 모두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네.”
“아, 그렇긴 하죠.”
아샨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릴 때 듣고 자란 이야기들 중에는 그런 내용이 많았어요. 특히 용사에 관련된 전설들이 대부분이에요.”
“허나 그것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동화일 뿐이다.”
프레이야가 말했다.
여느 이야기와 같이, 수많은 각색과 과장이 깃들여진 옛 이야기.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스스로 의지를 지닌 마법이 있단 소리는 비슷한 것도 들어보지 못했다.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그때, 자드가 프레이야의 말에 반박했다.
“물론 대부분은 동화 특유의 과장입니다만, 몇몇 내용은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입니다.”
3차 강림 전쟁에서 등장했던 정령의 힘이 담긴 반지.
5차 강림 전쟁에서 용사가 엄청난 레벨 업을 할 수 있게 해준 고대 악마.
제국의 건국 영웅들 중 한 명, 용의 기사 발렌타인이 얻은 광풍의 드래곤.
그 외에도 많은 것이 실제로 의지를 가진 봉인 속에 갇혀 있다, 해제된 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믿을 수가 없구나.”
하지만 프레이야는 고개를 저었다.
“가문의 선조들이 수많은 세월 동안 조사한 후에 내린 결론입니다.”
자드는 자긍심이 내비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그리고 사실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직접 겪어보면 알 일 아닙니까?”
“그렇지.”
그 말엔 동의했다.
“그런데 왜 직접 시험을 치르지 않으셨습니까?”
이번엔 서우진이 물었다.
시험을 통과해야 봉인이 해제된다면, 직접 해도 될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시험을 치를 최소한의 자격조차 되지 않았다네.”
자드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초극의 경지. 그 이상은 되어야만 봉인의 시험을 치를 수 있었지.”
납득이 되었다.
저만한 봉인을 아무나 해제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자드의 말대로 초극의 경지는 오른 존재여야 비벼볼 만할 것이다.
“그때 자네가 나타난 거지.”
자드가 서우진을 쳐다봤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아니, 그 정도로는 표현이 불가능할 것이다.
가끔 반 슬레인처럼 주변을 잘 돌보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너무 강했다.
고작 시골의 의사가 부탁한다고 들어줄 이들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설사 들어준다 해도, ‘마테아의 광명’을 순순히 넘겨준다는 보장도 없을 테고.’
가문이 오랫동안 찾아 헤맨 물건을 통째로 빼앗길 가능성이 높았다.
‘마테아의 광명’이 들은 대로라면 더없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서우진이라면?
디아로크를 살려주는 대가로 ‘마테아의 광명’을 받는다.
심플한 거래였다.
어차피 디아로크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 물건이 꼭 필요했으니, 뒤통수를 맞을 일도 없었다.
“타이밍이 좋았네요.”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할 수 있겠나?”
“글쎄요.”
자드는 초조한 기색으로 묻자, 서우진이 몸을 돌려 철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어떤 종류의 시험인지 아직 모르니, 직접 겪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리송한 표정으로 말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여차하면 강제로 부숴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당장 그 방법을 쓰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았고, 궁금한 것도 있었기에 일단은 봉인의 시험이라는 걸 먼저 경험해 보기로 했다.
‘예전에 검은 공간에서 봤던 거랑 비슷하려나?’
‘이계마왕록’이 있던 검은 공간.
점차 그곳에 가는 빈도가 줄어들더니, ‘이계마왕록’을 읽은 후론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서우진은 봉인의 시험이라는 게 혹시 그곳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괜찮겠느냐?”
옆에서 프레이야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사실 그녀는 아직도 그 시험이라는 걸 믿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드의 말이 사실이라면 조금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뭐, 괜찮지 않을까요?”
비록 짭이라고는 하나, 마왕이 된 백시우와도 싸워 이겼다.
봉인에 깃든 마력이 아무리 강력해도, 그것보다 힘들 것 같진 않았다.
“조심하거라.”
하지만 프레이야는 쉽사리 마음을 놓지 못했다.
서우진은 그야말로 희망이었으니까.
‘마테아의 광명’이 제아무리 대단한 성물이라고 한들, 서우진보다 중요할 리가 없었다.
강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가 필요했으니까.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서우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곤 자드를 쳐다봤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준비가 되었다는 듯 말하자, 자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것 없다네. 그저 봉인에 가져다 대고 마력을 흘리면 될 걸세.”
“꼭 마력만 됩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마기나, 다른 기운도 가능한 건지 싶어서…….”
서우진이 어색한 표정을 짓자, 자드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 입을 열었다.
“상관없네. 편의상 마력이라고 불렀을 뿐, 설령 신성력을 불어 넣어도 시험을 치를 수 있으니 말일세.”
“그렇습니까?”
다행이었다.
괜히 혼돈기를 주입했다가 안 되면 곤란했을 텐데.
“그럼 금방 끝내겠습니다.”
서우진이 거대한 철 상자로 다가갔다.
‘크네.’
사방이 5미터쯤 되는 검은색의 철 상자는, 꽤나 위압감을 주었다.
잠시 감상하듯 그것을 쳐다보던 서우진이 손을 들었다.
탁-
쇠 특유의 서늘한 느낌이 파고들었다.
우우우우우우웅-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혼돈기를 끌어올려 흘려 넣기 시작했다.
‘…이거 제법?’
끊임없이 빨아들인다.
자드가 왜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아니라면, 시험도 치를 자격이 없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잠깐 사이에 흡수된 혼돈기의 양이, 정말로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웬만한 이들은 손을 대자마자 마력탈진이 일어날 정도였다.
‘흠…….’
서우진이 조금은 진중해진 표정으로 혼돈기를 조절했다.
이대로 가만두었다간 한도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던 것이다.
‘작작 좀 처먹어라.’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미동도 하지 않았던 철 상자에서 작은 변화가 느껴졌다.
꿈틀-
작게 흔들렸다.
‘오?’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을 때였다.
철 상자의 움직임이 조금씩 커졌다.
처음엔 미약한 진동이었으나 이내 덜덜- 떨릴 정도가 되었고, 그것은 잠시 후 엄청난 흡입력이 느껴졌다.
심상찮은 힘에 깜짝 놀란 서우진이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크윽!”
마치 자석에 붙은 듯 떨어지질 않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마찬가지였다.
놀랍게도 철 상자의 흡입력은, 서우진의 완력을 가볍게 능가하고 있었다.
“젠장.”
혼돈기를 끌어올려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철 상자가 족족 모두 빨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혼돈기를 흡수한 뒤 더욱 흡입력이 강해졌다.
그리고 결국…….
마치 누군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부터 시작해 전신이 철 상자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 * *
꿈속을 거니는 느낌이다.
예전의 검은 공간과 비슷하긴 했지만, 그보단 훨씬 몽환적인 느낌이 강했다.
마치 무중력 상태에 들어간 것처럼,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았다.
‘흠…….’
주변을 둘러봤다.
서우진의 시야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완벽한 어둠이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가장 깊은 곳. 완벽한 어둠에 잠식된 곳에, 오직 여신의 광명만이 세상을 밝게 비추리라.”
자드가 한 말이었다.
그는 이 말이 철 상자가 감춰져 있는 장소에 대한 알려주는 전승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자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곳에 대한 묘사일지도 모르겠군.’
주변의 어둠이 완벽하게 그 전승과 들어맞았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빛을 찾으면 될까?’
여신의 광명만이 세상을 밝게 비춘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 봐도 빛은 티끌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신룡안’을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시험이라는 것이 빛을 찾는 것일까?’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었다.
몽롱한 느낌 탓에 움직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땅은 없고.’
발을 구를 바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공기는 존재하는지, 숨을 쉬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이거면 되지.’
서우진이 발을 박찼다.
파악-!
단단한 땅 대신, 공기를 걷어차곤 앞으로 이동했다.
화아아아아아악-!
귀로 들리는 바람 소리가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 체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파악- 팍-!
계속해서 공기를 걷어찼다.
마치 총알 같은 속도로 검은 공간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된다는…….’
미간을 찌푸리고 투덜거리던 서우진이 문득,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
칠흑과도 같은 어둠.
여전히 그 무엇도 안 보였지만, 서우진은 그곳에 뭔가가 있다고 확신했다.
‘마기? 마력?’
아니다.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기운이었다.
자신의 혼돈기와도 전혀 다른…….
‘따지자면 신성력이랑 비슷하긴 한데…….’
아이에르의 사제나 신성기사에게 느꼈던 것들과도 조금 달랐다.
순간 ‘마테온의 광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런 대단한 성물이라고 보기엔, 기운이 너무 미약했던 것이다.
‘대체 뭐지?’
여기서는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가까이 가보는 게 좋겠군.’
거리는 멀었다.
만약 ‘신룡안’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느낄 수 없을 정도.
‘시간이 꽤 걸리겠네.’
움직임이 그리 자유롭지 않았기에 기운이 느껴지는 곳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었으니, 움직여야만 했다.
“휘라테온.”
오랜만에 바람의 신수를 불렀다.
살랑- 거리는 바람과 함께, 복슬복슬한 솜뭉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신수는 이 봉인의 시험 속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듯했다.
“부탁 좀 하자.”
삐익-!
휘라테온이 자기만 믿으라는 듯 짧게 울곤 서우진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러곤 푸른색의 커다란 날개로 모습을 바꾸었다.
단숨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좋아.”
서우진이 만족한 미소를 짓고는, 혼돈기를 다리 쪽으로 있는 대로 끌어 모았다.
‘신속.’
파아아아아악-!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파공음이 터졌다.
휘라테온의 바람과 서우진의 ‘신속’이 합쳐지자,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며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했다.
콰아아아앙-!
감당할 수 없는 속도에 압축되었던 공기가 깨지며, 소닉붐이 발생했다.
동시에 서우진은 경이로운 속도로 암흑을 가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