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바람의 신수와 ‘신속’의 상성은 좋았다.
몇 번 느껴본 것이었지만,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의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 지금처럼 칠흑과 같은 어둠 속이 아니라 밖이었다면, 훨씬 더 많은 체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쉽군.’
빠르다는 건 알겠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인지 그리 체감이 되질 않았다.
‘뭐, 상관없긴 하지.’
지금 중요한 건 기분을 내는 게 아니라, 저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었으니까.
‘서두르자.’
서우진은 봉인의 시험이라는 걸 오래 끌 생각이 없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써서라도 최단 시간 내에 끝장을 봐야 했다.
‘늦었다가 그 녀석이 죽으면 곤란하니.’
디아로크가 떠올랐다.
귀찮고 짜증나는 놈이긴 했지만, 그래도 도움을 준 것만은 사실.
그런 디아로크를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서우진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조금씩 가까워지던 기운의 지척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진 않는데.’
무슨 변화라도 생길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엄청나네.’
기운은 서우진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설 정도로 거대했다.
‘‘마테아의 광명’이 맞는 듯한데.’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이 ‘마테아의 광명’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 정도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이라면, 성물이 아니라 신물(神物)이라 불려야 되는 거 아닌가?’
서우진은 질릴 정도의 기운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다가가 보자.’
실체가 있다면, 보이지는 않아도 만져지기는 할 터.
서우진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기운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턱-
손을 뻗자 역시 뭔가가 존재했다.
‘따뜻한데.’
철상자의 서늘한 느낌과는 달리, 포근하고 따사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때,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남자? 아니, 여자인가?’
모르겠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니면 아이인지 노인인지조차도.
마치 신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면, 그의 음성은 이러할 것만 같았다.
‘으음.’
이제 진짜 시험이 시작된 것 같았다.
‘문제는 대체 어떻게 증명하라는 건지 모른다는 거고.’
잠시 고민하던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곤 철상자에 불어 넣었던 것처럼 기운을 천천히 이동시켜 보았다.
‘쯧.’
하지만 이 방법은 틀린 듯했다.
스펀지처럼 혼돈기를 흡수했던 철상자와는 달리, ‘마테아의 광명’은 티끌만큼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아니고…….’
눈살을 찌푸린 서우진이 뒤로 물러나며 몸을 풀었다.
‘보통 자격이라 하면, 힘을 의미할 때가 많지.’
수많은 웹소설과 애니메이션에서 그것을 증명하지 않았던가?
“광폭.”
혼돈기가 들끓어 올랐다.
평상시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그 크기를 불려가며, 마력회로 내를 거칠게 휘돌았다.
“후우우-”
심호흡을 했다.
혹시나 ‘마테아의 광명’이 부서질까 걱정하진 않았다.
저만한 기운이 있는 물건이라면 결코 쉽게 파괴되지 않을 테니까.
스르릉-
‘카 라니엘’을 뽑아 들곤, 그 안에 미쳐 날뛰고 있는 혼돈기를 밀어 넣었다.
콰과과과과과과-!
단 일 검.
검으로 벤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참격으로 인한 충격파가 서우진과 휘라테온을 휘감으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삐이이익-!
어느새 날개에서 솜뭉치로 돌아온 휘라테온이 서우진의 어깨에 매달려 비명을 질러댔다.
‘흐음.’
공격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꽤 만족스러웠다.
백시우와의 전투를 겪으며 힘의 수발이 훨씬 자연스러워진 덕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마테아의 광명’에게서 느껴지는 정체 모를 기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조금쯤은 흔들릴 만한 위력이었음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고고히 존재할 뿐이었다.
“조금 더 강하게 해봐야겠군. ‘천공십이검’.”
‘천공검’과 ‘십이천검’을 융합시킨 새로운 스킬이 발동됐다.
번쩌억-!
심연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 열두 개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음?’
허공에 생성된 검들을 날리려던 서우진이 멈칫했다.
‘마테아의 광명’이 반응했다.
방금 전의 일격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던 기운이, 아주 약간이지만 밀려나는 게 느껴진 것이다.
아직 ‘천공십이검’을 날리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뭐지?”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태껏 아무런 움직임도 없던 기운이, 지금은 물러난 것일까?
‘광폭’을 사용한 참격과 ‘천공십이검’의 차이.
단순히 위력의 차이 때문은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밖에 없다.
“…빛?”
달라진 것은 이번엔 빛이 밝게 발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비록 어둠에 묻혀 그리 넓게 퍼지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어둡기만 한 이곳에 빛이 생겼다는 거지.”
서우진은 조금 전 ‘마테아의 광명’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광명’에 걸맞은 자격을 보여라.]단순히 자신을 지칭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니 다르게 들렸다.
“그러니까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라는 뜻이냐?”
아직도 보이지 않는 ‘마테아의 광명’에게 물었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마치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곤 스킬의 발동을 해제했다.
“좋아.”
‘천공십이검’으론 부족하다.
더 밝고, 더 찬란한 빛이 필요했다.
“지고화.”
‘카 라니엘’에 손톱만 한 검은 불꽃이 맺혔다.
그 무엇도 태워 버릴 수 있는 지고의 화염이었지만, 어둠을 몰아낼 순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실망하지 않고 혼돈기를 우겨넣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륵-!
검은 불꽃이 그 크기를 키워 나가더니, 이내 서우진의 오러와 합쳐져 거대한 화염을 만들어냈다.
“그래, 이 정도로는 안 되지.”
애초에 검은색인 탓에 빛 자체가 거의 없는 ‘지고화’다.
크기를 키운다고 해서 이 빌어먹을 어둠을 몰아낼 정도의 빛을 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에도 ‘지고화’를 품은 오러는 크기를 키워 나갔다.
1미터, 5미터, 10미터.
더는 오러라 부르기도 힘들 정도의 크기를 넘어서자, 한계에 부딪힌 듯 성장을 멈추었다.
하지만 혼돈기는 여전히 끊임없이 흘러들어 갔다.
크기를 더는 키우지 못하는 오러는 결국 다른 선택을 했다.
점차 온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에도 태우지 못할 것이 없던 초고온의 화염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새카맣던 오러가 점차 옅은 빛을 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쩌억- 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균열이 생겼다.
빛이 새어 나왔다.
어둠을 밝히기엔 너무도 미약한 빛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균열이 점차 커지고 새어 나오는 빛이 커질수록, 빛의 밝기는 점차 강해졌다.
화르르르르르륵-!
수십 미터에 달하는 흑색 오러가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일반적인 붉은 화염의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홍염(紅焰)의 오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청염(靑炎)의 모습으로 변했다.
화르륵-! 화르르륵-!
거칠다.
청염의 오러는 세상 모든 것을 불태울 기세로 활활 타올랐다.
덩달아 빛은 강해졌고, ‘천공십이검’을 사용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밝기로 주변을 밝혔다.
‘아직 부족해.’
‘마테온의 광명’의 기운이 확연히 뒤로 물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아직 시험은 통과하지 못했다.
더욱 강한 빛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진짜 누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서우진이 이를 갈았다.
지금까지 소모된 혼돈기의 양이 결코 적지 않았다.
아니, 거의 모든 힘을 다 썼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가벼운 탈진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 물러설 수도 없는 일.
서우진이 작정하고 혼돈기를 바닥 끝에서부터 긁어모았다.
“마왕화.”
화아아아아악-!
아껴두었던 ‘마왕화’까지 사용했다.
보는 눈도 없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순식간에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이 전신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만끽할 새도 없이, 모조리 오러에 때려 박았다.
미증유의 거대한 힘.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혼돈기가 밀려들자, 청염의 오러는 다시 한번 변화했다.
시리도록 푸르던 화염의 중심지부터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북방의 설원처럼.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순수한 백색이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이내…….
백염(白炎)이 되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시야가 밝아졌다.
청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뒤덮으며 어둠을 잡아먹었다.
터져 나온 빛에 서우진의 동공이 절로 가늘어졌다.
너무도 눈이 부신 탓에, 제대로 뜨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빛 사이에서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어떠냐? 이 정도면 ‘광명’이라 부를 만하지?”
앞을 향해 말했다.
그곳에는 어둠에 잠식되어 보이지 않았던 ‘마테아의 광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기는 7~8미터 정도.
외형은 화려한 황금색의 반지와 닮아 있었다.
“아니, 팔찌인가?”
너무 크다 보니 반지인지, 팔찌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딴 건 아무 상관없었다.
[자격을 증명했노라.]‘마테아의 광명’이 시험을 통과했음을 인정했으니까.
화아아아아아악-!
황금색의 빛이 새어 나오며 주변을 물들였다.
백염으로 인해 마치 북방처럼 새하얗던 공간이, 성스러운 황금빛으로 덧씌워졌다.
‘마테아의 광명’이 말을 걸었다.
호칭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딱히 반발하지 않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때가 가까웠으니……. 잊힌 여신의 뜻을 받들어, 이계의 마왕들을 막아내고 세계를 구원하길 바라노라.]이해하지 못할 말이었다.
사도들은 분명 ‘혼돈의 왕’이 세계에 종말을 가져올 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엔 세계를 구원하라니?
게다가 이계의 마왕‘들’이라고 했다.
그 말은 마왕이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야, 그게 무슨 뜻……?”
눈살을 찌푸린 서우진이 물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황금빛으로 가득차 있던 공간이 그대로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기억하라, 여신 ‘마테온’의 이름을. 그리하면…….]아쉽게도 뒷말은 들리지가 않았다.
덕분에 서우진은 붕괴되는 공간에 휘말리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뭔 소린지 모르겠군.”
‘마테온의 광명’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거대했던 모습이 어느새 한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팔찌였네.’
크기를 보니 반지가 아닌, 팔찌다.
서우진이 그것을 붙잡자마자, 공간이 무너져 내리며 밖으로 튕기듯 날아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