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
#33화.
“아저씨, 아저씨.”
이지아가 재잘거린다.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쪽 귀로 그 얘기들을 흘리면서 창밖을 쳐다봤다.
빠른 속도로 주변의 사물들이 뒤로 스쳐 지나갔다.
‘기차라니…….’
역시 제국은 제국인가?
서우진도 예전에 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긴 했다.
당시엔 그런 것에 신경쓸 틈이 없어서 금세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 기차를 타게 될 줄이야.
판타지 세계에서 기차라니,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하긴, 그동안 소환된 용사가 몇 명인데. 이런 게 안 나오는 쪽이 더 이상하지.’
물론 용사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런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필요한 건 작은 아이디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바뀔 수 있었다.
지금 용사들이 타고 있는 기차 역시, 구조만 비슷할 뿐 작동 원리는 지구의 것과는 현저히 다르다.
일단 동력 자체가 전기나 석탄이 아닌 마력이었으니까.
‘오히려 탱크가 없는 게 더 신기한데…….’
이 세계는 항상 전쟁을 염두에 두고 산다.
몇백 년에 한 번씩 마왕이 내려와 깽판을 치니까.
그럼 당연히 군수 쪽의 발전이 이뤄졌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그쪽은 영 진전이 없어 보였다.
마왕이 강림하면 놈에게 자주포를 쏟아붓고, 토마호크 미사일 수백 발을 꽂아 넣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다 결국엔 핵을 펑-!
‘왜 내가 닭살이 돋지?’
서우진은 갑작스런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응? 아저씨 추워요? 이상하다. 온도조절마법이랑 습도조절마법으로 항상 쾌적한 객실을 유지한다고 했는데?”
이지아는 무슨 PPL을 하는 것처럼 기차의 장점들을 주르륵- 나열했다.
“그런 거 아니야.”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기차 내부는 쾌적했다.
온갖 마법이 죄다 걸려 있다더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KTX보다 빠른 것 같죠? 제국 서부까지 세 시간이면 간다니.”
제국의 영토는 광대하다.
아마 러시아나 캐나다쯤?
그런 곳을 반쯤 가로지르는 데 세 시간이면…….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마법이니까.”
그야말로 마법의 단어였다.
어지간히 말이 안 되는 일도, 그냥 ‘마법이니까’ 한 마디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거 알아요? 제국에는 전투비공정도 있대요.”
이지아는 국가 기밀을 몰래 발설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으로 속삭였다.
“알고 있어.”
제국뿐만 아니라, 시온에도 있었다.
그 말은 곧, 웬만한 국가는 다들 운용을 한다는 뜻이었다.
다만 그것이 지구의 전투기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그거 그냥 풍선 같은 거야.”
대부분의 전투비공정은, 기구 속에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어 떠다니는 초기의 항공기다.
물론 이쪽 세계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고차원적인 마법을 섞어, 그보단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겠지만.
‘그게 전부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큰 장점이 없기에, 많은 수가 운용이 되진 않는다.
정찰용이나 공중 폭격용으로 쓰는 게 전부일 것이다.
“아, 그 옛날 영화에 나오는 거요?”
“맞을걸.”
아마도 비운의 비행선, 힌덴부르크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무슨 판타지 게임에 나오는 걸 상상했던 건지, 이지아는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베르샤인에서 얼마 전에 꽤 획기적인 것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옆자리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일린이 대화에 참여했다.
“베르샤인?”
“동부의 초강대국이에요. 군사력으로만 따지면 제국과도 큰 차이가 나질 않죠.”
그런 왕국이 있는 줄은 몰랐다.
“거기서 뭘 만들었는데?”
“공중기동항모라고 하더군요.”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린다.
왠지 남자의 로망을 마구 건드리는 작명 아닌가?
“용기병들을 싣고 다니며 정비, 보급 등의 이동항공기지 역할을 주로 한다고 들었는데.”
“용기병?”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모습이었다.
“한번 보고 싶은데…….”
“전쟁이 시작되면 보기 싫어도 볼 수 있을 거예요.”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의 들떠 있던 마음이 팍- 식어버렸다.
로망은 로망일 뿐.
그것들은 무기다.
“아일린 언니, 시온에는 뭐가 있어요?”
어느새 이지아는 아일린을 언니라고 불렀다.
“병사와 기사.”
시온은 국력이 그리 강한 왕국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곳도 아니었다.
시온에는 바로 ‘그’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반 슬레인.”
전투비공정? 공중기동항모?
그딴 거 100대를 갖고 와봐라.
반 슬레인의 일검이라도 막을 수 있을까?
“그게 누군데요? 이름 멋있다. 기사예요?”
이지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내 사부님? 스승님? 선생님? 뭐, 그런 비슷한 분이시지. 대귀족이기도 하고.”
서우진의 성의 없는 설명에도, 이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대단하신 분인가 봐요.”
대단하지.
너무 대단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지금 용사들 수준으로는 아무도 못 이기지.”
반 슬레인은 서우진이 보기에 세계관 최강자였다.
그보다 강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더 성장하면요? 그래도 못 이길까요?”
그 말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 ‘검신’도 손 한번 못써보고 두드려 맞을 게 확실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성장을 해나간다면?
마왕이 강림하기까지 최대 4년 정도 남았다.
그동안 성장을 계속한다면…….
“그땐 가능하겠지.”
반 슬레인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마왕은 못 막는다.
하지만 용사들은 막을 수 있다.
그것만 보더라도, 용사들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히이, 한번 보고 싶다.”
이지아는 궁금한 게 끝났는지, 한 번 웃어주고는 옆에서 멍 때리고 있는 김다혜와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창밖의 풍경은 따스했다.
처음 토벌을 나섰던 북방과는 달라도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것은 서우진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지금은 몬스터들에게 두려움을 느끼진 않고 있었으니까.
“폐허가 됐군.”
서우진은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숲속의 화전민 마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불타고 무너진 폐허로 변해 있었다.
“고블린인 것 같네요.”
아일린이 쓰러져 있는 시체 하나를 가리켰다.
“목덜미에 독침이 꽂혀 있어요. 힘이 약한 고블린들이 자주 사용하는 사냥 방법이죠.”
아일린은 몬스터에 대해 해박했다.
심지어 고블린은 북방에 출현하지도 않는 놈들이었음에도, 잠깐 둘러본 것만으로 알아차릴 정도였다.
“우욱!”
“다 죽었어…….”
한편 다른 용사들은 헛구역질까지 하는 중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하는 서우진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반응이었다.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온 기사들이 잠시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다, 이내 감추었다.
서우진은 그것을 봤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몇 마리나 될까?”
“최소 30마리요. 하지만 그 정도만 있을 리가 없어요.”
고블린은 무리 생활을 한다.
이곳에 남은 흔적으로는 삼십여 마리지만, 부락에는 그보다 몇 배는 많을 게 분명했다.
“괜찮을까?”
서우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물론 용사들을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저 녀석들이 아무리 한심하게 굴어도, 고블린 따위에게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부상 정도는 입을지 몰라도.
“조금 더 수색을 해봐야겠지만…….”
아마 주변 마을은 죄다 쑥대밭이 되어 있을 확률이 컸다.
이만한 규모의 부족이 마을 하나 털었다고 만족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조의 결과도 들어봐야겠네.”
현재 서우진과 용사들은 총 열 개의 조로 나뉘어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100명의 용사에 기사들까지 합치면 무려 300명이 넘는 대인원이다.
그걸 한 번에 운용하는 것은 낭비였다.
때문에 조를 나눠 수색을 진행하고, 일단 부락을 발견하더라도 공격은 후에 하기로 했다.
“일단 돌아갈까요?”
서우진이 다른 용사들을 향해 말했다.
몬스터의 종류도 특정했고, 이 주변에 놈들이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으니 더는 욕심을 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용사들은 그럴 마음이 없는 듯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벌써 돌아가서 뭐하게요?”
“조금이라도 성과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이대로 돌아갔다간…….”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서우진의 말에 반대했다.
‘너희 방금 전까지 토하고 있었잖아.’
그런 상태로 무슨 수색을 진행한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쪽 분. 왜 자꾸 대장 노릇 하려고 해요? 여기 A급도 계신데. 그쪽은 D급이잖아요.”
그러니까 자신들보다 낮은 등급의 명령은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인 것 같았다.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들과는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아, 이번에는 기사들을 향해 물었다.
적어도 저들은 상식적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기사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저희는 용사님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온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결정은 용사님들께 맡기겠습니다.”
그들은 아일린과 마찬가지로, 흉수가 고블린이란 사실을 진즉에 알아차렸다.
그러니 더욱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고블린은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 몬스터였으니까.
자신들의 왕국에서 지원을 받은 용사들이 활약을 하면 할수록,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커진다.
그러니 서우진의 말대로 지금 이대로 돌아가는 건, 기사들의 입장에서도 그리 달갑지 않았다.
“거봐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죠?”
용사들은 여전히 얼굴을 찌푸린 채였다.
시체들이 있는 방향은 아예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저 좀 더 깊숙이 들어가서 고블린을 잡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것 같았다.
“그럼 그렇게 하시든가요.”
서우진이 할 수 있는 일이 더는 없었다.
개고생하고 싶다는데, 한번 당해봐야 정신을 좀 차리지 않을까 싶었다.
서우진과 아일린이 조금 뒤쪽으로 빠졌다.
내키지도 않는 일에 굳이 선두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숲을 헤치며 나아가던 용사들의 앞에 뭔가가 나타났다.
‘고블린.’
녹색 피부에 1미터 남짓한 키.
그리고 썩은 악취까지.
누가 봐도 고블린이었다.
놈은 약탈한 마을의 전리품이라도 챙겨가는 것인지, 제 몸만 한 보따리를 낑낑거리며 끌고 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은 주변부터 살폈다.
혹시 이게 함정이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든 것이다.
고블린은 약한 대신 영악하기 짝이 없어, 이런 종류의 함정을 자주 파곤 했다.
하지만 그런 서우진의 노력이 무색해졌다.
“이 새끼들!”
“몬스터 주제에 감히 사람을 죽여?”
고블린을 발견한 용사들이, 앞뒤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튀어나간 것이다.
“자, 잠깐!”
서우진이 뒤늦게 말려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니, 말렸어도 저들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
저들에게 있어 고블린이란, 5레벨도 되기 전에 잡았던 허접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도, 용사들은 함정에 빠져 버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