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프레이야는 잔뜩 굳은 얼굴로 철 상자를 바라봤다.
서우진이 그 안으로 끌려들어 간 지 벌써 한 시간여.
그동안 철 상자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괜찮은 걸까요?”
아샨타가 문득 자드를 향해 물었다.
“괜찮을 거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는데.”
“이제 고작 한 시간이다. 설마 이만한 봉인의 시험이 그리 쉽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느냐?”
자드는 전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내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봉인의 시험은 최소한 사흘. 어쩌면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거다. 그러니 벌써부터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사흘?”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프레이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 오래 걸린단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허어, 예상보다 너무 길구나.”
프레이야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테아의 광명’이라는 지고의 성물을 얻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에르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게다가 부상을 입고 숨어버린 마왕 백시우도 찾아가 처리해야 했으니,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이제는 ‘아리엘리아의 날개’도 없었으니…….
‘서둘러 움직여야 하건만.’
차라리 마왕을 먼저 처리하고, 아이에르를 향하는 걸 우선으로 했어야 했을까?
‘아니, 아니지. 그랬다면 그 미친 마법사 놈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마왕까지 강림한 지금, 초극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를 쉽게 잃을 수는 없었다.
“복잡하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너무도 답답했다.
“결국은 모든 게 그 녀석이 얼마나 빨리 시험에 통과하는지에 달려 있겠…….”
쩌적-!
프레이야가 한탄할 때였다.
갑자기 철 상자 쪽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프레이야는 물론이고, 아샨타와 자드의 고개가 그쪽을 향해 동시에 돌아갔다.
“…아저씨, 방금 뭐라고 했었죠?”
“음, 그게.”
아샨타가 묻자 자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렸다.
“사흘? 길면 일주일 이상?”
“부, 분명 내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그럼 저건 뭔데요?”
아샨타가 철 상자를 가리켰다.
견고하기 그지없었던 표현에 거미줄과 같은 균열이 가득 생겨 있었다.
쩌저적- 쩌적-!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균열들은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고.
“저럴 리가 없는데?”
자드는 불신이 가득차 있는 눈동자로 철 상자를 쳐다봤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그와 반대로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저놈이 어떤 놈인데.’
봉인의 시험이 아무리 어렵다고는 하나, 설마 마왕과 싸워 이기는 것보다 힘들까.
서우진은 마왕과 한판 붙어 이겼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놈이다.
이런 시험쯤은 식은 수프를 먹는 것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실력의 소유자란 뜻이다.
그 증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쩍쩍- 하고 금이 가던 철 상자가 이내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쩌저저저저정-!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프레이야가 벼락처럼 검을 빼 들고는 쇳조각들을 쳐냈다.
‘으음.’
단순한 폭발의 여파였음에도, 그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느꼈다.
‘엄청나군.’
하마터면 몇 개는 막지 못하고 뒤로 흘릴 뻔했다.
그랬다면 아샨타나 자드는 결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뒤를 흘깃 쳐다본 프레이야는 두 사람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방금 전까지 철 상자가 서 있던 곳의 중심에서, 서우진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전신에 가득했던 상처와 화상 자국들이 마치 씻은 듯 사라지고, 말끔한 얼굴로 묻는 그를 보며 프레이야가 웃었다.
“그리 늦지는 않았느니라.”
“그럼 다행이네요.”
고개를 주억거린 서우진이 손을 들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팔찌 하나가 손목에 둘러져 있었다.
“‘마테아의 광명’입니다.”
치료는 쉬웠다.
[마테아의 광명]을 그저 팔에 끼우는 것만으로 뒤틀리고, 엉켰던 마력 회로가 제자리를 찾아갔다.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이전에 입었던 상처의 흉터들마저도 완전히 회복되어 매끈해질 정도였다.
자드는 그 모습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다, ‘마테아의 광명’을 빼냈다.
“치료는 끝났네.”
“효과 한번 끝내주네요.”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육체는 완벽히 회복이 되었네만, 지금 당장 정신을 차리기는 힘들 걸세.”
“그렇습니까?”
서우진이 고개를 주억였다.
솔직히 살아났으니 됐다.
정신을 지금 차리든, 나중에 차리든.
서우진이 거기까지 신경써 줄 필요는 없었다.
이 정도면 디아로크에게 진 빚은 충분히 갚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뭐, 늦게 깨어나서 더는 안 따라오는 편이 더 낫긴 하지.’
그간 괜히 짐 덩이 하나를 짊어지고 다니는 느낌이었으니, 이 기회에 떨어뜨려 놓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
자드가 서우진을 향해 머뭇거렸다.
‘마테아의 광명’을 만지작거리는 폼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충분히 짐작되었다.
“하나 확실히 하죠.”
서우진이 그런 자드를 향해 입을 뗐다.
“팔찌는 자드 씨 겁니다.”
순식간에 표정이 환해진다.
꼬장꼬장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물론 지금 당장 드릴 순 없어요. 아까 얘기했다시피, 전쟁에서 ‘마테아의 광명’은 많은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물론 알고 있네.”
사람을 순식간에 치유하는 성물이라니?
전쟁에서 그보다 더 좋은 아이템이 어디에 있을까?
심지어는 사용 제한 따위도 없다.
‘마테아의 광명’만 있다면,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강림 전쟁에서 패한다면, 이깟 성물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자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자드 씨 거니까요.”
“…고맙네.”
서우진이 그냥 꿀꺽해도 할 말이 없긴 했다.
위치와 방법이야 자드의 가문이 대를 이어 찾아온 것이긴 했지만, 결국 서우진이 아니었다면 결코 손에 넣지 못했을 테니까.
그런데도 서우진은 ‘마테아의 광명’을 그에게 주겠다고 했다.
힘이 있는 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강퍅한지를 생각해 보면, 믿기 힘든 호의였다.
자드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물론 서우진은 손을 대충 흔들며 민망해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녀석은 책임지고 돌봐주십시오. 저는 이제 할 일이 있어서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거든요.”
“그리하겠네.”
자드는 당연하다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곤, 손에 쥐고 있던 ‘마테아의 광명’을 넘겼다.
“부디 좋은 곳에 써주게.”
“그럴 생각으로 가져가는 겁니다.”
서우진이 팔찌를 받아 들고 손목에 끼며 대답했다.
“준비되었느냐?”
그때, 뒤쪽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프레이야가 물었다.
“네, 이제 출발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느냐?”
프레이야는 아직 백시우가 숨어 들어간 장소에 대해 듣지 못했다.
“드나로 타가스.”
“…저주받은 그랑데르의 수도 말이냐?”
프레이야는 멸망해 버린 왕국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시네요. 혹시 가는 길도 아세요?”
“물론이다.”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노니아에 의해 멸망한 도시.
너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진 탓에 아직까지 그 누구도 살아가지 않는 땅.
“그럼 안내 좀 부탁드릴게요. 얼른 마무리 짓고 아이에르로 가야죠.”
“그러자꾸나.”
프레이야가 살짝 굳은 표정으로 대답한 뒤,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드나로 타가스를 향해서.
* * *
“대체 여긴 어딘가요?”
온통 무너져 내린 폐허만 가득한 도시의 풍경에, 성유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왕께서 계신 곳이다.”
“여기가 드나로 카나스인지 뭔지 하는 곳이라고요?”
마르데타인의 대답에 성유라가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백시우가 이런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마왕이 되었으니 당연히 마왕성 같은 거대하고 위압적인 곳에 머물 줄 알았는데…….
“맞다.”
마르데타인은 딱딱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괜찮을까요?”
이곳으로 오는 동안 몇 가지 정보를 들었다.
대륙 전역에 퍼져 있는 추종자들의 입을 통해 전달받은 것이다.
그 내용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왕께서 용사에게 패배했다.
-사도들 대부분이 몰살당해, 남은 이들이 다섯도 채 되지 않는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왕께서 죽은 자들의 도시로 피신해 회복 중이다.
하나같이 절망적인 소식들.
설마 마왕이 된 백시우가 또다시 서우진에게 패배할 줄이야.
성유라는 친구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건 나도 모른다. 직접 눈으로 뵈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마르데타인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왕을 입에 올리는 사도치고는, 그 태도가 너무도 불손했다.
그 사실을 눈치챈 성유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반란이라도 생각하는 건가?’
마르데타인은 음흉하고 교활하다.
성왕이 되어 아이에르와 대륙을 농락한 것만 봐도 그의 심계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가 있었다.
지금은 몸을 낮추고 있지만, 만약 백시우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든 뒤통수를 치고도 남을 새끼지.’
성유라는 마르데타인을 경계했다.
아직까진 필요가 있었기에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뿐.
그 쓸모가 다한다면 반드시 처리해야 할 놈이었다.
뒤쪽에서 마르데타인의 등을 노려보던 성유라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뭐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불길하고 두려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서 따라와라.”
그때, 앞서 걷던 마르데타인이 재촉했다.
“아직 갈 길이 머니 이런 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알겠어요.”
성유라는 가슴 깊이 차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진 않았다.
그만큼 짙은 예감이었던 것이다.
‘설마 아니겠지?’
마르데타인의 말에 의하면, 드나로 카나스는 그 누구도 쉽게 드나들 수 없는 장소였다.
마왕의 추종들이 기나긴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들어낸 금지(禁地)였으니까.
허락받지 않은 존재는 결코 진입할 수 없다 장담했다.
그런데도 성유라는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마치 누군가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에이, 설마.’
불현듯 머릿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우진이었다.
성유라는 고개를 흔들며 그 얼굴을 떨쳐 내곤 걸음을 서둘렀다.
그 빌어먹을 놈이 여기까지 쫓아올 순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같이 가요.”
그녀는 마르데타인의 뒤를 빠르게 쫓았다.
하지만 성유라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