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속도다.
프레이야는 서우진과 함께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가로지르며 일직선으로 질주했다.
바위, 나무 할 것 없이 앞을 가로막는 건 모조리 파괴했다.
두 사람이 경로를 틀 때는 오직 앞에 살아 있는 생명체가 있을 때뿐이었다.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둘의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콰과과광-!
집채만 한 바위 하나가 터져 나가며 자갈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쪽 길로 계속 가면 됩니까?”
앞장서서 장애물들을 분쇄하던 서우진이 문득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내 기억대로라면, 맞을 게다. 이 산만 넘으면 전경이 보일 테지.”
비록 폐허뿐이겠지만.
프레이야는 뒷말을 삼켰다.
그랑데르와 드나로 타가스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저주받은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못 미더워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도 비슷한 말씀 하신 건 기억나시죠?”
“크흠.”
프레이야가 헛기침을 했다.
“분명 그때도 산 하나만 넘으면 도착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네 녀석도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라는 놈이 오락가락하는 걸 알 게다!”
민망함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냥 아샨타 씨를 데리고 올 걸 그랬네요.”
서우진이 투덜거렸다.
그녀라면 드나로 타가스의 정확한 위치를 확실히 알고 있을 테니까.
“이놈아, 그 아이가 어떻게 우리를 따라오겠느냐?”
아샨타가 상급 기사에 달하는 실력자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이 속도를 내는 것이 턱도 없이 불가능했다.
“제가 업고 달리면…….”
“헛소리는 그만하고, 더 서두르기나 하거라.”
프레이야가 말을 끊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쩝.”
서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제 와서 프레이야를 믿고 출발한 것을 후회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어차피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이번엔 맞길 바랄게요.”
“맞다니까!”
프레이야가 다시 소리를 지르자, 서우진이 이크! 하며 속도를 더했다.
콰과광-!
산에 길이 생기고 있었다.
앞에 거슬리는 모든 것을 치우며 달려가니,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으음.’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프레이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해.’
서우진은 강하다.
그것은 일말의 반론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확실한 사실이었다.
젊음을 되찾으며 더욱 경지가 상승한 자신보다도 월등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마왕에 견줄 정도는 아닌데.’
그게 좀 이상했다.
서우진이 초극의 경지에 다다른 존재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왕을 패퇴시킬 수 있을까 묻는다면?
프레이야는 결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지금의 서우진이 홀로 마왕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라면, 굳이 용사들을 소환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럼 어떻게 이긴 것일까?’
가능성은 두 가지다.
마왕이 기록되어 있는 것보다 훨씬 약하던가, 아니면 서우진에게 감춰진 힘이 있던가.
프레이야는 그중 후자일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저 녀석에겐 내가 모르는 힘이 있다.’
단순한 짐작이 아니다.
아이에르의 중추로 돌아오며, 몇 가지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검은 존재’에 관한 것이라든지, 성왕 오이언이 지나치게 서우진을 경계한다든지.
그 외에도 여러 정보를 접하다 보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서우진이 지나온 행보를 보면,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적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번 알아보기는 해야 하겠지.’
마냥 신뢰하기엔, 마음에 걸리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프레이야는 이번 일이 모두 마무리되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정보를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의 다 왔네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우진은 앞만 보고 달렸고, 이내 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제 저기만 넘으면 보일 게다.”
프레이야는 생각을 멈추고,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콰앙-!
마지막으로 길을 막고 있던 커다란 나무가 장작더미로 변하며 허공으로 비산하자, 탁 트인 전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음…….”
정상에서 멈춰 선 서우진이 신음을 흘렸다.
“저기가 드나로 타가스입니까?”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듣던 것과 같구나.”
산 아래로 거대한 폐허가 펼쳐져 있었다.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죽음의 도시.
“4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살을 당한 왕국, 그랑데르의 수도다.”
너무도 많은 사람이 죽어서일까?
프레이야는 정체모를 음습함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일단 내려가 보죠.”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살짝 굳어진 표정으로 먼저 걸음을 내디뎠다.
조금 전과는 다른, 무겁기 짝이 없는 발걸음이었다.
* * *
“이곳이다.”
마르데타인이 멈춰선 곳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한 통로의 앞이었다.
“시우가 이 안에 있다고요?”
성유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여자 홀로 들어가기엔 지나치게 위험한 분위기가 가득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은 그딴 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왕께서 너를 기다리고 계실 거다.”
그 말에 성유라가 머뭇거렸다.
혹시나 속이는 것이라면?
마르데타인은 이미 자신의 뒤통수를 친 전적이 있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아카데미에서 미친 학살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서우진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그러니 마르데타인의 말을 신용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어서 내려가지 않고 뭐하는 거지?”
성유라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마르데타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봤다.
“…좋아요, 내려가죠. 하지만 당신이 앞장서요.”
“하!”
성유라의 말에 마르데타인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나는 아직 왕의 배알을 허락받지 못했다.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오직 너 하나뿐. 그러니 어서 들어가라.”
마르데타인이 마기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이런 개 같은…….’
놈이 저렇게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면, 그녀로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성유라의 힘으로는 마르데타인을 당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성녀’ 시절이었다면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신성력은 마기에 치명적인 천적이었으니까.
경지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상성을 생각해 보면 최소한 도주는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마르데타인이 심었던 마기의 씨앗이 터지며, 그녀가 지닌 신성력이 변질된 것이다.
성유라가 지닌 기운은 신성력도, 마기도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
그리고 마르데타인 역시 같은 기운을 지니고 있었으니, 상성의 우위를 점할 수도 없는 상황.
덕분에 놈에게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 알았으니까 협박은 그만둬요.”
어쩔 수 없다.
성유라는 마른침을 삼키며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 다가갔다.
마르데타인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저벅- 저벅-
무거운 발소리가 통로에 울려 퍼졌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어스름한 계단을 내려가며, 성유라는 공포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아래로 향하면 향할수록 점점 호흡이 거칠어지고, 알 수 없는 위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멈칫-
문득 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봤다.
그곳엔 아직 마르데타인이 서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멈추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는 듯했다.
결국 성유라는 다시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괜찮을 거야.’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백시우다.
이 세계로 소환되기 전부터 함께해 왔던 친구.
마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올바르고, 착해 빠진 백시우였으니까.
그저 마력 대신 마기를 사용하고, 성격이 조금 바뀌기야 하겠지만…….
‘근본이 어디 가진 않겠지.’
성유라는 자신이 마기에 집어삼켜졌을 때 저질렀던 일은 생각지도 못한 채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길고 길었던 계단이 끝나고, 복도가 드러났다.
작은 횃불들이 줄지어 서 있는 덕에 그리 어둡진 않았다.
하지만 성유라는 빛이 들어오지 않던 계단에서보다 더 어둡다고 느꼈다.
‘시우야, 시우. 그 녀석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두려움이 왈칵- 치솟아 올랐지만, 그것을 애써 내리눌렀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적막함에 숨이 막혀올 지경이었다.
그러다 저 멀리에서, 마침내 문처럼 생긴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다닥-!
성유라는 망설이지 않고 그곳을 향해 달렸다.
혼자서 계속 이 빌어먹을 복도를 걸어가느니, 차라리 어서 백시우를 만나는 것이 낫겠다고 여긴 것이다.
“허억- 헉-!”
아주 잠깐 뛴 것에 불과했음에도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그녀의 레벨을 생각해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성유라는 그 이유를 고민해 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 어서 저 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뿐이었다.
이내 문 앞에 도착했다.
흑색으로 덧칠해진 기괴한 문.
온갖 불경한 문장과 문양으로 가득차 있는 문의 모습에 잠시 흠칫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
성유라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문을 두드렸다.
쿵쿵-!
“시, 시우야?”
기다리고 있을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끼이이익-
녹슨 경첩의 소음과 함께 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으읍!”
마치 시체가 썩는 듯한 악취가 틈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성유라가 자신도 모르게 코를 부여잡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문이 활짝 열리며, 안쪽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칠흑보다 어두운 방.
사람 다섯 명 정도는 한 번에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침대.
그리고 그 위에 누워 있는 백발의 남자 한 명.
“…시우야?”
외형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성유라는 본능적으로 그가 자신의 친구임을 알 수가 있었다.
스윽-
그의 고개가 돌아가며 그녀에게 시선을 던졌다.
심연과도 같은 눈동자에 하마터면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성유라.”
익숙한 음성이었다.
“들어와라.”
백시우가 말하자, 성유라는 최면에 걸린 것처럼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너, 너 괜찮아?”
침대에 누워 있는 백시우의 모습을 보곤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양팔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전신에 성한 곳이 단 하나도 없었다.
불에 타고, 검에 베여 온통 상처로 가득했다.
그것을 본 성유라는 이 냄새가 어디서 나는 지 알 수 있었다.
‘부패하고 있어.’
놀랍게도 백시우는 살아 있는 채로 썩어가는 중이었다.
“괜찮냐고? 이 모습을 보고도 그런 질문이 나오나?”
차갑기 그지없는 말투.
그리고 그보다 더 차가운 표정.
익숙하지만 낯선 그 모습에 성유라는 몸이 굳어졌다.
“가까이 와서 확인해 봐.”
백시우의 손짓을 성유라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건 자신의 둘도 없는 절친이었던 백시우가 아니다.
다른 무언가다.
‘마왕.’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슬픔이 아닌, 공포 때문이었다.
그런 성유라를 향해 백시우가 말했다.
“네가 ‘성녀’라면 나를 고쳐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