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폐허 사이를 거닐었다.
온통 파괴되고, 황폐화된 도시의 전경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랑데르라는 왕국의 전역이 이런 상태인가요?”
서우진이 문득 물었다.
그러자 프레이야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다. 새로운 왕국이 세워진 곳도 있고, 근방의 국가들에게 병합된 곳도 있지.”
오히려 새로이 정착한 이들에 의해 옛 모습은 지워지고, 다른 삶의 터전이 되었다.
“그런데 왜 여기는 계속 방치되고 있는 겁니까?”
그랑데르는 본래 강대국이었던 것일까?
드나로 타가스의 크기는 웬만한 왕국의 수도보다 훨씬 더 컸다.
오죽하면 아이에르의 총교단보다도 더 넓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이가 죽었으니까.”
드나로 타가스에서만 무려 백만 명이 넘는 이들이 학살을 당했다.
말 그대로 개미 한 마리 빠져나오지 못한 채 모조리 이곳에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제국의 마공이 직접 희생자들을 묻었다지. 그 수가 너무도 많아, 그녀조차도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고 하더구나.”
마르테스의 마법이라면 도시 하나를 통째로 지우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매장했다면, 시신의 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드나르 타가스는 하나의 거대한 무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아무도 살지 않는 것이고.”
이해가 되었다.
어느 누가 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은 곳에서 살고 싶겠는가?
아무리 수백 년 전의 일이라 해도 말이다.
“언데드 같은 게 언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겠네요.”
“그렇진 않다. 설마 마공이 직접 이곳을 정화했는데, 그런 하급의 몬스터들이 출몰하겠느냐?”
그 말을 프레이야가 부정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럼 이 주위에 널려 있는 것들은 뭘까요?”
“…그게 무슨 말이냐?”
“저희 지금 포위됐거든요.”
프레이야가 눈을 끔뻑였다.
“포위?”
“수는 적어도 1천. 마리로 세야 할지, 명으로 세야 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언데드는 처음이라.”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신룡안’에 포착된 언데드는 자신들을 중심으로 둥글게 포위한 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좀비나 구울 같은 하급 언데드부터 시작해, 듀라한 급의 고위 언데드까지.
“다양하기도 하네.”
이름을 들어본 언데드는 죄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그, 그럴 리가?”
프레이야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까지 더듬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드나로 타가스에서 언데드가 발견되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느니라.”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해서, 발걸음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죽은 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이들도 한 번씩 방문하고, 옛 비극의 현장을 눈에 담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으나, 그래도 완전히 단절된 곳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언데드가 출몰했다는 얘기는 결단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럼 이유는 하나밖에 없겠군요.”
백시우.
그놈이 이곳에 둥지를 튼 것과 언데드의 출몰이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분명 그놈 때문일 터.
“어떻게 할까요?”
서우진이 물었다.
언데드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둘의 상대는 아니다.
프레이야 혼자만 나서도 금세 정리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백시우를 앞에 두고, 저런 잡스러운 놈들이 접근하도록 둘 순 없었다.
“변수는 줄이는 게 좋겠지.”
프레이야는 그제야 언데드들의 기척을 감지했는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할까요?”
“아니다. 너는 힘을 조금이라도 아껴두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아무리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하나, 마왕은 마왕.
그 어떤 비상식적인 일을 벌일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서우진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편이 좋았다.
스르릉-
프레이야가 검을 뽑았다.
“저놈들은 내가 정리할 테니, 너는 마왕을 찾거라.”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프레이야의 말대로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화아아아악-!
거대한 마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프레이야가 젊음을 되찾은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전투였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잊어버린 전장의 감각을 되찾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
프레이야는 지체하지 않고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너무도 빠른 속도에 마치 길게 늘어지는 듯한 잔상만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흐음…….”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괜찮으시겠지.”
잠깐 따라가 볼까 하다 이내 관두었다.
그녀가 언데드 따위에게 당할 리도 없고, 지금은 백시우를 찾아 죽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놈이 어디 숨어 있으려나?”
아직까진 ‘신룡안’에 감지가 되지 않고 있었다.
드나로 타가스가 워낙 넓기도 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스킬을 방해하는 듯했다.
“결국 발로 직접 돌아다녀야 한다는 건데.”
이곳에 백시우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콰과과과과광-!
전투가 시작된 듯,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것을 뒤로한 채, 서우진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차갑게 굳은 표정에는 짙은 살기가 서려 있었다.
* * *
“…내, 내가?”
성유라가 말을 더듬었다.
치유 스킬이라면 차고 넘쳤다.
비록 신성력이 변질되기는 했지만, 그녀의 직업은 여전히 ‘성녀’.
스킬을 사용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왕의 치유가 가능할 거라 확신할 수가 없었다.
“해라, 성유라.”
두려웠다.
백시우는 자신의 친구가 아니다.
싸늘하게 식어 있는 눈동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만약 치유하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찢어발길 것만 같았다.
‘마르데타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아.’
백시우, 아니, 눈앞의 존재는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반항은 꿈도 꾸지 못하는 절대적 존재.
비록 지금은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가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죽을 테니까.
성유라는 머뭇거리며 백시우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썩어가는 육신에서 풍겨오는 악취가 점점 짙어졌다.
하지만 얼굴조차 찌푸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시우야?”
긴장을 풀려는 것일까?
성유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많이 걱정했어. 너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백시우의 인간성을 조금이라도 떠올려 볼 요량으로 말을 걸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입을 닫아라. 내가 네게 원하는 건 그따위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아닌, 오직 치유뿐이다.”
지독하리만치 차가운 음성에 성유라가 몸을 떨었다.
‘죽는다.’
만약 치유하지 못한다면, 백시우는 정말로 자신을 죽일 것이다.
친구? 우정? 함께해 온 시간?
그딴 건 눈앞의 마왕에게 하등의 가치도 없었다.
오직 욕망과 광기만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성유라는 마른침을 삼키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어.”
더는 백시우를 자극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바라는 대로, 그를 망가질 대로 망가진 육체를 치유하는데 온 정신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될까?’
모르겠다.
지금의 자신이 지닌 기운이 마기로 가득찬 백시우를 치유할 수 있을지.
하지만 지체할 수도 없다.
점점 강해지는 살기에 성유라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세인트 로어!”
그녀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치유 스킬이었다.
주변 100미터 이내에 있는 모든 아군을 회복시킬 수 있는 수준.
화아아아아악-!
변질된 신성력이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었다.
그리고 백시우는 그것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스윽-
신성력도, 마기도 아닌 이질적인 기운이었지만, 다행히도 효과는 있었다.
썩어가던 피부에 조금씩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느리군.”
하지만 백시우의 표정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회복 속도였지만, 그가 보기엔 느려도 너무 느렸던 것이다.
“이 상태론 완전히 회복하는데 1년 이상 걸리겠다.”
백시우가 입은 부상은 단순히 화상과 자상만이 아니다.
가장 큰 건 양팔이 잘리고, 마력회로가 몽땅 끊어졌다는 것이었다.
성유라의 스킬로 이 모든 것을 치유하려면 1년도 모자랐다.
“생각보다 쓸모가 없다.”
백시우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흠칫-!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는 시선에 두려움이 왈칵- 몰려왔다.
“자, 잠시만!”
살기를 느낀 성유라가 다급히 외쳤다.
“다른 방법이 있어!”
“…말해봐라.”
허락이 떨어지자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솔직히 다른 방법은 없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치유 마법은 ‘세인트 로어’였으니까.
다른 스킬을 백날 써봐야 이보다 빨리 회복시킬 순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이 갑자기 떠오를 리가!
“없는 모양이군.”
옅어졌던 살기가 다시금 커지기 시작했다.
“그럼 그냥 죽…….”
“10레벨!”
살고자 하는 본능은 대단했다.
성유라는 혹여나 늦을 새라 말을 계속 이었다.
“지금 내 레벨은 90이야! 앞으로 10레벨만 더 올리면, 너를 회복시킬 수 있는 스킬을 배울 수 있어!”
거짓말이다.
물론 초극의 경지에 도달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스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백시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치유 스킬이리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성유라는 거짓을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고 말 테니까.
‘기껏 다시 살아났는데, 이렇게 개죽음을 당할 수 없어!’
성유라가 초조한 눈빛으로 백시우를 쳐다봤다.
“새, 생각해 봐, 시우야. 고작 10레벨이야. 그것만 올리면 널 완벽하게 치유할 수 있어. 나를 죽이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것보단 그게 훨씬 더 확실하잖아.”
90레벨에서 100레벨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치유 방법을 찾는 데 걸릴 시간을 생각해 보면, 성유라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흐음.”
백시우가 눈매를 좁히며 잠시 고민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하지만 성유라는 초조함에 피가 마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마침내 백시우의 입이 열렸다.
“마르데타인에게 말을 해두지. 그놈이 도와준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최대한 빠르게 레벨을 올려라.”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뒷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무, 물론이지!”
성유라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기 위해서라면, 단 1초도 잠들지 않고 레벨만 올릴 자신이 있었다.
“꺼져라, 쓸모없는 년.”
거친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그녀의 가슴을 헤집었다.
“그, 그래. 푹 쉬고 있어, 시우야.”
성유라는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왔다.
다시 어두운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득-”
입술을 짓씹었다.
찢어진 피부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 내렸다.
‘X발…….’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백시우의 태도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
일단 살았으니 차근차근 뒷일을 준비하면 된다.
마왕이고 서우진이고.
감히 자신의 자존심을 구긴 놈들을 결코 가만 놔두지 않겠다 결심했다.
물론 그전에 그들과 같은 선에 서야겠지만…….
“마르데타인이 도와준다고 했었지?”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한다.
성유라는 굳은 표정으로 복도를 걸었다.
마왕이 된 백시우와도 비견될 정도로 뒤틀린 표정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