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3)
343화.
‘어려운데.’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룡안’에 걸리는 것이라고는 오직 언데드밖에 없었다.
놈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존재도 감지가 되질 않았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하나?”
이대로는 답이 없었다.
솔직히 드나로 타가스에 도착하면 바로 백시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볼 걸 그랬네.”
후회가 되었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인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차라리 싹 다 뒤엎어 버릴까?”
어차피 드나로 타가스는 폐허가 된 도시다.
역사적으로 보존해야 할 유적지도 아니었고,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영원한 안식에 취한 이들의 보금자리를 뒤엎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들도 이해할 것이다.
어쨌든 마왕을 찾아 죽이기 위한 일이었으니까.
“다 때려 부수다 보면 발견할 수 있겠지.”
방해받고 있는 ‘신룡안’만 믿고 돌아다니는 것보단, 그 편이 훨씬 더 가능성이 컸다.
“좋아.”
결심한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일단은 이 근처부터 시작…….”
응축된 혼돈기를 터트려 주변을 완전히 쓸어버리려던 서우진이 멈칫- 했다.
지금까진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기척 하나가 ‘신룡안’의 범위 안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누구지?”
어디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마기였다.
“사도인 것 같은데…….”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인 것처럼 보이는데, 언뜻 기억이 나질 않았다.
“흐음.”
서우진이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지금껏 만났던 사도들을 하나둘씩 떠올리고 있는데, 놈이 서우진 앞에 도달했다.
화아아아악-!
잔뜩 긴장한 얼굴의 중년인.
“아, 너구나.”
그를 확인한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말티즈? 아니, 조금 더 길었던 것 같은데.”
“…마르데타인이다.”
“그래, 마르데타인. 성왕 흉내 내던 놈.”
기억하지 못할 만했다.
“X밥이라 까먹고 있었네.”
바론에게 가려 그 존재감을 전혀 과시하지 못한 채 서우진에게 짓밟혀 죽은 놈.
“너도 살아났네.”
알고는 있었지만, 백시우가 마왕이 되자 정말 개나 소나 죄다 살아나는 중이었다.
“건방진 놈.”
마르데타인이 서우진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너를 찢어발긴 적이 있으니, 건방 좀 떨어도 되지 않아?”
놈은 바론과 합공했음에도 서우진을 당해내지 못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방적으로 쳐맞다가 죽었다.
서우진이 그런 놈 앞에서 예의를 갖춰야 할 이유가 없었다.
“죽여 버리겠다.”
마르데타인의 눈에서 살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물론,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부활하면서 조금 더 강해졌다고 너무 기고만장하는 거 아니냐?”
서우진은 놈이 강해진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해졌다.
되살아난 사도들을 다시 죽이며 110레벨을 돌파했으니까.
만약 마르데타인이 당시를 생각하고 저렇게 나오는 것이라면, 단단히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오늘은 결코 죽음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서우진의 표정이 조금 신중해졌다.
둘의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는 놈이 가장 잘 알 터였다.
심지어 그때와 달리 지금은 함께 싸워줄 바론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저토록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것은, 아무래도 믿는 바가 있기 때문인 듯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방심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방위 마법을 발동하라!”
그때, 마르데타인이 갑자기 허공을 향해 소리를 쳤다.
그리고…….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서우진의 기감을 완전히 가릴 정도의 기운이다.
그것이 한 곳으로 뭉치기 시작하자, 결코 얕볼 수 없는 힘이 되었다.
‘이건 좀 강한데?’
서우진조차도 긴장감을 끌어올려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해내지 못할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힘들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는 굳이 ‘마왕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고작 이딴 걸 믿고 그렇…….”
말하던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까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놈들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 스물, 백, 이백…….
그 수는 점점 늘어났다.
프레이야가 싸우고 있는 언데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기가 있는 놈들.
‘다크 엘프들이군.’
그간 많이도 만났던 종족이었다.
마경 헬데인에 있던 마목을 처리하며 거의 멸종시킨 덕에, 근래 들어선 마주치지 못했는데…….
“놈들도 다 되살아난 모양이지?”
다크 엘프는 까다로운 상대다.
물론 개개인은 서우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했지만, 그 수가 지금처럼 천을 넘어가면 얘기가 좀 다르다.
최소한 상급 기사.
그중에는 최상급 기사 수준의 강자들도 넘쳐 났고, 몇몇은 초극의 경지에 근접한 놈들도 있었다.
‘다행히 게랄드는 없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 초극의 경지에 오른 건 오직 하나, 마르데타인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너를 상대함에 부족함이 없겠지?
아니다.
조금 곤란하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작 이 정도로 서우진이 패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크 엘프가 아니었다.
‘방위 마법이라고 했던가?’
거대한 마기가 서우진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있었다.
팔다리가 평소의 수백 배 이상 무거워졌고, 혼돈기의 운용 역시 둑에 가로 막힌 것처럼 툭툭- 끊겼다.
“확실히…….”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마르데타인.
1천이 넘는 다크 엘프.
그리고 정체불명의 방위 마법까지.
하나씩 보자면 충분히 뚫어낼 수 있었겠지만, 셋을 동시에 감당해 내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마공쯤 되는 존재가 아니라면,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 하더라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드나로 타가스는 왕의 강림을 위해 수백 년간 베일 뒤에 숨어 만들어낸 천고의 요새다. 비록 지금은 온전한 힘을 낼 수 없지만, 그렇다 해도 너 하나쯤을 죽이는 것은 문제없을 터!”
마르데타인이 미소를 지으며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러니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죽어라.”
그것이 신호였을까?
마르데타인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다크 엘프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폐허 속에서 불어오는 검은 바람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대단하네.”
서우진은 솔직히 인정했다.
설마 이만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백시우와 사도 몇 명만 잡아 죽이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던 건 너무 안일한 판단이었다.
서우진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다크 엘프들을 보며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확실히 이 상태면 ‘혼돈 세계’도 쓰지 못하겠어.”
그만한 스킬을 발동하기엔, 혼돈기의 운용이 원활하지가 않았다.
이것까지 고려한 것이라면, 마르데타인은 꽤 정곡을 찔렀다.
“네가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
마르데타인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는 말인데…….”
슬쩍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봤다.
멀리서 프레이야가 언데드들과 싸우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직 이쪽의 상황을 눈치채지도 못한 것 같았다.
“네가 하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스르릉-
‘카 라니엘’을 뽑아 들었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라는 거지.”
‘마왕화’.
끊어지던 혼돈기의 흐름이 돌변했다.
냇가처럼 흐르던 기운이 해일과 같은 기세로 마력 회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용사’ 서우진의 모습이 사라지고, ‘마왕’ 서우진이 세상에 현현했다.
“뭐, 뭐냐? 그 모습은!”
쇄도하던 다크 엘프들이 급히 멈춰 선 채 입을 벌렸고, 마르데타인은 두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아, 그렇지. 너는 이 모습을 처음 보겠구나.”
어느새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화한 서우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마왕이다, 이 새끼야.”
* * *
번쩍-!
백시우가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분노, 광기, 살기, 두려움, 고통.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눈빛이 터져 나왔다.
‘…서우진?’
마력도 아니고, 마기도 아닌 새로운 기운.
백시우로선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운이었다.
“설마 이곳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절로 몸이 들썩였다.
서우진이 자신을 쫓아온 것도 문제였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설마 벌써 모두 회복했나?”
자신은 아직까지 침대에 누워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약 성유라가 아니라면,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했다.
그런데 서우진은 이 먼 곳까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나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피부를 찔러대는 이 기운이 착각일 리도 없다.
“밖의 상황이 어떻지?”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공간이 갈라지며, 누군가 그 사이로 걸어나와 무릎을 꿇었다.
“침입자가 있사옵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다.”
신경질적으로 답하자, 공간 관련 이능을 지닌 추종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현재 드나로 타가스의 방위 마법을 발동했으며, 부활한 다크 엘프와 마르데타인이 힘을 합쳐 막아내는 중입니다.”
“…전세는?”
이곳에 걸려 있는 방위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백시우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서우진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했다.
“3백에 가까운 다크 엘프가 전사했으며, 방위 마법 역시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옵니다.”
서우진의 기운을 느낀 것이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 찰나에 그만한 피해를 입었다니.
새삼 놈의 강함에 치가 떨려왔다.
“마르데타인은 어찌하고 있지?”
“필사적으로 대항하고 있습니다만…….”
뒷말은 생략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듣지 못할 백시우가 아니었다.
‘망했군.’
방위 마법으로도 막지 못했다면, 더는 그 괴물 같은 놈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성녀’를 데려와라.”
“명을 받듭니다.”
추종자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왕이 명했으니 그저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 어떤 의문도 없이 행동했다.
‘성유라를 데리고 일단은 이곳을 피해야 한다.’
서우진이 찾지 못할 곳으로.
드나로 타가스를 떠난다면 회복하는 것에 시간이 좀 더 걸릴 테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1년이든, 2년이든. 일단은 회복을 한 뒤 힘을 모아야겠군.’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추종자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금세 레벨을 올리고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용사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백시우는 훗날을 기약하며, 이 치욕을 감내하기로 결정했다.
“왕이시여.”
사라졌던 추종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사시나무 떨 듯하는 성유라가 서 있었다.
“왜, 왜?”
그녀는 설마 백시우의 마음이 바뀌었나 싶어,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크라토스가 있는 안가로 이동한다.”
하지만 백시우는 그런 성유라의 마음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추종자를 향해 명령했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
“다들 여기 있었네?”
대답하던 추종자가 입을 다물었다.
바로 그의 등 뒤에서 결코 들리지 말아야 할 존재의 음성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