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4)
344화.
방위 마법의 효과는 굉장했다.
웬만한 초극의 강자들조차 저 마법의 효력이 미치는 영향권 안에서는 제 실력의 절반도 채 발휘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족쇄를 차고 천 명이 넘는 다크 엘프와 마르데타인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단 10분도 채 싸우지 못하고 목이 잘리거나 전신이 찢겨 죽고 말 터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웬만한 초극의 강자가 아니다.
‘마왕’ 서우진.
그에게 있어 드나로 타가스의 방위 마법은 조금 귀찮은 모기 정도에 불과했다.
엥엥거리는 소리가 거슬리지만, 손 한번 휘저으면 사라져 버리는.
서우진은 혼돈기를 두른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쩌억-!
허공에 실금이 만들어졌다.
서우진의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던 방위 마법의 실체였다.
“마, 막아라!”
그것을 본 마르데타인이 뒤늦게 경악하며 소리쳤다.
설마 검을 한번 휘둘렀다고, 수백 년의 세월 동안 공을 들인 마법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덕분에 마르데타인은 방금 전 서우진이 한 말을 머릿속에서 털어낼 수가 있었다.
‘마왕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그가 알기로 서우진은 판데모니엄의 지배자가 아닌, ‘혼돈의 왕’이다.
그리고 둘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존재였다.
‘감히 나를 속이려 들다니.’
그 한마디에 평정을 잃고 대응이 늦어버렸다.
그래서 마르데타인은 서우진이 자신을 도발하기 위해 그딴 말을 지껄였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콰과과과과광-!
서우진이 다시 한번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조금 전과 다른 건, 검격이 허공이 아닌 다크 엘프를 향했다는 것이었다.
“크아아아악!”
“커흑!”
단 한 번의 공격에 수십 명의 다크 엘프들이 산산조각 나 쓰러졌다.
별다른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그저 좌에서 우로 그었을 뿐임에도.
순간 놈들의 눈동자에 공포가 차올랐다.
“괴, 괴물.”
마왕을 향한 믿음은 맹신을 넘어 광신에 가까웠음에도, 서우진을 향한 두려움을 이겨낼 순 없었다.
주춤주춤하며 모두가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지 마라!”
마르데타인이 뒤쪽에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이익!”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결국 마르데타인이 직접 앞으로 나섰다.
변질된 신성력이 들끓어 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전에 봤을 때도 느꼈는데 말이지.”
그런 마르데타인을 가만히 기다리던 서우진이 문득 입을 열었다.
“사도들 중에서 가장 약한 건 너지?”
격장지계가 아니었다.
애초에 마르데타인은 서우진이 굳이 도발해서 평정심을 잃게 만들 정도로 가치가 있는 놈도 아니다.
정말로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미친놈.”
마르데타인이 욕설과 함께 질문을 묵살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만나본 사도들 중에 너보다 약한 놈은 없었던 것 같거든.”
게랄드, 레이나, 루운발리, 제노니아, 아르데토스, 바론, 유다인, 베노인.
심지어는 타란 산맥에서 죽인 이름도 모르는 잔챙이 사도들까지.
모두 마르데타인보다는 강했던 것 같았다.
상황이 다르니 정확하게 비교하기가 좀 힘들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서우진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그 변질된 신성력이 문제인 것 같은데.”
신성력과 마기가 합쳐진 듯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혼돈기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마르데타인의 것이 뒤죽박죽 섞인 느낌이라면, 혼돈기는 완벽하게 합일되어 하나의 기운으로 재탄생한 것이었으니까.
“…마성력이다.”
마르데타인은 변질되었다는 단어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정정했다.
“그래그래, 마성력이든 뭐든.”
이름 따위야 무슨 상관일까?
“1+1을 했다고 반드시 2인 것은 아니야.”
변질된 신성력, 아니, 마성력은 효율이 극도로 나빴다.
극상성의 기운들이라 그런지, 힘의 총량에 비해 그리 위력적이질 못했다.
“뭐, 나름대로 장점이야 있겠지만.”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장점이라는 게 단점을 모두 뒤덮을 정도로 좋아 보이지도 않거든.”
차라리 둘 중 하나만 따로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듯했다.
“닥쳐라!”
자신의 힘을 정면에서 부정했기 때문일까?
놈이 노호성을 터트리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주신의 힘 아래 재가 되어라!”
번쩌억-!
밝은 빛이 터져 나오며 주변을 휩쓸었다.
닿는 모든 것을 증발시킬 정도의 엄청난 위력.
“우습군.”
하지만 서우진은 굳이 막을 필요도 없다는 듯, 가만히 서서 마르데타인을 비웃었다.
“자신의 신을 버리고 백시우 따위를 따르는 놈한테, 주신이 퍽이나 힘을 빌려주겠다.”
손을 들었다.
스르르르륵-
혼돈기에 닿은 마성력이 마치 봄날의 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너 따위의 힘으론 나를 어쩔 수 없어.”
마르데타인이 살아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서걱-!
머리가 잘려 나가며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이……!”
무어라 소리를 치려는 것 같았지만, 궁금하지도 않았다.
“닥치고 그냥 죽어. 벌써 두 번째니까 저승으로 가는 길은 안 잊어버리겠지?”
서거거걱-!
‘카 라니엘’이 몇 번 움직이자, 잘린 마르데타인의 머리가 먼지로 화해 흩어졌다.
“후, 후퇴해라!”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다크 엘프들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자신들만으론 결코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귀찮군.’
잠시 뒤쫓을까 생각하던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놈들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놈들을 쫓아가 모조리 죽일 시간에, 백시우를 찾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디냐?”
방위 마법에 금이 가며 ‘신룡안’을 통한 정보 수집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거기에 ‘마왕화’까지 한 까닭에 드나로 타가스의 대부분이 서우진의 인지력 안에 들어왔다.
잠시 눈을 감고 주변을 훑던 서우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찾았다.”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다.
한 걸음.
서우진이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공간이 접히며,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다들 여기 있었네?”
침대에 누워 있는 백시우.
추종자로 보이는 떨거지 하나.
그리고…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사색이 된 채 몸을 떨고 있는 성유라까지.
서우진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미소가 짙어졌다.
‘이건 또 생각지도 못한 수확인데?’
되살아난 것 같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설마하니 성유라가 여기에 있을 줄이야…….
“서, 서우진?”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래, 맞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당신이 ‘검은 존재’…….”
“그것도 맞지.”
순순히 긍정했다.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으니, 굳이 감출 필요가 없었다.
그런 서우진의 속내를 짐작한 것일까?
성유라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곳에 있는 걸 보니, 저 녀석을 치료하려고 한 건가?”
서우진의 시선이 백시우를 향했다.
놈은 분노로 가득찬 표정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뭐, 생각대로 안 된 모양이지만.”
딱히 놀랍지는 않다.
100레벨도 되지 못한 성유라가 가능한 일이라면, 마르데타인에겐 더 쉬운 일일 것이다.
비록 변절한 놈이긴 하지만, 명색이 성왕이었으니까.
웬만한 신성 마법은 지금의 성유라보다도 월등히 뛰어날 터였다.
그런 마르데타인도 하지 못한 것을, 고작 그녀가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단 넌 좀 있다가 다시 보고.”
서우진은 성유라에게서 관심을 껐다.
“백시우.”
놈이 서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두 팔도 없고, 전신에 성한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백시우는 서우진을 향해 전의를 불태웠다.
“그렇게 노려봐도 바뀌는 건 없어.”
백시우는 ‘검신’이다.
지금은 영락하여 마왕이 되었지만, 그래도 근본은 같다.
검을 쥘 수 없는 백시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너는 오늘 죽는다.”
서우진이 선언하듯 말했다.
자비를 베풀 생각 따위는 없었다.
마기를 지워내고 본래의 온전한 정신을 되찾도록 해준다고 해서, 백시우가 고마워할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물론, 그럴 방법 따윈 없기도 했고.
“내가 너에게 죽을 것 같으냐? 반드시 살아서 네놈의 목을…….”
“할 말은 그게 끝이지?”
스각-!
‘카 라니엘’이 움직였다.
단순한 베기처럼 보였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신속’을 사용하고, ‘지고화’의 정수를 가미한데다, 반 슬레인에게 배운 검의(劍意)를 온전히 녹여낸 완벽한 일검이었다.
마왕의 육체를 지니게 된 백시우에게 완전한 죽음을 내리기 위해선, 최소한 그 정도의 힘이 필요했다.
“서우진.”
백시우가 그를 불렀다.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니, 끝이다.”
주륵-
목에서 피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나는 반드시 네놈을 넘어서고 말 것이다.”
불가능하다.
주르르륵-
놈의 목은 이미 베어진 채, 분리될 준비를 끝마쳤으니까.
“그러니 결코 안심하지 마라. 언젠간 내가…….”
푸화아아악-!
백시우는 결국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데구루루 잘린 머리가 땅 바닥을 굴렀다.
레벨이 올랐다는 글씨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무시한 채 뒤를 돌아봤다.
성유라가 보였다.
“너는 어찌하면 좋을까?”
“사, 살려줘요.”
그녀는 필사적으로 빌었다.
“내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에요! 알잖아요? 나도 놈들의 계략에 당해서 저지른 일이에요!”
알고 있다.
마르데타인이 아니었다면, 성유라가 미쳐 날뛰며 학살을 자행하지 않았겠지.
어떻게 보면 그녀 역시 피해자에 불과했다.
“다, 당신을 싫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는 걸 바라지는 않았어요!”
그것도 사실이다.
둘의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살기까지 품을 정도로 원수가 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곳에 온 것도 마찬가지예요! 마, 마르데타인에게 납치를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끌려온 거예요. 내 힘으론 반항할 수가 없었어요!”
말을 더듬으며 변명하는 성유라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일 지경이었다.
“다시 죽고 싶지 않아요. 살려만 주면, 절대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있을 게요. 당신이 ‘검은 존재’인 것도 그 누구에게 말하지 않고,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살 테니, 제발…….”
무릎을 꿇으라면 당장에라도 꿇고 빌 기세였다.
“하아-”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성유라가 희망을 엿보았다.
“강림 전쟁에서도 힘을 보태드릴게요. SS급 ‘성녀’이니까,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자신의 쓸모를 언급하며, 조금이라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
서우진은 그런 성유라를 가만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안 돼.”
“…네?”
성유라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말 중에 틀린 건 없다. 분명 넌 이용을 당했고, 그로 인해 잘못을 저질렀지. 강림 전쟁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런데 왜?”
성유라는 손을 떨며 물었다.
“너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에 해악을 끼친다.”
죽음에서 되살아난 존재들은, 모두 마기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자들이었다.
사도나 추종자들처럼.
그리고 그들은 결코 마왕의 권세 아래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죽는 거다.”
“자, 잠깐!”
성유라가 다급히 소리쳤지만, 서우진의 행동이 한 발 더 빨랐다.
서걱-!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