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끝났다.
마왕 백시우의 목이 잘렸고, ‘성녀’였던 성유라 역시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다시 한번 죽음을 맞이했다.
눈앞에 닥쳐왔던 커다란 위기를 하나 넘은 것이다.
그런데 막상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쓰읍.”
입맛을 다신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집어넣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왠지 찝찝하단 말이지.”
백시우와 성유라는 죽었다.
레벨이 오른 것이 가장 큰 증거였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이놈도 또 살아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서우진은 찜찜한 마음을 지우지 못했다.
“혹시 모르니 시체는 좀 챙겨두는 게 좋으려나?”
괜히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뒤통수를 맞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솔직히 이번에 승리한 건 운이 좋았다.
만약 백시우가 사도들과 합공했거나, 조금 더 성장한 뒤 등장했다면?
아무리 서우진이라 해도 지금처럼 막아낼 순 없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마공에게 보여주는 게 좋겠군.”
둘의 시신을 마르테스에게 가져다주면, 그녀가 알아서 조치를 취해줄 것이다.
다시는 되살아나지 못하게 막거나, 혹은 살아난다 하더라도 곧장 알 수 있도록.
그 정도만 되어도 백시우에게 뒤통수를 맞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우진은 일단 ‘마왕화’를 해제한 뒤, 백시우와 성유라의 시신을 한곳에 모아두었다.
그러곤 ‘신룡안’을 사용해 프레이야의 기척을 감지했다.
“…아직 싸우고 계시네.”
서우진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도, 그녀는 언데드들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거의 끝나가는군.”
당연한 말이었지만, 고작 저딴 언데드들로는 프레이야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저 천 마리가 넘는 대가리 수로 시간만 끌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그마저도 마무리 되어가는 중이었고.
서우진은 걱정을 접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구구, 죽겠네.”
쉬운 싸움이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심력을 낭비했다.
육체보다는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히 쌓인 것이다.
잠시 프레이야가 올 때까지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으음.”
그동안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서우진은 오랜만에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레벨이 꽤나 올랐네.”
마르데타인와 다크 엘프, 그리고 백시우와 성유라까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 동안 서우진이 목숨을 빼앗은 이들이었다.
다른 놈들은 둘째치고서라도, 백시우는 마왕이라는 이름을 얻은 만큼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주었다.
110레벨이 되며 웬만한 경험치로는 레벨 업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건만…….
“118레벨이라니.”
무려 8레벨이나 상승했다.
그 덕에 새로운 스킬들도 왕창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엔 좀 괜찮은 것들이 있으려나?”
지금껏 서우진이 얻은 스킬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쓸모가 없거나, 기존에 있던 스킬의 하위호환에 가까운 것들뿐이었다.
괜히 매번 같은 스킬들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그게 가장 효율이 좋고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은 꽤나 길게 적혀 있는 스킬 목록을 확인해 보았다.
“음?”
눈이 반짝였다.
솔직히 별다른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의외로…….
“이거 괜찮은데?”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들 중에는 꽤나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여럿 있었다.
물론 영 별로인 것도 있었지만.
“한번 써보고 싶은 것도 몇 개 있고.”
그중에는 당장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것들도 있었다.
“아쉽지만 실험은 다음에 해봐야 겠군.”
서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어느새 프레이야가 마지막 남은 언데드 무리를 산산이 박살내 버리는 소리였다.
“확실히 강하긴 하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들은 역시 비범했다.
그중에서도 새로이 젊은 육체를 얻은 프레이야는 특출했다.
무려 천 마리가 넘는 언데드들을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검 한 자루로 몰살시킬 정도였으니까.
서우진은 작게 감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이곳에서 볼일은 끝났으니,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타악-!
그때, 프레이야가 가볍게 날아와 서우진 앞에 착지했다.
방금 전까지 전투를 치른 사람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깨끗했다.
“수고하셨어요.”
서우진이 프레이야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인사를 받아줄 정신이 아니었다.
서우진을, 정확히는 그의 뒤쪽에 있는 시체들을 확인하는데 모든 정신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마왕이더냐?”
프레이야가 팔과 머리가 잘린 채 누워 있는 백시우를 가리키며 물었다.
“네.”
서우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마왕이라고?”
“맞아요. 그 옆에 있는 건 예전에 저한테 죽었다가 되살아난 ‘성녀’였던 여자고.”
“성녀?”
프레이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당시의 그녀는 촌구석에서 은거하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프레이야가 관심 있는 건 성유라 따위가 아닌, 오직 마왕뿐이었으니까.
“가서 직접 확인해도 되겠느냐?”
조심스럽게 물었다.
“상관없어요. 완벽하게 죽은 것을 확인했으니까.”
서우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프레이야가 천천히 백시우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이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기가…….”
너무도 강력한 마기 때문에 쉽사리 접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잔존 마기예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흩어지질 않았네요.”
백시우는 마왕이 된 만큼, 엄청난 크기의 마기를 지니고 있었다.
서우진이 ‘마왕화’를 하지 않으면 싸워볼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그 많은 마기가 흩어지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허어, 마왕이 맞구나.”
프레이야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남아 있는 마기의 양만 봐도 저기 나자빠져 있는 백발 놈이 마왕이라는 것을 여실이 느껴졌다.
“네가 마왕을 참(斬)했어.”
서우진을 돌아본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려왔다.
경악과 불신, 그리고 혼란까지.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운이 좋았죠.”
“운? 운이라고?”
다시 한번 헛웃음을 터트렸다.
“세상 그 어떤 존재가 운만으로 마왕의 목을 벨 수 있다더냐?”
말도 되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죽였는지 묻고 싶었다.
지금의 서우진으로선 결코 저만한 마기의 주인을 상대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때가 되면.’
서우진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결국 고민하다 끄응- 하며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시체는 왜 그냥 두었지? 태워서 소멸시키는 편이 나을 터인데.”
백시우에게서 흘러나오는 마기는 주변의 환경에 어마어마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애초에 드나로 카나스 자체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긴 했지만, 만약 저 마기를 방치한다면 진정한 죽음의 땅이 되고 말 것이다.
그것도 수백 년 동안.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처리해 두어야만 했다.
“아, 하늘탑으로 가져갈 생각이에요.”
“무어라?”
프레이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그랬다간 엄청난 참사가 일어날 게 뻔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그녀조차도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힘들 정도다.
그러니 평범한 일반인들이라면,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마기에 중독되어 즉사하고 말 터.
“불가하다, 이 녀석아. 제국까지 가는 길에 시체의 산을 쌓을 생각이냐?”
프레이야가 고개를 저었다.
서우진을 믿긴 했지만, 이번 말은 따를 수가 없었다.
“걱정하시는 게 뭔지는 알겠는데,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휘라테온.”
프레이야가 무어라 말을 하려는데, 서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살랑-
바람이 불어온다.
주변의 삭막한 풍경과는 달리, 너무도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
그것은 서우진의 주위를 한 바퀴 휘감고는 점점 실체를 드러냈다.
“…바람의 신수?”
프레이야의 눈이 커졌다.
그것을 본 서우진은 미소를 띠며 휘라테온을 가리켰다.
“마기는 이 녀석이 먹어치우면 되거든요.”
신수의 먹이는 하늘 아래 모든 기운이다.
휘라테온은 지금껏 서우진의 혼돈기를 받아먹으며 성장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기를 못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삐익-!
휘라테온의 털이 출렁인다.
서우진의 말이 맞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백시우, 아니, 마왕의 마기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 녀석의 식성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우진조차도 휘라테온이 만족할 만큼 혼돈기를 먹여본 적이 없었다.
수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주입한 뒤에야, 토끼 같은 귀가 자라났을 뿐이었다.
그러니 죽어서 새어 나오는 마기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삐익- 삐익-!
“이 녀석도 괜찮다네요.”
오히려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으음…….”
프레이야는 서우진과 휘라테온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민했다.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끔찍한 참상이 벌어질 테니까.
하지만 걱정 이상으로 서우진을 믿었다.
저렇게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줄 정도면, 정말로 괜찮을 것만 같았다.
“좋다.”
프레이야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허나 중간에 마기가 새어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 즉시 시체를 소멸시켜야 할 게다.”
“물론이죠.”
그녀의 신신당부에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서우진 역시 애꿎은 희생자를 만들고픈 생각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그 솜뭉치 같은 신수만으로 괜찮겠느냐?”
휘라테온이 고대에 멸종했다 알려진 신수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신수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종족인지도.
하지만 휘라테온은 아직 제대로 된 성장도 하지 못한 어린 새끼에 불과했다.
그런 작은 녀석이 저 거대한 마기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가서 먹어.”
그때, 서우진이 그녀의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휘라테온에게 명령했다.
삐이익-!
그러자 잔뜩 신이 난 솜뭉치가 백시우의 시체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 마기가?”
프레이야의 눈이 부릅떠졌다.
방금 전까지 쉴새 없이 주변을 오염시키던 마기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거짓이었던 것처럼, 일말의 마기도 느껴지질 않았다.
삑- 삑-!
휘라테온이 만족스러운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어때요?”
서우진이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휘라테온은 완벽히 마기를 차단했다.
“대단하구나.”
프레이야가 입을 살짝 벌리며 감탄했다.
“…훗날 완전히 성장하면 어찌 변화할지 기대도 되고.”
서우진의 가진 생소한 기운과 마기를 먹고 자란 신수라니.
진심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 궁금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네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휘라테온에게 흡수당한 혼돈기가 얼마던가?
웬만한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지닌 양보다 많다.
거기에 저 마기까지.
서우진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휘라테온을 바라봤다.
“그럼 이제 출발할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