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프레이야는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조금 눈치를 봤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단 다른 게 더 신경이 쓰였다.
‘젊었을 때는 미인이셨네.’
서우진이 프레이야의 얼굴을 흘깃 쳐다봤다.
그녀는 본래 여느 동네에서도 볼 수 있었던 호호할머니였다.
그런데 젊음을 되찾은 지금은, 날카로운 인상의 아름다운 기사가 되어 있었다.
“뭘 그리 몰래 쳐다보는 게야?”
프레이야가 눈살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아, 왜 기분이 그리 안 좋아 보이시는지 생각해 보고 있었습니다.”
서우진이 말을 돌렸다.
그러자 프레이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조급해서 그런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아이에르로 돌아가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해결은커녕, 아이에르로 돌아가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백시우와 성유라의 시신을 하늘탑으로 옮기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이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곤 있었지만, 그녀의 급한 마음에 비하면 느려도 너무 느렸다.
그러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제국까지 남은 거리는 사흘. 하늘탑에 들러 이 시신들을 넘긴 뒤, 곧장 아이에르로 간다 해도 일주일은 걸린다.”
“아마 그렇겠죠.”
“중간에 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더 길어질 수도 있을 테고.”
계획한대로 일이 착착-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 대륙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아이에르로 향하는 길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르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터인데…….”
한숨을 내쉬는 프레이야를 보며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있습니까? 그 무슨 날개라는 보물까지 사용해서 저를 찾아오실 정도면 꽤 큰일인 것 같은데. 아직 듣질 못했거든요.”
그 말에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치도 못한 큰일이 벌어진 덕에, 말을 해줄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 내 정신이 없어 미처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었구나.
프레이야는 흘흘 웃으며, 멋쩍은 표정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곤 이내 심각해진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로렌테라는 이름의 도시를 들어본 적 있느냐?”
“로렌테 말입니까?”
서우진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들어보는 곳입니다만.”
그러자 프레이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주신께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치기로 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성소(聖所)다.”
“아이에르의 백성들은 모두 그렇지 않습니까?”
신성왕국 아이에르에선 신앙을 넘어 광신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친다는 건 고작 그런 수준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다시 잠들기까지.
그들은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눈을 깜빡이는 순간조차도 주신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서우진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사람이 어떻게 한시도 쉬지 않고 그렇게 살 수 있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 이들이니 총교단에서도 그들을 성인(聖人)이라 부르며 존중하는 것 아니겠느냐?”
존중이나 존경을 넘어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 자들이 많습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그럴 리가. 고작해야 스무 명 남짓에 불과하지.”
프레이야는 적다는 듯 말했지만, 솔직히 서우진이 생각하기엔 그것도 많았다.
‘저런 미친 인간이 스무 명이나 되다니.’
황당하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었다.
“아무튼 가장 성스러워야 할 그 로렌테에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심상찮은 일이라면?”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마수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지.”
말하는 프레이야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마수 말입니까?”
반면 서우진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 정도면 신성기사 몇 명을 파견해서 처리하면 될 일 같은데요.”
성인이 모여 사는 성소다.
당연히 주신의 신성력이 충만하다 못해 넘치는 장소일 터.
아무리 강력한 마수라 하나, 마기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면 제대로 된 힘을 쓰기 힘들 게 분명했다.
그러니 신성기사 몇 명만 보내도 웬만한 마수들은 쓸어버리고도 남을 텐데, 굳이 보물까지 소진해 가며 서우진을 찾아오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반문하자, 프레이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총교단에서도 그리했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럼 더 강한 기사를 보내면…….”
서우진이 말끝을 흐렸다.
그렇게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했다.
“파견을 갔던 녀석도 최상급에 달하는 신성기사였다. 장소를 생각해 보면, 그쯤 되는 녀석이 처리하지 못할 마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 말은 곧, 안에 있는 마수가 결코 평범한 놈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해서 내가 직접 성소를 찾아갔다. 아무리 강한 놈이라 해도 나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여긴 게지.”
맞는 말이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신성기사가 성소에서 싸운다?
그럼 바론이나 아르데타인 같은 놈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리고 프레이야는 더욱 심각해진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정체도 밝히지 못했느니라. 아니, 애초에 성소에 발을 디디는 것조차도 불가능했지.”
마기의 장벽.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을 가장 불경한 것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도 프레이야가 뚫지 못할 수준이었다.
당연히 총교단에서는 난리가 났다.
로렌테는 단순한 마을이 아니다.
아이에르에서 가장 신실한 이들이 살고 있는 성소이며, 주신의 은총이 깃든 성역이다.
프레이야는 그런 곳이 더럽혀지느니, 차라리 총교단이 공격을 받는 쪽을 선택할 정도였다.
“흐음.”
서우진도 그제야 조금 심각해졌다.
솔직히 성인인지 뭔지 하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이 희생되었다면 안타깝기는 해도, 그들을 구하기 위해 만사를 제치고 움직일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으니까.
그러기엔 지금 서우진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중요했다.
하지만 프레이야조차도 그 마수의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조금 심각한 문제였다.
지금이야 로렌테에 처박혀 장벽을 만들고 웅크려 있다지만, 언젠간 뛰쳐나올 게 분명하다.
그때가 되면 스무 명의 성인이 죽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피해가 생길 터.
‘그건 좀 곤란한데.’
아무런 죄도 없는 이들이 희생되는 일은 막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은 것 같습니까?”
“나의 능력으로는 파악할 수가 없었다. 허나,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감이 강하게 드는구나. 해서 너를 급히 찾아온 것이고.”
프레이야의 입장에선 꽤나 다급할 만했다.
서우진 역시 그녀의 입장을 이해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더욱 서둘러야겠네요.”
지금까지도 게으름을 피운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할 것 같았다.
“그 녀석의 시체도 저에게 주세요.”
서우진이 프레이야의 어깨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위에는 성유라의 시신이 얹혀 있었다.
“여기 있다.”
프레이야는 군소리 하지 않고 성유라를 넘겼다.
양 어깨에 백시우와 성유라를 둘러멘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뒤쳐지시면 헤매지 말고 바로 하늘탑으로 오세요.”
“그리하마.”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이 발을 굴렀다.
콰앙-!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공할 속도로 앞을 향해 튕겨져 나갔다.
프레이야도 늦을세라 신성력을 쏟아부어 그 뒤를 쫓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서우진의 움직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던 것이다.
“허어-”
프레이야가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젊음을 되찾으며 왕년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서우진이 강하긴 하나, 그래도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사이에 더 강해졌구나.’
이제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감도 잡히질 않았다.
“얼마나 더 강해질는지.”
같은 검의 길을 걷는 자로서 질투가 일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안도감도 든다.
서우진이 강해질수록.
그리고 용사들이 강해질수록.
강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었으니까.
프레이야는 어느새 점으로 화해 멀어지는 서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서둘러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가깝게 따라잡기 위함이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 * *
“제국으로 향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아일린의 보고였다.
반 슬레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드나로 타가스의 일이 끝나면 아이에르로 갈 예정이라 하지 않았던가?”
전에 듣기로는 그랬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국이라니?
“정확히는 하늘탑이었습니다.”
“하늘탑이라…….”
이유가 무엇일지 잠시 고민하는데, 아일린이 그에 대한 답을 주었다.
“마왕의 시체를 넘기기 위해서라고…….”
“허허-”
보고하는 아일린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반 슬레인은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예상대로 그 아이가 승리하였구나.”
서우진이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마왕의 가면만 뒤집어쓴 가짜로는, 서우진을 상대할 수 없을 테니까.
다만 시체를 온전히 남겨 하늘탑으로 가져갈 것이란 사실은, 반 슬레인도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흐음.”
반 슬레인은 서우진이 왜 그랬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혹여나 또다시 살아날 것에 대비한 것인가?”
꽤나 가능성이 높은 추측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백시우가 마왕의 위(位)에 오르며, 죽었던 이들이 대거 부활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그들 대부분은 마기에 영향을 받았던 이들이었는지라, 엄청난 혼란을 가져왔다.
지금까지 해결이 전혀 되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지.”
만약 진정한 마왕이 강림했을 때, 백시우가 되살아난다면…….
‘참사가 일어나겠지.’
비록 가짜라고는 하나, 백시우의 힘은 결코 얕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우진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했다.
물론, 시간이 조금 더 지난다면 다른 용사들도 성장할 테니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강력한 적 하나가 더 늘어난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그런 일을 막기 위해 백시우의 시체를 하늘탑으로 갖고 가는 것이었고.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반 슬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도 가르침을…….”
그때, 뒤에 서있던 아일린이 우물쭈물하며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빙긋- 웃은 반 슬레인이 핵심만 짚어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아일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하늘탑의 마공은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뜻입니까?”
“나라고 모든 것을 알겠나? 허나 짐작해 보기론, 그녀라면 충분할 것 같네.”
마공은 제국의 수호자들 중에서도 가장 특별했다.
아니, 대륙을 통틀어도 그런 존재는 다시없을 것이다.
“서우진. 그 아이가 그리 판단했다니, 나 역시 믿는 수밖에.”
반 슬레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든 소식이 왔으니, 이제 용사들을 보낼 때가 되었네. 출발할 준비는 다 되었나?”
“그렇습니다.”
아일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두를 불러 모으게. 송별회 정도는 할 시간이 있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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