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8)
348화.
더 이상 서우진은 프레이야의 발에 맞춰 달리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내는 중이었다.
양 어깨에 시체를 얹은 상태였지만, 그것은 아무런 방해물도 되지 못했다.
‘신속’까지 사용해 가며 달린 덕에, 프레이야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기척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멀어졌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빨리 쭉쭉- 뻗어나갔다.
중간중간 스쳐 지나간 도시나 국경지대에서 멈추라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다.
무기를 뽑아 들고 막으려는 시도를 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무시했다.
그런 평범한 이들론 서우진의 발걸음을 단 0.1초도 붙잡아놓을 수 없었다.
오직 앞만 보고 달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슬슬 ‘이쪽으로 계속 가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었다.
서우진의 눈에 익은 풍경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의 도착했구나.”
제국의 영토 내에서만 운행하는 기찻길이 보였다.
“저걸 따라가면 되겠네.”
아무래도 무기를 들고 앞을 가로막았던 이들은 제국 국경을 지키고 있던 기사인 모양이다.
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서우진이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할 때였다.
“음?”
저 앞에서 한 무리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누구지?’
일반적인 기사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이들이었다.
물론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을 정도도 아니었다.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하나, 둘, 셋……. 여섯 명인가?”
총 여섯 명의 인원이 서우진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움직임도 빠르고, 마력도 심상찮은데.”
호기심이 절로 생겼다.
서우진은 일단 자리에서 멈춰 그들을 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갈 길이 바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최대한 서두른 만큼 약간의 여유는 부려도 괜찮을 듯했다.
“너흰 여기 좀 누워 있어라.”
백시우와 성유라의 시체를 옆으로 대충 던져 놓곤 그들을 기다렸다.
‘역시 빨라.’
순식간에 거리가 가까워진다.
누군지 모를 놈들은 서우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정확히 자신을 향해 올 순 없었을 테니까.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작 눈을 몇 번 깜빡이는 사이, 다가오는 이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
낯이 익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서우진은 저 여섯 명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용사?”
솔직히 이름까진 모르겠다.
그리 가깝게 지낸 이들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 세계에 소환된 100명의 용사 중 일부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음?”
“잠깐만.”
서우진이 그들을 알아봤듯, 저들 역시 서우진을 알아본 것 같았다.
기세를 잔뜩 끌어올리고 다가오던 녀석들이 급하게 자리에 멈춰 섰다.
“…혹시 서우진 씨?”
리더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모두의 눈이 커진다.
사실 서우진은 용사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한 존재였다.
SSS급의 백시우와 대련 훈련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미쳐 날뛰던 성유라를 죽인 인물이었으니까.
몇몇 용사들과 아카데미를 나가 못 본 지 꽤 오래되었지만, 몰라 볼 수가 없었다.
“어…….”
청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서우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여기까진 어쩐 일입니까? 지금쯤이면 아카데미에서 한창 훈련하고 있을 시간 아닙니까?”
“아, 그러고 보니 모르시겠네요.”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들고 있던 검을 집어넣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제국 영토 내에 마수들이 출몰했습니다. 병사와 기사들만으로는 손이 부족해서, 실전 훈련 겸 용사들도 전역에 퍼져 토벌을 진행 중이죠.”
마수라는 말에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로란테라는 성소에 출몰했다는 놈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많이 힘든 상황입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수가 좀 많을 뿐, 상대하기 그리 어려운 놈들은 아니거든요.”
자신만만한 말에 서우진이 그의 수준을 가늠해 보았다.
‘80레벨 정도인가?’
다른 다섯 명도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다.
꽤 높은 레벨이었다.
직업 등급이 높던가, 아니면 아카데미의 훈련 수준이 생각보다 뛰어난 듯했다.
‘뭐, 그래도 녀석들만큼은 아니지만.’
서우진이 매시브 가디언에서 구르고 있을 동료들을 떠올렸다.
가장 낮은 레벨인 김우람조차도 90레벨을 찍었다.
다른 사람들은 조만간 100레벨을 돌파할 수 있을 터.
‘역시 아카데미를 나오는 게 나았어.’
내심 자신의 선택을 뿌듯해 했다.
“그런데…….”
말하던 청년이 서우진의 뒤쪽을 가리켰다.
“저건 뭡니까?”
죽은 지 오래된 듯, 싸늘하게 식은 채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시체 두 구.
다행히도 그들은 시체들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는 힌트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백시우는 머리가 잘린 상태였고, 성유라는 이미 예전에 죽었기에 떠올릴 생각도 하지 못할 테니까.
“아, 마왕의 추종자들이에요. 어쩌다 보니 엮여서 죽였는데, 하늘탑에 시신을 가지고 가서 알아볼 게 좀 있어서요.”
마왕의 추종자라는 말에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그간 꽤 시달린 모양인지, 적개심이 상당해 커진 듯했다.
“추종자들을 사냥했다니, 꽤 큰 공을 세우셨네요.”
부러움이 가득한 음성이었다.
‘무슨 인센티브라도 받나?’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그 생각은 맞았다.
“아카데미로 시신을 가지고 가면, 교관들이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걸친 뒤 합당한 보상을 해줄 겁니다.”
“아, 그래요?”
그런 방식을 통해 용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고작 그런 보상이 서우진의 성에 찰 리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황제가 약속한 게 있었지?’
자신의 아들을 살해했던 사도, 아르데타인의 죽여달라던 부탁.
그래만 준다면 막대한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아르데타인은 타란 산맥에서 서우진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하늘탑에서 볼일이 끝나면 잠깐 신궁에도 들러야겠네.’
황제가 과연 무엇을 줄지 기대하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최병민, 지금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
그때, 청년의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아, 그렇지.”
그 말에 청년, 최병민이라 불린 녀석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오는 도중에 수상한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까?”
“수상한 사람이요?”
“국경과 도시의 모든 검문을 무시하고 수도 쪽으로 달려오는 자가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검은색의 코트를 입고 양쪽 어깨에 두 사람을 들멘 채 빠르게…….”
말을 하던 최병민이 서우진과 두 구의 시체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쯤 되면 못 알아차리는 게 더 이상했다.
“하, 하하. 아무래도 저인 것 같네요.”
서우진이 멋쩍은 미소와 함께 뒷머리를 긁적였다.
“좀 바쁜 일이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네요.”
“하아-”
최병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들은 제국 전역을 들쑤시고 있다는 마수라 생각하고 출동한 것일 터였다.
기사들이 긴급하게 지원을 요청할 정도였으니, 꽤나 큰 보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했을 테고.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같은 용사인 서우진이었다.
최병민과 일행의 입장에선 조금 허무할지도 모르겠다.
“이거 죄송해서 어떡하죠?”
서우진이 살짝 눈치를 보며 말하자, 최병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마수나 추종자가 아닌 게 다행이죠.”
아쉬움을 지우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공을 세우지 못했다는 사실보단, 평범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안도하는 듯했으니까.
‘인성이 나쁘지 않네.’
서우진은 최병민이라는 청년의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그럼 저희가 머물고 있는 곳에 잠시 들르시겠습니까?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지금 서우진은 상당히 지저분한 상태였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오직 빠르게 이동할 생각만 했기에, 온통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서우진 역시 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안타깝게도 더는 여유가 없었다.
잠깐 저들과 대화하느라 시간을 지체했으니, 다시 부지런히 이동해야 했다.
“좀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일단 하늘탑에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에 시간이 된다면 한번 들르겠습니다.”
“그러시겠습니까?”
최병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권하기는 했지만, 딱히 기대를 하지는 않은 듯했다.
“수도로 가는 길은 이쪽입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해놓겠습니다. 그럼 도착할 때까지 막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호의를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순순히 고마움을 표시했다.
“힘든 일도 아닌데요, 뭘.”
최병민이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무튼 바쁘시다니, 그만 붙잡아야겠습니다. 먼저 출발하시죠.”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곤 뒤에 대충 던져 놓은 시신들을 다시 들멨다.
그 모습에 몇몇 용사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래도 시체를 메고 다닌다는 게 거부감이 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최병민은 오히려 다가오며 도와주었다.
“이것들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고역이겠네요.”
“그렇긴 한데, 꼭 필요한 일이라서요.”
서우진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고생하세요.”
“네, 병민 씨도.”
서우진은 눈짓으로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발을 굴렀다.
쿠웅-!
커다란 진동과 함께 서우진의 신형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마치 길게 늘어지는 듯한 착시가 일어날 정도의 속도였다.
그 모습에 최병민을 포함한 용사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아, 아니. 저게…….”
믿기 힘든 움직임에 말까지 더듬었다.
“말이 되나?”
최병민이 중얼거렸다.
그의 레벨은 83.
아카데미에 있는 용사들 중에서도 최상위급의 몇 명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축에 드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실력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산산이 깨져 나갔다.
고작해야 서우진이 달리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한 기분을 느낀 것이다.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차이가 줄어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꽤 흘렀다.
아카데미에서 온갖 지원을 받으며 체계적인 훈련을 한 자신들이, 밖으로 나도는 서우진보다 더 빨리 강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차이가 줄어들기는커녕, 서우진의 등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벌어진 듯했다.
“…젠장.”
누군가 작게 욕설을 내뱉는 것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시기와 질투를 느끼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든 모양이었다.
‘나도 그러니까.’
최병민이 한숨을 내쉬곤, 부정적인 생각들을 털어냈다.
“우리도 주변 순찰 좀 하고 이만 돌아가자.”
서우진에게 약속했던 연락을 미리 돌리려면 서둘러야 했다.
최병민은 아직도 넋을 놓고 있는 일행을 챙겨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