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하늘탑이다.”
서우진의 눈에 하늘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을 뚫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높은 거탑.
그러니 수도의 전경보다 하늘탑의 위용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의 다 왔네.”
아득하게 보이는 탑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아직 남은 거리는 꽤 되었다.
하지만 서우진에겐 지근거리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빨랐으니까.
수도에 가까워져서인지, 점차 마주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단순히 길을 떠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가끔 기사나 병사들도 눈에 띄었다.
마수들이 나타났다고 하더니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서우진을 보고 경계했지만, 이내 관심을 접고는 제 할 일에 집중했다.
‘연락을 제대로 해줬나 본데.’
괜한 분란을 막기 위해 최병민이라는 녀석이 미리 연락을 돌려준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서우진을 막아서거나 경계하는 이들이 드물었다.
심지어는 군례를 올리는 이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덕분에 서우진은 편하게 이동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가 있었다.
그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빨리 도착했다.
화아아아악-!
빠른 속도에 서우진이 지나친 자리에는 거친 바람이 뒤이었다.
그렇게 조금 달리자, 커다란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시브 가디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제국에서는 가장 높고 견고한 벽이었다.
“정지! 멈추시오!”
성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소리쳤다.
‘그래, 여기서는 멈춰 서야겠지.’
다른 도시와는 달리, 이곳은 황제가 기거하고 있는 제국의 심장이다.
아무리 서우진이 다급하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무시하고 들어갈 순 없었다.
콰곽-!
발을 땅에 붙이며 멈추자, 힘을 견뎌내지 못한 돌들이 부서지며 튀어 올랐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기사들이 깜짝 놀랐지만, 돌덩이들은 그들을 지나쳐 성벽에 처박혔다.
퍼서석-!
돌덩이들이 가루가 되며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만약 저것에 스치기라도 했다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듯했다.
서우진은 그런 기사들을 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서, 서우진님이십니까?”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기사 중 한 명이 물어왔다.
“예, 서우진입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기사가 잠시 서우진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곧장 하늘탑으로 향하실 예정입니까?”
최병민이 그에 대한 얘기도 한 듯했다.
“그렇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하늘탑으로 향하는 길을 모두 비워두었습니다. 그러니 곧장 이동하시면 될 듯합니다.”
그 말에 서우진의 눈이 조금 커졌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제국의 수도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특히 하늘탑은 대륙에서도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로, 평상시에도 구경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그러니 주변 상권도 매우 발전을 했고, 주위는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곳을 모두 비웠다고?’
자신이 언제 도착할 줄 알고?
“아무래도 마기가 걱정되는지라…….”
기사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
그럴 수 있다.
휘라테온이 백시우에게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완벽하게 흡수하고 있었지만, 저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으니까.
서우진을 믿는 것과는 별개로 만약의 일에 대비해야 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쪽에도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으니, 바로 가시면 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짧았던 검문이 끝나고, 서우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지금까지처럼 전력으로 달리진 않았다.
그랬다간 아무리 길거리가 비워져 있다 해도, 후폭풍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테니까.
타탓-!
‘정말 한 명도 없네.’
거리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없다.
모두 건물 안에 들어가 있거나, 멀찍이 떨어져 있던 것이다.
새삼 제국의 권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한 서우진은 감탄하며 하늘탑에 도착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고고히 우뚝 솟아 있는 하늘탑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앞에는 마치 서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예의 그 소년이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소년이 서우진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혹시 기다…….”
“빨리, 빨리요! 탑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니까요!”
소년은 서우진의 말을 자르고는 하늘탑 안으로 등을 밀었다.
“그, 그래.”
다급해 보이는 그 모습에 군소리 않고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음?”
동시에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여긴……?”
벌써 몇 번이나 들어와 본 하늘탑이다.
당연히 1층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마치 우주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수많은 빛무리가 펼쳐져 있는 검은 공간.
난생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탑주님께서 미리 포털을 열어두셨어요. 괜히 이동마법진을 사용하느라 시간낭비하지 말고 곧장 오시라고.”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진정한 마왕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백시우의 시체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내가 예측한 것보다 조금 이르구나.”
그때, 앞쪽에서 마르테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작은 체구의 인형 같은 외형.
마공 마르테스가 천천히 검은 공간을 밟으며 다가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서우진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하구나. 네가 한 일에 대해선 익히 들어 알고 있느니라.”
누군가에게 들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이라면 하늘탑 안에서 모든 것을 보고 듣는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잘해주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구나.”
마르테스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물러나 있거라. 둘이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그러곤 소년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소년이 존경심이 가득한 태도로 조심히 뒤로 물러섰다.
스윽-
분명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공간이었건만, 소년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깨의 그 시신이 ‘만들어진’ 마왕이로구나.”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백시우와 성유라의 시신을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투욱-
“…신수를 사용해 마기의 유출을 막다니.”
휘라테온을 본 마르테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어, 그럼 안 되는 거였습니까?”
서우진이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진짜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르테스의 반응을 보니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니라. 이 또한 운명이겠지.”
운명이란 말에 조금 더 불안해졌다.
‘혼돈의 왕’이니 ‘종말’이니 하며, 서우진에게 운명이라는 말을 하는 종자들이 많았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 했지만, 마르테스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한때는 용사였던 이가 이리 영락하다니.”
그녀는 머리가 잘린 백시우의 시체 옆에 서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정해진 순리에 따랐더라면, 그 누구보다도 도움이 되었을 터인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백시우는 무려 SSS급의 직업인 놈이었으니까.
서우진은 예외로 친다 해도, 지금껏 소환된 용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그 녀석이 만약 제대로만 성장했다면, 강림 전쟁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어쩌면 혼자서 마왕을 상대했을 수도 있었겠지.’
서우진도 그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 같잖은 자존심과 질투심만 아니었다면…….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자 마르테스가 잠시 쳐다보더니, 이번엔 성유라를 가리켰다.
“이 아이는 ‘성녀’로구나.”
성유라 역시 그 누구보다 전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였다.
대단위의 광역 회복을 사용하고, 100레벨을 넘기면 부활에 가까운 스킬을 쓸 수도 있었으니까.
어느 부분에선 백시우보다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참으로 가련하다.”
마르테스는 성유라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타고난 심성만 올곧았다면 이러한 끝맺음을 짓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을.”
성유라의 입장에선 조금 억울할 수도 있었다.
백시우와는 달리 자신이 원해서 마기를 받아들인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찾자면 그녀에게 있었다.
‘성녀’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으니까.
“신수를 거두어 가거라.”
마르테스가 말했다.
“아, 네. 휘라테온.”
삐익-!
서우진이 부르자, 백시우의 등 뒤에 달라붙어 있던 솜뭉치가 튀어 오르더니 서우진의 어깨에 올라탔다.
“음?”
이전과 달리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대체 얼마나 먹은 거냐?”
삐익- 삐익-!
휘라테온이 신이 난 듯 소리쳤다.
‘슬슬 성장할 때가 된 것 같군.’
서우진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갑자기 휘라테온의 주변으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곁으로 비켜주거라.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가 되었느니라.”
그 말에 서우진이 눈을 끔뻑이며 한 걸음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슨 생각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저렇게 된단 말인가?
휘라테온의 복슬한 털들이 길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2미터 이상 자라난 털은 그대로 몸을 감싸더니, 이내 고치처럼 변해 버렸다.
계속해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두둥실- 떠 있는 커다란 털공.
서우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만 보고 있자, 뒤에서 마르테스가 말을 걸었다.
“마기를 흡수하느라 성장을 강제로 멈추고 있는 상태였느니라.”
그래서 떨어져 나오자마자 저리도 급하게 변한 것이고.
“시간이 꽤 걸릴 터이니, 일단은 자리를 안쪽으로 옮기자꾸나.”
따악-!
마르테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두 구의 시신이 허공에 떠올랐다.
‘대단하네.’
마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마력을 숨 쉬듯이 움직이며, 시신들을 들어올린 것이다.
그것은 서우진이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기술이었다.
‘차라리 부수는 쪽이 훨씬 쉽지.’
다시 한번 마르테스의 마력 운용력에 놀라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싸워보니 어떠했느냐?”
앞에 있던 그녀가 문득 물었다.
“강했습니다.”
주어가 생략된 질문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 대답했다.
“그래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 테고.”
“그렇습니다.”
백시우는 정말 강했다.
지금껏 서우진이 싸워온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으로.
하지만 결국 서우진이 승리했다.
백시우의 양팔은 잘렸고, 전신은 난도질당했으며, 결국 머리까지 잘렸다.
자신 역시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긴 했지만, 그 정도면 양호한 편에 속했다.
“그렇다 하여 방심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니라.”
마르테스의 음성이 무거웠다.
“이 세계에서 만들어진 왕과는 달리, 적법한 절차를 거쳐 탄생한 왕은 고작 이 정도 수준이 아닐 터이니.”
진정한 마왕.
서우진은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게다가…….”
마르테스는 말을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기다렸던 뒷말이 이어졌다.
“이번 강림은 이전과는 아주 많이 달라질 듯하니, 참으로 근심이니라.”
“…달라진다면?”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마르테스가 대답했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참혹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니라. 모든 것을 끝낼 수도 있는 그러한 전쟁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