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
#34화.
‘바보들인가?’
서우진은 고블린을 향해 달려나가는 용사들을 보며 혀를 찼다.
지금 저 앞에는 고블린들이 숨어 있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절대 적지 않은 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기사들은 그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사보다 강한 용사들은 단 한 명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린 어떻게 할까요?”
아일린이 물었다.
그녀는 용사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몬스터의 기운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치자.
‘하지만 누가 봐도 함정처럼 보이는 구도잖아.’
이것도 눈치를 못 챘다고?
“정말 바보인 건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한 건지.”
왠지 후자가 정답에 가까울 것 같았다.
고블린 따위는 몇 마리가 모여 있든,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린 그냥 구경이나 하자.”
죽지야 않겠지만, 고생깨나 할 것이다.
서우진은 한 발 뒤로 빠져서 그 모습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래요, 그럼.”
아일린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서우진 옆에 서서 팔짱을 꼈다.
그리고 한 편의 희극이 시작됐다.
* * *
조장호는 들떠 있는 상태였다.
아까 폐허가 된 마을을 봤을 땐 조금 겁을 먹긴 했다.
하지만 상대가 고블린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니, 다시 자신감이 차오른 것이다.
‘저런 놈들은 수십 마리도 넘게 죽여봤어!’
A급 23레벨에 달하는 자신에게 비하면, 벌레나 다름없는 몬스터.
그런 놈을 사냥하고 돌아가서 자랑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신이 났다.
“응?”
자신을 발견하고는 눈이 동그래진 고블린에게 검을 휘두르려던 때였다.
쐐애액-!
뭔가가 바람을 가르며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함정?’
깜짝 놀란 조장호가 몸을 비틀며 검을 휘둘렀다.
따다다당-!
독침이었다.
찔리면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도 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마비독.
하지만 그것도 용사의 피부를 뚫을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흥!”
조장호는 코웃음을 치며 검을 내려쳤다.
독침 따위는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뭐야? 숨어 있었어?”
“꼴에 머리 쓰는 거 보소, 태초마을 잡몹 주제에.”
조장호의 뒤를 따라 달려들던 다른 용사들 역시 멈춰 서서 고블린들을 노려보았다.
서우진은 저들이 알면서도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용사들은 정말로 고블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모두 죽……!”
끼에엑-!
조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자랑하는 조장호가 공격을 명령하려던 때였다.
갑자기 고블린들이 괴성을 질러대더니, 먼저 선공을 시작했다.
“이런 조잡한 독침 따위!”
조장호는 그렇게 외치고는 검을 휘둘렀다.
그의 직업인 ‘마검사’의 이름에 걸맞게, 검에서는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윈드 커터’였다.
바람의 칼날은 독침은 물론이고 고블린과 숲까지.
가리지 않고 앞길을 막는 것은 모조리 잘라냈다.
연약한 그것들로는 ‘윈드 커터’를 막아낼 수 없었다.
“봤냐? 인마, 이게 용사… 어?”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고블린들의 모습에 의기양양해하던 조장호가 멈칫했다.
퓨퓨퓨퓻-!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셀 수 없이 많은 독침이었다.
조장호는 이것들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독침 따위는 맨몸으로 때우고, 그 후에 곧장 마법을 사용해 놈들을 다시 사냥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아아아악-!”
조장호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뭐야, 갑자기 왜, 억!”
“꺄악!”
순식간에 아홉 명의 용사가 쓰러졌다.
하나같이 모두 눈을 감싼 채로…….
* * *
“눈에 맞은 건가요?”
“응, 맞아.”
고블린들은 영악하다.
그리고 놈들은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를 사냥해 왔다.
오크나 코볼트 같은 놈들은 물론이고, 오우거까지 사냥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놈들을 아무 생각 없이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심지어 작정하고 파둔 함정에.
‘안 당하는 게 이상하지.’
고블린의 독침은 아무렇게나 쏘는 것 같았지만,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방심, 시선 분산, 그리고 불의의 일격.
단순하다 못해 조악한 작전이지만, 용사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솔직히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절대 당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들은 기사들도 우습게 때려눕힐 정도의 강자였으니까.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게 이렇게나 위험한 거였네.”
서우진이었다면 독침을 보는 순간 눈부터 방어했을 것이다.
용사의 신체가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눈동자까지 단단해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눈을 방어한 뒤 할 수 있는 가장 넓은 범위 공격으로 단번에 놈들의 전열을 무너뜨리곤, 난전에 돌입했겠지.
그럼 고블린들로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독침을 쏴봐야 팀킬을 할 확률이 높으니, 단검 따위를 들고 덤비는 수밖에.
전략을 쓰지 못하는 고블린은 서우진 혼자서도 모두 도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홉 명이나 되는 다른 용사들은 방심에 사로잡혀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그냥 죽게 둘까?’
용사들은 모두 마비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이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들에게 모두 살해될 게 뻔했다.
‘어쩌면 미래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냥 이대로 죽게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서우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주변을 살폈다.
“쯧.”
기사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만약 서우진이 평범한 용사였다면, 지금이라도 나서서 용사들을 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난 용사가 아니지.’
굳이 자신의 실력까지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아일린, 처리 좀 해줘.”
“제가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봤다.
“부탁 좀 할게.”
아일린은 잠시 서우진의 눈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이 있겠거니, 생각한 것이다.
“그럼 다녀올게요.”
아일린은 그 말과 동시에 고블린 사이로 뛰어들었다.
이쪽을 경계하고 있던 고블린들은 깜짝 놀라 독침을 쏘아댔지만, 그녀는 머저리 같은 용사가 아니었다.
팅팅팅-!
아일린은 눈으로 오는 독침을 제외하곤 모두 무시했다.
어차피 자신의 갑주를 뚫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곤 검을 휘둘렀다.
별다른 기술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건만, 고블린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수십 마리의 고블린이 전멸하는 것에는 고작 몇 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수고했어.”
서우진의 말에 아일린이 픽- 웃었다.
수고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저들은 어떻게 하죠?”
아일린이 쓰러져 있는 용사들을 가리켰다.
“그쪽 분들이 좀 도와주셔야 될 것 같은데.”
서우진은 기사들을 향해 물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그럼 부탁 좀 할게요.”
기사들은 군말 없이 용사들을 챙겼다.
마비가 풀리는 데는 몇 시간 정도 걸리니, 그동안은 기사가 품에 안고 이동을 해야 했다.
“그럼 돌아가죠.”
서우진은 다시 한번 돌아갈 것을 결정했다.
“수색은 더 안 하실 겁니까?”
“저 혼자선 무리예요. 다들 아시지 않나? 저 D급인 거.”
등급이 낮아 능력이 안 되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뜻이었다.
그 말에 기사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용사들이 죄다 당한 상황에, D급 용사가 홀로 수색을 계속 진행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물론 용사들이 고블린에게 당한 시점부터 쪽팔림을 당할 건 기정사실이었지만 말이다.
“돌아가죠.”
서우진은 기사들이 둘러업은 용사들을 향해 피식- 웃어준 뒤, 복귀를 시작했다.
난장판이었다.
본부로 돌아온 서우진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용사들이었다.
‘우리 조만 당한 게 아니었구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조라고 해서 실전 경험이 있는 용사가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똑같은 머저리 짓을 해서 기사들이 구해왔을 것이다.
그래도 멀쩡한 이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우와, 고블린들 봤어요? 독침을 막 쏴대는데…….”
그중 하나가 이지아였다.
“그래. 너는 괜찮고?”
“물론이죠! 매일 아저씨랑 그렇게 치고받고 했는데, 독침 따위에 당할 제가 아니죠. 에헴.”
고작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이지아는 서우진과의 대련으로 인해 어느 정도 전투에 대한 감을 익힌 상태였다.
하도 얻어맞다 보니 방어부터 하는 게 습관이 된 것이다.
“다혜도 멀쩡해요.”
얘기를 들어보니, 김다혜는 독침을 발견하자마자 거대한 방패부터 소환했다고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방패로 독침을 모두 막아내곤, 그대로 달려나가 모조리 쓸어버렸단다.
‘확실히 범용성은 좋아.’
전투력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능력이었다.
잘만 활용하면 꽤나 큰 전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저쪽에 있는 애들도 모두 무사해요.”
이지아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S급 이상의 엘리트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역시 저 녀석들은 다른 놈들이랑 다르구나.’
등급도 등급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다른 용사들과는 달리 실전을 꽤 겪었을 수도 있고.
서우진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검신’ 백시우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
‘이런…….’
웬만하면 엮이고 싶지 않았다.
또 다짜고짜 와서 이상한 질문을 해대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서우진의 바람을 배신하듯, 백시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에휴.”
그의 뒤로 보이는 성유라의 사나운 눈초리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랜만입니다.”
“…그러네요.”
“그날엔 죄송했습니다. 제가 뭐에 꽂히면 생각 없이 행동부터 나가는 성격이라…….”
백시우는 서우진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처음 봤을 땐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상식은 있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서우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받았다.
굳이 날을 세울 필요는 없었으니까.
“다행히 어디 다치신 곳은 없어 보이시네요. 다들 방심하다 부상을 입어서 걱정했는데.”
“저야 뭐. 그냥 뒤에 빠져서 구경만 했으니까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럼 저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아무래도 다른 분들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서요.”
고블린의 마비독은 보통 3~5시간 정도는 흘러야 풀린다.
“어디를……?”
설마 손잡고 밥을 먹으러 가자는 얘기는 아닐 테고.
“고블린 무리가 모여 있는 부락을 발견했습니다. 지체하면 할수록 주변의 피해가 커지니, 지금 바로 토벌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 멀쩡한 용사들은 통 틀어도 십여 명에 불과했다.
엘리트 친구들과 서우진, 이지아, 김다혜, 그리고 기타 등등.
‘어떻게 할까?’
고블린 부락을 쓸어버리는 것쯤이야 저들에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강한 놈들이었으니까.
솔직히 자신이 빠져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터.
그럼에도 서우진은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서 얼마나 강한지 좀 확인해 봐야겠어.’
그래야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감이 좀 잡힐 것 같았다.
“그렇게 하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