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마르테스가 한 행동은 단순했다.
그저 두 구의 시신을 향해 마법을 사용한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행동이 단순하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쉽게 볼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우진마저도 경악할 정도의 ‘현상’이 벌어졌다.
우우우우우웅-!
하늘탑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마력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르테스의 의지에 따라,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 양의 마력이 움직이며 하나의 마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걸 마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법이 아니라, 차라리 이적이라 부르는 편이 맞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미증유의 마력은 순식간에 거대한 마법진을 그려내곤,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바닷물을 컵에 모두 담는 것과 같았다.
당연히 압력이 무한히 치솟아올랐다.
으드득- 으득-!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마법의 특성 때문인지, 육체가 붕괴되며 소멸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점차 쪼그라들며 얼마 지나지 않아 마력의 바다에 집어삼켜져 모습을 감추었다.
쿠우우우웅-!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며 굉음을 내었다.
“…이건 뭡니까?”
철로 이루어진 상자였다.
무려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서우진에게 아주 낯익은 물건이었다.
“봉인(封印)이니라.”
“역시.”
‘마테아의 광명’을 봉인하고 있던 철 상자.
그것과 크기만 다를 뿐, 완전히 동일한 종류의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훗날 진정한 마왕이 강림한다 하여도 쉽게 되살아나진 못할 것이니라.”
마르테스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마테아의 광명’을 봉인하고 있던 수준이라면, 아무리 백시우라 할지라도 결코 쉽게는 뚫을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보다 더 강력한 봉인처럼 보였으니…….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풀려난다면?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이곳이 어디던가?
마공 마르테스가 거하고 있는 하늘탑이다.
수많은 마법사와 끝없는 마력으로 가득찬 세계.
백시우가 봉인을 뚫고 부활한다 해도, 결코 무사할 순 없을 것이다.
서우진은 백시우와 성유라에게 더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때 마르테스가 철 상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작은 마법진 수백, 수천 개가 철 상자 위를 뒤덮었다.
“이제 되었느니라.”
무슨 마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욱 많은 안전장치가 추가된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허례는 그 정도면 충분하니 그만두거라.”
서우진이 고개를 숙이자, 마르테스가 손을 내저었다.
“이제 그만 탑을 나가는 것이 좋겠다. 밖에서 너를 기다리는 녀석이 있구나.”
“…저를 말입니까?”
“누구인지는 나가보면 알 터.”
마르테스의 손짓에 공간이 갈라지며 문이 드러났다.
“내가 했던 충고를 가슴에 새기는 것이 좋을 것이니라.”
“그러겠습니다.”
“다음에 또 보자꾸나.”
그녀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서우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 문 밖으로 나간 것이다.
“하아-”
홀로 남은 마르테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무리를 한 모양이군.”
온몸이 삐걱거렸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탓에 세계에 제지를 당했고, 그 상태로 초월급의 봉인마법을 사용했다.
평범한 마법사였다면 수천 번을 죽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마르테스는 피곤한 표정으로 의자를 만들어 그 위에 걸터앉았다.
‘모든 것을 끝낼 전쟁.’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그 말대로 이 세계는 끝이다.
멸망하고 말 테니까.
하지만 반대로 승리한다면?
‘그리하면 이 부조리한 일들 역시 모두 끝을 맺을 터.’
패배하거나, 승리하거나.
결과에 따라 세상은 참으로 많은 것이 바뀔 게 분명했다.
‘부디…….’
마르테스는 깊은 잠에 빠져들며 다시 한번 간절하게 기도했다.
* * *
“…응?”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방금 전까지 우주 한복판에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자 하늘탑 밖이었다.
대체 자신이 언제 이곳으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귀신에 홀린 것도 아니고.’
너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웬만한 이들보단 강해졌다고 자부하는데 말이지.”
마공 마르테스만큼은 도무지 가늠되질 않았다.
‘마왕화’를 해서 지켜본다면 모르겠지만…….
“드디어 나왔군.”
다시 한번 하늘탑으로 들어가 볼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음성이 서우진의 상념을 깨트렸다.
“음?”
고개를 돌려 음성의 주인을 쳐다봤다.
‘아, 역시.’
마르테스가 밖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니, 아는 사람이었다.
“목소리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폐하셨습니까?”
서우진의 뒤에는 황제와 그의 호위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걸음을 했느니라.”
“그러셨습니까?”
서우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신궁에 있으면 알아서 찾아갔을 텐데. 성격도 급하군.’
어차피 아르데타인을 죽인 것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한 번은 들렀어야 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를 참지 못하고 하늘탑까지 행차한 모양이었다.
“요즘 너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아, 짐이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노라.”
“소문이라면…….”
“마왕을 처단했다지?”
황제의 말은 질문이 아닌 확신이었다.
그리고 그만한 확신을 줄 만한 이들은 대륙 전체를 통틀어도 그리 많지 않았다.
“크루시엘의 능력이 확실히 뛰어나긴 한 모양입니다.”
“해서 중히 쓰는 중이지.”
서우진의 말이 더욱 큰 믿음을 준 모양이었다.
황제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밝아진 것을 보면 말이다.
“주변에 사람을 물렸다고는 하나, 그런 중한 이야기를 이런 길거리에 서서 나눌 수는 없는 법이지. 타거라.”
황제가 길 한쪽에 주차되어 있는 커다란 마차를 가리켰다.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 황실 전용마차였다.
“그러죠.”
굳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황제와 백시우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했고, 아르데타인을 죽인 보상도 받아야 했으니까.
거기에 더해 앞으로의 일에 대한 상의도 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프레이야님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지.’
적어도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 신궁에서 대접받으며 쉬고 있으면 될 듯했다.
“가지.”
황제가 권하자, 서우진은 마차에 올라탔다.
‘여전히 화려하네.’
예전에 탔던 것보다도 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것 같았다.
황제가 직접 타는 물건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네가 마왕을 물리쳤다는 보고가 있더구나.”
사실인가? 따위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크루시엘에서 전해온 정보에 의하면, 확실했으니까.
“그건 맞습니다만, 아마 폐하가 생각하는 그 마왕은 아닐 겁니다.”
“음? 그게 무슨 말이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마왕의 정체가 백시우였으니까요.”
그 말에 황제의 안색이 일변했다.
“백시우라면, 내가 알고 있는 그 백시우를 말함이더냐?”
“그렇습니다.”
“…어찌?”
황제의 반응이 이해되었다.
서우진도 그놈이 마왕이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직접 상대해 보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마공의 말에 따르면, ‘만들어진’ 왕이라고 하더군요.”
“허어-”
서우진의 말에 황제가 헛바람을 내뱉었다.
“그리하면 일련의 사태가 이해되는구나.”
그 한마디로 황제는, 지금 대륙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너무 뜬금없다 싶었느니라.”
지금까지 있었던 일곱 번의 마왕 강림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같은 것이라고는 죽은 자가 되살아나고, 묵시록의 짐승 ‘베르쉬트’가 나타난 것밖엔 없다.
하늘이 갈라지지도, 마기로 이루어진 성이 등장하지도, 마왕의 직접적인 전쟁 선포도.
그 어떤 것도 없이 갑자기 마왕이 등장했다.
해서 당황스러웠는데, 백시우를 마왕으로 만들어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물론, 어떻게 용사를 마왕으로 만들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백시우의 목을 베었다는 뜻이로구나.”
“뭐, 그렇죠.”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불손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황제는 분노하는 대신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네가 큰 공을 세웠느니라.”
단순히 공이라고 표현하기엔, 서우진이 해낸 일이 너무도 컸다.
비록 가짜 마왕이라 한들, 그 힘이 세상을 멸망시키기에 부족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서우진이 없었다면?
마르테스를 비롯한 다른 용사도 있었으니 어떻게든 막아낼 순 있었겠지만,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우진이 다리를 꼬며 말을 이었다.
“놈이랑 싸우기 전에 사도들을 꽤 많이 죽였습니다.”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는 서우진의 모습에, 황제의 눈이 살짝 커졌다.
“설마……?”
“맞습니다. 그중엔 아르데타인도 있었죠.”
쿠웅-!
황제가 주먹을 들어 의자 손잡이를 내려쳤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그 소리에 깜짝 놀란 호위 기사들이 밖에서 소리치며 마차 문을 열려 했다.
“괜찮으니 방해하지 말라.”
하지만 황제는 그들의 움직임을 막고는, 서우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말이 사실이더냐?”
“운이 좋으면 타란 산맥에서 놈의 시체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거짓말이다.
아르데타인의 시체는 백시우와의 전투에서 완전히 증발해 버렸다.
둘의 힘을 견뎌내기엔, 고작 그따위 존재의 육체는 너무도 나약했으니 말이다.
서우진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을 하자 황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거짓인지, 진실인지 판별하는 듯했다.
‘난 거리낄 게 없지.’
아르데타인을 죽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동요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인 모양이군.”
서우진의 표정에서 읽히는 여유에 황제가 탄식을 내뱉었다.
“아들의 복수를 해주었구나.”
솔직히 아르데타인을 죽일 당시엔, 그런 약속은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런 걸 신경쓰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얘기할 만큼 서우진은 바보가 아니었다.
“폐하께서 직접 부탁한 일이니, 무리를 좀 했습니다.”
“고맙구나.”
죽는 그날까지 절대 굽혀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고개가, 서우진을 향해 숙여졌다.
얼굴 아래로 떨어지는 액체 몇 방울을 본 서우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별말씀을.”
마차는 황제의 눈물과 함께 수도를 가로질러 신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신궁에 도착해 멈춰 선 마차의 문이 열리자, 황제가 밖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연회를 준비하라! 그 어떤 때보다 성대하게!”
갑작스러운 황명.
“명을 받드옵니다!”
하지만 그 명령에 반문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들어가자꾸나. 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니.”
황제는 서둘러 움직이는 이들을 뒤로하고 서우진과 함께 신궁에 들어섰다.
‘음, 왠지 일이 좀 커진 느낌인데?’
서우진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보상만 몇 개 받고 아이에르로 떠나려 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