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2)
352화.
연회는 황제의 명대로 정말 성대하게 치러졌다.
수도의 귀족이란 귀족은 모두 모인 듯 연회장이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오, 그대가 서우진이라는 용사로군. 참으로 용맹하게 생겼구려!”
‘용맹하긴.’
“황제 폐하를 향한 그대의 충심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충성은 개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 보는 작자들이 계속해서 친한 척 말을 걸고, 웃기지도 않은 얘기를 해대니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자리가 불편한가 보오.”
그때, 누군가 다가오며 물었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린 서우진의 눈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국의 재상이자, 다섯 명도 되지 않는 후작 위에 올라 있는 절대 권력의 소유자.
드류나크 후작이었다.
그는 짜증이 묻어나는 서우진의 음성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식을 잃은 폐하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밖엔 할 말이 없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웬만한 이들은 알고 있었다.
서우진이 황태자를 살해한 아르데타인의 목을 베었다는 걸 말이다.
그러니 제국의 실세 중 실세인 드류나크 역시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이해는 합니다만…….”
아들을 죽인 자가 똑같이 죽음으로써 대가를 치렀다.
아비 된 입장에서 기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이 자리에 서서 인사를 한 귀족의 수만 100명은 될 겁니다.”
애초에 이런 연회에 익숙하지도 않은데다, 별 영양가도 없는 대화만 주고받다 보니 인내심에도 한계가 찾아오는 중이었다.
“그래서 내가 온 것이오.”
드류나크가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곁에 있다면 웬만한 이들은 접근하지 못할 테니 말이오.”
그의 말대로 드류나크가 등장하자, 서우진의 곁으로 다가오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감히 후작이 있는 곳에 함께 자리할 용기가 나질 않는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네요.”
서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아직 불편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조금 전보단 훨씬 나았다.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시기 전까진 내가 방패가 되어주겠소.”
“그래 주시면 더욱 감사하죠.”
100명에 가까운 귀족들과 인사를 했음에도, 아직 하지 못한 이들이 더 많이 남아 있었다.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 것이다.
서우진의 반응에 드류나크가 피식 웃었다.
“많이 시달린 모양이네.”
“뭐, 그렇죠.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서우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드류나크는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귀족이긴 하지만, 저들의 수다는 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네.”
가십거리만 생기면 쉬지 않고 퍼다 나르는 것이 귀족이다.
그런데 황제의 복수를 해준 용사가 나타났다?
‘…못 참을 만하긴 하지.’
만약 자신이라도 궁금함에 계속 주변을 기웃거렸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이오.”
그때, 드류나크가 목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대가 아르데타인뿐만이 아니라, 마왕을 참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소만.”
사실이냐는 질문이 생략되어 있는 말이었다.
“흐음.”
서우진은 잠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솔직히 사실대로 말을 해줘도 상관없긴 했다.
황제가 알고 있는 이상, 언젠가는 퍼져 나갈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조금 망설여졌다.
혹시나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밝힐 때 밝혀도, 내가 떠난 뒤에 하는 게 낫겠지?’
자신이 마왕을 처리했단 이야기가 돌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인파에 휘말릴 게 뻔했으니까.
‘좋아. 밝히지 말자.’
듣는 귀가 많으니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현명할 듯했다.
“처음 듣는 얘기네요.”
하하-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드류나크의 눈빛이 묘해졌다.
“그렇소?”
“네, 뭐. 그렇네요.”
어색한 웃음에 드류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런 걸로 알고 있겠소.”
마치 속아 넘어가 준다는 듯한 말투에 조금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별일 없겠지.’
애써 찜찜함을 털어낸 뒤 주변을 돌아보았다.
확실히 드류나크 방패의 효과는 굉장해서, 다들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를 보아하니, 틈만 생기면 언제든 달려들 듯한 기세였다.
‘대체 황제는 언제 오는 거지?’
연회장에 자신만 덜렁 던져 놓고는 나타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뭔가를 준비하고 온다고 하는데, 이토록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그냥 돌아갈까?’
연회고 나발이고, 보상은 내일 따로 만나서 받으면 될 일이었으니까.
즐겁지도 않는 자리에 꾸역꾸역 서 있느니, 차라리 숙소로 가서 조금 쉬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조금씩 돌아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때쯤이었다.
“황제 폐하 납시오!”
시종장의 커다란 외침과 함께 적막이 찾아왔다.
쉬지 않고 떠들어대던 귀족들이 입을 다물곤 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언제 경망스러웠냐는 듯, 그들의 표정은 진중한 귀족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수백 명의 귀족이 무릎을 꿇으며, 한 목소리로 그들의 황제를 맞이했다.
절대자를 향한 극도의 공경.
이 커다란 연회장에서 두 발로 서 있는 것은 오직 서우진과 황제, 단둘뿐이었다.
저벅- 저벅-
황제의 걸음 소리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대단하긴 하네.’
개인적으로 봤을 땐 솔직히 권력 좀 있는 늙은이 이상의 인상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오죽하면 서우진조차 감탄할 정도의 기세였다.
‘마력은 아니고… 그냥 분위기인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저 정도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용사 서우진은 듣거라.”
어느새 보좌까지 걸어간 황제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작은 음성이었지만, 연회장 구석구석을 누비는 힘이 강력했다.
‘마법이네.’
서우진은 마력의 흐름을 느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말씀하시지요.”
그러곤 최대한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황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도 귀족들 앞이니 이 정도 대우는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대는 악적 아르데타인의 목을 벰으로써, 짐의 염원이자 제국의 한을 풀어주었노라.”
황태자가 아르데타인에게 죽임을 당한 일은, 황제뿐만 아니라 제국에게도 큰 상처를 입혔다.
감히 마왕의 추종자 따위가 제국의 미래를 앗아간 사건이었으니까.
당연히 모든 이가 눈물을 흘리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국의 수호자들까지 나섰음에도, 아르데타인을 잡는 것엔 실패했다.
아니, 오히려 전대 수호자들 중 한 명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졌다.
7차 강림 전쟁 이후에 벌어진 가장 큰 피해였다.
황태자로도 부족해 수호자까지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제국은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서우진이 한 일은, 그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켜 주었다.
그러니 황제를 비롯한 모든 귀족이 이토록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었고.
“그리하여 그대에게 약속한 보상을 내려주려 하노라.”
마침내 기다리던 본론이 나왔다.
‘뭘 줄까?’
이토록 생색을 낼 정도면 분명 심상찮은 것을 보상으로 내놓을 게 분명했다.
서우진은 조금씩 차오르는 기대감을 속으로 감추며, 황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허나 안타깝게도 짐은 그대를 만족시킬 만한 것을 찾지 못했느니라.”
‘뭐?’
하마터면 고개를 들고 황제를 노려볼 뻔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니까 제국에는 더 줄 만한 것이 없다는 뜻 아닌가?
‘제국의 비고에는 대륙에서 끌어모은 온갖 귀한 보물들이 가득하다며?’
아이에르에서도 쓸 만한 물건들을 한가득 챙겼다.
그보다 훨씬 큰 제국이었으니,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그대에게는 제국의 가장 큰 보물인 ‘카 라니엘’과 ‘루덴 가르도’를 주었노라.”
최강의 무기와 최강의 갑주.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을 다 뒤져도 이보다 좋은 것들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맞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검과 갑옷 말고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을 리가?
“그 이상의 보물은 존재하지 않는 바. 하여 짐은 많은 고민을 하였도다.”
말이 점점 길어질 때마다, 서우진은 불안감을 느꼈다.
‘이래 놓고 고맙단 말 한 마디로 퉁치려는 거 아니야?’
그런 의심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리하여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니, 용사 서우진은 고개를 들라.”
서우진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황제가 선언하듯 말했다.
“그대에게 ‘칠색 용의 심장’을 하사하겠노라.”
“폐, 폐하!”
“‘칠색 용의 심장’ 이라니요!”
“그것은……!”
귀족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무례를 넘어 불경한 짓이었지만,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든 귀족이 경악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어- 제국의 국보를?”
옆에 있던 드류나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국보?’
서우진의 눈이 반짝 빛났다.
국보라는 칭호가 붙은 이상, 최소한 꽝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서우진은 행여나 황제가 마음을 바꿀까 싶어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아니 되옵니다!”
“폐하! 재고를……!”
귀족들이 황제의 뜻을 돌리기 위해 읍소했다.
하지만 황제의 뜻은 단호했다.
“한낱 신외지물일 뿐이니라. 비고 한 구석에 처박혀 먼지만 쌓이느니, 차라리 강림 전쟁의 승리를 위해 소모되는 편이 낫지 않은가!”
‘그럼그럼.’
정확히 ‘칠색 용의 심장’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족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결코 가치의 무게가 가볍지는 않은 듯했다.
황제의 말에 따르면 강림 전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이런 건 일단 받아두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귀족들은 황제의 노호성에 움찔하면서도, 쉽사리 포기하질 못했다.
그만큼 대단한 가치를 지닌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반론은 받지 않겠노라. 굳이 하겠다면, 목을 내놓고 하거라.”
싸늘한 음성이 연회장을 휘감았다.
마법의 영향 탓일까?
귀족들은 자신의 목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 덕에 더 이상의 반발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가져오라!”
주변이 조용해진 것을 확인한 황제가 명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백은기사단의 단장 로나인이 품속에 작은 상자를 안은 채 황제에게 다가갔다.
“음…….”
그것을 본 서우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뭔가 대단한 것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아무것도 안 느껴져?’
귀족들이 저토록 반대할 정도의 보물이라면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품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상자는 물론이고, 그 안에 있을 내용물에서도 아무런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사기를 당한 건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 때였다.
황제는 로나인에게 상자를 받아 들고는 서우진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고개를 들라.”
명에 따라 머리를 들자, 황제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대에게 한없는 감사를 표하노라.”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의 황제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말하고는, 상자를 열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서우진을 향해 터지듯 몰려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