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3)
353화.
마력응집체.
용사들이 편의상 내단이나 영약 따위로 부르는 물건이다.
인위적으로는 모일 수 없는 양의 마력이 한 곳에 응축되어 있어, 질이 그리 좋지 못하는 것도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하지만 마력응집체가 진짜 대단한 건 가격 따위가 아니었다.
복용자는 마력응집체의 마력을 그대로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영약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효과였다.
마력응집체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게도 ‘용의 심장’이다.
드래곤은 그 존재가 마력 덩어리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용의 심장’ 중에서도 현존하는 최고는 제국의 국보인 ‘칠색 용의 심장’이었다.
7차 강림 전쟁에서 이 세계의 편에 서 마왕과 대립했던 엘리멘탈 드래곤이 전사하자, 그의 심장을 제국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칠색의 거룡은 일반적인 드래곤들을 압도할 정도로 대단한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심장 역시 다른 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력을 품고 있었다.
그것을 본 마공 마르테스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감탄할 정도로 말이다.
서우진은 상자가 열리며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
‘…대단하네.’
온갖 자연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나오는 순수한 마력.
하늘탑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그 말도 안 되는 양의 마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흐읍!”
“으으윽!”
주변에서 귀족들이 신음을 터트리는 것이 들려왔다.
그들은 압도적인 마력의 농도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고 있던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은 오직 서우진과 상자를 들고 있는 로나인뿐이었다.
‘칠색 용의 심장’은 그 이름처럼, 마치 무지갯빛으로 빚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일곱 가지의 영롱한 빛이 주변을 환하게 비출 정도였다.
순수한 마력과 화려한 빛.
서우진은 넋을 잃고 멍하니 그 신비로운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느냐?”
서우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황제가 웃으며 물어왔다.
“아, 네. 마음에 듭니다.”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대한 마력 량도 놀라웠지만, 그 막대한 마력이 도움까지 된다?
이건 무조건 받아야 한다.
서우진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황제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고심에 고심을 더한 보람이 있구나.”
사실 제국의 입장에선 딱히 줄 만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웬만한 보물들은 줘봐야 서우진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칠색 용의 심장’을 하사하기로 한 것은, 정말로 탁월한 결정이었다.
“황은이 망극합니다.”
서우진이 예를 갖춰 감사를 표했다.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운 선물이었으니까.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이 있느니라. 그것은 일단 연회를 즐긴 후에 따로 확인하는 것이 좋겠지.”
“…네.”
황제의 이어지는 말에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실룩였다.
연회 후에 남은 보상을 준다는 말의 속뜻을 알아차린 것이다.
‘더 줄 테니까 몰래 돌아가지 말란 얘기지?’
영악했다.
안 그래도 얻을 건 얻었으니 이제 그만 도망갈까 싶었던 것이다.
굳이 이곳에서 귀족들에게 붙잡혀 있을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황제는 그 마음을 눈치채곤 어쩔 수 없이 연회의 끝까지 붙잡아두었다.
서우진이 마뜩찮은 눈으로 쳐다보자, 황제가 피식 웃으며 소리쳤다.
“음악을 연주하라! 술잔을 들어라! 그리고 오늘을 즐기거라!”
황제가 등장하며 끊겼던 음악이 다시 흘러나오며, 주변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고생 좀 하셔야겠군요.”
‘칠색 용의 심장’이 담긴 상자를 서우진에게 건넨 로나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폐하께서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으시니 말입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서우진이 상자를 소중하게 받아 들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로나인이 서우진에게 허리를 숙였다.
“당신 덕분에 제국의 오랜 한이 풀렸습니다.”
“…별말씀을.”
서우진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충 손을 내저은 뒤 몸을 돌렸다.
‘후우-’
속으로 심호흡했다.
이젠 다시 저 망할 귀족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칠색 용의 심장’을 받은 뒤로, 그들의 눈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차라리 사도 놈들이랑 싸우는 게 낫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서우진은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귀족들을 향해 다가갔다.
* * *
“후우- 후우-!”
프레이야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저, 정체를 밝히시오!”
수도의 경비를 맡고 있던 기사가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나타나,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대며 성문 앞에 멈춰 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들려온 것은, 거칠디 거친 호흡 소리뿐.
기사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뒤쪽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것을 본 기사와 병사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 들며 방어 태세를 취했다.
“다시 한번 말하겠소. 정체를 밝히시오!”
기사의 검에서 오러가 흘러나왔다.
미약하기는 했지만, 오러는 오러.
그 파괴적인 기운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프레이야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이었지만 말이다.
“아이에르의 전 신성기사 단장인 프레이야라 한다. 얼마 전 입궁했을 용사, 서우진을 만나러 온 것이니 문을 열거라.”
“…아이에르?”
기사의 눈빛이 단번에 사나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 아이에르는 제국과 전쟁을 벌이려 하지 않았던가.
비록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데다, 모든 것이 사도의 계책으로 벌어진 일이란 게 밝혀졌지만…….
그런데도 감정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전 신성기사 단장이라고 하셨소?”
그 무거운 음성에 프레이야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어야 했는데.’
서우진의 뒤를 쫓는 것에만 집중했더니, 이런 일이 발생할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차라리 몰래 잠입했다면 일이 훨씬 쉬웠을 텐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이상 다른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네.”
프레이야는 사방으로 뿜어대던 기세를 갈무리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쉴 새 없이 달려온 탓에 잔뜩 흥분했던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있소?”
“…없네.”
안타깝게도 프레이야가 갖고 있는 물건이라곤 검 한 자루가 전부였다.
설마 서우진을 아이에르로 데리고 가려다 제국까지 오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신분을 증명할 만한 건 챙기지도 않았던 것이다.
“내가 알기로 아이에르의 전 신성기사 단장인 프레이야 경은 백 세에 가까운 노인이오. 그런데 당신은 아무리 봐도…….”
서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후우-”
프레이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적대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양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안쪽에 소식만 전해주게. 그럼 될 게야.”
“좋소.”
프레이야의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기사가 가만히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
“고맙…….”
“하지만 신분이 증명될 때까지는 포박을 하겠소.”
안도한 표정으로 감사인사를 하려던 프레이야의 얼굴이 굳어졌다.
“반항은 불가하오.”
기사의 단호한 음성에 프레이야는 입술을 짓씹었다.
‘서우진, 네 이놈…….’
대체 왜 자신이 여기까지 와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 망할 녀석이 필요하지만 않았더라면…….’
프레이야는 눈을 감고 화를 잠재우곤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그 모습에 기사가 검을 추켜세우며 경계했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검을 풀어 검집째로 기사에게 넘겼다.
“나와 평생을 함께해 온 아이니 함부로 다루지 말아주게나.”
사실 상 기사의 말대로 포박을 당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하겠소.”
기사가 검을 받아 들었다.
그러곤 뒤쪽의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가만있으십쇼.”
병사들이 밧줄을 가지고 빠르게 그녀의 손과 발을 묶었다.
“너는 가서 서우진님께 이 소식을 전해라. 급한 일이니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기사의 명령을 받은 병사가 군례를 올리고는 안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오.”
기사가 포박된 프레이야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심은 풀지 않은 상태였다.
밧줄 정도로 안심을 하기엔, 그녀가 처음 보여주었던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흘흘-”
손발이 묶인 프레이야는 기사가 준비해 준 의자에 앉아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처량하게 서우진이 오길 기다렸다.
* * *
‘지친다.’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올 것만 같았다.
피곤으로 가득한 서우진의 얼굴은, 백시우와 싸웠을 때보다도 지쳐 보였다.
“고생하셨소.”
“…하하.”
자신에게 다가오는 드류나크를 보며 힘없이 웃음을 흘렸다.
“설마 그 많은 귀족의 인사를 모두 받아줄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인내심이 강하신 모양이오.”
“아직 받을 게 남아 있었으니까요.”
황제의 말만 아니었다면, 연회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뛰쳐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났다.
상자를 건네줄 때 로나인이 했던 말처럼, 연회 자체는 그리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기에 마음이 급한 귀족들에게 더 시달리긴 했지만 말이다.
“피곤하실 텐데 미안하오만,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소?”
드류나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칠색 용의 심장’을 받은 뒤로는 방패 역할도 해주지 않고 사라지더니, 뭔가 따로 할 말이 있어 지금껏 기다린 모양이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지?’
드류나크와는 몇 번 안면이 있긴 했다.
하지만 따로 둘이 만나서 나눌 대화가 있을 정도의 친분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부탁할 정도면, 사안이 가벼운 얘기는 아닐 듯했다.
“그렇게 하죠. 조금 지치긴 했지만, 얘기를 나누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폐하를 알현하러 가야 할 테니, 금방 끝내겠소.”
드류나크가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장소는 미리 준비해 두었으니, 함께 갑…….”
먼저 앞장서 서우진과 이동하려고 할 때였다.
“서우진님.”
갑자기 로나인이 다가오며 서우진을 불렀다.
“음?”
두 사람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후작 각하를 뵙습니다.”
“예는 되었네, 그래, 무슨 일인가?
로나인이 예를 갖추자 드류나크가 손을 내저으며 물었다.
“아, 서우진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저한테 말입니까?”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로나인이 미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밖에 자신을 아이에르의 전 신성기사 단장이라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말에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가 서우진님을 찾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서…….”
서우진에 대한 일이라 자신이 직접 오긴 했지만, 딱히 그 보고를 신용하는 것 같진 않았다.
“벌써 도착하셨어요?”
“예? 그럼?”
“맞습니다. 그분은 아이에르의 프레이야님이세요. 내일 오전쯤에나 도착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아!”
로나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후작님, 대화는 잠시 후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들으셨다시피 손님이 찾아오셔서.”
“나도 함께 가겠소.”
프레이야가 자신이 알고 있는 존재라면, 직접 가서 맞이해야만 했다.
“그럼 가죠. 안내해 주시겠어요?”
서우진이 말하자 로나인이 고개를 끄덕이곤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