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4)
354화.
서우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손과 발이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프레이야의 처량한 모습이었다.
‘으음…….’
너무도 지쳐 보이는 그녀의 기색에 서우진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저렇게 무리해서 따라오라고 말한 적 없는데…….’
그냥 일이 좀 급하니 먼저 출발한다고 했을 뿐이다.
“추, 충!”
그녀를 감시하던 기사가 서우진과 그 옆에 있는 드류나크, 로나인을 보고는 깜짝 놀라 군례를 취했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하긴.’
갑자기 제국의 재상과 백은기사단의 단장이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분이 확실한가?”
기사의 군례를 받은 드류나크가 서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맞습니다.”
“내가 알기론…….”
“얼마 전에 육체의 재구성을 이루셨거든요.”
드류나크가 무슨 질문을 할지 예상한 서우진이 먼저 대답을 했다.
“아!”
드류나크와 로나인의 눈이 커졌다.
육체가 재구성 되었다는 말은, 초극의 경지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뜻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아이에르에 그만한 강자가 등장했다니!
“당장 풀어드리게!”
경악한 드류나크가 기사에게 소리쳤다.
“예, 옙!”
그 역시 서우진의 말을 들었기에, 다급히 프레이야를 향해 뛰어갔다.
“이거 큰 무례를 저질렀군.”
“…제대로 사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류나크와 로나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이야는 일신의 강함을 제외하고서라도, 아이에르라는 대국의 전 신성기사 단장이었다.
그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일개 기사가 저런 식으로 구속했다는 건,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서 가지.”
서우진은 급히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을 따라갔다.
“하아-”
밧줄이 풀린 프레이야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서우진이 먼저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걸었다.
“이…….”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인사하는 서우진을 보며 이를 갈았다.
당장에라도 한 소리를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시신은 잘 처리한 게냐?”
“아, 네. 다행히 마공께서 맡아주시기로 하셨어요. 걱정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그거 다행이구나.”
이를 갈면서 말하는 모습이 전혀 다행인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누구기에 이렇게 끌고 온 게야?”
그러다 서우진의 뒤에 서 있는 둘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이분들은…….”
“처음 뵙겠습니다. 제국의 후작인 드류나크라 합니다.”
서우진이 설명하기 전, 드류나크가 먼저 나서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백은기사단을 맡고 있는 로나인.”
“이름 높으신 프레이야 경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물들이었기 때문일까?
두 사람의 정체를 들은 프레이야가 흠칫하며 인사를 건넸다.
“아이에르의 프레이야라 하오. 이런 뒷방 늙은이를 맞이해 주어 고맙구려.”
말속에 뼈가 담겨 있는 듯했다.
“송구합니다.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해 대접이 미흡했습니다.”
드류나크 역시 말로는 지지 않았다.
“흘흘- 내 나이가 들다 보니, 미리 알린다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지 뭐요.”
두 사람이 서로 웃으며 대화했지만, 서우진은 왠지 모를 서늘함을 느꼈다.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안쪽에 기별을 해놓았으니, 자리가 마련되었을 겁니다.”
그때, 로나인이 끼어들며 신경전을 막아섰다.
“그리하는 것이 좋겠군. 함께 입궁하시지요.”
“신경써 주는 것은 고맙지만, 지금은 급한 일이…….”
“들어가시죠. 저도 아직 받을, 아니, 해야 할 일이 좀 남아 있어서.”
서우진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뭣? 분명 시신은 마공께 잘 맡겼다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무슨 일이 남아 있다고?”
한시가 급하다.
마왕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이 더 중하기에 아무 말 없이 서우진을 막지 않았지만, 더는 시간을 버리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금방 끝날 겁니다. 잠시 얘기하고 있으면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서우진 역시 아이에르의 상황이 급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토록 빨리 이동한 것 아니던가?
하지만 황제에게 받아야 할 보상도 중요했다.
그저 욕심이 나기 때문에 시간을 써가며 뜯어내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무엇을 주든, ‘칠색 용의 심장’ 수준이 아니라면 서우진에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동료들은 다르지.’
아이에르의 비고를 털었을 때와 같은 이유였다.
강림 전쟁에서 최대한 주변인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기 위함이었다.
너무 과잉보호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게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보단 나으니까.’
서우진은 친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 따윈 없었다.
그래서 프레이야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황제는 만나야만 했다.
“…빨리 와야 할 게다.”
그런 서우진의 마음을 느낀 것일까?
프레이야는 가만히 노려보다, 결국 그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곤 드류나크를 쳐다봤다.
“잠시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리하겠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화를 통해 드류나크는 두 사람이 뭔가 급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로나인이 프레이야와 드류나크를 이끌고 먼저 자리를 떴다.
“…서둘러야겠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우진이 곧장 걸음을 옮겼다.
조금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프레이야가 무리를 해가며 온 탓에 너무 이르게 도착했다.
그러니 그녀가 더 기다리기 전에 서둘러 일을 끝마치고 아이에르로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어디 보자…….”
‘신룡안’을 발동시켜 황제의 기운을 찾았다.
“저긴가?”
신궁의 가장 깊은 심처.
그곳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수호자도 있는 모양인데?”
황제의 곁에서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의 기운도 느껴졌다.
하지만 생소한 마력이다.
마공, 대공, 검공, 암공이 아닌, 다른 수호자라는 뜻이었다.
“권공이었던가?”
아직 서우진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수호자.
서우진은 호기심 서린 표정을 짓곤 황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화아아악-!
‘시간이 없으니 절차는 생략하자.’
아무리 서우진이라 해도, 황제를 독대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다른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 모든 걸 순순히 따를 때가 아니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모두 갈무리하며 주변으로 새어나지 않도록 컨트롤 했다.
덕분에 경계를 서고 있던 기사와 병사들은 서우진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여기다.’
단 한 명에게도 들키지 않고 황제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 서우진이, 벽에 붙어 창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스으으윽-
괜한 소란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안쪽에 있던 존재의 기감이 생각보다 더 뛰어난 모양이었다.
“누구냐!”
콰과과과곽-!
엄청난 마력이 서우진을 향해 쇄도했다.
‘흡!’
설마하니 걸릴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서우진이 숨을 들이켰다.
‘빠르다!’
그리고 강했다.
하지만 당황만 하고 있기엔, 그동안 서우진이 쌓아온 전투 경험이 너무도 많았다.
손바닥을 들어 공격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며, 몸을 회전시켰다.
콰과광-!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오며, 한쪽 벽이 그대로 박살나 무너져 내렸다.
“주먹?”
서우진은 자신의 손바닥과 부딪힌 것이 주먹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권공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만한 위력의 권격을 쏟아낼 존재가 더 있을 것 같진 않았으니까.
욱씬-
서우진은 권공의 주먹과 맞부딪힌 손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곤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한 수가 있는 놈이로구나!”
중년 사내의 호탕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빠르게, 수십 개의 권영(拳影)이 짓쳐들었다.
“아니, 잠깐!”
“시끄럽다! 감히 이곳에 몰래 잠입한 죄! 죽음으로 갚거라!”
서우진은 얼굴을 보이며 오해를 풀려 했지만, 침입자의 말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한 권공의 태도에 입을 다물었다.
‘오냐, 그럼 어디 한번 붙어보자.’
프레이야의 일이 급하다는 생각은 이미 머릿속 한 편으로 날아간 지 오래였다.
호승심과 더불어 약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전신을 박살낼 기세로 날아드는 권영들을 본 서우진이 손을 들었다.
“마야환신.”
손바닥이 분열됐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서우진의 손바닥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더니, 사방팔방을 모조리 튕겨내기 시작했다.
파파파팡-!
권공의 권영은 손바닥의 숲에 단 1밀리미터도 침투할 수 없었다.
“크, 크윽! 그건……!”
심상찮은 반탄력에 권공이 뒤로 튕겨 나가며 소리쳤다.
“아,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들 중 하나인데. 어때요? 괜찮죠?”
서우진의 음성과 함께 손바닥들이 신기루처럼 흩어졌다.
“스킬?”
익숙한 단어에 권공의 시선이 마침내 서우진의 얼굴을 확인했다.
“…네가 그놈이군.”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그간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이다.
황제든 다른 수호자들이든.
서우진은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권공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황제가 앉아 있었다.
“이렇게 찾아오라는 말은 아니었을 텐데, 죄송합니다.”
서우진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놀라게 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무슨 일입니까!”
“적이다! 폐하를 모셔라!”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근위기사들이 소리를 치며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되었다. 아무 일도 아니니, 나가보거라.”
그때, 황제가 손을 들어 기사들을 막았다.
“하, 하오나…….”
그들이 보기엔 아무 일도 아닌 게 아니었다.
벽 한쪽이 완전히 박살나 바깥이 휑하니 보이고, 무려 권공이 입에서 핏줄기를 흘리고 있었으니까.
이 상황을 어찌 그냥 보고 넘길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황제는 단호했다.
“황명이니라. 자리를 비우거라.”
항명은 있을 수 없다는 듯한 지엄한 말투에, 근위기사들은 머뭇거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황명을 받드옵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방을 나섰다.
“…이건 또 예상치 못한 행동이로구나. 연회가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더냐?”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그것 때문에 이렇게 온 것도 아닙니다.”
서우진이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무슨 까닭인지 한번 들어 보아야겠구나.”
황제가 물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연회가 끝나면 주기로 하신 것들 말입니다. 그거 지금 바로 받을 수 있겠습니까? 조금 급한 일이 생겨서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