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5)
355화.
황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의심을 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그 보상을 받기 위해 이 난리를 쳤단 말이더냐?”
“설마요. 이런 상황을 의도해서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저분이 제 예상보다 조금 더 예민하셔서 벌어진 일이죠.”
서우진이 한쪽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권공을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네놈…….”
그 모습에 권공이 이를 갈며 천천히 다가왔다.
마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다시 한번 붙어보고 싶은 생각이 역력했다.
하지만 황제가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멈추거라.”
“하오나 폐하!”
“그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라. 하니 거기까지만 하거라.”
황제는 서우진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고 있었다.
권공이 대륙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존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서우진은 암공과 싸워 이기고, 사도 아르데타인을 죽였으며, 마왕이 된 백시우의 목까지 잘라 버린 이였다.
그런 존재를 권공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괜히 덤볐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곤란해지는 건 황제, 자신이었다.
“크윽!”
권공은 입술을 짓씹었다.
분하긴 하지만 황제의 명이 떨어진 이상,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그래, 무슨 일이 생겼기에 이리도 급히 찾아왔는지 들어보자꾸나.”
권공이 잠잠해지자, 황제가 서우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이에르에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이에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로렌테라는 곳을 아십니까?”
“성인이라는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알고 있느니라.”
“그곳에…….”
서우진이 최대한 간략하게 아이에르에 벌어진 일을 설명했다.
“해서 지금 프레이야님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를 모두 들은 황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좋지 않군.”
“…그렇사옵니다.”
권공 역시 화를 누그러뜨리곤 황제의 말에 동조했다.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제국의 상황 역시 그리 평탄치는 아니하니라.”
“마수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것 때문입니까?”
“이미 알고 있었구나. 그러하다. 그 일 때문에 꽤나 골머리를 앓고 있지.”
황제의 표정을 보아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다.
“용사들에게 실전 훈련을 겸해 토벌을 진행시키고 있다만, 그들만으로 막기에는 제국의 영토가 너무도 광대하더구나.”
차라리 외적의 침입을 받은 것이라면 쉬웠을 것이다.
군세를 하나로 모아 막아내면 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수들은 마치 게릴라전을 펼치듯, 제국 전역에서 출몰하고 있었다.
그러니 기사와 병사, 용사까지 동원했음에도 지켜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갑자기 놈들이 왜 이렇게 날뛰는 건지 알고 계십니까?”
마수가 지능이 낮기는 해도, 자신들이 죽을 자리는 본능적으로 피해 다니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제국의 영토는 마수들에게 그야말로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곳이었고.
심지어 아이에르의 로렌테는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그 넘치는 신성력 덕분에 전신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느낄 터.
그런데도 마수들이 이렇게 미쳐 날뛰는 것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림의 때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니라.”
“아…….”
서우진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의 동네는 뭐만 좀 이상하면 죄다 때가 됐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만.’
날씨도 강림 탓, 마수도 강림 탓.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미신이라 치부할 순 없었다.
이미 일곱 번이나 치렀던 강림 전쟁에 대한 기록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은 없습니까?”
“크루시엘과 각 군단을 총 동원했음에도 아직 부족하구나.”
황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확실히 문제이긴 했다.
어쩌면 아이에르보다도 더 심각할 수도 있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평범한 이들이 희생당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으니까.
‘그래도 아이에르의 일을 더 미룰 순 없어.’
그랬다간 프레이야가 절대 가만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신궁의 건물 몇 개 정도는 날아갈 게 분명했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아이에르의 일을 처리할 때까진 제국의 손에 맡겨야만 할 것 같았다.
“최대한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서우진은 그렇게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쯧.”
황제가 혀를 찼다.
“아쉽구나.”
아무래도 이번 일 역시 서우진에게 맡기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이 양반이 틈만 나면 나한테 다 떠넘기려고 하네.’
마뜩찮은 표정으로 황제를 살짝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짐짓 모른 척하며 권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야기를 들었으니 상황은 파악되었을 터. 밖에 일러 준비한 것들을 가져오너라.”
“명을 받드옵니다.”
권공이 공손하게 예를 갖춘 뒤 몸을 돌렸다.
그 와중에도 서우진을 한번 노려보는 폼을 보아하니, 아직 분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듯했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것 같은데.’
조만간 한 번 더 붙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서우진은 상관없었다.
어차피 권공 정도야 굳이 ‘마왕화’를 하지 않아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잠깐의 시선을 교환한 뒤, 서우진이 황제를 쳐다봤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희열, 회한, 걱정, 불안.
수많은 감정이 회오리치고 있어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폐하.”
“…그래, 일단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겠구나.”
서우진이 부르자, 황제가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감사 인사는 그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연회장에서 차고 넘칠 정도로 받았으니까.
지금 서우진이 듣고 싶은 것은 그딴 겉치레 따위가 아니었다.
“백시우 같은 놈이 아니라, 진짜 마왕이 강림하기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언제쯤일지도 예상하고 있습니까?”
때가 가깝다, 곧 시작된다 같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솔직히 신궁 밖으로 나가 아무 백성이나 잡고 물어도 그런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알고 싶었다.
두 손을 놓고 가만히 기다리기엔, 현재 상황이 너무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만약 확실한 날짜를 알 수 없다면, 최대한 근접한 때라도 먼저 알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크루시엘과 하늘탑이 함께 조사를 하고 있었느니라.”
“결과는 나왔습니까?”
“정확하지는 않으나…….”
황제의 음성이 작아졌다.
“빠르면 3개월 뒤. 아무리 늦어도 반년 이내에 강림이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하더구나.”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3개월에서 6개월이라니?
적어도 너무 적지 않은가?
‘아직 다 성장하지 못했는데…….’
최소한 동료들 정도는 100레벨을 넘겨야 한다.
다른 용사들도 90 이상은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서우진 자신도 더욱 강해져야만 했다.
아직은 그 참혹한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 마왕의 힘이 백시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면 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더 강해져야 돼.’
서우진의 표정이 심각해질 때쯤, 노크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갔던 권공이 돌아왔다.
“폐하.”
권공의 손에는 커다란 상자가 들려 있었다.
“약속한 보상이니라.”
황제의 눈짓에 권공이 눈살을 찌푸리며 상자를 서우진 앞에 내려놓았다.
쿠웅-!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지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무게보단 다른 것에 신경을 쓰는 중이었다.
‘휘유, 대단한데?’
이 상자엔 ‘칠색 용이 심장’이 담겨 있던 것과는 달리, 마력을 감추는 기능은 없는 듯했다.
덕분에 그 안에 담긴 물건들의 마력이 여실히 느껴졌다.
‘하나, 둘, 셋……. 열다섯?’
총 열다섯 개의 아이템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거대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물론 서우진이 지니고 있는 물건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결코 가볍게 볼 만한 것들도 아니었다.
‘어쩌면 아이에르에서 얻은 것보다도 대단할지 모르겠어.’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대박이다.
서우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상자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황제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프레이야 경이라고 했더냐?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니, 확인은 나중에 하도록 하거라.”
서우진이 손을 움찔했다.
당장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황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두르거라. 아이에르의 일을 어서 끝내야 늦지 않게 돌아오지 않겠느냐?”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상자를 열려던 손을 거두곤 예를 표했다.
일단 좋은 걸 주었으니, 이런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권공은 들으라. 용사 서우진과 아이에르의 프레이야 경이 떠남에 있어 모든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황명을 받드옵니다.”
황제의 명령에 권공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가거라. 짐도 이제 이곳에서 떠나야겠구나.”
황제가 무너진 벽 쪽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미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 부분은 확실히 서우진의 실수였으니 말이다.
“나를 따라와라.”
그때, 권공이 서우진을 향해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곤 쳐다도 보지 않고 몸을 돌려 먼저 앞장서 나갔다.
‘쩝.’
그런 권공의 뒤를 따르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이야 황명이 있으니 함부로 주먹질을 해대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네놈이 했다는 일들을 모두 믿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네가 스트레인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건 믿을 수 있다. 목격자들도 있으니 거짓은 아니겠지. 허나 아드레타인? 마왕? 그들을 네가 죽였다고?”
권공이 흥-! 하며 코웃음을 내뱉었다.
“네가 강한 것은 인정한다. 느껴지는 그 요상한 기운의 크기만 봐도 알 수 있지. 하지만 단언할 수 있다. 고작 그 정도로는 아르데타인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요?”
지금 자신이 사기라도 치고 있다는 말인가? 싶어서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지금은 황제 폐하의 명이 있어 따로 증명할 시간이 없으나, 훗날 돌아온다면…….”
권공이 마침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서우진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돌아온다면?”
“그때는 폐하와 내 앞에서 네 실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 말에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고작 권공의 의심 따위를 불식시켜 주기 위해 왜 자신이 그딴 수고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럴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권공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것은 네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권공은 마치 정해진 결과를 통보하듯 말했다.
‘어이가 없구만.’
자신을 경계하는 심리는 이해할 수 있었다.
첫 만남부터 그리 좋은 인상을 남겨주진 못했으니까.
그래서 웬만하면 그냥 좋게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시비를 걸어오면 봐주려야 봐줄 수가 없다.
“그럼 시간 끌지 말고 덤비든지.”
싸늘한 음성이 권공의 등을 파고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