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화르르륵-!
마치 불길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권공의 등 뒤로 막대한 양의 마력이 이글거리며 피어올랐다.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강해.’
그것을 본 서우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자신의 기운을 감지하고 공격했을 때도 느낀 것이었다.
단순히 마력 량으로만 따지자면, 마공을 제외하곤 권공이 수호자들 중 최고였다.
대공 브리아니와 비교하자면, 1.5배 이상은 많은 것 같았다.
서우진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을 느끼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대단하긴 해.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 하지만…….’
마력의 양이 많다고 싸움에서 승리하는 건 아니다.
서우진이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굳이 ‘카 라니엘’을 꺼내 들 필요까진 없을 듯했다.
“폐하께서는 싫어하시겠지.”
그때, 권공이 서우진을 향해 천천히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허나, 이대로 물러서기엔 수호자로써의 내 자존심이 용납할 수가 없구나.”
강자의 프라이드.
스스로가 이룬 경지에 대한 긍지가 강한 것 같았다.
‘참 불 같구만.’
디아로크와는 다른 의미로 활활 타오르는 사람이었다.
나이도 적지 않아 보이는데, 호승심과 더불어 자부심이 유별날 정도였다.
“알았으니까 어서 덤벼요. 시간 없으니 빨리 끝내야…….”
서우진이 도발할 때였다.
쐐애애애액-!
주먹이 날아들었다.
마치 총알이 날아드는 듯한 스피드였다.
서우진은 곧장 입을 다물고 고개를 비틀었다.
파앙-!
공기가 터져 나갔다.
‘으음.’
바로 귀 옆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충격파에 삐이- 하는 이명이 들려왔다.
‘빠르다.’
같은 주먹을 사용하는 이지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팔을 회수하는 권공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단숨에 좁혀지는 거리.
우우웅-!
혼돈기가 집약시킨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목표는 명치.
방금 전 권공이 보여주었던 주먹질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속도였다.
“흥!”
하지만 권공은 전혀 당황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왼쪽 손바닥을 펼쳐 아래로 짓눌렀다.
콰아아앙-!
주먹과 손바닥이 충돌했다.
동시에 육체끼리 부딪힌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박-!
폭발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
그 찰나의 순간에 수십 번의 주먹질이 서로 오갔다.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겉으로 보기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공방이었다.
실제로 두 사람 모두 단 한 걸음도 밀려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주먹으로 먹고사는 양반이라 그런가?’
확실히 이런 근접전이 능숙했다.
결코 적지 않은 경험을 쌓은 서우진을 가뿐히 능가할 정도로 말이다.
경험과 기술, 그리고 마력 량.
권공이 그 세 가지 부분에서 서우진을 앞서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서우진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느낀 것일까?
“듣던 것보다 못하다. 겨우 이런 실력으로 아르데타인을 죽였다고?”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역시 네놈의 진짜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말 참 많으시네, 진중하게 생기신 분이 안 어울리게.”
서우진의 음성이 권공의 말을 끊었다.
“대충 실력은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끝내죠.”
권공은 강하다.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을 만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권공이 아무리 뛰어난 강자라 하더라도, 서우진의 상대는 아니다.
애초에 권공보다도 뛰어난 암공 스트레인조차 패했다.
그때보다 훨씬 강해진 지금이라면?
“신속.”
주먹이 공간을 가른다.
아니, 꿰뚫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터져 나왔다.
“크윽!”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에 권공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얼굴을 얻어맞았다.
입술이 터져 나가며 핏방울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붉은 피가 땅에 채 떨어져 내리기도 전에 서우진의 다시 한번 움직였다.
“지고화.”
화르르르륵-!
검은 불꽃이 주먹을 휘감으며 불타올랐다.
디아로크가 봤으면 꽤나 좋아할 만한 모습.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불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고 정확히 명치를 가격한 것이다.
그 충격에 권공의 갈비뼈가 박살이 났다.
“쿨럭!”
장기에 손상을 입었는지, 피를 토했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건 그딴 골절이나 내상이 아니었다.
치이이이이익-!
‘지고화’의 초고열이 권공의 피부를 녹이고, 육체를 불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대경실색한 권공이 다급히 마력을 끌어올리며 불꽃에 대항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서우진의 ‘지고화’는 모든 것을 불태우는 화염.
단순히 양만 많은 권공의 마력쯤은 쉽게 불살라 버릴 수 있었다.
“크아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한 권공이 결국은 비명을 토해냈다.
“아직 멀었어요.”
권공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결코 이 정도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보다 확실하고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줘야만 했다.
콰앙-!
발을 내질러 권공을 걷어찼다.
덕분에 둘 사이의 거리가 벌어졌다.
스르릉-
‘카 라니엘’이 뽑혀져 나왔다.
보라색 기운이 넘실거리는 흑색의 검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야천검.”
권공을 상대로 처음 사용했던 ‘마야환신’과 ‘십이천검’의 특징들만을 뽑은 새로운 스킬이었다.
‘카 라니엘’이 분열했다.
수백, 수천, 수만.
도저히 셀 수 없을 만큼.
눈을 한 번 깜빡일 시간도 되지 않아, ‘카 라니엘’은 검의 바다를 만들어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마치 파도가 몰아치는 것 같은 거대한 참격이 쏟아졌다.
은은하게 빛나는 무한한 참격은 별자리를 넘어 은하수(銀河水)를 그려냈다.
그 경이롭고 신비한 광경에, 권공마저도 통증을 잃고 멍하니 바라만 볼뿐이었다.
핏- 피핏-!
은하수가 권공을 스쳐 지나갔다.
권공의 육체에 기다란 붉은 선이 그어졌다.
한 개, 두 개, 세 개.
이윽고 은하수가 완전히 권공을 완전히 통과해 사라졌다.
그리고 은은한 빛무리만이 남았다.
따악-!
서우진이 가만히 서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빛무리들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각-!
비명은 없었다.
권공은 극한까지 단련한 자신의 육체가 갈기갈기 찢겨지는 모습을 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으니까.
빛무리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권공과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서우진뿐.
“휴우-”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싸움 자체는 쉽게 끝이 났지만, 그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스킬을 즉석에서 만들어내 사용한 반동인지, 온몸이 저릿하며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셀레스티얼 윙’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함부로 막 사용할 스킬은 아닌 듯했다.
혼돈기를 돌려 부담이 간 육체를 풀어준 서우진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 온 것인지, 황제와 기사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양반 좀 챙겨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권공을 가리키며 말하자, 황제가 고개를 저으며 손짓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근위기사들이 다급히 달려와 권공을 둘러업고는 어디론가 달려갔다.
“미안하게 되었구나.”
황제가 서우진을 향해 사과했다.
설마 권공이 자신의 명령을 거역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뭐, 한 번은 벌어져야 할 일이었으니까. 괜찮습니다.”
차라리 지금 서열을 정리해 두는 편이 나았다.
괜히 나중에 귀찮아지기 전에 말이다.
“일단 이야기는 아이에르에 다녀온 뒤에 하시죠. 보다시피 시간이 좀 지체가 되어서.”
황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이야 경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거라.”
“명을 받듭니다!”
근위기사들 중 한명이 딱딱하게 굳은 음성으로 대답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럼 전 이만.”
해야 할 이야기는 모두 했다.
괜히 또 잡혀서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서우진은 상자를 챙겨 근위기사의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뒤쪽에서 황제의 시선이 느껴졌다.
왠지 좀 찝찝했지만, 애써 그 느낌을 무시하곤 다른 생각을 했다.
‘아이에르까지 얼마나 걸리더라?’
데르한 왕국을 완전히 가로지른 뒤에야 아이에르가 나오니…….
‘한 일주일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네.’
혼자서라면 더 빠르겠지만, 이번엔 프레이야와 함께 움직여야 했기에 조금 넉넉하게 시간을 잡았다.
‘도무지 쉴 틈이 나질 않는구만.’
사건이 계속 겹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쌓여만 간다.
‘어쩔 수 없지. 마왕이 강림하기까지 길어야 반년이라는데. 조금 더 고생할 수밖에.’
어서 동료들을 만나고 싶었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도 해보고 싶었고, 쓸데없는 잡담도 나누면서 좀 쉬고 싶었다.
그러려면 최대한 빨리 일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근위기사의 뒤를 따랐다.
프레이야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 * *
“여기가 아이에르예요?”
이지아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정확히는 아이에르의 국경에 있는 도시지.”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뭔가 다른 왕국들이랑은 풍경이 좀 다르네요.”
사람 사는 곳이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싶었지만, 아이에르의 풍경은 꽤나 생소했다.
건축양식도 그렇고, 사람들의 복식 역시 그랬다.
“왠지 흰색이 많은 느낌인데.”
계수지가 이지아의 말에 동의하듯 말했다.
“신성왕국이라 그런 걸까요?”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흰색은 신성과 순수를 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신성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색이다.
“하긴, 신성력도 흰빛을 띄는 경우가 많으니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계수지가 그럴싸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일행을 앞에서 이끌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머물고 가는 게 좋겠어요. 서두르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으니.”
서우진이 마왕을 처단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곧장 아이에르까지 달려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에르에 들어왔으니, 오늘 하루쯤은 좀 여유를 부려도 될 것 같았다.
“숙소를 찾을까요?”
“국경도시라 그런지 여관 같은 곳이 꽤 많이 보이는데, 괜찮은 곳을 찾아보자.”
강병규와 이지아가 나서서 일행이 함께 머물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음?’
그때, 계수지가 자리에 멈춰서며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지?”
그것은 구동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일단의 무리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신성력이 느껴지네요.”
이전에 아카데미에서 성유라가 지니고 있던 기운과 비슷했다.
맑고, 깨끗한 느낌.
신성력이 있는 이들은 곧장 일행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왔다.
“…신성기사?”
“그런 것 같네요.”
순백의 갑주를 입은 기사 십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일행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더니 무거운 분위기로 입을 열었다.
“정체를 밝히시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