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신성기사의 태도는 위압적이었다.
대놓고 적대감을 표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부러 기운을 노출시킨 채 질문하는 것 자체가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 계수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성유라나 전쟁 때문에 아이에르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처음 보는 신성기사가 저런 태도로 나오자,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건 왜 묻는 거죠?”
당연히 말투가 날카로워질 수밖에.
그 모습을 본 신성기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가 도시에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았소. 국경 수호의 소임을 맡은 자로써, 등한시 할 순 없는 일 아니겠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들은 반 슬레인이 직접 준비해 준 통행증을 사용해 아이에르에 입국했다.
밀입국이나 무력을 통해 강제로 들어온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 자신들을 향해 저토록 위압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통행증을 제시하고, 각자의 신분을 밝히시오.”
조금 짜증이 났다.
하지만 굳이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저 통행증만 다시 한번 보여주면 될 일…….
“지금 없는데.”
옆에서 구동환이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뭐? 통행증이 왜?’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돌아보던 계수지는, 이내 통행증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지아와 함께 숙소를 찾으러 간 강병규 말이다.
“어, 그러니까…….”
순간 당황한 계수지가 버벅거렸다.
그러자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신성기사들의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제시할 수 없나 보군.”
말투도 서늘해진 것을 보니 아무래도 수상한 이들로 단단히 찍힌 모양이었다.
“함께 본부까지 동행해 줘야겠소. 신분이 확인될 때까진 그곳에서…….”
“잠깐잠깐.”
그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구동환이 앞으로 나섰다.
흠칫-!
그 거대한 육체를 본 신성기사들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
전신갑주를 입은 자신들보다 훨씬 컸으니, 움츠러들 만도 했다.
“왜들 이러시나, 저흰 분명 정당하게 통행증을 제시하고 입국을 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없지 않소?”
“조금만 기다리면 갖고 있는 사람이 올 겁니다. 설마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해서 연행까지 하려는 건 아니겠죠?”
“필요하다면 해야지.”
신성기사는 구동환의 말에 전혀 밀리지 않고 대꾸를 했다.
‘어떡할까요?’
구동환이 계수지를 향해 눈빛으로 물었다.
자신들이 용사라는 사실을 밝히면 될 일이긴 했지만…….
‘밝혀도 되나?’
다른 왕국이었다면,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신분을 밝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이에르다.
성유라를 지원하던 그 신성왕국 말이다.
‘성녀’가 서우진의 손에 죽었으니, 다른 용사들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을 리가 없었다.
물론 그건 오해였다.
그들이 매시브 가디언에 박혀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지.’
상황이 더 험악해지면, 용사라는 신분을 밝혀야만 할 것 같았다.
물론 분위기는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괜한 오해를 사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구동환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무슨 일입니까?”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병규 씨!”
때마침 숙소를 구하러 갔던 강병규가 돌아온 것이다.
“뭔가 어수선해서 일단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입니까?”
강병규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신성기사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아, 그게…….”
계수지가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강병규는 눈살을 찌푸리며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통행증이라면 여기 있습니다만.”
반 슬레인이 신경써서 발급해 준 통행증이었다.
용사들의 신원을 그가 직접 보증하는 증명서이기도 했다.
이것을 보고도 의심한다는 건, 북방의 검귀인 반 슬레인을 무시한다는 뜻도 되었다.
신성기사는 강병규가 건네준 통행증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증명이 되었습니까?”
그런 신성기사를 향해 강병규가 물었다.
차갑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한 음성은, 그가 지금 짜증이 난 상태라는 걸 잘 보여주고 있었다.
“반 슬레인이라… 시온 왕국의 백작님께서 보증을 하는 신분증이로군.”
신성기사는 몇 번이나 꼼꼼히 서류를 확인하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받으시오.”
그러곤 다시 강병규에게 건네주었다.
신분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반 슬레인이 직접 보증을 선 통행증을 확인했으니 더 겁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현재 아이에르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니,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그랬다간 아무리 통행증이 있다 해도, 결코 가만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오.”
신성기사는 어쩔 수 없이 넘어간다는 듯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민감하게 구는 건가요?”
이번엔 계수지가 나서서 물었다.
그녀 역시 지금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린 상태였다.
“…외지인에게 밝힐 만한 이야기가 아니니, 신경 끄시오.”
“신경을 끄기엔 이미 늦지 않았나요?”
그 좋지 않다는 상황에 이미 연루되어 귀찮음을 감수했다.
그러니 이유라도 들어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았다.
신성기사는 당치도 않다는 듯 몸을 돌리려 했지만, 계수지가 더 빨랐다.
덥석 하고 그의 어깨를 붙잡은 것이다.
“감히……!”
자신의 몸에 손을 댄 것에 분노한 신성기사가 노호성을 터트렸다.
그러곤 신경질적으로 계수지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크윽!”
그는 움직이는 대신 신음을 터트렸다.
콰지직-!
새하얀 견갑이 쩍- 하며 우그러들기 시작했다.
계수지의 악력을 버텨내지 못한 철이 그대로 압축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갑주가 찌그러질 정도의 힘이었으니, 그 안에 있는 어깨는 당연히 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대답하고 가요. 우리도 원하는 대로 통행증을 제시했으니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음성에 구동환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힘으로 해결하지, 대체 뭐하러 이 난리를…….”
작게 중얼거렸지만, 그것을 듣지 못할 계수지가 아니었다.
“조용히 해요. 저 지금 좀 화났으니까.”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다혈질로 변한 것일까?
예전에는 참 이성적이고 침착한 사람이었는데…….
구동환을 비롯한 일행은 북방의 훈련이 사람 한 명을 망쳐 놨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요.”
“노, 놓아라!”
차창-!
뒤늦게 다른 신성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어 계수지에게 겨누었다.
“감히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패악질을 부리는 것이냐!”
당장에라도 검을 휘두를 기세였다.
오러를 만들어낼 정도의 실력자는 없는 듯했지만, 제법 매서운 기운이 느껴졌다.
“패악질?”
계수지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가만있던 우리에게 먼저 시비를 건 것은 그쪽이 아니었던가요? 패악질을 운운할 형편이 아닐 텐데?”
우득-!
“아아아악!”
계수지의 눈초리가 사나워지는 것과 동시에, 붙잡힌 신성기사의 어깨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놈!”
당황한 신성기사들이 갈팡질팡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계수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귀찮으니 한 번만 더 얘기할게요.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그렇게 예민하게 군 거죠? 만약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으면 그냥 팔을 뽑아버릴 거니까, 잘 생각한 다음 결정해요.”
농담이 아니었다.
계수지는 정말로 팔을 통째로 뽑아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어차피 여긴 아이에르니까 그 정도의 치료는 할 수 있겠죠?”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이 더욱 두려웠다.
“자, 잠깐! 말하겠다! 말을 하마!”
어깨를 붙잡힌 신성기사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괜한 자존심에 버티다간, 정말로 외팔이가 될지도 몰랐으니까.
“말해요. 그럼 풀어주죠.”
계수지는 여전히 손에서 힘을 풀지 않은 채로 말했다.
그러자 신성기사는 알았다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로, 로렌테! 성소에 마수가 출몰했다. 그래서 주변의 경계를 더욱 강화하라는 명령 때문에…….”
“로렌테? 성소?”
계수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곤 그곳이 어딘지 아냐는 눈빛으로 일행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곳을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오죽하면 강병규마저도 생소한 지명에 어깨를 으쓱할 뿐,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로렌테라는 곳이 뭐하는 곳인데 기사들까지 나서서 그렇게 경계하는 거죠? 마수가 나타났다면 그냥 토벌하면 될 일이잖아요.”
아무리 강한 마수라 한들, 이곳은 아이에르였다.
마기와는 상극인 신성력을 다루는 신성기사들이 넘쳐나는 곳.
토벌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터였다.
“로렌테는 이 도시에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성소다! 아이에르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신성기사는 고통에 찬 음성으로 비명을 지르듯 말을 이어갔다.
“그곳에 출몰한 마수는 결코 펴, 평범한 놈이 아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상대할 수가 없… 크윽!”
결국 다시 한번 신음을 터트렸다.
“평범한 마수가 아니다?”
“그, 그래서 프레이야 경이 해결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주변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경계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너희가 나타났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말이었다.
그저 텃새를 부리는 건가 싶었는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풀리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거기까지 들은 계수지는 손에서 힘을 풀고는 신성기사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곤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꼴사납게 넘어진 그를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꺼져요. 괜히 복수하겠답시고 헛짓은 하지 말고.”
마력이 서린 그녀의 눈빛에 신성기사는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그는 적대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노려보다, 이내 몸을 돌려 사라졌다.
“흠.”
“마수라…….”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일행이 조금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때요?”
“뭐가 말입니까?”
계수지의 물음에 강병규가 반문했다.
그러자 구동환이 나서며 대답했다.
“우리가 잡자는 말이죠?”
“정답. 평범한 마수가 아니라잖아요. 그걸 잡으면 도움도 줄 수 있고, 레벨도 올리고. 일석이조잖아요.”
“괜찮은 얘기이긴 한데.”
강병규는 살짝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혹시 우진이 녀석과 길이 어긋나진 않을까 싶은데요.”
그들의 목적은 서우진을 만나 합류한 뒤, 그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는 것이다.
그 후에는 성장한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만약 길이 엇갈리면, 그만큼 시간이 늦어질 수 있었다.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 봐야 마수 한 마린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예요.”
계수지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손에 걸리면 마수든 뭐든, 한 방감 아닙니까? 으하하!”
구동환 역시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북방에서의 훈련은 그들을 성장시켰지만, 그만큼의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었다.
마왕이나 사도도 아니고, 고작 마수 한 마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다들 같은 생각이면 그렇게 하죠.”
결국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수를 잡아 레벨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다면, 절대 나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럼 지아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하죠. 여기서 10킬로미터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다니, 오늘 안에 끝내고 돌아오는 걸로 합시다.”
구동환이 자신만만한 음성으로 말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아저씨! 다혜야! 저 숙소 괜찮은 곳 찾았어요!”
그때, 이지아가 신난 음성으로 방방 뛰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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