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그런데 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며칠 동안이나 궁금함을 억누르던 프레이야가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심상찮은 기운들의 충돌이 느껴졌는데 말이다.”
그 질문에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 별건 아닙니다. 그냥 시비가 좀 붙어서 해결하고 오느라…….”
“시비?”
프레이야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감히 누가 네게 시비를 건단 말이냐?”
비록 가짜라고는 하지만, 마왕의 목을 베어버릴 정도의 힘이 있는 서우진이다.
그런데 시비를 걸고 싸우기까지 했다?
그런 멍청한 놈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권공이요.”
“…뭐?”
프레이야가 눈을 끔뻑였다.
“피곤해서 잘못 들은 모양이다. 설마 진짜 권공일 리는 없으니,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권공 맞아요. 한바탕하고 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는 표정이었다.
권공이라면 제국의 다섯 수호자 중 한 명이다.
그런 존재와 싸웠다는 얘길 무슨, 골목길에서 양아치 한 명을 손봐줬다는 것처럼 한단 말인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서우진의 모습이 황당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러려니 했다.
지금까지 서우진이 저런 모습을 한두 번 보여주었던가?
마왕이 된 백시우를 참살한 것을 본 뒤로 더는 그 무엇에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번 일 역시 놀랐다기보단, 전혀 예상치 못한 상대의 정체에 조금 어이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겼느냐?”
당연한 대답이 들려올 것을 알지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꽤 강하긴 했는데, 생각보단 쉽게 이겼습니다.”
“그러냐…….”
프레이야는 속으로 제국에 애도를 표했다.
서우진 한 명 때문에 구겨질 대로 구겨진 제국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얼마나 남았습니까?”
제국을 떠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예상했던 일주일도 이젠 코앞까지 다가왔다.
“안 그래도 거의 다 왔으니 재촉하지 말거라. 저기 저 도시만 지나치면 곧 모습이 보일 게다.”
프레이야의 말에 서우진이 멀리 보이는 도시를 눈에 담았다.
“거의 다 왔네요?”
“잠시 도시에 들러 쉬었다 갈 테냐?”
“음…….”
잠깐 고민을 해보았다.
그간 쉬지도 않고 계속 달려온 탓에 꼴이 엉망이었다.
황제가 선물한 코트를 입은 몸은 여전히 산뜻했지만, 머리와 얼굴에는 흙먼지가 가득했던 것이다.
솔직히 시원한 물에 세수 한 번 하고 머리를 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쉬는 건 일을 끝낸 뒤에 하죠.”
마왕의 강림까지 남은 시간을 들은 뒤론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게다가 로렌테의 일을 끝마친 뒤에는 곧장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던가.
마음이 조급하니 편하게 씻고 쉬는 시간도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리하거라.”
조급한 것은 프레이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지금 당장은 서우진보다도 훨씬 간절했다.
예상보다 훨씬 늦게 돌아왔으니, 그 안에 로렌테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화아아아아악-!
두 사람은 그냥 도시를 지나쳐 가기로 결정하곤, 그대로 속도를 올렸다.
순식간에 바람처럼 날아가며 도시를 통과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 둘을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의 속도였다.
‘음?’
그러다 문득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로렌테라는 곳과 가까워질수록, 마기가 짙어지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수가 둥지를 틀고 마기의 장벽을 세웠다더니, 실로 놀라울 정도의 마기였다.
하지만 서우진이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 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익숙한 기운들인데? 뭐지?’
마기의 옆에서 마력들이 느껴진다.
범상치 않은 크기.
그런 마력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서우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룡안’을 발동시켰다.
혼돈기가 넓게 퍼져 나가며, 주변의 정보들을 모조리 수집하기 시작했다.
“하!”
그리고 서우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음? 무슨 일이냐?
갑작스러운 행동에 프레이야가 묻자 서우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반가운 손님들이 먼저 와 있는 것 같아서요.”
“반가운 손님?”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짓자, 서우진이 말을 이었다.
“제 동료들이요.”
* * *
“…이건 대체 뭐지?”
로렌테에 도착한 강병규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 역시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둥근 반원 모양의 흑색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
마기로 이뤄진 장벽은 앞에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아저씨, 이건 안 되겠는데요?”
이지아가 말했다.
“그러게. 이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구동환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구를 대로 구르며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저 장벽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물며 저런 것을 만들어낼 정도의 마수라면?
‘이건 안 돼.’
계수지는 고개를 저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험치나 조금 얻어볼까 싶어 왔는데, 생각보다 일이 너무 심각하다.
기사들이 왜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1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런 게 만들어져 있으니, 모든 것을 경계할 수밖에.
왠지 조금 미안함을 느낀 계수지가 고개를 돌려 일행을 쳐다봤다.
진태성이나 박민성처럼 장벽에 호기심을 느끼고 관찰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저 압도적인 크기와 힘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물론 김다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었고.
“일단 돌아가죠. 여기에 있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한 뒤, 나중에 우진 씨와 합류해서 돌아오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계수지가 일행의 의견을 물었다.
리더 역할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런데도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저는 언니 말에 찬성이요! 아무리 봐도 저건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치, 다혜야?”
가장 먼저 이지아가 찬성하며 옆에 있던 김다혜에게 동의를 구했다.
“맞음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김다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동의.”
“저도요.”
“수지 씨 말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다행히 만장일치로 물러나는 것이 결정되었다.
확실히 저 마기의 장벽은 최소한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 정도는 되어야 손을 쓸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좋아요. 그럼 일단 도시로 돌아가서 지아가 잡은 숙소에…….”
말하던 계수지가 흠칫- 하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용사들 역시 계수지와 마찬가지로 몸이 굳어졌으니까.
“…미친.”
“저, 저게 뭐죠?”
소름이 끼칠 정도로 거대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고, 역겨우며, 불길한 기운이었다.
일행 중 가장 강한 계수지조차 뒤를 돌아 마기의 정체를 확인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어, 언니.”
이지아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차 있는 그 목소리에, 계수지는 이를 악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부자연스런 움직임으로 뒤를 보자, 마기의 정체가 눈에 들어왔다.
“…마왕?”
아니다.
마왕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계수지가 그렇게 착각할 정도의 존재였다.
전봇대보다 굵고 기다란 다섯 개의 뿔이 기형적인 형태로 자라 있었고, 얼굴은 소를 닮았다.
호흡을 할 때마다 싯누런 색의 유황연기가 콧구멍을 통해 뿜어졌다.
10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키.
양손에 들린 넓적한 시미터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예리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신을 뒤덮고 있는 털은 한 올, 한 올이 마기로 뒤덮여 있어, 웬만한 공격은 가죽에 닿지도 못하고 튕겨나갈 것만 같았다.
한낱 마수라고 보기엔 그 존재감이 너무도 컸다.
계수지는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전투 태세.”
압도적인 힘 앞에 무력감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그간의 훈련이 헛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계수지의 단 한 마디에 용사들이 마력을 뿜어대며 무기를 뽑아 들기 시작했으니까.
“…우리가 그동안 싸워온 상대가 누구인지 떠올려 보세요.”
반 슬레인.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무한한 벽에 가까운 존재다.
그런 이와 셀 수 없이 싸우고, 부딪히고, 쓰러졌다.
그에 비하면 눈앞의 마수는…….
“별거 아니에요. 다른 놈보다 조금 강한 개체에 불과해요. 우리라면 충분히 싸울 수 있어요.”
승리를 장담하진 않는다.
자신과 오만을 혼동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맞서 싸울 순 있다.
대기에 진동하는 마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그래도 움직일 수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일단은 천천히 상대를 하며 공략을 세우고, 그에 맞춰 전투를 벌이면 된다.
지금까지 매시브 가디언에서 해왔던 훈련과 별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계수지와 일행은 그렇게 생각했다.
“공격.”
작은 명령에 가장 먼저 진태성이 나섰다.
“아이스 에이지!”
쩌저저저저저저저적-!
북방의 추위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한기가 퍼져 나가며 주변을 모조리 얼리기 시작했다.
“따라와!”
다른 용사들도 구경만 하고 있진 않았다.
근접 전투 직업을 지닌 계수지와 이지아를 선두로 나섰고, 그 뒤를 유홍설, 김우람이 무기를 들고 따랐다.
쩌어어어어엉-!
계수지의 ‘천둥 지르기’가 얼어붙은 마수의 다리에 직격했다.
“본 브레이커!”
이지아의 묵직한 주먹이 같은 곳을 다시 한번 쳤다.
쩌억-!
연속으로 이어진 거대한 충격 때문일까?
얼어붙은 놈의 다리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민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품안에 있던 유리병을 던졌다.
“‘상태 악화 물약’입니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안에 있던 액체가 쏟아져 나오며, 균열의 크기를 엄청난 속도로 키우기 시작했다.
“좋아요!”
이번엔 유홍설이 나섰다.
두 자루의 검이 춤을 추며 틈새를 집요하게 노리며 베어냈고, 그 옆에서 김우람이 창으로 사정없이 찔렀다.
“비켜어어!”
그리고 마침내,
‘마법소녀’로 변신한 구동환이 달려들었다.
서우진이 아이에르의 비고에서 챙겨와 선물해 준 흉악한 도끼, ‘진혼’.
마(魔)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저주받은 성물은, 구동환의 마력과 뒤섞이며 마수의 다리를 그대로 갈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죽여!”
“멈추지 마요!”
용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놈은 절대 못 쓰러뜨린다.’
‘진혼’을 손에 든 채 미친 듯이 휘두르는 구동환의 눈동자에 절망이 깃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냈음에도, 놈은 생채기조차 입지 않았으니까.
그으으으으-
마기로 가득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사형을 선고하는 듯한 지옥의 노랫소리 같았다.
그리고 마수의 시미터가 허공을 갈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