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서우진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것은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프레이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건?”
“마기네요.”
로렌텔 방향에서 막대한 양의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변화가 생긴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얌전하던 마기가 저토록 폭발하듯 뻗어 나올 리가 없었다.
“혹시 놈이 장벽을 깨고 밖으로 나온 것이냐?”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서우진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솔직히 로렌테에 있다는 성인들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마기의 장벽에 갇힌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으니까.
지금까지 그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안색이 굳은 것은 바로 동료들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이 장소에 있단 말인가?
방금 전까지는 그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오직 걱정밖엔 들지 않았다.
‘아직은 상대하지 못해.’
느껴지는 마수의 힘은 강력했다.
백시우나 크라토스의 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웬만한 사도와도 비벼볼 정도의 힘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동료들 역시 성장했다.
느껴지는 마력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갈고닦아, 예리하기 그지없던 것이다.
하지만 저 마기의 주인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먼저 가겠습니다.”
“그러려무나.”
예상했다는 듯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은 그녀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신속’을 사용하며 발을 강하게 굴렀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서우진의 신형이 앞으로 쭈욱- 늘어났다.
너무도 빠른 속도에, 압축된 공기가 벽을 만들고 움직임을 방해했다.
하지만 서우진의 압도적인 힘은 그것을 강제로 찢어발겼다.
대기가 갈라지며 발생한 충격파와 함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음속을 돌파한 것이다.
가공하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로렌텔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음…….’
그 짧은 사이에 전투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동료들의 마력이 광폭한 마기에 대항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마수의 힘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며, 간신히 버텨내는 게 전부였다.
스르릉-
서우진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은 채 ‘카 라니엘’을 뽑아 들었다.
그러곤 앞을 향해 내리그었다.
스아아아아악-!
회색의 오러가 모든 것을 베어내며 서우진보다도 빠르게 나아갔다.
그리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마수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천지를 떨어 울리는 듯한 포효.
아직 거리가 남아 있었음에도, 서우진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크기였다.
‘덩치도 큰 모양인데?’
마기뿐만 아니라 실제 크기도 상당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만한 성량이 나올 리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통했군.’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절을 해가며 뿌린 오러다.
다행히 그것은 정확하게 마수에게만 직격된 모양이었다.
‘잠깐 시간은 벌었어.’
서우진은 내심 안도하며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 * *
계수지는 날아드는 시미터를 향해 손바닥을 올려 쳤다.
쩌엉-!
거대하기 짝이 없는 칼이 튕겨져 올라갔다.
하지만 계수지의 표정은 어두웠다.
간신히 공격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로 인한 충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었다.
단 한 번의 충돌이었음에도, 오장육부가 모조리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빠져요!”
등뒤에서 구동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었다.
“이, 이런……!”
덕분에 앞으로 돌진하던 구동환이 당황성을 터트렸다.
스킬까지 사용한 탓에 멈출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진혼’이 소대가리 마수가 아닌, 계수지의 등을 쪼갤 판이었다.
“언니!”
그때, 옆에서 이지아의 손이 쑥- 하고 들어와 계수지의 팔을 붙잡았다.
“힘 풀어요!”
순간적으로 저항하려던 계수지는, 이지아의 외침에 흠칫하고는 경계를 풀었다.
그러자 강한 힘과 함께 몸이 한쪽으로 끌려 나갔다.
화아아아아악-!
동시에 구동환이 스치듯 그녀의 옆을 지나갔다.
“좀 뒤져라!”
‘진혼’의 예리한 도끼날이 다시 한번 마수의 다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지금까진 털끝 하나 상하게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데미지가 있다.
박민성이 쉴 새 없이 마수를 약화시키는 물약을 던져댔고, 다른 용사들 역시 집요하게 한쪽 다리만 노려 공격했으니까.
그 정도라면 이번엔 충분히 털가닥을 뚫고 가죽에 상처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구동환은 그렇게 믿었다.
‘실패하면 끝장이다!’
조금이라도 부상을 입혀야만 도주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놈을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니, 최소한 도망이라도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만 했다.
구동환은 ‘진혼’에 혼신을 다한 마력을 때려 박듯 주입했다.
뒷일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오직 이번 일격에 모든 것을 건 것이다.
“흐아아아아아압!”
오색찬란한 화려한 빛과 함께 도끼날이 공간을 갈라 마수의 두꺼운 다리와 충돌했다.
터어어엉-!
모두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진혼’은 마수의 다리를 베어내기는커녕, 이번에도 털 한 올조차 끊어내지 못한 것이다.
“이런 빌어먹…….”
구동환이 욕설을 내뱉을 때.
균형을 되찾은 마수가 분노한 표정으로 시미터를 내려쳤다.
“피해요!”
“아아악! 아저씨!”
“막아! 막아내!”
주변의 동료들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외쳐댔다.
하지만 구동환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저 망할 시미터를 막아내거나, 피할 방도가 없음을.
그림자가 구동환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마력을 끌어올리며 몸을 움직여 봤지만, 놈의 움직임에 비하자면 한없이 느리기만 했다.
‘죽는다.’
구동환은 죽음을 실감했다.
눈을 한 번 깜빡일 시간도 되지 않아, 거대한 시미터에 육체가 쪼개질 것이다.
아무리 단련된 근육이 있다 하더라도 소용 없다.
그렇게 구동환은 실소를 흘리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아니, 받아들이려 했다.
마치 빛살이 날아드는 것과 같은 속도로 회색의 무엇인가가 다가오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음과 함께, 회색의 기운이 마수의 어깨에 직격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문자 그대로 주변의 모든 것을 쓸어버릴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발이었다.
구동환을 비롯한 모든 용사가 그 후폭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
“으, 으아아아악!”
“다혜야!”
“뭐라도 붙잡아!”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이들이 당황한 경악성을 내질렀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폭발은, 그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의도한 것처럼 주변으로 날려보내기만 할 뿐, 그 어떤 충격도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마수는 달랐다.
회색의 기운에 정확히 직격당한 놈은, 놀랍게도 피를 뿌리고 있었다.
그어어어어어어어어-!
고통에 차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대, 대체?’
구동환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런 마수를 쳐다봤다.
자신들이 모든 힘을 다해 공격했음에도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 존재다.
그런 놈이 고작 단 한 번의 공격에 뼈가 드러날 정도의 부상을 입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거, 오러였죠?”
이지아의 도움을 받아 땅에 안전하게 착지한 계수지가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제가 봤어요! 오러라고 하기엔 엄청 크고 좀 이질적이긴 했지만, 확실히 오러예요!”
구동환과 이지아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저만한 위력이 있는 회색의 오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명 알고 있다.
“아저씨?”
“우진 씨?”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이곤 오러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저 멀리, 아니, 이 순간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는 남자가 보였다.
“우진 씨밖에 없죠.”
서우진이었다.
* * *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 보이네.’
계수지의 기운이 조금 불안정해 보이긴 했지만, 부상을 입은 건 아닌 듯했다.
그저 한계를 넘어선 충격에 잠시 내부가 진탕된 것일 뿐.
서우진은 동료들의 면면을 모두 확인하곤 깊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이번엔 프레이야에게 정말로 감사해야 할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그리도 독촉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이곳에 찾아오는 것이 단 몇 시간만이라도 늦었다면?
천추의 한을 남길 수도 있었다.
‘대체 왜 다들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하니 다행이었다.
서우진이 마수를 노려보았다.
우연일까?
놈 역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서우진을 돌아보며 살기를 내뿜었다.
“일단 회포를 풀려면 네놈부터 처리를 해야겠군.”
그어어어어어어-!
광폭한 마기가 서우진을 집어삼킬 기세로 뻗어 나왔다.
확실히 마기의 양만 보면, 웬만한 사도들을 뛰어넘을 정도다.
하지만 권공 카론과의 싸움에서 증명했듯, 싸움은 얼마나 많은 기운이 있느냐보단,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시끄러워.”
쿵-!
진각을 밟으며 몸을 회전시킨다.
그러곤 그 원심력을 이용해 ‘카 라니엘’을 빠르게 휘둘렀다.
쩌억-!
동시에 마수의 가슴에 기다란 자상이 생기며 피가 튀었다.
깜짝 놀란 놈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서우진이 아니었다.
“염라승천검.”
놈이 발을 디딘 땅에 흑암의 공간이 만들어지며, 그 안에서 지옥에서 올라온 검들이 솟구쳤다.
파바바바밧-!
마수가 자랑하던 질기디 질긴 털과 두터운 가죽이 마치 종잇장처럼 찢겼다.
그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지만, 서우진이 한 발 더 빨랐다.
‘신속’을 사용해 순식간에 날아오른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번쩍하는 순간, ‘카 라니엘’은 이미 놈의 정수리를 가르고 사타구니를 통해 빠져나왔다.
거대한 시미터가 뒤늦게 검격을 막기 위해 서우진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런 기운도, 힘도 서려 있지 않았다.
그저 의미 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죽어라.”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마수의 육체는, 이미 ‘카 라니엘’의 예리한 검날에 의해 반으로 쪼개진 상태였으니까.
쩌어어어어억-
머리부터 시작된 균열이 얼굴과 목, 가슴을 지나쳐 복부까지 천천히 이어졌다.
그리고…….
촤아아아아아악-!
폭포와도 같은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두 쪽으로 나뉜 마수가 자신의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에 몸을 누였다.
쿠우우우웅-!
그 충격에 붉은 피가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서우진은 가볍게 그것을 피해내고는 허공을 박차 이동했다.
탁-
바닥에 내려서자, 눈앞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들이 보였다.
“다들 여기엔 어떻게 계신 겁니까?”
서우진이 물었지만, 반응이 들려온 것은 한참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물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이지아였다.
“아저씨!”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