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
#35화.
“대체 저 아저씨는 왜 데리고 가는 건데?”
성유라가 투덜거렸다.
그러자 ‘금강역사’ 박진한이 껄껄- 웃었다.
“넌 또 왜 그렇게 심통을 부리냐? 그 아저씨가 너한테 뭐 잘못했어?”
“심통은 무슨! 어차피 와봐야 도움도 안 되는 사람을 데리고 다니려니 귀찮은 거지.”
그 말에 백시우가 쓰게 웃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는 이런 성격이었다.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인다 싶으면 위에서 깔보며 무시한다.
그런 행동으로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더니.’
이 세계로 소환이 되고 난 뒤에는 다시 심해지는 것 같았다.
등급과 레벨이라는 가시적인 ‘계급’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유라야.”
백시우는 계속해서 투덜거리는 성유라를 불렀다.
“뭐? 왜? 어쩌라고?”
잔소리를 예상한 것일까?
성유라는 까칠하게 반응했다.
‘저렇게 나오면 아무도 못 말리지.’
지금 뭐라고 하면 자존심이 상해 더욱 표독하게 나올 게 분명했다.
괜히 싸우고 싶지 않았기에 백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흥!”
성유라가 코웃음을 치며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바보는 아니니, 대충 백시우가 왜 불렀는지는 눈치챘을 것이다.
“근데 시우야, 정말 그 아저씨는 왜 부른 거야?”
김태진이 ‘초열법사’라는 직업의 소유자답게, 손가락으로 불꽃을 가지고 놀며 물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은 뭔가 느낌이 좀 달라서.”
별다른 이유는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친구들은 수긍했다.
사실 그들이 친구 사이이긴 했지만, 백시우는 그중에서도 은연중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누구보다 잘났고, 성실하며, 인성까지 반듯한 놈이었으니…….
트롤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D급 아저씨 한 명 더 끼워 넣는 일에 반대할 생각도 없었다.
“만약 방해라도 되면 그냥 십자가로 뚝배기 깨버릴 거야. 그러니까 나 말리지마.”
물론 성유라는 제외였다.
“그래그래. 그땐 네 맘대로 해.”
백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서우진이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 따윈 들지 않았다.
‘그때 그 움직임.’
친구들은 대화 삼매경에 빠져 있어서 보지 못했지만, 자신은 똑똑히 봤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민 주먹에 이진호의 얼굴이 뭉개지는 장면을 말이다.
분명 별것 아닌 동작이었다.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고, 마력조차 담기지 않은 단순한 주먹질.
하지만 백시우는 소름이 돋았다.
‘나라면 막을 수 있었을까?’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
‘못 막아.’
D급의 주먹을 SSS급인 자신이 못 막는다.
심지어 레벨도 다섯 배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말이다.
백시우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싸우면 내가 이기겠지만.’
그 주먹에 자신이 맞았다 한들, 별다른 충격도 입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백시우는 서우진이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때문에 이번 토벌에서 다시 한번 제대로 보고 싶었다.
서우진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얼마나 강한지.
* * *
“얼굴 뚫리겠네.”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백시우라는 놈의 시선이 따가울 정도로 느껴졌다.
“대체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네.”
“뭐가요?”
옆에서 걷던 아일린이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서우진에게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남자에게 뜨거운 눈빛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해서,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진 않았다.
‘나한테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면 역시 그것밖에 없는데.’
이진호의 얼굴을 묵사발 낸 날.
백시우는 자신도 한 번 때려달라고 했었다.
그런 쪽의 취향이 아니라면, 그 주먹질에서 뭔가를 느꼈다는 것일 터.
‘근데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았단 말이지.’
그때도 설명했다시피, 그냥 주먹을 들어서 코를 때린 것밖에 없다.
이 단순한 동작의 어디가 궁금했던 걸까.
슉, 슈슉, 슉-!
서우진은 허공에 주먹질을 해보았다.
아무리 봐도 관심을 가질 만한 동작은 아니었다.
“아까부터 계속 뭐해요?”
아일린이 미간까지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그, 그냥. 뭐 좀 확인해 볼 게 있어서.”
확실히 옆에서 보기엔 이상할 만도 했다.
갑자기 혼잣말을 하질 않나, 허공에 주먹을 날리질 않나.
토벌하러 가는 와중에 보일 만한 행동은 아니었기에, 서우진은 머쓱하게 웃으며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쩐지 백시우의 눈빛이 더욱 뜨거워진 것 같기도 하고.
“몇 마리나 있을까?”
서우진의 질문에 아일린은 잠깐 계산을 하더니, 곧장 대답을 했다.
“각 조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해 보면, 적어도 500마리 이상은 있을 거예요.”
“…그렇게나 많아?”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거예요. 어쩌면 대부락일지도 모르겠네요.”
대부락.
천 마리 이상의 몬스터들이 군집해 있는 곳을 뜻한다.
몬스터 천국이라는 북방에서도 그런 곳은 보지 못했는데…….
“제국령 내에서 이런 일이 가능해?”
대륙의 그 어떤 국가보다 치안력과 군사력이 강한 국가가 제국이다.
평범한 강도들도 마주치기 어려운데, 천 마리의 몬스터라니?
그게 비록 고블린에 불과하다지만 평범한 상황은 아니었다.
“물론 아니죠. 강림의 징조이거나, 아니면 계획된 것이거나.”
확실히 마왕 강림이 다가오면 이상 현상이 많이 발견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계획된 것이라니?
“누가? 제국이?”
설마 용사들 훈련시킨다고 고블린들을 저렇게 모아놨다는 뜻일까?
“설마요. 아무리 제국이라도 신민들을 위험에 빠트리면서까지 그런 일을 벌이진 않을 거예요.”
“그러면?”
“아마도… 마왕의 추종자일 확률이 크겠죠.”
그건 또 뭔데?
“설마 마왕의 강림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는 아니겠지?”
서우진이 물었지만, 언제나 설마는 사람을 잡는 법이었다.
“맞아요.”
흑마법사, 마기에 물든 이종족, 타락한 귀족 등등.
마왕을 추종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이번엔 이종족들이 벌인 일일 수도 있겠네요.”
아일린은 ‘다크 엘프’라며 작게 속삭였다.
다크 엘프라면 서우진도 잘 안다.
판타지 소설과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종족이었으니까.
“이전 마왕 강림 때, 마기를 버티지 못하고 물들어 버린 엘프의 후손들이에요.”
‘음, 그런 설정인가?’
비슷한 스토리를 들어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세계관 설명이 아니었다.
“다크 엘프라는 놈들은 강해?”
만약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고블린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다크 엘프들 역시 용사들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강하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애초에 그걸 감안하고 이렇게 많은 기사를 함께 보낸 거니까요.”
제국과 각국의 기사들을 합치면 물경 200명에 달한다.
시온에 있는 기사 전부를 합쳐도 200이 안 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전력인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용사들까지 있으니, 아무리 다크 엘프라 하더라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 거예요. 그들은 승산 없는 싸움은 피하는 성향이 크니까요.”
물론 그 용사의 대부분이 지금은 쓰러져 있지만 말이다.
“다른 기사들도 알고 있는 이야기야?”
“물론이죠. 제국의 수도에서부터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을 거예요. 아마 확신한 건 여기 도착한 후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고블린의 수에 다크 엘프의 개입을 확신했다.
“그럼 이대로 가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
전력이 분산됐다.
뻗어버린 용사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은 기사가 절반이다.
여기엔 100명의 기사와 12명의 용사밖에 없었다.
‘이걸로 고블린 천 마리는 몰라도, 다크 엘프까지 상대할 수 있으려나?’
놈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하는 서우진은 조금 불안해졌다.
“다크 엘프 부족 전체가 동원되지 않은 이상은, 저희가 위험하진 않을 거예요.”
아일린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일린이 저렇게까지 말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설마는 언제나 사람을 잡는 법이었다.
* * *
작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고블린 부락은, 아일린의 예상대로 대부락이었다.
그것도 거의 천오백 마리에 가까운 고블린들이 존재하는.
기사들이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많은 수에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아일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무 많아요.”
고블린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저 정도는 기사 50명 정도만 나서도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었으니까.
아일린을 포함한 기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다크 엘프였다.
저 많은 숫자의 고블린을 부리려면, 그만큼 많은 다크 엘프가 투입되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후퇴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일린이 중얼거리자, 뒤쪽에서 하! 하며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온의 촌뜨기라 그런가? 겁부터 집어 먹는군.”
“체스터!”
주변의 기사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만류하려 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추켜올리며 더욱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쫄리면 그냥 꺼져라. 이곳은 우리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체스터는 계속해서 아일린을 도발했다.
“…신성왕국인가요?”
눈처럼 새하얀 갑주.
그것은 신성왕국 아이에르의 제1성기사단을 뜻하는 상징이었다.
“그래도 보는 눈은 있나 보군.”
“그만. 지금 뭐하는 짓인가?”
체스터의 상관으로 보이는 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체스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시온의 촌뜨기가 후퇴를 운운하는 걸 모두 들었을 겁니다. 그걸 그냥 보고만 있으란 소립니까?”
신성왕국과 시온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했다.
특히 매시브 가디언의 푸른 바람 기사단과 제1성기사단은 앙숙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주변의 기사들은 체스터의 말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들 역시 아일린의 말이 거슬렸던 것이다.
만약 제국이나 다른 왕국의 기사가 후퇴를 입에 담았다면 못 이기는 척 수긍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온은 아니다.
그들은 약소국이었으니까.
“마음대로 하시죠, 그럼.”
아일린은 다툴 생각이 없는 듯,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이야?”
그때,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서우진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곤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아일린을 두고 모두가 비난을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을 뿐, 별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작전은 우리끼리 논의합시다. 시온의 촌뜨기들은 꼬랑지나 말고 있으라고 하고.”
체스터의 말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한마디로 방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충 눈치를 챈 것이다.
“그냥 있어요.”
서우진이 나서려 하자, 아일린이 손을 붙잡았다.
“지금 나서봐야 좋은 꼴 보긴 힘들어요. 지금은 저딴 놈을 신경쓰기보단, 다른 걸 생각해야 해요.”
아일린의 심각한 음성에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뭔데?”
“이대로 부락을 쳤다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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