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강해.’
계수지는 서우진과 반갑게 재회하면서도,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조금은 차이가 줄어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간 매시브 가디언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반 슬레인 밑에서 그야말로 생사를 오가는 훈련을 겪으며, 레벨이 아닌 존재 자체가 성장했다.
환골탈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해졌음에도, 마수를 감당해 내지 못했다.
심지어 모든 동료가 힘을 모았음에도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서우진이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도 않고 홀로 그 마수를 해치우는 장면까지 보았다.
계수지로선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보는 서우진 앞에서 내색하지 못할 뿐, 속으론 모두 우울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것일까?
서우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많이 강해졌네.”
강해졌다고?
서우진의 발끝조차 보이지 않는데도?
계수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번엔 표정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이었다면 지금처럼 반항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마기에 짓눌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겠죠.”
계수지를 쳐다보며 말하긴 했지만, 사실은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저놈은 그만큼 강한 마수예요. 초극의 경지에 오른 웬만한 사도들과도 비벼볼 정도의 괴물이죠. 여러분은 그런 놈을 상대로 이만큼이나 버틴 거예요.”
입에 발린 위로가 아니다.
실제로 마수는 동료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강력한 놈이었다.
서우진은 동료들이 마수를 상대로 이만큼이나 버텨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부심을 가지세요.”
계수지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자, 서우진이 얘기를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모두 강해졌어요. 그건 제가 보증해요.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가 아니라면, 여러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 한마디에 다시 자신감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우울했던 감정이 조금 옅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흠흠, 확실히 내 요술봉은 놈에게 조금 통하긴 했지.”
구동환이 헛기침을 하며 운을 뗐다.
노란색의 드레스를 입고 멋쩍어하는 표정을 지은 그의 모습은, 꽤나 부담스러웠다.
“무슨 소리예요? 제 주먹이 훨씬 더 셌거든요? 그쵸, 언니? 저 근육몬보단 제가 더 강했죠?”
이지아가 그런 구동환의 말에 반박하며 묻자, 계수지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
“제일 강한 건 나지. 내가 저 커다란 시미터를 막아냈잖아. 그거 아니었으면 우진 씨가 오기도 전에 다 끝장났을걸?”
“어, 언니?”
설마 계수지가 저렇게 말을 할 줄 몰랐던지, 이지아가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각자 자신이 가장 큰 활약을 했다며 우기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그 모습을 잠시 흐뭇하게 바라보던 서우진이 고개를 돌렸다.
로렌테.
성인들이 머무는 성소이자, 마수가 튀어나온 곳.
그곳을 뒤덮고 있던 장막은 사라졌지만, 모든 마기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미약한 마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저만한 마수가 등장할 정도면, 결코 가볍게 볼 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고.’
아쉽게도 그 아이에르의 성인이라는 자들은 모두 죽은 듯했다.
‘신룡안’을 사용했음에도 단 하나의 생명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죽음, 그 자체였다.
‘아직 끝난 게 아니네.’
마수는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중요한 건 로렌테 내부에 남아 있었다.
서우진은 일단 프레이야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로렌테에 고정되어, 언제든 만약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빨리 오셔야 할 것 같네요.’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 * *
“왜 같이 움직이지 않는 거죠?”
“그냥 좀 불편해서요.”
아일린이 묻자,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분명 영주님께선 동행하라고 하셨을 텐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에 나가서 경험을 쌓으라고 하셨죠.”
리나르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반 슬레인은 용사들이 떠날 때 함께 떠나라는 말을 했을 뿐, 계속 같이 다니라고 하진 않았으니까.
“하아-”
하지만 아일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용사들과 함께 다니다 서우진을 다시 만난다는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용사들과 같이 다니면 배울 점이 많을 거예요. 그들은 강하니까요.”
“제 존재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무슨 도움이 돼요?”
리나르의 이능은 반 슬레인의 훈련을 거치며 점점 더 강력해졌다.
푸른 방패 기사단은 물론이거니와, 용사들조차도 쉽게 녀석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오죽하면 강병규조차도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리나르를 찾지 못했다.
처음에는 동경하던 용사들을 만나는 것에 신이 나서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만, 이내 흥미가 식고 말았다.
“그 아저씨쯤 되는 용사가 아니면, 저한테 큰 도움이 되질 않을 거예요.”
리나르가 말하는 사람은 서우진이었다.
“그들을 따라 다니면 곧 우진 씨를 만날 수 있을…….”
“제가 용사들을 따라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예요.”
아일린이 입을 다물었다.
리나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마주치고 싶지 않아요. 조금 더 성장한 뒤에, 아저씨의 감각조차 속일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는 말려도 찾아갈 거예요.”
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진 만나지 않는다.
치기 어린 생각이었지만, 아일린은 그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니까.’
아일린은 최상급 기사의 경지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경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서우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선, 최소한 초극의 경지에는 이르러야만 했다.
그래서 리나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하아- 그래서 어디로 갈 생각이죠?”
이미 용사들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제 와서 그들을 따라잡으려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일린은 용사 일행을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리나르와 함께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아직 어린 소년을 홀로 세상에 풀어둘 순 없었으니 말이다.
“일단은 고향에 좀 들르고 싶어요.”
“고향?”
아일린은 리나르의 고향이 어디인지 떠올려 보았다.
“아, 제국 남부의…….”
“야나그다르와의 국경지대에 있는 작은 도시예요.”
서우진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여룡이 출몰했다가 ‘검은 존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사막도시.
“거기까진 꽤 거리가 될 텐데요?”
단순히 거리로만 따지자면, 아이에르로 가는 것보다 몇 배나 더 긴 여정이었다.
하지만 리나르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제국령에만 도착하면,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아…….”
잊고 있었다.
제국에는 다른 왕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마력기차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 그렇게 하죠. 오랜만에 가족을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나르가 고향을 떠나온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창 가족을 보고 싶을 때도 되었다.
“그런데…….”
아일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대체 언제까지 숨어 있을 작정이죠?”
마치 혼잣말을 하는 기분이다.
지금이야 상관없었지만, 만약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이런 식으로 대화하다 보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당할 수도 있었다.
아일린은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전 숨은 적 없는데요?”
하지만 리나르는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일린 경 앞에 서 있었다고요.”
그 말에 아일린이 마력을 집중해 눈앞을 관찰했다.
그러자 리나르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저와 동행하는 동안은 최대한 이능의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그건 좀 힘든데. 계속 사용해야 실력이 늘거든요.”
오랜만에 보는 리나르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최소한 대화를 할 때만이라도.”
“그건 고려해 볼게요.”
키득- 하고 웃으며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놀라운 능력이었다.
고개를 내저은 아일린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놓치지 말고 잘 따라와요. 괜히 잃어버렸다간 찾기도 힘들 것 같으니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리나르는 잊어버리면 찾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옆에서 안 떨어질 테니까.”
리나르의 웃음 가득한 음성이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괜히 대꾸했다간 더 피곤해질 것 같아, 아일린은 입을 꾹- 다문 채 걷는 것에만 집중했다.
목표는 제국.
정확히는 기차역이 있는 제국의 도시였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아직 잘 모르고 있었다.
현재 제국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 * *
“오셨습니까?”
서우진이 프레이야를 맞이했다.
그녀는 꽤나 서두른 모양인지, 호흡이 거칠게 변해 있었다.
“평생을 달린 것보다, 요 며칠간 더 많이 달린 듯하구나.”
그것도 서우진의 꽁무니만 쫓고 있었다.
그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를 살짝 흘겨보았다.
“급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시간이 너무 촉박했으니까.
그녀는 일단 용사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곤, 반으로 쪼개진 마수를 확인했다.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누기엔, 당면한 문제가 너무 심각했다.
“저놈이 로렌테에서 튀어나왔단 말이지?”
이미 죽은 시체였음에도, 흘러나오는 마기의 양이 막대하다.
물론 백시우의 시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저 정도의 양만으로도 마수가 얼마나 강한 존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성인들께선…….”
“늦은 것 같습니다.”
서우진의 대답에 프레이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예상하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오래 흘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충격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빨리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느껴졌다.
“애도는 나중에 하셔야 할 듯합니다.”
“설마?”
“예.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서우진이 로렌테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기가 짙어진다.’
조금씩 피어오르던 마력이, 프레이야가 도착하기 조금 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그 크기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
아직은 보잘것없었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곤란해질 정도로 거대해지겠는데.’
서우진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정말로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어찌해야겠느냐?”
프레이야 역시 그것을 느낀 듯,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뭐,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서우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