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서우진의 말에 일행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다시 한번 자신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낀 듯했다.
“그렇게 할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께 가겠다고 우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그들의 실력은 아직 부족했고, 괜히 함께 들어갔다간 방해만 될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서우진은 계수지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후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부르세요.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까요.”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물론이죠. 꼭 부르겠습니다.”
서우진 역시 그녀의 마음을 잘 알기에 작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이만 들어가자꾸나.”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프레이야가 재촉했다.
동료들 간의 훈훈한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좋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서우진은 동료들을 향해 일일이 눈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가시죠.”
그 잠깐 사이 마기는 상당히 늘어나 있었다.
서우진은 저릿저릿한 감각을 느끼며, 프레이야와 함께 로렌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용하네요.”
마을 초입.
어디선가 마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는 것만 제외하면 평범한 마을이었다.
가정집으로 보이는 몇 채와 성소답게 주신을 기리는 아담한 신전.
그리고 마을 공용 공간으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 몇 채가 전부인 작은 마을이었다.
겉으로는 평범하고 한적해 보이긴 했지만…….
“살아 있는 게 없네요.”
사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풀과 나무, 작은 날벌레들까지.
로렌테 안에서 생명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것은 오직 서우진과 프레이야뿐이었다.
“결국 성인들께선 모두 주신의 품으로 돌아간 모양이구나.”
프레이야의 얼굴에 슬픔이 서렸다.
성인들은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이에르에서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존재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생각하니, 더없이 큰 상실감과 분노가 몰려왔다.
“사도들이 저지른 짓인 것 같으냐?”
“글쎄요.”
프레이야의 말에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타란 산맥에서 엄청난 수의 사도가 그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모두가 죽은 건 아니다.
그 자리에 없던 이들도 있었고, 서우진이 일부러 살려둔 놈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생각해 보면, 그들이 이 일을 저질렀을 것 같진 않았다.
“사도가 아닌, 다른 추종자나 아예 생각지도 못한 놈들이 벌인 일일 수도 있어요.”
서우진은 용의자를 사도에 한정 짓지 않았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 분노로 인해 시야가 좁아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신전 쪽부터 확인해 볼까요?”
로렌테 전역에 마기가 퍼져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마기가 가장 짙게 느껴지는 곳은 주신의 신전이었다.
서우진은 우선 그곳부터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서우진은 로렌테의 중심에 서 있는 신전을 향했다.
프레이야가 주변을 경계하며 그 뒤를 따랐다.
저벅-
숨이 막힐 듯한 적막함 속에서 두 사람의 발소리만 울려 퍼졌다.
“주신상이…….”
신전의 앞에 서 있어야 할 주신의 신상이 파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의 사체가 대신 매달려 있었다.
가죽에 온갖 불경한 말들이 새겨진 채 죽어 있는 짐승.
“이것들이!”
누가 보아도 주신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광경이었는지라, 프레이야가 더는 참지 못하고 분노를 토해냈다.
스르릉-!
거칠게 검을 뽑아 들고는 서우진이 말릴 새도 없이, 그대로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과과-!
막대한 양의 신성력이 폭발하듯 쏟아지며, 부정한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그 와중에도 신전에는 일말의 손상도 입히지 않은 것을 본 서우진이 감탄했다.
‘역시 검 실력만 보면…….’
반 슬레인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괜히 아이에르라는 강대국의 신성기사단장을 맡은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지금은 당시보다도 더 강해졌으니, 서우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실력이 대단한 것과는 별개로, 이번 일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분쇄된 짐승의 사체 아래에서 마기가 미친 듯이 뿜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심상찮은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마기가 불어났다.
이제는 피부가 저릿한 것을 넘어 서우진조차 부담스러울 정도의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크윽!”
프레이야가 휘청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제 뒤로 서세요.”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뽑으며 말했다.
마기와 친숙한 서우진과는 달리, 프레이야는 이 거대한 마기에 맞서는 게 힘겨울 터였다.
“미, 미안하구나. 나의 실책이다.”
그녀가 입술을 짓씹으며 사과했다.
분노에 눈이 멀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행동했다.
“그건 괜찮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고.
서우진은 마기로부터 프레이야를 보호하며, ‘카 라니엘’을 종으로 베었다.
서걱-!
파도처럼 몰아치던 마기가 갈라지며 양옆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기는 끝도 없이 흘러나오며 계속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흠…….”
이대로 가만히 뒀다간 로렌테를 넘어 사방을 오염시킬 것 같았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부숴야겠는데.’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단순히 막아내는 것은 간단했지만, 마기를 헤치고 나아가는 건 또 다른 얘기였다.
‘힘이 조금 부족해.’
서우진은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했다.
사실 방법이 몇 개 있긴 했다.
굳이 ‘마왕화’라는 선택지를 제외하고서라도, ‘루덴 가르도’만 꺼내 입어도, 이 정도 마기쯤은 충분히 저항할 수 있었으니까.
‘좋아.’
서우진은 일단 ‘루덴 가르도’를 사용해 보기로 결정했다.
실전에서는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 살짝 불안하긴 했…….
“내가 도우마.”
그때, 뒤에서 프레이야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니, 괜찮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강한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경계를 풀거라.”
턱-
갑자기 등뒤에 손을 가져다 대는 느낌이 들었다.
서우진은 다시 한번 거절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우우우우우웅-!
막대한 기운이 등을 타고 흘러들어 왔다.
마력이나 마기와는 전혀 다른 기운.
‘신성력?’
놀랍게도 프레이야는 자신의 신성력을 서우진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아니, 잠시만요!”
서우진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의 혼돈기는 마력과 마기가 합일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기운이다.
그 과정에 신성력이라고는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갑자기 주입하면 서로 충돌을 일으켜 폭주할 가능성도 있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당황한 서우진이 신성력을 거부하려는데, 뒤에서 프레이야의 평온한 음성이 들려왔다.
“주신의 빛은 모든 것을 포용하느니라.”
화아아아아아아악-!
신성력은 그녀의 말처럼 거친 혼돈기를 포근하게 감싸 안기 시작했다.
서우진의 눈이 커진다.
‘이건 예상 못했는데.’
혼돈기를 이루고 있는 근간 중 하나가 마기 아니던가?
비록 본래의 특성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신성력과 이토록 쉽게 융합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신성력과 합쳐진 혼돈기가 그 크기를 불려나가더니, 몰려오는 마기를 문자 그대로 소멸(掃滅)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도 거대한 힘 앞에, 마기는 봄날의 눈처럼 녹아내렸다.
별다른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맞닿았다는 사실만으로.
“허어-”
서우진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한번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혼돈기에 신성력이 가미된다면?
지금처럼 일회성이 아닌, 완전한 융합을 이뤄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프레이야의 말대로 신성력이 모든 것을 포용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기운들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
만약 가능하다면, 훗날의 전쟁에서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생각하자.’
가슴이 뛰는 일이긴 했지만, 일단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서우진이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것을 막기 위함인지, 마기가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마기는 서우진의 걸음을 단 1초도 막아내지 못했다.
저벅- 저벅-
너무도 쉽게 마기의 파도를 거슬러 오른 서우진이, 짐승의 시체가 매달려 있던 곳에 도달했다.
‘여긴가?’
주먹 두 개 정도 크기의 작은 구멍이 땅에 뚫려 있었다.
마기는 그곳을 통해 밖으로 새어 나오는 중이었다.
“이게 뭘까요?”
서우진이 물었다.
이런 쪽의 지식은 그보다 프레이야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모르겠구나. 마기를 뿜어대는 구멍이 있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럼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들었다.
신성력이 섞인 혼돈기가 응집되며, 커다란 오러를 만들어냈다.
화르르르르륵-!
신성한 불길이 이글거리는 회색의 오러.
한눈에 보기에도 강력함이 느껴졌다.
‘‘지고화’랑은 또 다른 느낌이네.’
모든 것을 불태우는 불꽃이 담긴 오러도 대단하긴 했지만, 마기를 상대할 땐 이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듯했다.
서우진은 잠시 감상하듯 자신의 오러를 바라보다, 아래로 찔러 넣었다.
푸우욱-!
구멍은 생각보다 더 깊었는지, ‘카 라니엘’의 검날을 모두 집어삼켰다.
그런데도 끝에 걸리는 것이 없었다.
눈살을 찌푸린 서우진이 기운을 더 끌어모아 오러의 크기를 키웠다.
그러자…….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구멍 안 쪽에서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땅거죽이 뒤집히며 치솟아 올랐고, 마기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크윽!”
“물러나세요!”
폭발의 위력이 너무도 컸다.
서우진은 정면에서 그것을 막아내는 것보단, 뒤로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타앗-!
폭발의 영향력이 미치기 전, 서우진은 프레이야와 함께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빠른 움직임 덕에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안색을 딱딱하게 굳힐 수밖에 없었다.
“…저게 대체 뭡니까?”
폭발이 일어난 장소.
그곳에서 뭔가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너무도 거대해 아직 머리도 다 빠져 나오지 않았건만, 마치 산이 일어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 저것이 어찌?”
프레이야는 저것의 정체를 아는 듯했다.
서우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묵시록의 짐승, ‘베르쉬트’다.”
서우진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스킬 중에도 ‘묵시록의 짐승’이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