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3)
363화.
‘역겹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악취에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신선한 공기만 남았다.
“이제 좀 낫네.”
‘혼돈 세계’는 이런 게 가능해서 참 좋았다.
이 안에서만큼은 신과 거의 유사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대충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살점들이 갈라지며 길을 만들어냈다.
워낙 거대한 덩치였는지라, 한참을 움직여도 딱히 바뀌는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지금 상태로 뭔가를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충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크게 유의미한 부상을 입히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서우진에겐 그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자신이 소환한 ‘베르쉬트’가 밀리고 있었고, 이 주변에는 동료들과 프레이야가 있었으니까.
괜히 싸움에 휘말려 낭패를 보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끝내야만 했다.
“마왕화.”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도 없겠다, 마음 놓고 ‘마왕’ 서우진으로 화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힘이 밀려들어 왔다.
묵시록의 짐승이든, 뭐든.
단번에 목을 꺾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이 느껴졌다.
서우진은 충만해진 힘을 만끽하다 손을 휘저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기운이 움직였다.
‘혼돈 세계’가 모든 물리적 법칙을 깨트리기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공간을 짓이기고, 짐승의 세포들을 단절시켰다.
순식간에 뻥- 하고 거대한 길이 만들어졌다.
조금 전이 오솔길이었다면, 지금 만들어진 건 고속도로나 다름없었다.
서우진은 ‘신룡안’을 사용해 가장 큰 마기가 집약되어 있는 장소를 찾아보았다.
순식간에 감각이 확장되며 근방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장소의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저긴가?”
막대한 양의 마기가 느껴졌다.
‘많기도 하군.’
이 거대한 덩치가 이해될 정도의 힘이었다.
‘심장? 뇌? 아니면 ‘용의 심장’ 같은 마력응집체인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이 짐승 자체가 일반적인 생물은 아니었으니까.
“뭐든 상관없긴 하지.”
부순다.
그래서 죽인다.
그 심플한 과정과 결과만 필요했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발을 뗐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주변의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 발기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피가 홍수처럼 흘러내리고, 뜯겨진 살점이 산처럼 쌓였다.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
귀를 울리는 소리가 거슬렸던 서우진이 말하자, 순식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지은 서우진이 마기가 느껴지는 쪽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렇게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달린 지 10분여.
“찾았다.”
쩌어억-!
‘카 라니엘’을 휘둘러 전면의 살점을 찢어내자, 흑색의 거대한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심장은 아닌 것 같고.”
반들반들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물체였다.
지름은 대략 50미터 정도.
그리고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혈관이 구체와 연결되어 있었다.
겉모습만 봐도 생체기관은 아니다.
“마력응집체인가?”
서우진은 자신이 얼마 전에 황제에게 받았던 ‘칠색 용의 심장’을 떠올렸다.
둘이 풍기는 기운이나 외형은 전혀 달랐다.
하지만 서우진은 이것이 묵시록의 짐승이 지니고 있는 마력응집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깨트리는 건 쉽지 않겠는데.”
놀랍게도 지금의 서우진조차 단번에 이걸 쪼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마테아의 광명’을 봉인하고 있던 철상자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깨트리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마력응집체를 부수지 않고, 그냥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짐승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십이천검.”
‘카 라니엘’을 휘두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빛줄기가 구체 주위의 혈관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콰과과과곽-!
회전을 시작한 빛무리가 별자리를 그려내며 그것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짐승이 요동을 치는 모양이었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커다란 진동에 서우진이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효과 확실하네.”
고작해야 혈관 수십 개를 잘라냈을 뿐이다.
남아 있는 것이 잘려 나간 것보다 수백 배는 많았다.
그런데도 짐승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온몸을 비틀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이 구체가 놈에게 얼마나 중요한 기관인지 충분히 증명되고도 남았다.
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놀랍게도 서우진이 제어하고 있던 공기의 흐름을 뚫고, 놈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만큼 커다란 소리였던 것이다.
“어디 한번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라.”
절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자신의 육체 안에 있는 서우진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서우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혈관들을 잘라냈다.
그럴 때마다 짐승의 포효와 몸부림이 강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혈관의 수가 고작 백여 개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다.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추었다.
비명도, 몸부림도, 구체에서 흘러나오던 마기도.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적막감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갑작스러운 변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아무리 ‘마왕화’를 하고 ‘혼돈 세계’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방심할 생각까진 없었다.
묵시록의 짐승은 강력한 존재였으니까.
서우진의 시선이 주변을 훑을 때였다.
[혼돈의 왕이여.]머릿속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
아무래도 짐승이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 같았다.
이러한 능력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한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음성이 들려왔다.
“호칭은 하나로 통일해라.”
혼돈의 왕이니, 이계의 마왕이니.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뿐이다.
[나는 경고하는 자. 그대는 진정 나를 해하려 하는가?]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마기를 저렇게 덕지덕지 처바른 놈을 어찌 가만히 놔둔단 말인가?
[세계의 섭리를 비틀지 말라. 그대는 이미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변수를 낳은 바. 지금이라도 행동을 멈추고 지배자의 뜻을 받들라.]“…개소리도 정성껏 하는군.”
놈이 말하는 지배자란, 판데모니엄의 지배자.
즉, 마왕을 말하는 것일 터였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서우진에게 있어 마왕은 죽여야 할 존재였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존재가 아니었다.
이 세계의 모든 생명을 말살시키고, 오직 자신만 따르는 이들만 살려두려는 놈 따위를 왜 따른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이딴 세계에 계속 머물 생각도 없었다.
서우진은 어서 빨리 강림 전쟁을 끝내고 지구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수레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도다. 강림의 때는 머지않았고, 모든 것은 그날에 결정될 터. 거짓된 위광에 속아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늘어놓는다.
거짓된 위광은 뭐고, 어리석은 선택은 또 뭔가?
서우진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살려달란 소리를 길게도 하는구만.”
놈의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지금 자신을 죽이면 후회할 것이라는 것.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로 현혹하지 마라. 오늘, 이 자리에서 너는 죽는다.”
서우진이 선언하듯 말했다
그러자 잠시 아무런 음성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던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카 라니엘’을 들었다.
“이만큼 기다려 줬으면 충분하겠지?”
이제 죽을 시간이다.
타오르는 회색 오러가 남아 있는 혈관을 모조리 자르기 위해 공간을 갈랐다.
그리고…….
[그대는 속고 있다, 혼돈의 왕이여.]멈칫-
손을 멈췄다.
[어리석은 결정을 돌이키라. 그리하면 그대에게 진실을…….]“내가 속고 있다?”
서우진이 짐승의 말을 끊었다.
그러곤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누구에게 속고 있다는 거지?”
순간 서우진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확신을 할 순 없었다.
만약 방금 한 생각이 사실이라면, 지금껏 자신이 해온 일은…….
“대답해라, 이 빌어먹을 짐승아.”
서우진의 살기 가득한 음성이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마력응집체에서 흘러나오던 마기조차 움찔하며 밀려날 정도로 짙은 살기였다.
[살기를 거두라.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겠다 약속하라. 그리고 진정한 왕의 발치에 무릎을 꿇겠다 맹세하라. 그리하면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전하겠노라.]다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뜻이 통했다 여기는지, 처음보다 훨씬 안정된 음성이었다.
그것을 들은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됐다. 내가 직접 알아보지.”
[잠시…….]“네 헛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카 라니엘’이 광폭한 오러를 쏟아냈다.
콰직- 콰지직-!
남아 있던 혈관들이 모조리 뜯겨 나가며, 거대한 구체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무게가 상당했는지, 커다란 진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구체가 떨어질 때 느껴졌던 진동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충격이 이어졌으니까.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짐승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 * *
‘베르쉬트’는 눈앞의 짐승과의 싸움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놀랍게도 놈은 자신보다 강했다.
아무리 물어뜯고, 찢어도, 결국 당하는 건 이쪽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 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놈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이 싸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듯, 집중력을 잃고 한 번씩 멈칫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까지.
‘베르쉬트’는 자신을 소환한 왕이 무엇인가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맹렬하게 짐승을 몰아붙였다.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이 되고, 승리가 머지않은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짐승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거대한 포효를 토해냈다.
너무도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비명.
흡사 죽음을 맞이하는 맹수의 울부짖음이었다.
주변에 넘실거리던 마기가 눈 녹듯 사라지고, 거칠던 생명력도 빠르게 사그라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베르쉬트’의 거대한 입이 짐승의 목을 물어뜯었다.
콰드득-!
살점이 뜯겨 나가고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커다란 단말마.
목의 절반이 뜯어지며 머리가 덜렁거렸다.
그 와중에도 짐승은 균형을 잡기 위해 비틀거렸다.
하지만 육체를 지탱해 줄 마기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
짐승이 쿵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뒷걸음질을 쳤다.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그렇게 몇 걸음을 물러나고…….
결국 거대하기 짝이 없는 짐승의 육체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쿠우우우웅-!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한 강력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베르쉬트’는 거친 숨을 내쉬며 짐승을 내려다보았다.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강을 이루며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들썩-
짐승의 시체가 미약하게 움직였다.
‘베르쉬트’는 아직 짐승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을 들어올렸다.
덜렁이며 매달려 있는 목을 완전히 끊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 멈출 수밖에 없었다.
푸화악-!
짐승의 가죽을 뚫고 작은 무언가가 밖을 향해 튀어나왔다.
전신을 피로 적신 인간.
서우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