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5)
365화.
[거짓된 위광에 속아…….] [그대는 속고 있다, 혼돈의…….]묵시록의 짐승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속는 것이다, 속고……. 진실을 가르쳐…….]“시끄러워!”
서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웅성거리며 귓가를 울리는 그 음성이 너무도 거슬렸다.
하지만 아무리 짜증을 내고 소리 쳐봐도, 짐승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뇌리 깊숙한 곳까지 박혀 들어와서 괴롭혀댔다.
“으으으으!”
서우진이 머리를 부여잡고 몸부림쳤다.
[속은 것이다! 거짓된 위광에!]‘속아? 내가?’
그러다 문득 사고가 멈춘다.
“그래, 그랬었지.”
분명 묵시록의 짐승의 말을 듣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마력 응집체의 기운을 흡수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지만…….
‘반드시 확인을 해봐야 할 일이지.’
어느새 짐승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부터 의심이라는 감정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맞는 걸까? 아니면 그냥 놈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아니, 정신이 멍해서 도무지 생각이라는 걸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의식이 흘러 가는대로, 의심과 짐승의 말만이 반복해서 고개를 들 뿐이었다.
[신중하거라. 부디 네가 옳은 선택을 하길 바라느니라.]그때, 짐승과는 전혀 다른 음성이 들려왔다.
앳되고, 신비로우며, 현기가 가득한 아이의 음성.
‘마공?’
정신이 퍼뜩 들었다.
마공이라니?
하늘탑에 있어야 할 그녀의 목소리가 왜 지금 들린단 말인가?
[너의 선택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느니라. 부디, 모든 세계에 이로운 선택을 하거라.]‘선택? 선택이라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짐승의 음성과 마공의 음성이 어찌 함께 들리는 것인지.
‘그런데 그 망할 덩치의 짐승은 죽었잖아.’
자신이 마력 응집체를 직접 떼어냈고, ‘베르쉬트’가 목을 물어뜯었다.
그 시체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던가?
‘아니, 애초에…….’
여긴 어디인 거지?
서우진이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긴?”
방금 전까지 끊임없이 들려오던 음성들이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어두컴컴하던 정체불명의 공간도 사라졌다.
그저 평범한 방.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와 가구 몇 개가 전부인 소박한 방이다.
하지만 낯설다.
생전 처음 보는 공간이었다.
서우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난 분명 로렌테에서 묵시록의 짐승과 싸우고…….”
한번 기억을 떠올리자, 그 뒤에 벌어졌던 일들이 폭포처럼 밀려들어 왔다.
“그래, 그 빌어먹을 마력 응집체들을 흡수했지.”
그리고 죽을 뻔했다.
뒤늦게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해 강제로 기운을 혼돈기에 흡수시키지 않았더라면,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하아-”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 방은 처음 보는 곳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경험은 몇 번이나 해본 적이 있었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 반동 때문에 정신을 잃었나 보군.”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기절하자 당연히 ‘혼돈 세계’와 ‘마왕화’가 해제되었을 테고, 뒤늦게 달려온 동료들이 자신을 발견해 여기로 데려왔을 것이다.
‘그럼 방금 전의 일은 꿈이었단 얘기인데.’
너무도 생생하다.
차라리 몽롱한 지금이 훨씬 더 꿈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이고, 조금 전의 상황이 꿈인 것만은 확실했다.
‘쯧, 별 거지 같은 꿈을 다 꾸는군.’
애써 무시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짐승의 말은 머릿속에 박힌 듯,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침대에서 벗어났다.
아무래도 조금 움직여야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꿈속에서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때와 다른 건, 대답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로렌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도시예요.”
서우진이 자연스럽게 대답이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문이 열려 있었고, 그곳을 통해 계수지가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었다.
이미 그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서우진은 전혀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정신을 잃은 지 얼마나 흘렀습니까?”
몸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은 걸 보면,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걱정하지 마세요. 겨우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까.”
“…하루요?”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마왕화’를 한 자신이 버텨내지 못할 정도의 반동이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누워서 요양해야 회복이 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을 터였다.
그런데 고작 하루라고?
“잊으셨나 본데, 여기는 아이에르거든요?”
“아!”
맞다.
아직 정신이 완전하게 돌아오질 않아서 머리가 잘 안 굴러갔다.
서우진이 마수와 묵시록의 짐승을 해치운 곳은 바로 아이에르의 성소 아니던가?
그리고 아이에르에는 실력이 좋은 사제들이 많았다.
“사제 분들께서 고생하셨어요. 상세가 너무 좋지 않아서, 차기 추기경으로 언급되는 분까지 와서 직접 신성 마법을 사용하셨죠.”
그 정도면 고작 하루 만에 몸 상태가 이렇게 좋아진 것도 이해가 되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계수지가 방안으로 완전히 들어오며 물었다.
“어디까지 보셨죠?”
“이전에 아카데미에서 봤던 큰 괴물들이 하늘과 땅에서 동시에 튀어나오는 것까지요. 그 이후론 도망치느라 못 봤어요.”
꽤나 초반의 일까지만 본 듯했다.
물론 그 이후로는 ‘혼돈 세계’가 펼쳐져서 확인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겠지만.
“그냥 별것 없습니다. 죽어라 싸웠고, 간신히 이겼죠. 그 과정에서 힘이 빠져서 정신을 잃은 것뿐이고요.”
사실과는 조금 다른 대답이었다.
하지만 진실 그대로 말을 해줄 순 없었다.
딱 이 정도만 알고 있으면 충분했다.
“그런가요?”
계수지는 의외로 쉽게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다들 걱정 많이 했어요. 혹시나 잘못되신 건 아닐까 싶어서요.”
당연한 걱정이었다.
서우진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스케일이 완전히 다른 존재들 사이에 끼어 있었으니까.
“죄송합니다. 걱정을 끼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괜찮아요. 어쨌든 몸 성히 돌아왔으니까요.”
계수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레벨이 더 오르셨나 봐요?”
“네?”
“어제랑은 또 다른 느낌이라서요.”
아무래도 계수지는 서우진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물론 마력 응집체에 대한 사실을 알 순 없었고, 그저 짐승을 쓰러뜨리며 레벨이 오른 것이라 생각하는 듯했지만 말이다.
“…조금이요.”
서우진은 그녀의 오해를 애써 풀어주지 않았다.
“역시.”
계수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서우진을 쳐다봤다.
“우진 씨가 강해지는 건 정말 기꺼운 일이지만, 너무 혼자만 달려 나가진 마세요. 따라가기 너무 힘드니까.”
농담이다.
표정은 침울했지만, 눈동자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건 따라오는 쪽에서 더 노력해야죠.”
서우진 역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지금보다 어떻게 더 노력해요?”
그러자 계수지가 두 눈을 치켜뜨며 노려봤다.
“우, 우리가 매시브 가디언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무래도 그날의 트라우마가 도진 듯했다.
서우진은 더욱 짙어진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까진 잘 모르겠고요. 어서 좀 강해지세요. 대체 언제 100레벨이 될 겁니까?”
“으으으!”
계속되는 놀림에 계수지의 얼굴이 빨개지다, 이내 폭발하고 말았다.
“곧 되거든요!”
빽- 하고 소리를 지르곤 방을 뛰쳐나갔다.
서우진은 웃음기 서린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 아저씨! 괜찮아요? 몸은 좀 어때요? 다 나았어요?”
가장 먼저 그를 반긴 것은 당연하게도 이지아였다.
처음부터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서우진이 나오자마자 도도도 달려들었다.
“그래, 난 괜찮다.”
손을 들어 녀석의 머리를 붙잡아 돌격을 막아내곤 대답했다.
그사이 다른 동료들도 다가왔다.
“싸움이 끝난 것 같아서 들어갔더니 쓰러져 있어서 걱정 많이 했다, 야.”
“그러게요. 너무 당황해서 갖고 있던 ‘상태 회복 물약’을 몽땅 부어버렸지 뭡니까, 하하하!”
강병규가 어깨를 두드렸고, 옆에서 박민성이 멋쩍은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김다혜조차 옆으로 다가와 서우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몇 번이나 훑어본 뒤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을 정도였으니까.
“아니, 그런데 다들 왜 여기에 있었던 겁니까?”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매시브 가디언에 있어야 할 이들이 어떻게 이 먼 아이에르에 있는지.
그것도 로렌테라는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 말이다.
“아, 그게 말이지.”
강병규가 머리를 긁적이며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서우진이 호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더는 가르칠 게 없으니까 하산하라고 한 거네?”
“뭐, 비슷하지. 하산은 아니지만.”
서우진이 감탄했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더 수련한 뒤에야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성과가 더 뛰어난 모양이었다.
그 깐깐한 반 슬레인이 벌써 밖으로 내보낸 것을 보면 말이다.
“어쨌든 정보 길드 사람에게 네가 아이에르로 향할 것이란 얘기를 듣고는 여기로 온 거거든.”
바로 옆에 로렌테라는 성소가 있단 것도 몰랐고, 그곳에서 이런 거대한 일이 벌어질 것이란 생각도 못했다.
“흠, 그래?”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동료들을 어처구니없게 잃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거냐?”
강병규가 물었다.
그 말에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글쎄다…….”
마수는 죽었고, 로렌테 아래에서 튀어나온 ‘묵시록의 짐승’ 역시 죽었다.
그렇게 전투는 끝났지만, 아직 일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한번 알아봐야겠는데.”
이번 일은 누군가 의도를 갖고 계획적으로 실행한 것이 분명했다.
우연히 벌어진 것으로 보기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서우진은 일단 프레이야의 도움을 받아, 일의 배후를 밝혀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에르의 상징이 소멸된 일이었으니, 총교단 쪽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나설 게 분명했다.
그럼 꼬리를 잡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서우진이 남들의 시선을 피해 강병규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다른 용사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혹시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응? 무슨 일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고, 뭘 좀 알아봐 줘.”
서우진의 말에 강병규의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다.
이토록 조심스레 부탁할 정도면, 결코 심상찮은 일일 테니까.
“뭘 알아보면 되냐?”
“제국에 대한 모든 것. 황제부터 시작해서 크루시엘까지. 놈들이 우리에게 감추고 있는 게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까지.”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부탁이냐?”
강병규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아무리 ‘모험가’ 직업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정보 길드에 얘기해 둘 테니까, 협력해. 그럼 일이 훨씬 쉬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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