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프레이야님은 성왕을 만나서 이곳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보고를 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소식을 보냈느니라.”
서우진이 기절해 있는 사이, 총교단에 사람을 보낸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작게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가주세요.”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껏 보여준 느슨한 대비가 아닌, 정말로 사활을 건 전쟁을 말이다.
“제국과 연계하고, 다른 왕국들과도 손을 잡으려면 할 일이 많을 테니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서우진의 말에도 프레이야는 크게 조급해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선 수십 년간 논의가 된 상태이니. 큰 잡음 없이 진행이 될 게다.”
‘하긴.’
지금까지 용사들만 불러놓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저들 나름대로 수많은 계획과 작전을 수립했겠지.
이런 쪽으로는 문외한인 서우진이 굳이 끼어드는 것보단, 그냥 저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훨씬 나을 듯했다.
“헌데 같이 총교단으로 가지 않을 생각이냐?”
프레이야가 의외라는 듯한 음성으로 물어왔다.
아무래도 함께 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요. 제국의 상황도 그리 좋질 못해서,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국?”
고개를 갸웃하던 프레이야가, 이내 뭔가를 떠올린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온갖 잡스러운 것들이 보이기는 했었지.”
서우진의 뒤를 따라 질주하던 중, 마수 몇 마리를 만난 듯했다.
“시간이 없는데다 따로 상대하는 이들이 있어 그냥 왔다만……. 꽤 골치를 썩고 있는 모양이구나.”
“제국 전역에 걸쳐 마수들이 출몰한다고 하네요. 아카데미에 있던 용사들까지 나와 토벌하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답니다.”
“흠…….”
서우진의 말을 들은 프레이야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르의 상황이 힘들었던 만큼, 제국 역시 도움이 절실할 터.
전쟁을 앞둔 상황에 마수를 처리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알겠다. 성왕 전하껜 내가 잘 설명하마.”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죠?”
“너와 뭔가를 상의하고 싶은 눈치셨다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오이언이 과연 무슨 얘기를 할지 조금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고작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제국의 상황을 뒤로할 순 없었다.
“일단 알아들었다. 전쟁 준비에 대한 건 나에게 맡기고, 너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제국으로 돌아가거라.”
프레이야가 서우진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다시 한번 아이에르를 도와주어 고맙다.”
더없이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서우진이 없었다면?
아이에르는 벌써 몇 번이나 멸망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을지는 짐작도 되지 않았다.
서우진은 그 모든 참사를 막아내 주었다.
고맙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별말씀을.”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더 빨리 도와주지 못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대신 위쪽에 말 좀 전해주세요. 이번 일에 대한 보상도 좀 넉넉하게 챙겨달라고.”
받을 건 받아야겠다는 말에, 프레이야가 피식- 웃었다.
“이 녀석아, 네놈이 이전에 가져간 것만 해도 왕국이 휘청거릴 정도다!”
비고에서 털어간 보물이 어디 한두 개던가?
“그래도 남아 있는 것들이 있긴 하잖아요.”
서우진이 장난기 짙은 표정으로 말을 하곤 몸을 돌렸다.
“어쨌든 기대하고 있을게요! 다음에 방문할 때 받을 겁니다!”
그러곤 동료들을 향해 달려갔다.
“흘흘-”
홀로 남은 프레이야가 그런 서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고얀 놈.”
장난처럼 말하고 도망가긴 했지만,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서우진이라면, 정말로 아이에르를 탈탈- 털어 먹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 * *
“후욱- 훅-!”
땀이 비 오듯 떨어졌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너무도 거슬렸다.
‘더워.’
평생을 북방에서 살아온 아일린으로선, 제국의 날씨가 덥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지금은 전투 중 아닌가?
몸을 적신 마수의 뜨끈한 피가 그녀의 체온을 더욱 높이고 있었다.
스윽-
눈으로 흘러드는 피를 거칠게 닦아 내고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남은 건 일곱 마리.’
그녀와 리나르의 검에 20마리의 마수가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였다.
만약 리나르가 제때 기습을 가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아일린은 결코 지금까지 두 발로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후욱-!”
거친 호흡에 목구멍이 찢어지는 듯했다.
‘호흡을 진정시켜야 해.’
그녀가 서우진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했던 것이 호흡이다.
그것이 불안정하면,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를 수가 없다.
아일린은 호흡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이길 수 있을까?’
고작해야 일곱 마리.
지금까지 죽인 놈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마수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탓이었다.
주르륵-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다리를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출혈이 심해.’
옆구리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렸다.
갑주를 부수고 들어온 커다란 이빨을 재빨리 피하긴 했지만, 커다란 부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가 없던 것이다.
만약 아일린이 상급 기사가 아니었다면, 이미 사망했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괜찮아요?”
어느새 옆에서 나타난 리나르가 물었다.
녀석 역시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뺨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상처를 입었고, 팔 한 쪽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한눈에 봐도 심상찮은 부상들.
하지만 그런데도 아일린에 비하면 양호했다.
“걱정, 훅- 안 해도 됩니다.”
아일린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저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리나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일린의 상세를 살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손을 뻗어 녀석의 행동을 제지했다.
“옵니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마수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쯧.”
리나르가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며 사라졌다.
마음 같아선 아일린의 옆에 서서 싸우고 싶었지만, 지금처럼 기습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일린은 마수들을 노려보며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화르륵-!
백색의 오러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친 탓일까?
처음 보여주었던 위용에 비하자면 너무도 미약했다.
‘괜찮아. 아직 싸울 수 있어.’
아일린은 이를 악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쿠웅-!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발끝에서 시작된 힘이 다리와 허리를 지나, 검을 쥔 손까지 도달했다.
콰드드득-!
검날이 마수의 다리를 베었다.
아니, 그보단 강제로 뜯어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았다.
단번에 베어내려 했는데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아일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검이 뼈를 부수며 생긴 아주 작은 틈.
그 사이를 노리고 다른 마수가 이빨을 들이민 것이다.
“어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던 리나르가 튀어나오며 놈의 턱을 꿰뚫었다.
푸우욱-!
아래에서 위로 치솟은 검은, 마수의 입천장까지 닿았다.
하지만…….
“젠장!”
아쉽게도 치명타는 아니다.
마수는 통증에 전혀 개의치 않고, 아일린을 물어뜯기 위해 입을 쩌억 벌렸다.
뒤늦게 리나르가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일린!”
녀석이 고개를 돌려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서 피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내 절망감이 깃든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수의 다리를 자르는데 모든 힘을 다 쓴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떨구고 있던 것이다.
도저히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처럼 보였다.
마수의 이빨이 머리에 닿기 직전까지도, 아일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안 돼!”
리나르가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터트렸다.
그때였다.
“이 새끼들이 여기까지!”
콰아아아아아아앙-!
낯선 여인의 음성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으윽!”
깜짝 놀란 리나르가 신음을 흘리며 아일린 옆으로 몸을 날렸다.
“죽어, 이 새끼들아!”
“머리를 노려!”
“다른 사람이 있으니까 조심해요!”
팔뚝보다 굵은 화살이 비처럼 날아들고, 번뜩이는 검광이 사방을 난도질한다.
‘……누구지?’
리나르는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와중에도 그들의 얼굴을 살피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다섯 명.’
외형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가 섞인 무리라는 것 정도만 확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쩌어억-!
콰아아아앙-!
‘강해.’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으로 남아 있는 마수들을 학살하는 중이었다.
‘최상급 기사?’
아니, 그 정도 수준은 아득히 넘어선 존재들이다.
그리고 아일린은 그러한 이들을 꽤 잘 알고 있었다.
“용사…….”
저들은 용사가 틀림없었다.
스가악-!
마지막 남아 있던 마수가 반으로 쪼개지며 대지에 몸을 뉘였다.
쿠웅-!
워낙 커다란 덩치였던 탓에 피와 함께 흙먼지가 치솟아올랐다.
“후우-”
“설마 여기까지 나타났을 줄이야. 조금만 알아차리는 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러게요. 앞으로 순찰구역을 조금 더 늘려야…….”
“일단 다들 입 닥쳐 봐. 부상자가 있어.”
가장 먼저 나타나 걸걸한 욕설을 내뱉었던 여자가 일행을 조용히 시켰다.
그러곤 빠르게 아일린을 향해 다가왔다.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없었다.
제대로 된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리나르가 대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죠. 야, 여기에 외상치료약 좀 가져와 봐! 부상이 심해!”
여자가 소리치자, 작은 체구의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여, 여기요.”
소심한 음성과 함께 그가 작은 병을 꺼내 건넸다.
“일단은 이걸로 좀 버텨요. 이 정도로는 치료가 힘들겠지만, 조금은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 후에 도시로 가서 제대로 된 의사한테 치료를 받으면 될 겁니다.”
그녀는 병에서 손톱만 한 알약 몇 개를 꺼내 들더니, 아일린과 리나르에게 건넸다.
거무튀튀한 색깔이었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향기는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그것을 받아 든 리나르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망설였다.
자신들을 구해주긴 했지만, 정체를 알지 못해 선뜻 마음 놓고 복용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저 녀석이 만든 약이에요. 보기엔 형편없어도 효과는 나쁘지 않으니까 지금 바로 드시는 걸 추천해요. 그리고 의심은 이제 좀 거두죠? 우리는 용사니까.”
그녀의 말에 리나르가 눈을 크게 떴다.
아일린과는 달리, 녀석은 저들이 누구인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용사?”
그런 리나르의 표정을 본 여자가 코를 한번 훌쩍이고는 말을 이었다.
자신의 등을 가리켰다.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활과 창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굵은 화살들이 달려 있었다.
“저는 박혜경이라고 해요. A급의 ‘궁귀’라는 직업을 갖고 있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