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8)
368화.
아일린은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조금만 참으세요.”
만약 옆에서 리나르가 계속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진즉에 정신을 잃고도 남았을 것이다.
“괜찮…….”
걱정 말라는 듯 작게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지만, 누가 봐도 그녀의 상태는 괜찮지 않았다.
구멍이 뻥- 뚫린 옆구리는 제외하고라도,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으니까.
마수의 피와 본인이 흘린 피가 합쳐져 아일린의 전신은 그야말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조금 더 서두르자.”
박혜경이 말했다.
그녀는 귀찮음이 잔뜩 묻어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아일린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하아-’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꼴사납구나.’
자신 있게 달려들었다.
27마리의 마수.
너무 많은 숫자였지만, 아일린은 분명 승리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만약 용사들이 때마침 순찰을 돌다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죽었겠지.’
그것도 처참하게 전신이 찢겨져 한낱 먹이로 전락했을 것이다.
‘이 아이는 살았겠지만.’
아일린은 흐릿한 시선으로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리나르를 쳐다봤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상처를 입은 녀석의 상태가 보였다.
‘내 잘못이야.’
둘만 나서서는 안 됐다.
조금 늦더라도, 제국의 기사들과 함께 토벌을 진행해야만 했다.
그랬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리나르 역시 저렇게 다치지 않았을 텐데.
‘이제 와 후회해 봐야 소용없지.’
지금 그녀가 해야 할 건 후회가 아니라, 앞으론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이겠다는 다짐이었다.
“거의 다 왔어요.”
그때, 박혜경이 말을 걸어왔다.
“안쪽에 꽤 괜찮은 의사가 있으니 고칠 수 있을 거예요.”
퉁명한 음성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을 안심시키는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
서우진과는 다른 분위기와 말투였지만,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일린은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다다닷-!
리나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도시가 가까워지자 모든 힘을 쥐어짜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도착하는 것이 조금 더 빨라졌다.
“문 열어!”
앞에서 박혜경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빠르게 열렸다.
그그그그긍-!
절대 작지 않은 성문이었음에도, 기다렸다는 듯 신속하게 열렸다.
용사들과 아일린은 그 사이를 통해 도시 안으로 진입했다.
“유진이는 보고하고! 태형이는 의사 불러와! 나머지는 나 따라오고!”
이런 일에 익숙한 듯, 그녀는 빠르게 명령을 내리고는 아일린과 리나르를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이 안으로 들어가서 눕혀.”
어느 순간부터 말을 놓았지만, 리나르는 그것을 깨달을 새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혜경이 가리킨 침대 위로 아일린을 내려놓았다.
“깨끗한 물이랑 수건 같은 거 챙겨와. 의사가 도착하기 전에 일단 피부터 좀 닦아놓게.”
아일린의 몰골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이대로라면 의사가 온다고 해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가 힘들 것 같았다.
“남자들은 다 나가!”
그녀의 외침에 리나르가 흠칫하더니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남아 있는 것은 박혜경과 다른 여자 용사 한 명뿐.
“갑옷부터 벗기자. 괜찮죠?”
아일린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말을 하기도 힘든 상태였던 것이다.
“조심히.”
박혜경은 최대한 육체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갑주를 벗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라붙은 피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쯧.”
혀를 찬 박혜경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아파도 좀만 참아요.”
그러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대로 힘을 주었다.
“으으윽!”
아일린이 신음을 흘렸다.
갑주와 피부에 들러붙어 있던 핏물이 떨어지며 상처를 건드린 것이다.
“참아요, 참아. 기사라면 이 정도 통증 정도는 참아야지.”
박혜경은 거칠게 갑주를 분리해서 벗겨냈다.
“으음…….”
그러곤 눈살을 찌푸렸다.
갑주에 가려져 있던 상처들이,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였던 것이다.
“물은?”
“아직 안 왔어요.”
“왜 이렇게 느려!”
똑똑-
박혜경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칠 때였다.
타이밍 좋게 노크 소리와 함께 물을 가지러 갔던 용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기 물!”
“이쪽으로 가져와.”
박혜경은 물이 담긴 그릇을 받아 들어 수건을 적시곤, 아일린의 몸을 빠르게 닦아내기 시작했다.
움찔움찔-!
수건이 상처를 건드릴 때마다 아일린이 작게 떨었다.
“실력이 꽤 좋은가 봐요? 이만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아직 살아계신 걸 보면.”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마수가 꽤 많이 나타난 것 같았는데, 다행히 아무런 피해도 없이 상황이 끝났어요.”
만약 아일린과 리나르가 나서서 마수들을 막지 않았더라면, 분명 민간인의 피해가 벌어졌을 것이다.
“제가 이쪽에 파견온 뒤로 정든 사람들이 많거든요. 만약에 그 양반들이 죽거나 다쳤으면, 화가 많이 났을 거예요.”
빠르지만 섬세하게.
박혜경은 마력까지 사용해 가며 아일린의 피를 모두 닦아내고는 허리를 폈다.
“그래서 고마워요, 덕분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일린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의사가 도착할 때 됐지?”
“거의 다 온 것 같네요.
박혜경의 말에 함께 피를 닦아주던 용사가 대답했고, 그녀의 말대로 1분도 채 지나기 전에 의사가 도착했다.
“고쳐요.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으니까, 반드시 고쳐야 해요.”
박혜경은 의사를 향해 협박과 같은 부탁을 하곤 방을 나왔다.
“하아-”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용사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언니.”
“왜?”
“저 여기사는 누굴까요? 제국의 기사는 아닌 것 같던데. 실력도 좋은 것 같고…….”
피식- 하고 웃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박혜경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을 위해 나선 진짜 기사라는 게 중요하지.”
그녀는 부디 아일린이 무사하길 바랐다.
* * *
“왜 아이에르나 데르한에는 기차가 없을까요?”
이지아가 투덜거렸다.
“마차면 됐지, 뭘 더 바라?”
“불편하잖아요. 차라리 우리도 병규 아저씨처럼 달려가는 게 낫지 않아요?”
“조금만 참아. 제국령에 도착하면 곧장 기차로 갈아탈 예정이니까.”
이지아가 뾰로통하게 말하자, 서우진이 웃으며 대꾸했다.
“…얼마나 걸리는데요?”
“한 이틀만 더 가면 될 걸?”
서우진의 대답에 녀석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
“우리 그냥 달려가면 안 돼요? 그럼 오늘 저녁쯤엔 도착할 수 있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속도면 저녁이 아니라 오후 정도엔 제국령에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았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다른 사람들도 배려해 줘야지.”
현재 제국으로 가는 사람은 서우진과 동료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에르의 사제 수십 명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마수들에게 신음하고 있는 제국을 돕기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병규 아저씨는…….”
“그 녀석은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보낸 거고.”
서우진의 말을 들은 이지아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더 떼를 써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불편하면 좀 누워. 무릎에 머리를 베고 있으면 편할 거야.”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계수지가 웃으며 권했다.
하지만 이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 정도로 힘든 건 아니거든요. 그냥 좀…….”
“심심해?”
계수지가 물었다.
그러자 이지아는 잠시 눈을 굴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동안 이 안에 갇혀서 이동만 하다 보니까, 너무 심심해요.”
요 근래 용사들은 하루를 1년처럼 살았다.
잘 때를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수련하는데 사용했고, 매시브 가디언을 떠난 뒤엔 곧장 커다란 사건에 휘말렸으니까.
그러다 갑자기 좁은 마차에 앉아만 있으려니,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우리 조금만 쉬었다 갈까요?”
이지아의 표정을 본 계수지가 서우진에게 물었다.
“음, 그러죠.”
의외로 서우진은 그것을 쉽게 받아들였다.
다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지루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잠시 여기서 쉬었다 가겠습니다.”
마차 앞에 달린 작은 창문을 열고 말하자, 이내 마부가 적당한 장소에서 마차를 멈춰 세웠다.
“오예!”
마차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이지아가 밖으로 튀어나갔다.
서우진이 웃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 나섰다.
“으그그극! 쉬는 시간입니까?”
다른 마차에 타고 있던 구동환 역시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덩치가 덩치이니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다들 좀 힘든 것 같아서. 조금 바람 좀 쐬다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아, 좋은 생각입니다. 안 그래도 지쳤었는데.”
다행히 다른 일행은 휴식을 반기는 눈치였다.
“괜찮으십니까?”
서우진이 마침 밖으로 나온 사제들을 향해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가장 고위급으로 보이는 사제 한 명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에겐 익숙한 일이니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에르의 사제들은 대륙 전역에 파견을 나가 사람들을 돕는다.
마르데타인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지금은 모두 중단된 상태였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상이었으니 힘들 리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기대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주신의 은총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좀 쉬었으면 했는데,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제들은 서우진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별말씀을요.”
손을 내저어 인사를 사양한 뒤,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아무래도 자신이 함께 있으면 불편할 게 뻔했으니까.
“우진 씨! 여기 와서 이것 좀 드세요.”
박민성이 손을 들어 서우진을 불렀다.
어느새 아이에르에서 떠나오며 받았던 간식들을 펼쳐 놓고는 먹고 있었다.
“난 됐다. 별로 배 안 고파.”
서우진은 대충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옆에서 이지아와 구동환이 떠드는 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려왔다.
‘이틀이라…….’
제국까지 남은 거리.
생각보다 이동속도가 너무 느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지아의 말대로 그냥 뛰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마수들에게 고통받고 있을 이들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서우진은 먼저 알아내야 할 게 있었다.
‘잘되고 있나 모르겠군.’
강병규를 떠올렸다.
그는 서우진의 부탁을 받고, 정보 길드와 접촉하기 위해 먼저 길을 떠났다.
‘제국령에 도달하기 전에, 녀석이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서우진이 부탁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병규와 요한의 능력을 생각하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닐 터.
‘조금 서둘러 줘라.’
강병규가 구해올 정보는, 앞으로의 행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아예 판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는 중요한 정보.
서우진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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