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
#36화.
대륙에서 몬스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어느 곳일까?
누구는 제국의 마탑을 뽑을 것이고, 또 다른 이는 동부의 그로타스 왕국을 뽑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몬스터를 연구해 온 곳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몬스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을 뽑으라면 누구나 한 곳을 뽑는다.
왕국 시온.
그들은 수백 년간 쉬지 않고 몬스터와의 전쟁을 이어갔으며, 그간 쌓인 정보는 대륙의 그 어떤 국가보다 월등했다.
매시브 가디언에선 신병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몬스터 도감을 보급해 줄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시온에선 이종족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었다.
몬스터와 마기에 물든 이종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으니까.
요즘엔 잘 보이지 않지만, 고작 십여 년 전만 해도 마왕의 추종자들 때문에 매시브 가디언이 위험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시온의 기사, 아일린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엄청난 피해라니?
생각보다 고블린의 수가 많긴 하지만, 지금 전력이라면 웬만한 약소국과 전쟁도 벌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다크 엘프 부족 하나가 통째로 관여된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만큼의 고블린들을 부릴 수 없어요.”
다크 엘프 부족은 보통 100~20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거기다 다크 엘프 전사들은 한 명, 한 명이 상급 기사에 맞먹는 강자라고 한다.
만약 아일린의 말대로 부족 전체가 이곳에 있다면?
‘큰일인데.’
엘리트 친구들도 있고, 자신도 있으니 싸우면 어떻게든 이기긴 할 것이다.
하지만 기사들은?
대부분 하급에서 중급으로 이뤄진 기사들이 다크 엘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천오백 마리의 고블린이 쏘아대는 독침 세례를 방어하면서?
“어렵겠군.”
서우진은 아일린이 괜히 그런 말을 꺼낸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길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그런데 저놈들은 왜 저래?”
“공격을 강행할 생각인 것 같아요.”
“미친놈들인가?”
서우진은 기가 막힌다는 듯 기사들을 쳐다봤다.
“얘기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대로 공격했다간 너희 다 죽는다고.”
“이미 귀를 닫았어요.”
저들은 아일린의 말을 들을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후퇴할 때 하더라도, 작은 성과 정도는 건지고 할 생각이겠죠.”
그게 기사의 자존심이었으니까.
매년 목숨을 걸고 토벌을 진행하는 아일린으로선,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우리라도 후퇴해야 하는 거 아냐?”
저들은 매시브 가디언에서 함께 싸운 전우가 아니다.
그러니 서우진은 굳이 저들의 목숨까지 걱정해 줄 이유가 없었다.
이지아와 김다혜 정도만 챙겨서…….
“이런, 늦었다.”
스으으으-.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은 북방처럼 싸늘하지도, 제국처럼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저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농밀한 살기가 담겨 있을 뿐.
“피해!”
서우진은 재빨리 경고하고는 아일린을 붙잡고 몸을 날렸다.
콰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 * *
“국장님!”
크루시엘의 상급 정보원, 베다스가 국장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아그나는 그런 부하를 탓하기는커녕 손을 먼저 내밀었다.
“적색정보입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베다스가 건네주는 종이는 붉은색이었다.
“으음…….”
아그나는 순식간에 그 안의 내용물을 읽어냈다.
“골치 아프군.”
정보의 전달이 너무 늦었다.
‘그 빌어먹을 종자들이!’
마왕의 강림이 머지않았다고, 지들도 신나서 날뛰는 모양이었다.
“정보의 신뢰성은?”
“99%는 확신합니다.”
“그럼 적어도 150명의 다크 엘프가 토벌지에 있다는 말인가?”
예상을 한참 웃도는 수였다.
“그래도 그곳에 있는 기사들이라면 막을 수 있…….”
콰앙-!
“국장님!”
다시 한번 국장실의 문이 박살나듯 열렸다.
이번에도 아그나는 손을 내밀어 붉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
“젠장.”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크 엘프에 대한 정보를 받아 들었을 때도 이런 표정은 짓지 않았다.
“경보를 흑색으로 올린다. 토벌지 근처의 영지에 지급으로 연락해. 당장 기사와 병사들을 파견하라고. 그리고 ‘그분’께도 전해라.”
“알겠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정보원은 숨도 고르지 않고 다시 밖으로 뛰쳐나갔다.
“무, 무슨 일입니까?”
그가 보기엔 다크 엘프 150명도 충분히 큰일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토벌지에 게랄드가 출현했다.”
* * *
“젠장, 이게 무슨?”
서우진은 생각보다 큰 충격에 욕설을 내뱉었다.
‘뭐지? 마법?’
서우진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기사들마저 모조리 날려 버릴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당연히 마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든 서우진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도끼?”
방금 일어난 폭발의 폭심지에는 커다란 도끼 한 자루가 꽂혀 있었다.
‘설마 마법이 아니라 도끼가 날아와서 꽂힌 충격파라고?’
그런 게 가능하기는 한가?
서우진이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도끼를 쳐다보고 있는데, 아일린이 팔을 꽉- 붙잡았다.
“도망가야 돼요.”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도망? 지금 아일린이 도망이라고 한 건가?’
물론 방금도 후퇴할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도망과 후퇴는, 의미의 무게감이 다르다.
기사로써 자긍심이 충만한 아일린의 입에서 설마하니 도망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저 도끼가 대체 뭔데 그래?”
서우진이 아일린을 일으키며 물었다.
“이 몸을 알고 있기엔, 아직 젊어 보이는데? 아, 시온의 기사로구나.”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니, 이걸 음성이라고 해도 될까?
마치 쇠를 긁는 듯한 불쾌감과 함께 느껴지는 피비린내.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흑검을 뽑음과 동시에, 뒤를 향해 휘둘렀다.
스아악-!
공기마저 베어버리는 깔끔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호오, 네가 이번에 소환된 용사인가? 꽤나 쓸 만하구나.”
검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서우진은 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피부와 노란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뾰족하게 솟아 있는 귀.
“……다크 엘프?”
훌륭할 정도로 이름에 걸맞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게랄드.”
아일린이 이를 악물며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놈의 이름인 것 같았다.
“더러운 마왕의 발닦개 따위가 감히 모습을 드러내다니.”
아일린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네임드구나!’
덕분에 서우진은 눈앞의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다크 엘프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인 게 틀림없었다.
“으으으.”
“이게 무슨…….”
그때, 날아갔던 기사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러곤 땅에 꽂혀 있는 도끼와 게랄드를 발견했다.
“미친, 게랄……!”
가장 먼저 놈의 정체를 알아차린 기사의 목이 둥실- 하며 공중에 떠올랐다.
어느새 이동한 게랄드가 손날로 머리를 잘라 버린 것이다.
“이 몸은 본래 조용한 것을 좋아하지. 그러니 좀 닥치거라.”
쇠를 긁는 음성과 함께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들도 이제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 눈치챈 것이다.
그런 침묵이 마음에 든 것일까?
게랄드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용사는 너 하나뿐인가?”
그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긴. 상관없나.”
게랄드는 자신의 도끼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자신의 몸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도끼였지만, 그는 너무도 쉽게 뽑아 들었다.
“어차피 모두 죽을 테니.”
도끼에서부터 찐득찐득한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력? 아니, 마기다!’
서우진은 마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음습하고, 불쾌하며,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는 기운이라고.
하지만…….
‘포근한데?’
마치 레벨 업을 했을 때 보았던 검은 공간처럼.
어머니의 품 속 같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아닌 것 같았다.
“으윽!”
아일린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력을 일으켜 마기에 대항하려고 해보았지만, 중급 기사에 불과한 그녀로선 역부족이었다.
그것은 다른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
이곳에서 오직 서우진만이 마기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
서우진은 일단 자신도 고통스러운 척을 했다.
괜히 혼자 눈에 띄었다가 의심을 살 순 없었으니까.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고민했다.
‘공격할까?’
안 된다.
게럴드는 아무래도 반 슬레인 급의 괴물인 것 같았다.
모든 마력과 스킬을 동원해도, 놈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순 없었다.
고작해야 생채기 몇 개 정도가 끝일 터.
그런 상황에 공격을 해봐야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순 없잖아!’
서우진이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할 때였다.
슈화아아악-!
검이 날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검 모양의 ‘오러’였다.
“음?”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내려다보며 우월감에 젖어 있던 게랄드가 도끼를 들었다.
투콱-!
도끼와 부딪힌 ‘오러’가 너무도 쉽게 소멸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는 건 아니었다.
충격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 게럴드가 몇 발자국 뒤로 밀려난 것이다.
“이것 참. 다른 용사도 있었나 보군.”
“멈춰라!”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엘리트 친구들이었다.
그들의 몸 주변에는 은은한 빛이 머물고 있었다.
덕분에 저들은 마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성녀?”
의외라는 듯, 게랄드의 눈이 커졌다.
“이번 소환이 대성공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설마하니 성녀까지 있을 줄이야.”
게랄드의 시선이 정확하게 성유라에게 꽂혔다.
“내가 직접 오길 잘했군. 하마터면 계획을 망칠 뻔했어.”
그렇게 말하곤 도끼를 휘둘렀다.
어린애 장난 같은 손짓이었지만, 그 결과는 아니었다.
콰과과과과과-!
땅이 뒤집히며 검은 다발이 쇄도했다.
서우진이 만든 ‘오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포악하고 강력한 기운이었다.
“어딜!”
그때, 백시우가 나서며 검을 뻗었다.
게랄드의 것과는 정반대로, 새하얗게 빛나는 밝은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앙-!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것 같았던 검은 오러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허어, 확실히 이번 용사들은 대단하구나. 아직 제대로 된 성장도 못했을 텐데 내 공격을 막다니.”
게랄드는 성유라를 발견했을 때보다도 놀란 표정으로 백시우를 바라봤다.
“그럼 어디 한번 이것도 막아보거라.”
다시 한번 게랄드의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그때,
서우진이 움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