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0)
370화.
제국에 도착했다.
물론 아직 국경 초입인지라, 수도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다들 표정이 밝았다.
지금부터는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으니까
마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안락함 속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일행과 함께 국경도시에 있는 기차역에 들어섰다.
“어우, 바글바글하네.”
구동환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말대로 기차역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기차 티켓은 비싸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타려는 사람이 많네요?”
“대부분은 상인일 겁니다. 그들에겐 속도가 신용만큼이나 중요하니까요. 티켓 값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을 겁니다.”
계수지의 질문에 서우진이 대답해 주었다.
사실 그도 이전에 대공 브리아니에게 들은 것이지만.
그 설명을 들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곧 들어오는 기차에 정신을 빼앗겼다.
“시온으로 갈 때도 보긴 했지만, 진짜 신기하네.”
“그쵸? 무슨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모습이잖아요. 막 검은 연기 뿜어대면서 달리는.”
기차의 외형은 지구의 증기 기관차와 닮아 있었다.
투박하고 거친 매력이 있는 모습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었다.
“이 기차는 검은 연기가 안 나와.”
“저도 알고 있거든요? 한 번 타봤거든요?”
바로 석탄이 아닌, 마력으로 달린다는 것.
덕분에 기차는 지구의 증기 기관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스피드를 내는 것이 가능했다.
KTX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만큼 비쌌지만 말이다.
“도착했네요. 한 칸을 전부 빌렸으니, 타시죠.”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자신들끼리 모여 있던 사제가 다가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과 동료들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동 중 모든 편의는 아이에르에서 맡겠다고 하더니, 기차 한 칸을 몽땅 빌릴 줄은 몰랐다.
“아이에르의 은인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낯이 부끄러운 말이었다.
서우진은 헛기침을 하곤, 일행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역시 일등석은 아니네.’
기차의 일등석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다.
이 모든 인원에게 일등석을 끊어주려면, 시골 영지의 1년 예산과 맞먹을 정도의 돈이 들 수도 있었다.
“와아!”
기차에 들어선 이지아가 신이 난 듯 뛰어가며 창가 쪽 자리에 몸을 던졌다.
“난 여기, 찜!”
그러면서 히히-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아저씨! 여기요! 아저씨 자리는 여기!”
서우진을 향해 소리치자, 다들 헛웃음을 흘렸다.
“에휴.”
서우진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한데, 오늘은 다혜랑 앉아서 가. 난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다른 데 앉아야 할 것 같다.”
“어? 그래요? 그럼, 다혜야! 이리로 와!”
이지아는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자신의 친구를 불렀다.
그 둘을 시작으로 다들 마음에 드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비록 일등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급스럽기 그지없는 좌석이었다.
서우진은 가장 구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젯밤에 정보 길드의 요원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기 위함이었다.
‘정보가 예상보다 좀 늦어졌어. 곤란하게 됐는데.’
본래대로라면 어제 정보를 듣고, 행동 방향을 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일단은 마수들을 처리하면서 기다려야 하나?’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수도로 가서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랬다간 강림 전쟁을 코앞에 두고 치명적인 분열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신중하게 행동해야 돼.’
그렇게 서우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계수지가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물었다.
“네?”
서우진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그러자 계수지는 어깨를 으쓱 하며 말을 이었다.
“어젯밤에 밖에 나가서 누구랑 대화하시는 것 같던데. 아니에요?”
“으음.”
서우진이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들켰을 줄은 몰랐는데.’
딱히 경계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위험요소가 될 만한 존재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자신이 밖에 나간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진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수지의 실력이 서우진의 생각보다 조금 더 뛰어난 듯싶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수련을 제대로 하셨나 봅니다.”
“그럼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죠.”
계수지가 미소를 지으며 이를 갈았다.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져, 서우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계수지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무래도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서우진은 속으로 입맛을 다시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를 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건 아직 밝히기 힘들고…….”
“정보 길드 분이었나요?”
“맞습니다.”
계수지는 서우진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밝히기 어려우신 거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나중엔 얘기해 주실 거죠?”
다행히 그녀는 더 깊게 캐묻지 않았다.
“물론이죠.”
만약 서우진의 걱정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건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동료들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용사들에게도 모두 오픈을 해야만 했다.
“그럼 됐어요.”
계수지가 웃으며 눈을 감았다.
“저는 좀 잘 테니까,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북방에서 그 추운 바닥에 이리저리 굴러다녔더니, 쉬어도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를 않네요.”
그녀의 말에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하죠. 눈 좀 붙이고…….”
말하던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돌아봤다.
“…뭐죠?”
계수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우진보다는 확실히 반응이 느리긴 했지만, 그녀도 뭔가를 느낀 게 분명했다.
“마수입니다.”
달리는 기차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
그곳에서 마수가 뿜어대는 마기가 느껴졌다.
‘열다섯 마리. 그리 강하진 않은데.’
문제는 놈들이 기차가 달리는 노선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기차는 제국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삼엄한 방비를 갖추고 있었다.
안 그래도 마수 때문에 난리가 난 제국이다.
그런 상황에 마수가 기차에 이만큼이나 접근하도록 놔둘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당장 떠오르는 건, 경비 병력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수가 출몰했다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마수들 중 일부가 경계를 뚫고 접근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음으로 떠오른 건…….
‘설마 당한 건 아니겠지?’
기사와 병사, 심지어는 용사들까지 토벌을 진행 중이다.
서로간의 연계는 단단해서, 전세가 불리하다면 근방의 지원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웬만한 마수들 정도는 충분히 방어해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왠지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살기.’
마기에 짙은 살기가 묻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를 물어뜯고 있지 않고서야, 저런 거친 살기가 느껴질 리가 없었다.
“잠시 다녀와야겠네요.”
“같이 갈까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서우진을 계수지가 붙잡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작 저 정도의 마수들을 처리하는데 둘이나 갈 필요는 없었으니까.
“금방 다녀올 테니,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기차를 좀 맡아주세요.”
당장 느껴지는 건 열다섯 마리에 불과했지만, 언제 더 늘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우진은 계수지에게 기차를 부탁했다.
“알겠어요.”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은 코트 자락을 정리하며 객실을 벗어났다.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그러곤 기차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는 승무원에게 요청했다.
“…손님, 지금은 기차가 운행 중입니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완곡히 돌려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
“마수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기차에 피해가 올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마, 마수요?”
승무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와 제 일행이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계실 테고. 이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건 더 잘 아실 테니. 부탁드립니다.”
승무원은 잠시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요즘 제국에 마수들이 난리를 피워대는 통에 혼란스럽지 않던가?
그래도 기차는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용사 중 한 명이 다가와 진지하게 말을 하니, 두려움이 왈칵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었다.
“차, 차장님께 보고 후에…….”
“지금, 당장이요.”
서우진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쯧, 기차를 발견한 모양이군.’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마수들이 이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만. 절차라는 게…….”
“쯧.”
승무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행동은 정당하다.
문제는 이 기차에 그만큼의 여유 시간도 없다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서우진은 당황해하는 승무원을 한쪽으로 밀어내고는 그대로 문을 뜯어냈다.
콰직-!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문이 종잇장처럼 껴지며 떨어졌다.
“꺄악-!”
깜짝 놀란 승무원이 소리를 질렀다.
서우진은 그녀를 향해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그대로 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빠르게 달려가는 기차에서 뛰어내린 것이었지만, 서우진은 더없이 사뿐하게 땅에 내려섰다.
‘벌써 여기까지 왔나?’
그 짧은 사이에 많이도 가까워졌다.
기차와 고작해야 2, 3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마수들이 맹렬하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땅을 박찼다.
쿠웅-!
커다란 진동과 함께 순식간에 놈들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호랑이인가?’
노란색 털에 검은 줄무늬.
고양잇과 맹수의 외형을 지닌 놈들이었다.
하지만 그 크기가 호랑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컸다.
‘트랑가 정도는 되어 보이는군.’
북방에서 토벌할 때 보았던 마수, 트랑가가 떠올랐다.
느껴지는 힘도 대충 놈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먼 친척이라도 되냐?”
서우진이 손을 뻗으며 물었다.
크아아아아아-!
당연히 마수는 대답 대신, 살기 어린 포효를 내질렀다.
“됐다.”
서우진은 손바닥으로 가장 앞에서 이빨을 드러낸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어억-!
마치 해변가에서 모래로 만든 성을 부수는 것처럼, 놈의 머리가 그대로 박살났다.
진득한 피가 허공에 비산했다.
깜짝 놀란 마수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경계태세를 갖추려 했지만, 서우진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파바바바바박-!
주먹이 수백 개의 잔상을 남기며 주변을 휩쓴 것이다.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온몸이 분쇄되어 가루가 된 채, 날아갈 뿐이었다.
‘남은 건 넷.’
눈 한 번 깜빡이는 사이, 대부분의 마수가 죽음을 맞이했다.
서우진은 남은 놈들을 마저 처리하기 위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응?’
저 멀리서 마기가 느껴졌다.
호랑이 형태의 마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
그것이 빠르게 서우진 쪽을 향해 다가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