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1)
371화.
솔직히 놀랄 정도로 강한 놈은 아니었다.
마수치고는 강하긴 했다.
하지만 그래 봐야 마경 헬데인에서 봤던 원숭이 마수, 부르타엘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서우진이라면 손가락 하나로도 짓눌러 죽일 수 있는 정도.
그런데도 서우진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누군가 쫓기고 있군.’
느껴지는 마력을 보면 기사인 것 같았다.
그것도 평범한 기사가 아닌, 최상급에 달한 강자.
하지만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기운이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 미약했고, 움직임도 둔했던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서우진이 끌어모은 혼돈기를 단번에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남아 있던 마수들은 살점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모두 가루가 되었다.
서우진은 놈들이 있던 자리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곧장 움직였다.
‘최상급 기사가 저 지경이 될 정도로 당했다니.’
근방에서 벌어진 일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신속’을 사용해 더욱 빨리 달렸다.
거리가 멀지 않았던 덕분에, 그야말로 순식간에 기사가 쫓기고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음?’
마수는 고작해야 2미터 크기의 평범하게 생긴 놈이었다.
기괴하게 생겨 무엇을 닮았다고 말하기도 힘든 외형이었고, 멀리서 느꼈던 것처럼 브루타엘보다는 약간 강한 마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딴 놈에게 신경을 쓸 정신이 없었다.
쫓기고 있던 기사의 얼굴이 너무도 낯익은 이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루데인 경?”
아카데미의 교관이자, 서우진과도 많은 인연을 맺었던 최상급 기사.
루데인이었다.
그는 전신에 피칠갑을 한 채, 비틀거리는 움직임으로 마수를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갑주는 모조리 깨어져 맨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것만 봐도 루데인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알 수가 있었다.
서우진은 시간을 더 낭비하지 않고, 그를 향해 서둘러 다가갔다.
“루데인 경!”
서우진이 소리치자, 그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잔뜩 지친 얼굴에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서, 서우진 님!”
안도, 자책, 분노, 허무.
대체 어떻게 그 모든 것이 한 번에 느껴질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복잡한 표정이었다.
“물러나세요!”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굳이 시간을 끌지 않고, 단번에 도륙내기 위함이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루데인이 옆으로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
스가아아아악-!
동시에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었다.
검끝에서 시작된 참격이 서우진과 마수 사이의 모든 것을 잘라내며 날아갔다.
그리고,
방어하기 위해 든 마수의 팔과 충돌했다.
콰득-!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막아?’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도의 힘이 실린 참격이었다.
저 정도면 브루타엘이 아니라, 크라토스의 머리도 베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놈은 막아냈다.
물론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은 건 아니어서, 루데인을 쫓던 움직임을 멈추고 비명을 질러대긴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통째로 베어버리긴커녕, 팔조차도 자르지 못했다.
그저 살가죽이 갈라지게 만든 것이 전부였다.
“조, 조심하십시오! 놈은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쓰러져 있던 루데인이 경고성을 날렸다.
‘방어력이 뛰어나?’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저건 그런 수준이 아니다.
“뭔가 이능을 지니고 있는 모양인데?”
단순히 가죽이 두껍고, 뼈가 단단하다고 해서 막아낼 수 있는 성질의 공격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저놈에게는 ‘혈종’과 같은 마능이 있는 듯했다.
서우진은 조금 더 신중해진 표정으로 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일곱 개의 팔과 두 개의 머리, 그리고 징그럽게 돋아난 촉수들까지.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외모였다.
전체적으로는 덩치가 크지 않아 유약해 보였다.
놈은 서우진을 향해 삐뚤빼뚤한 이빨을 드러내며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놈은 뭡니까?”
서우진이 루데인을 향해 물었다.
“…저도 처음 보는 종류의 마수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이놈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다만 끔찍할 정도로 강합니다. 놈에게 제 기사단과 병사들이…….”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니, 학살에 가까운 끔찍한 전투를 치른 듯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끝냈다.
루데인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기에, 말을 더 하는 것도 위험할 것 같았던 것이다.
“강하긴 한 모양인데.”
참격을 막아낸 것만 봐도 보통 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어디 한번 이것도 막아봐라.”
놈은 결코 서우진의 힘을 감당해 낼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우진은 강했으니까.
그것도 루데인을 비롯한 기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의 보유자였다.
“광폭.”
혼돈기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폭주하며, 그 힘을 키워 나갔다.
서우진조차도 쉽사리 통제를 하기가 힘들 정도.
뭔가 심상찮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것일까?
서우진을 경계하며 가만히 서 있던 마수가,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끼아아아아악-!
하지만 서우진이 한 발 빨랐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타오르는 잿빛의 오러.
‘카 라니엘’이 허공을 유영했다.
서걱- 서거걱-!
조금 전과는 달리, 놈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놈이 자랑하던 마능도 더는 자신을 지켜줄 수 없었던 것이다.
깜짝 놀란 놈이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서우진이 아니었다.
“어딜.”
‘카 라니엘’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정면을 난도질했다.
마치 오러로 이루어진 그물이 쳐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마수는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
촉수를 뻗고, 남아 있는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모든 행동은 압도적인 힘 앞에 무의미했다.
단 1초도 막아내지 못하고, 모조리 절단되고 말았으니까.
진득하다 못해 끈적한 피가 흘러내렸다.
치이이이익-!
혈액에는 독성 물질까지 섞여 있었는지, 그것에 닿은 땅이 녹아내렸다.
그 모습을 본 마수가 온몸을 흔들며, 서우진을 향해 피를 쏟아냈다.
그대로 녹여 버리겠다는 듯한 공격.
하지만 서우진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
그냥 스킬 하나를 사용했을 뿐.
“지고화.”
검은 불꽃이 튀어나오며, 독성이 가득한 놈의 피를 모조리 증발시켜 버렸다.
단 한 방울도 서우진의 몸에 닿지 못했다.
마수는 그제야 서우진은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몸을 돌려 달아나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쯧.”
서우진은 혀를 차며 ‘지고화’가 깃든 오러를 횡으로 그었다.
서걱-!
그것으로 끝이었다.
놈은 위, 아래로 쪼개진 채 그대로 흙바닥에 몸을 뉘였다.
치이이이이익-!
흘러나온 놈의 피가 땅을 오염시킨다.
서우진은 아무런 감흥도 없는 표정으로 ‘지고화’를 놈의 시체에 던졌다.
화륵- 하며 모든 것이 타올랐다.
잠깐 동안 그것을 바라보던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루데인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도움을…….”
“그런 인사는 됐습니다. 그보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서우진은 루데인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제국 전역에 마수…….”
“그건 잘 알고 있으니 넘어가죠.”
말을 자르는 게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지금 루데인은 최대한 말을 적게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루데인 역시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빠르게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 아침, 갑자기 이전과는 다른 마수들이 출몰했습니다.”
놈들은 강하기도 했지만, 방금 전에 서우진이 죽인 놈처럼 마능을 사용했다.
게다가 기괴한 외형에서 시작된 변칙적인 공격 때문에 상대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이런 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무더기요? 한 마리가 아니란 말입니까?”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이놈 하나만으로도 평범한 기사나 병사들로는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 놈들이 몇이나 나타났다니?
그 말은 곧…….
“주변의 방어 병력은 모두 뚫렸다고 보는 게 좋겠군요.”
서우진의 말에 루데인이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염치가 없지만, 도움이 필요합니다.”
자신들은 실패했다.
놈들을 막지 않으면, 그야말로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런 참사만은 막아야만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자신이 제국에 온 이유가 그 마수들을 막기 위함이었으니까.
뭔가 상황이 좀 달라진 것 같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서우진이 해야 할 일은 마수들의 씨를 말리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
바뀌는 건 없다.
“일단은 몸부터 추스르시죠.”
“자, 잠시만!”
루데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고 그를 둘러업었다.
“이대로는 속도가 너무 느리니, 잠깐만 참으세요.”
기차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것을 따라잡으려면, 이 방법을 써야만 했다.
“피가…….”
루데인은 송구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흘린 피가, 서우진의 코트를 물들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개의치 마세요. 이건 황제가 직접 하사한 거라, 이런저런 마법이 걸려 있거든요.”
그중에는 청결을 유지시켜 주는 마법도 있었다.
루데인의 피가 아무리 묻어봐야, 금세 깨끗해질 것이다.
서우진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하자, 루데인은 한숨을 내쉬며 몸에서 힘을 뺐다.
“그럼 잠시…….”
루데인이 순순히 업히자, 서우진이 발을 뗐다.
너무 빨리 달리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그에게 전달될 것 같아, 최대한 안정적인 속도로 달렸다.
물론 그런데도 서우진의 달리기는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사라져 버린 기차를 따라잡을 정도로 말이다.
서우진은 타이밍을 재다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꺄, 꺄악-!”
조금 전 자신이 뜯어내 버린 문을 통해 다시 기차 안으로 들어가자, 승무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 죄송합니다.”
서우진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뭐야, 또? 어, 우진 씨.”
그 비명을 들은 용사들이 하나둘씩 다가오다 서우진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의 뒤에 업혀 있는 루데인을 보고 놀랐다.
“교관님?”
“어, 루데인 교관님이다.”
그의 상태를 본 용사들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뜰 때였다.
“민성아.”
서우진이 박민성을 불렀다.
“예, 예?”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박민성은, 서우진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금세 눈치챘다.
“잠시만요!”
다급히 소리친 박민성이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아! 여기 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유리병을 꺼내 들곤, 그걸 서우진에게 건넸다.
“‘하급 치유 물약’이에요.”
“고마워.”
서우진은 루데인을 내려놓곤 그것을 뿌렸다.
그러면서 이지아를 쳐다봤다.
“사제님들을 좀 모셔와 줘.”
“네! 지금 바로 모셔올게요!”
아무래도 박민성의 ‘하급 치유 물약’으론 완전한 치료가 힘들었다.
워낙 치료의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은 결국 아이에르의 사제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모두한테 할 말이 있으니 모여보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