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2)
372화.
루데인은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데리고 갔다.
아무래도 여기보단 일등석에서 치유하는 것이 나을 듯해, 승무원과 차장의 허락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덕분에 객실에는 서우진과 동료들만 남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구동환이 자신의 팔을 긁적이며 물었다.
그래도 북방에서는 춥다고 옷을 껴입었는데, 제국에 도착한 후엔 상의를 훌러덩- 벗어던진 상태였다.
“교관님은 대체 누구한테 당한 거죠? 혹시 아까 말한 마수인가요?”
“…마수?”
계수지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마수가 나타났다는 것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서우진은 현 제국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마수들을 토벌하러 온 건데, 갑자기 더 강한 놈들이 나타난 거란 말이죠?”
중간에 많은 것이 생략되긴 했지만, 그게 가장 정확한 요약이었다.
“그리고 이 근방에 놈들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루데인 경은 그놈들에게 당한 거고요.”
서우진이 말하자 다들 표정이 심각해졌다.
루데인은 최상급 기사다.
자신들에게는 미치지 못했지만, 결코 약한 존재들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저토록 심각한 부상을 입고 쫓겨 다닐 정도였으니, 상황이 심상찮은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조금 전에 그놈들 중 한 놈과 싸워봤는데……. 솔직히 여러분이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에요.”
일대일로 맞붙는다면 어떻게든 이기긴 할 것이다.
부상을 입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야 하겠지만, 그 정도는 상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마수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항상 일대일로 싸울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루데인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두세 마리에 그런 표현을 쓸 리가 없으니, 적어도 열 마리 이상은 된단 뜻이다.
그런 놈들과 정면에서 싸운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
이겨도 기뻐할 수 없는 승리가 될 게 뻔했다.
“그래서요?”
계수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일단 여러분은 수도에 들렀다가 다른 용사들과 규합해서 움직이는 것이 나을…….”
“거절할게요.”
하지만 계수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예? 그게 무슨?”
“저희는 여기 놀러온 게 아니에요. 그냥 기차 타고 다니면서 관광이나 할 생각으로 우진 씨를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계수지는 살짝 화가 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희도 용사예요. 우진 씨와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약하긴 하지만, 언제까지 온실 속에서 클 수는 없어요. 경험, 그게 우진 씨가 가장 강조하던 것 아닌가요?”
…그녀의 말이 맞다.
‘언제부터지?’
입으로는 전투 경험, 실전 경험을 말하면서, 정작 위험하다 싶으면 동료들을 가장 안전한 곳에 처박아둔 것이?
매시브 가디언으로 데리고 간 것도 그랬다.
명목은 반 슬레인에게 훈련을 받게 하기 위함이었다지만, 솔직히 그 이유만 있었던가?
‘어쩌면 그냥 숨겨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북방으로 데려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서우진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구나.’
김태진에 의해 강병규가 죽을 뻔하고, 같은 날 계수지가 아르데타인에게 당했을 때.
아끼던 동료들이 허무하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보호를 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면 안 된다.
정말로 동료들이 강림 전쟁에서 살아남아 승리하길 바랐다면, 보호만 해선 안 된다.
물론, 완전한 위험에 내던지는 건 피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열어줘야만 했다.
지금처럼 보호만 한다면, 자신이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아카데미의 용사들과 별다를 바 없어질 테니까.
“하아-”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자신이 실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괜찮아, 아직은 늦지 않았어.’
시간이 남아 있다.
그리 길진 않았지만, 저들이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시간 정도는 있었다.
게다가 지금 딱 좋은 기회도 오지 않았나.
변형된 마수들은 정말로 강했다.
놈들과 싸우다 보면, 확실히 목숨을 건 전투에 대한 감각은 크게 상승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숙여 계수지와 다른 동료들에게 사과했다.
“아, 아니.”
“괜찮아요, 아저씨!”
“괜찮음요.”
당황한 동료들이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자신의 사과를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제 시야가 좀 좁아졌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서우진은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음 역에서 함께 내리시죠. 마수 토벌은 여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
“여기 있습니까?”
아일린이 허공에 말을 했다.
그러자 침대 옆에서 리나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녀석은 모습을 감춘 채 아일린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아일린이 물었다.
붕대를 칭칭 감은 리나르의 모습은, 꽤나 심각해 보였다.
“저는 괜찮아요. 생명에 지장이 가거나, 불구가 될 만한 상처는 입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아일린이 걱정이었다.
출혈이 너무 심했던 데다, 너무 큰 상처들이 많았던 것이다.
의사는 그녀에게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어쩌면 전투와 같은 격한 움직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기사인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진단이었다.
“다행이군요.”
하지만 아일린은 크게 상심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언제나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덕분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아일린 경은 좀 어떠세요?”
리나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대답.
하지만 리나르는 그녀의 음성이 작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일린 역시 현재 본인의 상태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다 나으실 거예요. 안 그래도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제국으로 오고 있다니, 그들에게 치료받으면 금세…….”
“저는.”
아일린이 그런 리나르의 말을 끊었다.
그러곤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차가웠다.
그녀의 태도에 리나르는 더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똑똑-
그때였다.
갑자기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리나르가 그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며 사라졌고, 아일린은 시선을 돌려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쳐다봤다.
“누구랑 대화 중 아니었어요?”
박혜경이었다.
그녀는 의문에 찬 눈동자로 방 안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모습을 감춘 리나르를 찾아내기엔, 그녀의 실력이 부족했다.
“흐음.”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제가 좀 알아봤는데요.”
다짜고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아일린이 묻자, 박혜경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전에 말해준 그 정보 길드요.”
“으음.”
아일린의 표정이 미약하게 찌푸려졌다.
하도 졸라대는 통에 얘기를 해주었더니, 정말로 정보 길드에 대해 알아본 것이다.
“거기 꽤 대단한 곳인 것 같더라고요?”
박혜경이 웃으며 말했다.
“지부도 꽤 많은 것 같고, 정보원도 많은 것 같고. 무엇보다 능력도 뛰어난 것 같아요.”
모두 가정이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혹시나 해서 조심스럽게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곧장 접근을 해오더라고요.”
그 말에 아일린의 얼굴에 호기심이 서렸다.
안 그래도 그들을 만나야 했는데, 이렇게 쉽게 선이 닿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무리 그들과 연락할 방법이 있다 해도, 지금의 그녀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당신에 대한 말을 했죠.”
박혜경이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은 그들과 인연이 없으니, 아일린의 이름을 판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꽤 효과적이었다.
“그랬더니 조만간 당신을 찾아온다고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를 말입니까?”
“이미 당신이 부상을 입고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요.”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능력이라면, 그런 정보쯤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테니까.
“언제쯤 온다고 합니까?”
정보 길드에게 맡길 일이 있었다.
마수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존재를 밝히는 것.
그걸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요.”
박혜경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왠지 좀 다급해 보였거든요.”
다급하다?
혹시 그들도 자신과 같은 존재를 쫓고 있는 중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서우진이 무슨 부탁을 했는지 모르는 그녀로선, 정보 길드가 왜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리가 없었다.
“어쨌든 조만간 방문한다고 했으니, 금방 오겠죠. 그때 저도 함께 있어도 되죠?”
아일린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었으니까.
은과 원이 확실한 아일린에게 박혜경은 쉽게 대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좋네요.”
박혜경이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오면서 들은 얘긴데,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꽤나 강력한 마수들이 출몰한 모양이에요.”
“강력한 마수?”
아일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용사 중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그녀가 강력하다고 할 정도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고, 놈들을 토벌하기 위해 기사단과 병사들을 보냈는데…….”
박혜경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모두 전멸했다네요.”
제국의 기사단이라면 강력한 전력이었다.
그들이 모두 전멸할 정도의 마수라니?
무슨 마경에나 있을 마왕의 권속이라도 출몰했단 말인가?
“그래서 이 근방의 용사들도 출동하기로 결정났어요.”
“…이 근방 말입니까?”
“네. 저와 동료들을 포함해, 총 15명이 그곳으로 갈 거예요.”
상황이 정말 심상찮았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고.”
박혜경은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그 마수들이 출몰한 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용사들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있어요. 갑자기 나타난 그들이 마수들을 사냥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요.”
그건 또 무슨 말일까?
정체불명의 용사라니?
대부분의 용사들은 아카데미에서 함께 보내며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텐…….
거기까지 생각한 아일린의 눈이 커졌다.
다른 용사들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성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지 않은가?
“설마……?”
“맞아요.”
박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 씨와 그 동료들이 제국에 온 모양이에요. 뭐, 소문이 사실이라면 말이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