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서우진이 동료들을 이끌고 향한 곳은, 기차역이 있는 도시의 영주성이었다.
고작해야 변방의 작은 도시였기에, 영주의 작위는 자작에 불과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이들이 용사라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대접을 해주려 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딴 것엔 관심도 없던 서우진은 거절했다.
다른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던가?
“이쪽입니다.”
영주의 명령을 받은 기사 한 명이 서우진 일행을 안내했다.
목적지는 도시 근방의 방어를 맡고 있는 병력 주둔지.
마수가 나타나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생각보다 작네요.”
그래도 수백 명 정도는 대기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사가 안내한 곳은 고작해야 십여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수준의 건물 한 채만 달랑 있을 뿐이었다.
장점이라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왠지 허술해 보였지만.
“급조해서 만든 주둔지라 그렇습니다.”
안내한 기사가 민망한 표정으로 변명하듯 말했다.
“갑자기 마수의 출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놈들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정식 주둔지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저 최대한 빨리 출동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건축해 둔 듯했다.
‘두 명이 전부인가?’
서우진은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크기에 비해서도 적은 숫자였다.
“모두 토벌을 나간 모양이군요.”
서우진이 말하자, 기사가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 네. 조금 전에 마수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연락을 위한 최소 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출동했을 겁니다.”
“그곳이 어디죠?”
서우진이 물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기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정확한 건 듣지 못하고 길을 나선지라.”
아무래도 서우진 일행을 안내하느라, 제대로 된 보고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일단 알겠습니다.”
기사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서우진은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들어가서 짐만 정리하고, 바로 움직이죠.”
마수가 나타났다니, 가만히 쉬고 있을 수도 없었다.
애초에 쉬기엔 주둔지가 너무 작기도 했고.
“좋아요!”
가장 먼저 이지아가 소리치며 서우진의 말을 받았고, 다른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빠르게 주둔지에 접근했다.
그리고,
벌컥-!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밖으로 나왔다.
“충!”
안에 있던 병사들이었다.
아무래도 그들 역시 바깥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작은 곳이라 하더라도, 병력이 주둔하는 장소다.
사주 경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터.
서우진 일행과 기사의 모습을 확인하곤 맞이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특이사항은?”
“용사 박태수 외 세 명과 지원을 위한 병력 일곱 명이 출동한 상태입니다.”
병사는 절도 있게 보고를 했다.
‘나쁘지 않네.’
그의 모습을 본 서우진이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수도도 아니고, 이런 변방의 병사들조차 군기를 잃지 않았다.
제국의 힘이 얼마나 뛰어난지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데 이분들은…….”
병사 중 한 명이 서우진을 힐끔 쳐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지원을 오신 용사님들이다.”
그 말에 병사들의 눈이 커진다.
이 주둔지엔 이미 용사가 네 명이나 있는 상태.
그런데 아홉 명에 달하는 이들이 추가 지원을 왔다.
당연히 반길 일이었지만, 병사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 정도로 사태가 좋지 않은 겁니까?”
‘용사 네 명으로는 감당이 안 될 만큼?’ 하고 묻는 듯했다.
“그건 아니고요.”
기사가 곤란한 기색을 내비치자, 서우진이 한 발 나서며 대신 대답했다.
“따로 볼일이 있어서 이 근방을 지나다가, 도움이 필요한 듯해서 온 것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괜한 부담을 느낄까 싶어, 일부러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살짝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안쪽으로.”
병사가 문을 열고 서우진 일행을 안으로 들였다.
‘흐음.’
건물 내부의 모습을 본 서우진이 속으로 신음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구동환과 박민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생활관이냐?’
병사들이 머무는 곳이라 해서 예상하기는 했지만, 판에 박은 듯이 군 생활과 똑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미 병역을 마치고 전역한 이들로선 PTSD가 올 수밖에 없었다.
“끄응, 갑자기 짜증이 치솟는데.”
“그, 그러게요.”
남자들은 투덜거렸지만,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녀석들과 여자들은 그저 신기한 표정으로 안쪽을 살필 뿐이었다.
“TV에서 본 적 있어요. 친구들한테 얘기만 들어봤는데, 설마 제가 여기서 지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
“내 자리 여기! 여기 찜!”
적막했던 생활관, 아니, 주둔지가 소란스러워졌다.
“여성분들을 위한 숙소는 이쪽에 마련되어 있으니, 저를 따라오십시오.”
병사의 말에 창가 자리를 맡아놓고 좋아하던 이지아가 눈을 끔뻑이며 일어났다.
“여기서 같이 지내는 거 아니에요?”
“…아무래도 불편한 부분이 많을 테니까요. 조금 좁긴 하지만, 따로 마련된 곳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주둔지는 남녀숙소가 따로 만들어진 듯했다.
용사들이 파견 나올 것에 대비해 만들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좀 이따 봐요!”
병사의 안내에 여자들이 자리를 옮기자 서우진은 대충 아무 곳에나 짐을 던져 놓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마수에 대한 얘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그러곤 하나 남은 병사를 향해 물었다.
“아, 예!”
살짝 풀어졌던 병사는 다시 긴장을 바짝하며, 입을 열었다.
“동쪽으로 7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다수의 마수가 출몰했단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아직 정확한 수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많아도 스무 마리는 넘지 않을 거란 보고가 있었습니다.”
스무 마리라…….
평범한 마수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출동한 용사의 수가 네 명이나 되니까.
아무리 못해도 다들 80레벨 대에는 진입했으니, 솔직히 한 명만 나서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변종 마수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물론 용사들이 패배하진 않겠지만, 결코 쉬운 승리를 거머쥘 순 없었다.
‘어쩌면 부상자가 나올지도 모르지.’
그럼 당연하게도 일곱 명에 불과한 병사들은 전멸이다.
“흐음, 용사들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이번엔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용사의 등급과 레벨을 함부로 언급하는 건, 병사들에겐 부담스러운 일이었으니까.
역시나 병사가 기사를 흘깃 쳐다봤다.
대답해 줘도 괜찮냐는 듯한 물음이 담긴 시선이었다.
“괜찮으니 말씀드리도록.”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원 C급의 80레벨 대이며, ‘마도 기사’ 박태수 님은 A급의 90레벨이십니다.”
서우진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설마 이곳에 A급 용사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90레벨이라니?
동료들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 정도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려나?’
‘마도 기사’라는 게 정확히 어떤 특성의 직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등급과 레벨이 있으니 변종 마수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뭐, 괜찮겠지.’
서우진은 그들에 대한 걱정을 접었다.
박태수라는 이름의 용사라면 웬만한 변수 정도는 힘으로 박살낼 수 있을 테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혹시 현장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면 바로 저한테 알려…….”
서우진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삐이이이이익-!
갑자기 날카로운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기사와 병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확인해라.”
“추, 충!”
기사가 명령했고, 병사는 지체하지 않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무슨 일이에요?”
“이게 무슨 소리지?”
다른 곳으로 갔던 여자들 역시 헐레벌떡 돌아왔다.
그녀들과 함께 있던 병사 역시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확인하고 있으니 잠깐만 기다려요.”
서우진이 침대에서 일어나 기사에게 다가갔다.
“이거 무슨 뜻입니까?”
분위기를 보면 긴급한 일이 발생했다는 뜻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긴급 지원 요청입니다!”
기사가 대답하기도 전에,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갔던 병사가 뛰어들어 오며 소리쳤다.
“긴급 지원 요청?”
서우진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병사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
“박태수 님께서 보낸 신호입니다.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요청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거기까지 들은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동쪽으로 7킬로미터 지점이라고 했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이 건물 밖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죠.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리둥절해 하던 동료들이 동시에 서우진의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변종 마수들이 출몰한 것 같은데.”
그것도 서우진이 만났던 놈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 놈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A급의 90레벨에 달하는 박태수라는 용사가 지원을 요청할 리가 없었으니까.
“서두르죠, 늦었다간 희생자가 나올지도 모르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동쪽.’
방향을 가늠한 서우진이 ‘신룡안’을 사용했다.
기감이 폭발적으로 영역을 넓혔다.
‘마왕화’ 상태가 아니었기에 7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의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도망치고 있군.’
주둔지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이들의 마력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4킬로미터 남짓.
‘다행히 낙오된 사람은 없어 보이는데.’
강력한 마력을 지닌 사람 네 명과 평범한 사람 일곱 명.
병사의 보고에서 들었던 숫자 그대로였다.
마수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이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직 낙관하기엔 이른 상황이었다.
용사로 보이는 이들 중 한 명의 생명력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수다.’
수는 열일곱.
아무리 많아도 스무 마리는 되지 않을 것이라 했으니, 압도적으로 밀린 모양이었다.
‘더 늦으면 안 되겠군.’
빠르게 두 무리가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갑시다.”
서우진이 가장 먼저 땅을 박차고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동료들이 따랐다.
4킬로미터의 거리라면, 그들에게 눈 몇 번 깜빡이면 도달할 거리에 불과했다.
거기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두르기 까지 했으니…….
고작 3분이나 되었을까?
서우진의 눈에 그들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르르릉-
‘카 라니엘’을 뽑아 들었다.
서우진과 마수 사이에는 열한 명의 사람이 있었지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허공을 베었다.
콰과곽-!
혼돈기가 담긴 참격이 전면의 모든 것을 베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네 명의 용사는, 서우진이 기대했던 것처럼 병사들을 붙잡으며 함께 참격을 피해냈다.
콰드드득-!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