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가죽? 피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조직으로 뒤덮인 촉수가, 서우진의 참격을 막아냈다.
‘흐음.’
솔직히 말하자면 통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견제만을 위한 공격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예 아무런 충격도 입히지 못할 줄은 몰랐다.
‘최소한 생채기라도 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예상했던 대로 이전에 만났던 변종 마수보다 더 강력한 놈들인 것 같았다.
‘그래도 뭐…….’
의도는 성공했다.
서우진의 참격을 받은 놈들의 발이 멈추었으니까.
“지금이야! 이쪽으로 오세요!”
“가서 보호해!”
서우진의 뒤를 따르던 동료들이 도망을 치던 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플레임 월!”
화르르르르륵-!
진태성의 스킬에 불꽃의 벽이 세워졌다.
변종 마수와 구조 대상들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었다.
심상찮은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서우진의 참격 때문인지.
변종 마수들은 제자리에서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 쉽사리 달려들지 않았다.
그 짧은 사이, 동료들이 네 명의 용사와 일곱 명의 병사 모두를 안전하게 데려왔다.
“가, 감사합니다!”
“어? 어?”
병사들은 그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감격해 인사를 했지만, 용사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혹시…….”
조금 앳된 모습의 여자 용사가 서우진과 동료들을 둘러보며 눈을 끔뻑였다
아무래도 알아본 듯한 모습이었다.
“와! 서우진 씨 맞죠? ‘싸울아비’ 언니도 있고……. 지아야!”
“어? 언니! 여기 있었어?”
확실히 이지아가 인싸이긴 한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었는데, 이지아는 마치 절친을 만난 듯한 모습이었으니까.
‘대체 모르는 사람이 있긴 할까?’
서우진은 잠시 그런 이지아에게 감탄했지만, 이내 잡생각을 털어냈다.
“민성아, 물약 있어?”
“아, 네! 잠시만요!”
용사들 중 한 명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당장 응급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여기요!”
박민성이 가방 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건넸다.
“음?”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받아 안의 내용물을 부으려던 서우진이 멈칫- 했다.
“이건?”
이전의 물약과는 조금 달랐다.
은은한 백색의 빛이 맺힌 것이, 신성력까지 느껴졌던 것이다.
“아이에르의 사제님들에게 부탁해서 축복을 받은 물약이에요! 효과가 좀 더 좋을 겁니다!”
박민성이 소리쳤다.
‘어째 계속 붙어 있다 싶더니…….’
이런 걸 만들고 있었나 보다.
어쨌든 신성력이 깃들어 있다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유리병의 마개를 따고 물약을 부상 부위에 부었다.
“으윽!”
전신에 가득했던 상처들이 아무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괜찮네.’
사제들에게 직접 회복마법을 받는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정도라면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에르에 이야기해서 대량 생산을 할 방법을…….
‘아니, 이게 아니지.’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태성아, 스킬 거둬.”
서우진이 말하자,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던 화염의 벽이 순식간에 꺼졌다.
그르르르르르-!
변종 마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전에 봤던 놈들이랑은 다르네.”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기괴하게 생긴 것은 동일했지만, 그래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번엔 늑대냐?”
아무래도 늑대 형태의 마수가 변이를 일으킨 것 같았다.
‘90레벨의 A급 용사가 당할 정도면 꽤 강할 테고.’
서우진은 놈들의 힘을 가늠해 보았다.
놀랍게도 변종 마수들에게서 느껴지는 마기의 크기가, 최상급 기사 정도는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다.
그런 놈들이 스무 마리 가까이 있었으니, 저들만으론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했다.
‘부상을 당한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C급에 불과하니까.’
살아서 여기까지 도망쳐 온 것 자체도 기적이었다.
이빨을 드러낸 채 살기를 흩뿌리는 놈들을 잠시 노려보던 서우진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한번 상대해 봐요.”
‘카 라니엘’까지 집어넣으며 말하자, 계수지와 구동환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딱 좋네요.”
성장한 자신들의 힘을 시험해 보기엔, 적당한 상대였다.
“처음 만난 놈이 너무 강하긴 했지.”
로렌테에서 만난 놈 덕분에 자존감이 완전히 박살나지 않았던가.
그날의 설욕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계수지와 구동환을 선두로, 다른 동료들 역시 전의를 불태우며 앞으로 나섰다.
“가자.”
콰앙-!
계수지가 땅을 박차고 포탄처럼 쇄도했다.
그 뒤를 구동환이 ‘마법소녀’로 변신하며 곧장 따라 붙었고, 이지아와 유홍설도 가볍게 날아올랐다.
‘좋네.’
확실히 매시브 가디언에 가기 전보다 훨씬 몸놀림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것은 마력운용이었다.
“‘소환’요.”
서우진 옆에 서 있던 김다혜가 스케치북에서 뭔가를 뜯어내며, ‘소환’했다.
“드론?”
이전에도 한 번 보여준 적이 있던 것이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왜애애애애애애앵-!
그 수가 무려 마흔 대에 가깝다는 것.
하나하나에 마력탄을 발사하는 기관단총을 장착한 드론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변종 마수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니, 웬만한 기사들조차 형태도 남기지 못하고 분쇄시켜 버릴 만한 위력.
방어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변종마수들은 그나마 버텨내긴 했지만, 그마저도 치명상만을 입지 않을 뿐이었다.
파바박-!
독성이 가득한 피가 흩뿌려지며 땅을 부식시켰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마력탄 세례 덕분에, 놈들은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근접 공격 직업을 지닌 이들이 접근했다.
“우레 떨구기.”
콰득-!
계수지의 발꿈치가 마수의 뼈를 분쇄했고.
“레인보우 셔플 블링블링 키스!”
대체 무슨 스킬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 이름과 함께, 구동환이 ‘진혼’으로 촉수들을 잘라냈다.
동시에 이지아의 주먹과 유홍설의 쌍검이 셀 수 없이 전면을 유린하며, 마수들을 터트리고 베어내며 몰아쳤다.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네.’
동료들이 이길 것은 싸우기 전부터 예상했다.
전원이 90레벨에 도달한데다, 결코 쉽지 않은 수련을 쌓아왔으니까.
비록 자신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애지중지하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저 정도의 마수를 상대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와아…….”
이지아와 친분이 있어 보였던 용사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자신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리기만 했던 놈들을 저리도 쉽게 상대하는 모습이 감탄스러운 모양이었다.
“다들 정말 대단하네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병사들은 물론이거니와, 박민성의 물약 덕에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된 박태수 역시 전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중이었다.
“…대체 다들 레벨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박태수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서우진을 향해 물었다.
“조만간 모두 100레벨을 달성할 겁니다.”
굳이 숨길 일은 아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 주었다.
“100레벨이요?”
“아니, 벌써?”
다들 깜짝 놀라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박태수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에 남아 훈련을 받던 용사들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사람은 셋, 박진한, 김태진, 임태은이었다.
그 세 명은 모두 S급의 직업답게 다른 용사들에 비해 레벨 업 속도가 훨씬 빨랐던 것이다.
그런데도…….
“걔들도 얼마 전에 95레벨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대체 어떻게 저들이 100레벨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했거든요.”
다른 용사들이 아카데미에서 던져 주는 몬스터와 마수들을 사냥할 때, 북방에서 수도 없이 많은 적을 사냥했다.
잠도 못 자고 밤새 싸웠을 때도 있었고,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한 적도 많았다.
그런 수련을 거쳐 왔으니, 당연히 빠를 수밖에.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자, 다들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도 열심히 했는데…….”
그중 한 명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알고 있습니다.”
서우진은 그들의 노력을 비웃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방법이 달랐을 뿐, 그들 역시 쉼 없이 달려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80이상의 레벨에 도달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서우진 씨는 레벨이 얼마나 되십니까?”
박태수가 물어왔다.
아무리 봐도 변종 마수들과 싸우고 있는 이들보다 약할 것 같진 않았던 것이다.
“글쎄요.”
하지만 서우진은 대답을 회피했다.
괜히 솔직하게 말해줬다가, 자괴감에 빠질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저분들보단 강한 게 맞죠?”
다시 한번 물어왔지만, 이번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 끝났네요.”
잠깐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지막 남아 있던 변종 마수가 이지아의 주먹에 박살나며 쓰러졌다.
화아아아아악-!
동시에 누군가의 몸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오…….”
레벨 업이었다.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조만간 레벨이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와, 레벨 업이다!”
“누구야? 누가 했어?”
모두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비록 자신은 아니더라도, 다른 용사의 레벨 업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은 빛에 휩싸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곤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이겼네.”
계수지였다.
항상 구동환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던 그녀가, 이번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긴 듯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빛은 점점 넓게 뻗어나갔고, 이내 서우진이 서 있는 곳까지 닿았다.
“아…….”
“이, 이게?”
부상을 입었던 이들이 모두 완벽하게 회복이 되었다.
본래도 레벨 업 시에 터져 나온 빛은 모든 부상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 그들이 봐왔던 것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너무 넓게 퍼지는 거 아니야?”
빛의 영역이 너무도 넓었다.
평소의 열 배는 더 넓게 뻗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100레벨.”
서우진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갔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한 표정의 박태수가 물었고,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한번 대답해 주었다.
“계수지 씨가 100레벨을 찍었네요.”
“…정말요?”
“정말 100레벨이라고요?”
불신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100레벨을 찍었다는 말은 곧, 계수지가 제국의 수호자들과 같은 곳에 도달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초극의 경지.
서우진을 제외하고 그 지고한 영역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것은, 바로 계수지였다.
‘이제 한 명씩 도달하는구나.’
서우진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