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서우진을 제외하고, 드디어 동료들 중에 처음으로 100레벨에 도달한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변종 마수와의 전투는 이미 잊은 듯, 모두가 계수지에게 축하를 건네기 바빴다.
“축하해요, 언니! 와아! 100레벨이라니! 난 대체 언제쯤 찍지?”
“축하요.”
“축하드립니다.”
“크응! 추, 축하해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축하에, 계수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일이 감사인사를 했다.
‘당황스러울 만도 하지.’
서우진은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100레벨에 도달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지금까지는 장님으로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감각은 극한까지 예민해지고, 마력은 대해와도 같이 불어난다.
세상에 해내지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해지며, 놀라울 정도로 마력의 운용이 수월해진다.
심지어는 스킬까지 재정립되니, 체감되는 전투력은 99레벨일 때보다 몇 배는 강해졌을 것이다.
‘적응하기 힘들 거야.’
갑자기 어른의 힘을 지닌 어린아이와 별다를 바 없다.
당분간은 상승한 힘에 적응하는 훈련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우진 씨.”
서우진이 다가가자, 계수지가 기다렸다는 듯 불렀다.
“조금 혼란스럽죠?”
“아, 네. 그러네요.”
“금방 적응할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거짓말이다.
서우진은 100레벨에 도달했을 때, 크게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마왕화’나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하며 미리 경험을 해보았으니까.
하지만 계수지는 아니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강해지는 경험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적응하는 것에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슬슬 그에 대한 훈련법도 생각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자신의 힘에 대해 파악하고, 적응해야 실제 전투에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저…….”
그때, 뒤에서 쭈뼛거리며 누군가 다가왔다.
박태수와 일행, 그리고 병사들이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축하와 감사를 건네는 와중에 끼어드는 것이 민망했는지, 박태수는 조금 얼굴이 붉어진 상태였다.
“아,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완전히 회복한 그의 모습에 계수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덕분에 완전히 나았습니다.”
“다행이네요.”
호선을 그리는 그녀의 눈빛에, 왠지 박태수의 얼굴이 더욱 붉게 변한 것 같았다.
“지아야! 너는 몇 레벨이야? 너도 곧 100레벨 돼?”
처음 만났을 당시, 이지아와 인사를 나누었던 용사가 이번에도 아는 척을 하며 다가갔다.
덕분에 다른 용사들 역시 자연스럽게 일행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섞여들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변종 마수도 별다른 피해 없이 막아냈고, 계수지가 100레벨을 찍었으며, 부상을 입었던 박태수도 나았다.
그러니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서우진이 문득 시선을 돌렸다
변종 마수들의 사체가 쌓여 있는 곳이었다.
‘좋지 않아.’
지금이야 가뿐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서우진의 일행이 실력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용사들은 아니지.’
박태수만 봐도 알 수 있다.
변종 마수가 얼마나 위험한지 말이다.
90레벨의 A급 용사가 저렇게 당할 정도면, 다른 용사들은 더 힘들 것이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어.’
강림 전쟁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용사들 중에 희생자가 나온다면?
‘전쟁이 더 힘들어지겠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한다면 훨씬 강해지겠지만…….
그럴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일단은 변종 마수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알아내야겠군.’
크루시엘에서도 사활을 걸고 뒤를 캐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 정보를 공유받아야만 했다.
‘요한의 정보 길드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정보 길드는 다른 일에 신경쓸 정신이 없을 것이다.
서우진이 부탁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테니 말이다.
‘녀석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정보 길드에 대한 생각을 하자, 자연스럽게 강병규가 떠올랐다.
신궁에 잠입할 것이라 했는데, 어찌 된 게 소식이 없었다.
‘걱정되는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이렇게 연락이 없으니 조금 불안해졌다.
‘무사해라.’
서우진은 부디 자신의 친구가 무사하길 바랐다.
* * *
“후우-”
강병규는 어둠 속에 숨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으십니까?”
요한이 물었다.
“아, 네. 조금 지친 것뿐이에요.”
신궁에 몰래 잠입한 지 사흘째.
지금까진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런 일이 익숙한 요한은 그나마 상태가 괜찮았지만, 강병규는 날이 갈수록 긴장감에 체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탈진할지도 모른다.
“조금 쉬시죠.”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들에겐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시시각각 자신들을 잡기 위한 그물이 조여오고 있었으니까.
“그 정도의 시간은 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지치면, 걸릴 위험이 더 커질 겁니다.”
요한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강병규는 도무지 쉴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들이 알아내야 하는 정보가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을 요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힘내보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쉽시다.”
강병규의 말에 요한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대신 최대한 체력을 아끼시고,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그야 물론이죠.”
강병규가 씨익- 웃으며 대답하자, 요한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가 두 사람을 뒤덮었다.
요한이 지니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의 효력이었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마력과 기척마저도 숨겨주었기에 이런 잠입 임무를 할 땐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왼쪽이군요.”
강병규는 요한의 뒤에 붙어 ‘탐색’ 스킬을 이용해 길을 가르쳐 주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고, 신궁 내부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가 있었다.
강병규의 말대로 왼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요한은, 갑자기 어깨를 붙잡히는 느낌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쉿-’
누군가 나타났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인 채, 그림자 속에 몸을 웅크렸다.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그럴수록 강병규는 긴장감이 커져만 갔다.
‘안 들키겠지.’
지금까지 그래 왔다.
무려 제국의 심장부인 신궁 내에서 몇 가지 정보를 알아낼 동안, 그 누구도 자신들을 발견해 내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병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버텨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쥐새끼들이 있군.”
아무래도 이번엔 하늘이 그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피해!”
강병규가 소리치며 손을 뒤로 뻗었다.
어깨가 붙잡혀 있던 요한이,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젠장.”
여인의 음성과 함께 거대한 마력이 몰려왔다.
다행히 사로잡을 생각인지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저건 못 막는다.’
강병규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의 실력으로 막아내기엔, 쇄도하는 마력의 위력이 너무도 강력했다.
‘초극의 경지!’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자신을 향해 검격을 날린 존재는, 제국의 수호자들 중 한 명이 분명했다.
아직 100레벨에 도달하지 못한데다, 전투 직업도 아닌 강병규로선 결코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서서 당할 순 없는 노릇.
강병규는 그 짧은 순간에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단검을 손에 쥐었다.
서우진이 선물해 준 보물, ‘페르소’였다.
상대의 빈틈을 감지하여 스스로 공격을 가하는 능력을 지닌 단검.
놀랍게도 ‘페르소’는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가한 공격에서도 빈틈을 찾아냈다.
화아아아악-!
강병규의 신형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그의 레벨을 아득히 벗어나는 몸놀림이었다.
“흡!”
수호자 역시 깜짝 놀랐는지, 숨을 들이키며 검을 거두었다.
카아앙-!
날카로운 쇳소리가 복도를 울려 퍼졌다.
“크윽!”
손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에, 강병규가 신음을 터트렸다.
‘부, 부러졌나?’
‘페르소’는 멀쩡했다.
하지만 손목이 완전히 나가 버린 듯했다.
등골까지 찌릿할 정도로 강한 통증이 몰려왔던 것이다.
강병규는 이를 악물며 뒤로 몸을 날렸다.
완벽한 빈틈을 노린 공격이었음에도 막혀 버렸으니,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튀어야 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싸워서 승리하는 것보단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도망쳐요!”
강병규는 몸을 돌리며 요한에게 소리친 후, 곧장 다리에 마력을 쏟아부었다.
‘쾌속 질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 가장 빠른 스킬을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몸이 몇 배나 가벼워지며 신형이 쭈욱- 늘어났다.
서우진의 ‘신속’ 정도는 아니었지만, 빠른 이동에 특화되어 있는 만큼 엄청난 속도로 질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흥, 어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고작 다섯 걸음도 채 내딛기 전.
바로 등뒤에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와 동시에 깨달았다.
자신의 속도로는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를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콰득-!
새하얀 손이 옆머리를 스쳐 지나가더니, 그대로 쇄골을 붙잡았다.
“으으윽!”
마치 유압 프레스기에 끼인 것 같은 어마어마한 악력에, 강병규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힘을 무시하고 억지로 달렸다간, 어깨가 그대로 뽑혀 나갈 판이었으니까.
“용사? 대체 왜 용사가 신궁을 몰래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의문이 가득한 음성에 강병규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붙잡고 있는 이의 얼굴이 보였다.
붉게 타오르는 듯한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
“…대공?”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들었던 존재였다.
“대답해.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대공 브리아니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강병규를 노려보았다.
“저, 저는…….”
“서우진 님! 서우진 님의 부탁 때문입니다!”
강병규 대신 요한이 대답을 했다.
“…우진?”
브리아니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 아이가 이런 부탁을 했다고? 왜?”
약간은 혼란스러운 기색.
요한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겠습니까?”
대공이라 다행이다.
다른 수호자들이었다면,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을 테니까.
요한은 그녀와 서우진 사이에 꽤나 깊은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판 것이었는데, 다행히 의도가 통한 것 같았다.
“…따라와.”
브리아니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찬 표정이었지만, 적의보단 의문이 더 커보였다.
오